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6해를 맞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이하 키아프)는 시장 규모나 이름의 대표성에서 국내 최고의 미술 장터이다. 키아프의 활력과 거래량, 트렌드는 한국 미술시장의 현주소와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시험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년 미술 애호가와 관계자들은 원로 작가부터 도발적인 신진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세계 콜렉터들을 유인할만한 매력적인 작품을 키아프에서 만나기를 고대한다. 대중의 관심을 통한 미술 저변의 확대도 장기적으로는 중요하겠으나, 아트페어의 성패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지닌 아트 딜러와 유력한 콜렉터들이 방문하여 작품의 판매량을 높이는 데 있다고 하겠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단색화 추상회화가 거둔 세계 미술시장으로의 진입 이후, 한국 미술의 다음 국면을 점칠 2017년 키아프는, 본 전시 못지않게 다채로운 장외 토론 세션을 마련하여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2017년 10월 23일과 24일 주말, 양일간에 걸쳐 마련된 <2017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GALLERY WEEKEND KOREA)>의 ‘K-ART 컨버세이션’ 행사가 바로 그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키아프’와 ‘토킹갤러리즈(Talking Galleries)’와 파트너십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여 열린 이 행사는 해외 주요 미술계 인사 및 전문기관에 국내 화랑 및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행사로 올해가 두 번째이다. 키아프 주간에 열린 올해의 행사는, ‘갤러리’, ‘콜렉터’, ‘아시아 미술시장’, ‘동아시아 추상미술’, ‘미디어 아트’ 등 다섯 가지 주제의 세션에 미국아트딜러협회(ADAA) 회장 아담 쉐퍼(Adam Sheffer), 미술품 콜렉터 울리 지그(Uli Sigg), 미술 시장 분석가 클레어 맥앤드류(Clare McAndrew), 런던 테이트모던 큐레이터 클라라 킴(Clara Kim),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 애들라인 우이(Adeline Ooi), 뉴욕시립대학교의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데이비드 조슬릿(David Joselit), 미술시장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파이낸셜타임스 Financial Times』 에디터 멜라니 걸리스(Melanie Gerlis), 뉴욕 뉴뮤지엄의 미디어아트 플랫폼 라이좀(Rhizome.org) 설립자 마크 트라이브(Mark Tribe) 등이 초대되어 세계 미술 시장과 아시아 미술시장을 둘러싼 다각적인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야기는 세계 미술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에서 시작하여 아시아 미술시장과 아시아 전후 추상미술로 논점을 좁혀갔다.

세션 Ⅰ. 토킹갤러리즈-화랑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세션 Ⅰ. 토킹갤러리즈-화랑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세션 Ⅰ. 토킹갤러리즈-화랑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첫 번째 세션은 미술 시장의 세계화 추세 속에서 갤러리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화랑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규모를 키워가는 양대 경매회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화랑계로서도 절실한 주제였다. 『아트 인사이트 Art Insight』 공동창립자 제프리 볼튼(Jeffrey Boloten)의 사회로 미국 미술딜러협회장 아담 쉐퍼와 노덴하케갤러리 창립자 클래스 노덴하케 (Claes Nordenhake)의 대담으로 진행된 세션은 화랑이 직면한 비즈니스의 난점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양극화로 치닫는 미술시장의 문제가 세계적 당면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아담 쉐퍼는 몇몇 거대한 화랑이 트렌드와 시장을 독점하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미술가를 육성하여 장기적 비전으로 프로모션 해왔던 전통적인 화랑의 역할이 흔들리고 있으며, 신진 소규모 화랑과 대형 화랑 사이에서 중견 화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클래스 노덴하케는 전체 화랑 수익의 40% 이상이 아트페어에서 나오면서, 아트페어의 선별에서 운영경비의 부담까지 화랑의 피로감이 심하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담 쉐퍼는 화랑, 미술가, 경매회사 간의 새로운 협업과 치솟는 임대료 문제 해결을 위한 팝업 갤러리와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혁신적이고 대안적 화랑 모델을 제시한 반면, 노덴하케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미술품 판매 플랫폼의 성장과 가능성에 대한 객석의 질문에, 갤러리 공간이 역사적으로 미술을 신장시키고 미술가를 길러낸 장소임을 강조하였다. 특히 목수, 거간꾼, 큐레이터, 기획자에서부터 전시공간의 디자이너 역할까지 모든 일을 떠안고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화상으로서의 이력에 대한 사뭇 유머러스한 회고는, 문화적 자산을 경제적 자산으로 변화시키는 ‘화상(畵商)’이 미술계에서 매우 중요한 주체임을 새삼 숙고하게 했다. 두 아트 딜러의 논박과 견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육성자로서 고전적인 화상의 역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화가와 화상의 관계는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세션 Ⅱ. 컬렉터스 토크 : 아시아 하이라이트 - 발표하는 울리 지그

