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국악 팀이 있다. 바로 월드뮤직그룹 ‘공명’이다. 공명은 1997년 결성되어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창작과 재구성을 통해 우리 음악의 다양성과 새로운 소리를 창출하며 국내 및 세계무대에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악 문화를 바꾼 대표적인 팀으로 손꼽힌다. 그 팀의 멤버인 송경근 ‘서리서리’ 공방 대표는, 음악과 공예로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 사물놀이단인 ‘땀띠’의 예술감독을 맡아 음악으로 사회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소리를 구분 못 하던 시절

개구리도 올챙이 적 시절이 있다. “가야금과 거문고 소리를 구분하질 못했어요. 입시 곡만 연주했거든요.” 악기를 한번 해 보겠냐는 선생님의 권유에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대금을 잡았다. 그러니 대학 입학 후 친구들과 견줘볼 때 기본기부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게 오묘해서 국악에 조금 무지하고 약간 부족했던 실력이 인생에서는 플러스가 됐다. “교수님의 관심권에서 조금 밀려 있다 보니 전통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했어요. 틀을 따르지 않을 여유가 주어졌어요.(웃음)” 변방에서 새롭게 해석할 힘이 생긴 것이다.

신기하게도 공명의 멤버 4명은 모두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이다. 원래 ‘공명’은 군대를 제대하고 학교에 복학해서 만든 창작 타악곡의 제목이었다. 학교 정기 연주회에서 발표했는데 반응이 좋았고 자연스레 팀의 이름을 공명으로 지었다. 그 당시 공명의 연주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파격이었고 연주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국악을 연주하는데 레게 머리를 했으니 파격의 연속이었다.

공명은 퓨전음악의 1세대라고 불리는데 왜 퓨전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타악 합주 때 사물 북을 서서 양손으로 연주했어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모둠 북 연주와 난타 같은 공연을 봐서 익숙하지만, 그 당시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시도였죠. 당시 국악계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저희는 달랐어요.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 청바지에 레게 머리를 하고 나왔습니다. 국악계에서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르는 일도 그 당시가 처음일 거 같은데 그냥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거 했던 거 같아요.

대금을 전공한 것이 공명의 멤버로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제가 하는 모든 활동의 시작은 70cm의 대금이었어요. 공명이 처음에 창작 타악 그룹으로 시작했지만 대금을 전공한 나와 피리를 전공한 친구가 있어서 타악 이외의 선율을 같이 연주할 수가 있었어요. 소리를 풍성하게 하는 게 큰 장점이죠. 나중에는 다양한 관악기를 연주하게 되어서, 지금은 15종류가 넘는 관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 대금을 전공한 것이 다양한 월드악기를 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1997년 월드뮤직 ‘공명’이 창단을 했으니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45개국에서 150여 회의 해외 공연을 했다. 해외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이뤘다. 해외 페스티벌 쇼케이스 등에 한국 최초로 참여한 적이 많았다. 현재 공명은 사단법인을 설립해서 공연 이외의 업무를 담당할 전담 팀을 꾸렸다. 공연 전 서류 작업, 공연 현장 세팅, 홍보·마케팅 등의 시스템을 갖춰 지속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대금을 쪼개 보던 호기심, 서리서리가 되다

월드투어로 바쁜 삶에도 쉴 틈은 있다. 공연의 비수기 때, 송 대표는 남양주의 대나무 공방 서리서리로 들어간다. 대학 시절부터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악기의 소리가 어찌 나는지 궁금해서 대금을 수없이 분해해 봤어요.” 소리가 나는 원리를 알고 싶은 호기심에 족히 몇백만 원어치는 대금을 쪼개 봤다. ‘아~ 이렇게 소리가 나는 거구나.’ 속을 깨 보고 나서 확실하게 얻은 깨달음이었다. 20대부터 새로운 악기를 만들며 공명 팀이 원하는 맑은 울림의 소리를 찾아냈다. 그때의 엉뚱함과 도전 정신은 대나무 공예를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2014년에는 ‘전국대나무공예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할 만큼 실력도 갖추었다.

어떻게 대나무 공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우연히 대나무 조명을 만드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해 보고 싶었어요. 그전에 시골의 한 아티스트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전기톱만으로 차받침 접시를 만드셨어요. 우연한 기회에 저도 따라서 전기톱으로 저만의 접시를 만들었죠. 전기톱으로 했던 그 작업과 대나무 공예가 만나 저만의 작업이 되었어요.

