지난 8월 11일(금) 오후 2시,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는 ‘2017 문화예술 일자리 포럼’이 열렸다. 현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일자리인 만큼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정책, 현장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그동안 이런 논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3시간이 넘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120여 명의 청중들은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먼저, 포럼을 주관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의 개회사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나종민 제1차관의 축사가 있었다. 나종민 차관은 그동안 예술 분야는 그 특성으로 인해 일자리와 무관하다고 여겨 정부 차원에서도 토론이 부족했다는 반성과 함께 관광산업과 문화예술 분야의 고용유발계수가 같은 점들을 설명하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특별히 향후에도 많은 의견청취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으로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의 박양우 교수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현재 고용의 질도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최근 또 하나의 이슈인 4차 산업혁명에서는 콘텐츠가 핵심이기 때문에 문화예술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인력양성과 창업, 기획과 창·제작, 유통·마케팅, 고용환경 조성 등 문화예술계 생태계의 고리들이 원활히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지원, 그리고 지원과 규제가 적절히 조화되는 현실성 있는 정책실현의 측면에서 역할을 다해야 함을 언급했다.

본격적인 포럼은 추계예대 이흥재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의 사회로 총 3개 세션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세션은 정책적 관점에서의 ‘문화예술 창업,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두 번째 세션은 현장 관점에서 ‘문화예술 창업 활성화를 위해 현장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고, 세 번째 세션은 최근 문화예술기반의 3개 창업기업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었다.

포럼 참여자들 포럼 참여자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의 개회사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의 개회사
문화체육관광부 나종민 제1차관의 축사 문화체육관광부 나종민 제1차관의 축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박양우 교수의 기조연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박양우 교수의 기조연설

문화예술 창업, 왜 필요한가?

발제자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종은 부연구위원은 ‘문화예술 창업 동향과 지원 방향’에 대해 설명하였다.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미국, 유럽, 이스라엘과 함께 혁신주도형 경제에 속하므로 혁신형 스타트업의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기존 콘텐츠 등 타 분야 창업정책에 있어 예술 스타트업 특수성의 이해도가 부족하기에 예술 분야에 특화된 스타트업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결론적으로 예술스타트업 지원은 ‘예술문화 생태계 혁신의 견인차’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거버넌스 차원의 ‘예술스타트업 지원체계 정비’, 환경 인프라 차원의 ‘예술스타트업 활성화 기반 구축’, 요소 인프라 차원의 ‘예술스타트업 성장동력 확보’, 가치사슬 제(諸) 단계 차원에서 ‘단계별·유형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도입’ 등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후 토론이 이루어졌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서우석 교수는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의 에세이 중 ‘베토벤은 당시 왕실의 예술가에서 시장의 예술가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기업가이며 투철한 기업가정신이 있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예술가들도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경제 자본과 문화 자본 간의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만들기와 더불어 예술가들이 비(非)예술 분야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회사 키클롭스의 배인식 대표는 요즘 젊은 창업가들은 해당 창업 분야에 대한 시장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과 창업지원 정책이 경연, 심사 위주라 지원을 받기 위해 창업 초기 아이템들이 최신 트렌드 등에 맞게 변해간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기존시장의 룰(rule)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창업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론 중심의 현재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 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 실습형태로 변화해야 하고, 동시에 문화예술 분야도 창업 초기부터 중기, 후반기까지 단계별 지원·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정책 제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창업 활성화를 위해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다음으로 ‘문화예술 성공적 창업 전략’을 주제로 ㈜세움넷 권용범 대표의 발제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예술창업기업의 한계로 ①단기적인 아이디어 기반이 많다. ②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③ 수익과 비용, 재무에 약하다. ④예술과 비즈니스 경계에서 넘어오지 못한다. ⑤자신만의 세계가 강해서 투자자와 관계자를 밀어낸다. 라고 하면서 애정을 담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아티스트에서 세일즈맨으로 가는 과정이 ‘비즈니스 모델’이며,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마케팅하며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장기적인 빅 픽처(big picture)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창의성과 함께 시장성을 키워가야 하며, 예술 분야 외에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협업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어, ‘문화예술계의 창업지원제도 활용제고 방안’을 주제로 중소기업진흥공단 안재동 리스크기획팀장의 발제가 있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창업지원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초기 창업기업들은 지금은 거의 폐업을 하였는데 이는 결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었다고 평했다. 또한 현재 창업지원제도에 대한 기능별, 부처별 지원제도 현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재 창업지원제도는 더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다양하고 세밀하기 때문에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제도까지 두루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청년예술가 일자리지원센터의 마진욱 팀장의 토론이 있었다. 예술가들은 이전부터 예술활동 지속하기 위해 프로젝트, 단체 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시대에 ‘예술창업’으로 불리면서 사실 현장과 정책 간의 거리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예술가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현재 창업제도가 재편되어야 할 필요성과 정책적으로 현장 의견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 이에 권용범 대표는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이 발생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 예술 분야는 특히 ‘컨버전스(Convergence)’를 십분 활용하여 예술가는 예술적 활동을 하되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전문가와의 협력이 활발해져야 하고, 지원정책에 있어서도 직접지원보다는 매니지먼트(management) 형태의 생태계적 측면의 환경 구축에 고민해야 한다고 답하였다. 안제동 팀장은 현재 창업지원 정책이 사실 제조업, 과락기술 쪽에 초점이 맞춰진 범용정책이기 때문에 문화예술 분야에서 접근하거나 지원정책 틀에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분야의 학계, 유관기관들을 통해서 많은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제 1세션 발제 및 토론자 제 1세션 발제 및 토론자
(좌)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서우석 교수
(중) 주식회사 키클롭스의 배인식 대표
(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종은 부연구위원
제 2세션 발제 및 토론자 제 2세션 발제 및 토론자
(좌)한국예술종합학교 청년예술가일자리지원센터의 마진욱 팀장
(중)㈜세움넷 권용범 대표
(우)중소기업진흥공단 안재동 리스크기획팀장