세션 Ⅱ. 컬렉터스 토크 : 아시아 하이라이트 - 발표하는 울리 지그 세션 Ⅱ. 컬렉터스 토크 : 아시아 하이라이트 - 발표하는 울리 지그

두 번째 세션은 ‘아시아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방대한 중국 현대미술 컬렉션을 구축하고 있는 울리 지그와 도무스컬렉션(Domus Collection)을 설립한 젊은 콜렉터 리처드 창(Richard Chang)의 미술 수집과 후원에 관한 이야기를, 런던 테이트모던 수석 큐레이터 클라라 킴의 사회로 들었다. 두 콜렉터의 미술품 수집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은 두 사람의 세대, 그리고 후원방식의 차이만큼이나 달랐는데, 울리 지그의 수집은 마치 미술관 소장품을 방불할 정도로 작품의 역사적 가치와 미술사적 의미를 중시하였는가 하면 리처드 창은 회화, 사진을 넘어 영화의 제작과 프로모션에까지 깊이 관여하며 수집의 대상지역도 전방위적이었다. 특히 리처드 창의 미술 지원은 멕시코의 가장 빈곤한 지역인 보스코 소디(Bosco Sodi)의 카사와비(Casa Wabi) 재단 후원 등 세계 빈부 격차와 환경문제의 해결과 같은 보다 넓은 외연의 사회참여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한편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성장과 함께한 울리 지그는 자신이 수집한 2,000여점이 넘는 작품 중에서 홍콩의 M+ 미술관에 1,450점을 기증한 바가 있는데, 기증 과정에 많은 난관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검열의 문제가 미술품의 홍콩 기증을 결정하게 했던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음을 밝혔다. 자신이 접목한 중국의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을 남기는 일이 중요했다는 울리 지그의 '사업가로서 그리고 외교관으로서 보다 미술 콜렉터로서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회고는 큰 울림이 있었다.

세션 Ⅲ. 미술매체 토크 : 아시아 미술시장의 미래

세션 Ⅲ. 미술매체 토크 : 아시아 미술시장의 미래 – 발표 중인 클레어 맥앤드류 세션 Ⅲ. 미술매체 토크 : 아시아 미술시장의 미래 – 발표 중인 클레어 맥앤드류

세 번째 세션 ‘아시아 미술시장의 미래’는 사실 키아프와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세션이었다. “아시아 미술 콘텐츠는 세계미술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화두로 진행된 이 세션에 참가한 패널은 『아트바젤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 2017』을 저술한 클레어 맥앤드류, 아트바젤 아시아 디렉터 애들라인 우이, 그리고 파이낸셜 타임즈 기자 멜라니 걸리스였다. 『아트 이코노믹스 Art Economics』의 창립자이기도 한 클레어 맥앤드류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은 지난 10년간의 미술시장 경향을 정의하는 하나의 특징이었다.”고 전제하고 간결하게 정리된 도표를 통해 세계 미술시장의 지역별 점유, 아시아 미술시장의 크기, 그리고 아시아의 평균소득과 고액자산가의 아시아 분포 등을 자료로 제시하였다. 클레어 맥앤드류는 포괄적이지만, 세계 미술시장의 하향곡선을 끌어올린 아시아 미술시장의 등장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맥앤드류의 분석에 대해서 아트 바젤 홍콩의 새 디렉터로 선임된 애들라인 우이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하나의 아시아는 추상적이며 모호한 개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동남아시아, 인도, 서아시아와 한국, 일본의 동북아시아가 매우 다른 정치·사회적 환경에 다른 역사를 가진 분리된 공동체임을 거듭 강조하였다. 아시아 미술의 성장 잠재력을 논할 때 아시아 각 지역마다 매우 다른 상황에 있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영역이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은 결국 중국 미술시장의 등장에 힘입은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미술의 독자성과 매력이 중국 주도의 시장 구도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는 한국 미술계에 당면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세션 Ⅳ. 아시아 추상미술 토크 : 동아시아 추상미술 깊게 읽기