음악과 서리서리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나요? 대나무 조명과 대나무 악기가 만나 새로운 빛과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죠. ‘전시공연’이라는 장르인데 관객들에게 빛과 소리를 다양한 감성으로 전달하고 싶어요. 또 대나무 조명과 악기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관객과 소통하고 있어요. 제목은 <미스틱 밤부(MYSTIC BAMBOO)>입니다. 지금은 시작이지만 앞으로 새로운 예술 장르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저만의 장르를 만드는 거죠.

세상과 함께 가치를 나누다

송 대표는 몇 년 전부터 다른 일을 시작했다. 장애인 사물놀이단 ‘땀띠’의 음악감독을 맡은 것이다. 땀띠는 2003년 2월 음악 치료를 받던 장애 아동들 가운데 음악적 재능을 가진 다섯 명이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결성된 단체다. 올해로 15년이 되는 땀띠는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창작 음반을 제작했고 2014년에는 창작 음악을 기반으로 한 10주년 기념 공연도 펼쳤다. 송 대표는 5년째 땀띠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공명은 함께 무대에 올라서 멋진 협연을 보였다.

땀띠의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예전에는 땀띠 팀을 불러 주는 곳도 없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엄마들도 죄인인 것처럼 주눅 들어 있었어요. 음악감독을 하면서 공연의 개런티를 제대로 보장받고 공연을 다닐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습니다. 15년 동안 활동해 온 땀띠 팀이 좀 더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보려고 합니다.

음악으로 인식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나요? 장애인을 도와주어야 한다, 함께 가야 한다고 수도 없이 들어 왔죠. 실제로 그들이 겪는 차별과 무시를 느끼긴 어려워요. 땀띠는 “차별을 하지 말자”라는 교과서적인 말을 하지는 않아요. 장애인들이 겪어 왔을 일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땀띠의 공연에서 함께 상영합니다. 공연과 영상을 본 후, 장애인을 보는 중고등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져 있어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더 크게 환호할 때마다 땀띠 팀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느끼죠.

송 대표는 몇 년간 목표로 삼았던 일들을 찬찬히 실천했다. 경기도 남양주의 산속 작은 마을 공동체로 가족과 이주해서 살고 있는데, 마을에는 작은 학교가 있어서 초등학생인 두 아이가 다니고 서리서리 대나무 공방도 있다. 유명해지고 돈을 버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부가 용기를 냈다. “음악을 생업으로 할 때 경제적으로 풍요롭기를 원해도 쉽지가 않아요. 제 자신의 삶도 그렇죠. 왜 음악을 포기하지 못하냐고요? 지속적으로 창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제 적성에 맞으니까요.”

송 대표는 20년 동안 같은 팀의 멤버들과 공연을 하고, 대나무 공예를 통해, 장애인 예술을 통해 자기답게 창작해 나가는 삶을 살았다. 그에게도 음악은 힘들고 외로운 과정이었다. 예술의 본성이 무엇이냐는 후배의 질문에, ‘나만의 영역을 찾아 지속적으로 창작하는 일’이라고 선배는 답했다.

인생UP데이트

감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번 사는 인생, 자기가 가치 있고 도전해 보고 싶다면 도전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예술 일을 하면서 후회하고 힘들 일이 많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예술과 같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음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예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도 자기와의 싸움이고 모든 일에서 자기와의 싸움은 진행 중입니다. 정말 자기가 잘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잘해 보고 싶은 일, 냉정한 자기 분석이 필요합니다. 예술 일이 항상 즐겁지 않으니까요.

송경근 프로필
학력
- 추계예대 국악과 대금 전공
- 추계예대 국악교육정책 석사

주요 경력
- 前 건국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출강
- 現 월드뮤직그룹 공명 멤버
- 現 대나무 조명공간- 서리서리공방 대표
- 現 장애인 사물놀이 땀띠 음악감독

주요 활동
- 난계국악대경연 기악부 일반부 대상
- 전 세계 35개국 150여 회 해외 투어
- <공명유희>, , , <고원>, 5개의 공명 콘서트
- 서리서리공방: 현대미술관, 레미안 갤러리, ARKO 대극장 로비전시, 공예트렌드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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