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는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음악 전문 에이전시로 전통음악·월드뮤직·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음반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김성주 대표는 국악 작곡을 전공하고, 예술가들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회사를 설립했다. 공연계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은 숫자로 계산하고 효율을 찾는 과정이었다. 노력으로 ‘Beyond(비욘드)’를 만들어 가는 김성주 대표를 숙대 앞 사무실에서 만났다.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어려서부터 창작을 좋아했다. 그것은 새롭게 무엇을 구성하는 일이고 김성주 대표가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던 일이었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선생님이 내준 과제가 있었는데, 친구들은 그 나이답게 준비했다. 그러나 그는 BGM 음악에 퍼포먼스를 섞어서 전쟁터에서 탈출하는 상황을 무언극으로 연출하며 선생님도 놀랄 만한 작품(?)을 선보였다. 음악은 카세트테이프의 다양한 노래를 토막토막 녹음하는 정성을 들였는데,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은 그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었고, 이왕이면 허술하지 않게 잘하고 싶었다.

어릴 적 치던 피아노가 전부였고 인문계 고등학교 이과였던 남학생은, 한국무용 공연장에서 가야금을 처음 보았다. 이전에 국악을 접해 본 적이 전혀 없어서 ‘한번 해 볼까?’ 하는 호기심이 불쑥 올라왔는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전공으로까지 선택하게 만든 끌림이었다. 음대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허락했지만, 학교의 허락을 받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고에서 예체능을 한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비치던 때였고,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입학하고 ‘사자 돌림’의 직업을 갖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여겨지던 시기였다. 다행히 국악작곡과에 입학하게 됐고, 국악으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기를 꿈꿨다.

국악 작곡을 전공한 것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제가 창작을 좋아하니 나다운 것을 창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죠. 그리고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작품을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음악을 판단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어요. 사업할 때와 견줘 보면, 어쩌면 작곡은 수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계에 음표를 그려 넣듯, 상황을 판단해서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공부하면서 문화와 경영 사이의 빈칸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좋은 공연, 내가 만족하는 공연을 위해

대학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4년간 행정 조교 생활을 하면서 프리랜서 활동을 이어 갔다. 국립청소년국악관현악단과 대학어울림악단의 프로듀서를 역임하며 다양한 공연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연주자가 무대에 오를 때, 남학생들이 악기를 들고 올라가 하나하나 세팅하는 일이 많았고, 그것이 소중한 의식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데 무대 곁에서 지켜보며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프리랜서로 무대 곁에서 일하다가 하나의 의문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허술할까?’ 공연자의 수준과 국내외의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연예술과 관련된 시스템은 아직 제자리 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에요. ‘어떻게 하면 그들이 가장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까’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다 ‘안정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서 연주자들은 작품에만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해 회사를 설립했어요.

11년 차의 공연컨설팅그룹 비온뒤는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음악 전문 에이전시로 전통음악·월드뮤직·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음반을 기획 및 제작하고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여 세계무대에 소개하고 있는 역량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기획과 홍보 일만 했는데 자연스럽게 음반과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안정적인 프로세스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문화예술이지만 비즈니스의 영역이에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해서 내야 하는 것입니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에요. 숫자에 강해야 하죠. 작품 제작 전에 추후 스케줄과 예산에 대해서 논의하고 방향을 설계합니다. 그리고 큰 틀에서 움직이지 않고 모든 상황을 매니지먼트가 가능한 수준 아래 두려고 해요.

국악계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떠신가요? 누군가는 국악을 하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떤 음악 분야나 마찬가지니 결국 자신이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수익이 낮으니 문화예술계에 있는 회사들이 정부 예산의 보조를 받는데, 자칫하면 안주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가능한 저희는 지원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음악 프로듀서

김성주 대표는 경영자와 프로듀서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창작이니, 프로듀서가 되어 지금껏 선보이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 시간을 할애한다. 클래식과 전통음악의 장르를 구분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제 장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라고 답변한다. 한 예로 전통음악과 덴마크 무용 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한 달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했는데,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 자유국악단 ‘타니모션’, 국제영성음악제 ‘화엄음악제’, ‘순천만국가정원음악제’(현재) 등 공연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세상에 선보이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진예술가 기획 부문에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비온뒤는 국내의 실력 있는 연주가들과 매니지먼트를 체결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은 비온뒤가 ‘2013년 KBS국악대상’ 출판 및 미디어 부문을 수상하며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비온뒤만의 색깔을 가진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바람곶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원일 교수님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피디로 2006년부터 활동을 했는데 1~2년 후를 내다보면서 해외 진출을 준비한 프로젝트였어요. 2007년부터 거의 매년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공연했는데, 어느 날 공연을 본 노부부가 찾아와 연주자의 손을 꼭 잡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다양한 해외 공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 중입니다.

지속 가능하게,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 방법은 무엇일까요? 결국 ‘관계’겠죠. 대금 연주자 유홍, 생황 연주자 김효영 등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실력 있는 연주자들과 전속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일회성 공연보다는 연속적인 공연을 주로 하고, 연주자와 신뢰를 가지고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함께 알릴 수 있는 콘텐츠도 구상합니다. 그리고 여러 장르와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 타 장르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요. 비온뒤를 설립하게 된 이유이듯, 예술과 사람의 접점에서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김성주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주말에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주말에 쉬기 시작했다. 업무가 맞물려서 돌아가니 쉰다는 것도, 잠시 멈추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인터뷰를 끝내며 ‘왜 이렇게 열심히 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이유는 연주가가 올라가는 무대가 결코 허술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만족해야 관객도 만족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온 뒤 굳은 땅 위에, 기존의 수준을 넘어서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인생UP데이트

예술이란 내가 좋아야만 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많은 친구가 예술 관련 일을 한다는 것을 본인의 보호막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널널하게 일을 해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대기업의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면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듯, 후배 청년 예술인들도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을 병행하기를 바랍니다.

김성주 프로필
학력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작곡전공 졸업
-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졸업

주요 경력
- 前 국립청소년국악관현악단 프로듀서
- 前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전통예술아카데미 제작워크숍 과정 프로듀서
- 前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 자유국악단 타니모션 프로듀서
- 前 국제영성음악제 화엄음악제 프로듀서
- 前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강사
- 現 순천만국가정원음악제 프로듀서
- 現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 전통 부문 심사위원
- 現 국립국악원 운영자문위원회 위원
- 現 공연예술컨설팅그룹 비온뒤 대표
- 2013 KBS국악대상 출판 및 미디어 부문 수상(공연예술컨설팅그룹 비온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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