세션 Ⅳ. 아시아 추상미술 토크 : 동아시아 추상미술 깊게 읽기 세션 Ⅳ. 아시아 추상미술 토크 : 동아시아 추상미술 깊게 읽기

두 번째 날 지속된 네 번째 세션은 “아시아 추상미술을 깊게 읽기”였다. 20세기와 전후 한국, 대만, 일본의 단색화, 오월화회, 구타이를 함께 논의하는 코너였다. 포항공대 우정아 교수의 사회로 뉴욕시립대학교의 데이비드 조슬릿, 큐레이터 겸 비평가인 대만의 에머슨 왕(Emerson Wang), 국립교토현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쇼이치 히라이(Shoichi Hirai)가 참여하였는데, 데이비드 조슬릿은 이우환의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를 ‘운동’, ‘반복’, ‘물질’, ‘비물질’, ‘교정’이라는 범주로 나누어 다른 세계 미술과 비교하며 이우환 미술의 국제적 의미를 다루었다. 쇼이치 히라이는 ‘구타이’ 미술운동을, 에머슨 왕은 대만의 20세기 추상미술의 선구자들을 중심으로 ‘오월화회’ 미술을 소개하였다. 이 세션은 한·일·대만의 추상미술을 하나의 20세기 아시아의 지역적 모더니즘 미술운동으로 범주화함으로써 아시아 현대미술을 세계 미술사의 한 부분으로 분명하게 포지셔닝하기 위한 것이었다. 3국의 전후 추상미술을 하나의 아시아 모더니즘의 맥락에 놓을 때 질문은 하나로 모였는데, 각국 추상미술의 정치·사회적 의미와 메타포의 다름이 형식적 유사성 안에서 왜곡되거나 소멸한다는 점이었다.

세션 Ⅴ. 미디어아트 토크 :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세션 Ⅴ. 미디어아트 토크 :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 발표하는 마크 트라이브 세션 Ⅴ. 미디어아트 토크 :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 발표하는 마크 트라이브

마지막 세션은 “미디어 아트의 소장 가치”에 대해서 앨리스 온(AliceOn) 설립자이자 기획자인 유원준의 사회로 라이좀(Rhizome.org)의 설립자 마크 트라이브, 아트아젠다(Art-Agenda)의 편집장 필리파 라모스(Filipa Ramos), 뉴욕 뉴스쿨의 맥켄지 와크(Mekenzie Wark), 아트넷(Artnet) 영국 에디터 로레나 무뇨스알론소(Lorena Muños-Alonso)가 참여했다. 미디어아트 세션은 아시아, 한국미술 시장이라는 논점에서는 다소 벗어난 듯하지만, 미디어 작품이 대세를 이루는 동시대 미술 환경에서 매우 의미 있는 토론이었다. 회화나 조각보다 복제성과 휘발성이 높은 미디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얼마나 유의미한가? 빠른 미디어 기술 환경에서 미디어아트의 보존은 가능한가? 라는 질문은 콜렉터의 입장에서도 매우 현실적인 논의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과거의 뉴미디어가 이미 낡은 매체가 된 현실에서 미디어 아트의 보존과 유통은 많은 난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세션이었다. 미디어아트를 위한 시장이 존재하는가? 하는 객석 질문에, 마크 트라이브의 단호한 “No” 는 이 문제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었다. 미디어아트 보존의 불안정성에 대하여 마크 트라이브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매 시 작가, 화랑과 협의하여 보존에 관한 책임 소재를 애초에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며, 라이좀이나 모마(MoMA)와 같은 기관과 논의하여 장기적 보존계획을 세울 것을 조언하였다.