문화예술 기반 창업 우수사례 발표

마지막 세션에서는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3개 기업의 실제 사례발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순수미술과 디자인을 결합한 ‘악트그룹’이었다. 사업은 크게 예술상품의 콘텐츠 개발과 제작, 아티스트 중심의 행사기획, 문화예술교육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메인(main) 프로젝트’로, 정말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일을 ‘사이드(side) 프로젝트’로 구성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술가는 예술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 예술을 전해야 한다는 책임과 예술가의 권리에 대한 하태웅 대표의 신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언론매체 등을 활용한 홍보(PR)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를 키우고자 노력한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두 번째는 거리예술가를 위한 공연 O2O 플랫폼 ‘버스킹티비(주)’이었다. 이 기업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신념을 가지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 제휴, 콘텐츠 생산과 더불어 향후 오프라인 공연 외에 아프리카 TV와 유사한 공연특화 온라인 유통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제휴공연장 400개, 2,000개의 공연팀, 40,000명의 일반 가입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구 등 정부/공공기관과 CGV, COEX MALL 등 민간 상업시설 등과의 제휴로 2014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8,000회 정도 플랫폼을 통한 버스킹이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공연은 노동이며, 일자리로서의 가치와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앞으로 버스킹 공연자들도 월 200만 원 이상 지속적인 수입이 생길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남궁요 대표의 의지를 피력하였다.

세 번째는 예술가의 감성으로 브랜드를 컨설팅하는 8년 차 ‘오리지널웨이브’이었다. 미대 서양화 전공 출신의 김남희 대표는 미대 수업에서 다른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설명하는 교육방식과 쇼핑을 즐기던 취미 등의 경험들이 어떻게 지금의 브랜드컨설팅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특히, 순수예술 분야 교육이 계속해서 예술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일반 사회 속에서도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구성방법, 사업자등록증을 만드는 방법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추계예대 이흥재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의 사회진행 모습 추계예대 이흥재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의 사회진행 모습 제 2세션 발제 및 토론자 제 3세션 발표자들
(좌) 악트그룹 하태웅 대표
(중) 오리지널웨이브 김남희 대표
(우) 버스킹티비(주) 남궁요 대표

마무리하며

전체 사회를 맡은 추계예대 이흥재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은 “사실 예술시장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라고 생각할 정도까지 빈약한 상황이고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더욱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앞장서서 예술시장의 문을 열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가들은 자기가 좋아서 자기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사회와의 만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사회와의 다양한 만남 속에 기회를 만들어 가다 보면 자연스레 창업,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라며 긴 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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