이틀간의 토론에서 주제를 넘나들며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업의 강조였다. 패널들은 딜러와 콜렉터, 1차 시장과 2차 시장, 화랑과 옥션하우스, 작가와 큐레이터 간의 상생의 협력을 강조하였다. 큐비즘의 후원자가 된 칸바일러(Daniel-Henry Kanweiler, 1884-1979),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의 후원자 리오 카스텔리(Leo Castelli, 1907~1999)의 예에서 보듯이,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이후 화가의 독립성과 새로운 미술사조의 형성에 화상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화랑과 화상은 미술시장에 신진 작가를 지속해서 수급함으로써 시장의 안정과 확대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주체였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1차 화랑, 거대규모의 2차 화랑, 그리고 3차 경매회사의 암묵적 역할 분담이 사라지고 미술시장이 대형 화랑과 옥션하우스 경매에 쏠리고 있는 현 상황이 결국 미술시장 작가군의 축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시장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주의 깊게 논의할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변화하는 시장의 조건에서도 결국은 화랑의 문화 양성자로서의 원칙의 문제였다. 화상, 클래스 노덴하케가 강조한 “오래된 방법이 새로운 방법이다”라는 말은 전략 중심의 미술계에서 잠시 멈춰 재고해야 하는 화두였다.

2017 K-ART 컨버세이션은 그간 한국 미술의 진흥이 미술 제작자 중심에서 미술품 유통과 거래를 둘러싼 제반 네트워크와 환경 조성으로 방점이 바뀐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상 인원을 훨씬 넘는 관객과 당면한 문제에 대한 솔직한 대담들, 그러나 논의 가운데 아쉬웠던 점은 세계와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논의 속에서 한국미술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행사의 초점은 아시아 미술 지평에 자리한 한국 미술의 시장 상황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하이라이트’와 ‘아시아 추상미술 깊게 읽기’는 “단색화 이후 한국 미술시장을 리드할 미술 조류는 무엇인가” 라는 당면한 질문이 함께 내재한 세션이었다. 내심 기대했던 한국 미술에 대한 의미 있는 논평은 매 세션에서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인도 지역 아시아 미술에 대한 논의에서조차 밀리는 감이 있었다. 우리 안마당에서 펼쳐진 잔치에 정작 주인의 흔적이 선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은, 한국 미술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자 “아직 잘 모르겠다.”는 울리 지그의 다소 직설적인 답을 들을 때 낯 뜨거움으로 변했다.

한국 미술시장의 단조로움은 비단 최근의 미술 경매와 아트페어에서 도출된 문제는 아니다. 또한 이는 미술가 군의 단순함의 문제이기보다는 한국미술의 다각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못하는 딜러와 화랑, 콜렉터와 비평계의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상의 감수성을 어루만지는 극사실회화, 역사적 리얼리즘인 민중미술, 김환기, 이응로과 같은 한국 현대미술의 대가뿐만 아니라 1990년대 세계화 지형에서 성장한 최정화, 이불, 서도호, 사회 비평가로서 근대화의 이면을 탐색하는 포스트 민중 작가들, 한국화의 모색과 미디어 영상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진영에 따라 겹겹이 펼쳐진 한국 미술의 지층은 사실 어떤 지역의 미술보다 다채롭다. 다만 시장이 먼저 견인하고 이후 미술사에 편입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술의 갈래갈래 흐름을 어떻게 브랜드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현실적인 시장의 조건과 문화전략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K-ART 컨버세이션과 같은 세계 미술 인사들의 초대와 모임의 장이 아시아 미술의 허브로서 서울, 한국의 환경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간명하지만, 미술시장 애널리스트 클레어 맥앤드류가 제시한 미술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맥앤드류는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린 도면으로 ‘자산(Wealth)’, ‘미술계의 전문가 집단과 문화적 인프라의 확립(Expertise and Cultural Infrastructure)’, 그리고 ‘유리한 규제환경(Favourable Regulatory Environment)’을 그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콜렉터의 확대, 미술전문가 그룹의 양성과 시장 친화적 법제화라는 필요조건, 그 중 가장 큰 축이 ‘돈’이 아니라 ‘미술 친화적 인프라’라는 점은 흥미로운 지적이었다. 한국미술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미술 친화적 인프라, 이것이 원칙이자 전략인 셈이다.

  • 김미정
  • 필자소개

    김미정은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이사 및 「이중섭 카탈로그 레조네 연구」팀의 상임연구원으로, 한국근현대미술 전공 미술사가로서 한국 모더니즘과 현대미술운동에 관한 논문을 활발히 발표하고 있다. 2015년과 2017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미국 감정관련 단체들을 조사하고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미술품의 가치평가와 감정기반 구축 사업에 참여하였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차세대 감정가 양성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한국근현대미술품 감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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