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개최의 의미

올 해로 14회를 맞이한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AIMAC, Association Internationale de Management des Arts & Culture, 학술지는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 학술대회가 지난 6월 24일에서 28일까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 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AIMAC은 1991년 창립 이후 격년제로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유럽과 북남미 대륙을 번갈아 가며 열린다. 하지만 점차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요도나 네트워킹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이 주최국으로 참여한 사실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무엇보다도 AIMAC 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미국 중심의 STP&A(Social Theory, Politics and the Arts, 학술지는 Journal of Arts Management, Law, and Society)도 아시아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문화예술경영 관련 학회의 학술대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된 상황을 살펴보자. 2012년에 국제문화경제학회(The Association for Cultural Economics International, ACEI) 학술대회가 일본 쿄토의 도시샤대학교에서 개최되었고, 2016년에는 서울의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국제문화정책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Cultural Policy Research, ICCPR) 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이런 사실을 돌아보면, 이제 문화예술경영을 둘러싼 근접학문이 아시아 지역에서도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17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 개막식 2017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 개막식

실제로 AIMAC 창립자인 몬트리올 경영대학(HEC Montréal)의 프랑수와 콜베르(François Colbert) 교수는 3-4년 전부터 베이징 예술대학에서 정기적으로 문화예술경영 특강을 진행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베이징 개최는 그러한 교류가 바탕이 되었다고 하겠지만, 실상은 AIMAC 자체가 시도해 온 아시아와의 파트너십과 함께 학술대회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한 베이징 대학의 의지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특별히 2017년은 국립 베이징대학교 개교 120주년이 되는 해여서, AIMAC은 이를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유치된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아시아 최초로 학술대회가 개최된 사실은 향후 북미 및 유럽 중심의 구도에 아시아적 특성과 고유한 면모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아시아 내부 국가 간의 문화예술경영 교류는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2017 AIMAC 프로그램 및 참여 동향

이번 학술대회에는 총 130여개의 발표가 이어졌고, 200명이 넘는 학자와 기획자, 예술경영인들이 참가하였다. 전체 프로그램은 박사과정 프로그램(24일, 25일)과 일반 세션 프로그램(26일, 27일, 28일)으로 진행되었고, 일반 세션 첫 날인 26일에는 만리장성 방문과 환영만찬 등의 문화 프로그램이 제공되었다. 첫 날 만리장성 방문은 베이징의 인구 밀집과 교통 체증 현실을 실감케 하는 기회가 되었다. 마침 일요일 오후여서 엄청난 방문객이 몰렸고, 결국 버스 안에서 장시간 대기하게 되면서 만리장성에는 문 닫을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학술대회 기간 내내 39도를 웃도는 고온에 교통체증과 미세먼지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학술대회장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해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 머물게 되었고, 그 덕에 세션 발표장 마다 많은 수의 참가자들이 모이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전체 발표 세션은 ‘소비자 행동’, ‘전략 경영’, ‘전략적 마케팅’, ‘조직 행동과 휴먼 리소스’, ‘재정 운영 및 거버넌스와 통제’, ‘기업가정신’, ‘문화정책’으로 구분되어 진행되었다. 소비자 행동 세션은 주로 관객 연구 분야로서 관객의 참여 동기와 요인 분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발표되었고, 전략 경영은 예술단체나 시설, 관객개발에서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 개발이, 전략적 마케팅은 다양한 마케팅 방법 및 전략이 소개되었으며, 이 세 주제는 가장 많은 발표자들이 집중된 분야였다. 문화정책 세션도 비중이 높은 편으로, 각국의 다양한 정책 이슈와 최근 기술 결합에 따른 정책 환경 변화 등을 주제로 많은 발표자들이 참가하였다.

2017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 세션 발표장 모습 2017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 세션 발표장 모습
2017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 세션 발표장 모습

특별히 아시아 지역의 발표 현황을 보면, 개최국인 중국의 발표가 23여개에 달하고, 타이완도 6개나 되는 반면, 마카오와 필리핀, 일본 등은 1개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도 필자와 장웅조, 민정아와의 공동연구 발표가 유일했고, 이진우와 이수희, 이보람은 현재 소속인 영국의 켄트대학교와 스털링대학교로 분류되었다. 정작 중국에서 학회가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국가의 참여가 낮다는 사실에 필자는 다소 의아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도 문제로 보게 되었다.

학술대회 마지막 날에 발표되는 우수 학술상 수상자는 박사과정과 마케팅, 경영 분야에 걸쳐 주어졌다. 박사과정에는 베이징대학교 린 리민(LIN Li-Min)의 ‘연극과 소비에서의 비용질병: 스페셜 픽스의 역전’(Theatre and Cost Disease in Consumption: an Inversion of Spatial Fix)이,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탈리아의 자니벨라토(Zanibellato)와 로진(Rosin), 카자린(Casarin)의 ‘박물관 경험을 위한 온라인 입소문: 온라인박물관 보고서 분석’(eWOM for Museum Experiences: An Analysis of Online Museum Reviews), 경영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곰보(Gombault)와 알랄 셰리프(Allal-Chérif), 데캉(Decamps)의 ‘남부 유럽 유산 조직에서의 기술 적용에 따른 행동’(ICT Adoption Behavior in Southern Europe Heritage Organizations)이 선정되었다.

아시아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은 어떻게?

이번 AIMAC 학술대회를 유치한 베이징 예술대학은 매우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1997년에 예술연구(Arts Studies) 관련 학과로 개설된 후, 2006년에야 예술대학으로 승격되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예술 및 문화산업경영’ 프로그램은 그 이후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 전체에 공통된 현상으로, 중국이 정책적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키우면서 대학별로 문화예술경영학과 개설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이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실제로 필자와 장웅조 교수(홍익대)는 국립타이페이예술대학교에 문화예술경영학과를 개설하기 위한 자문과 특강을 요구받은 바도 있다. 그것이 바로 지난 해 말의 이야기다. 게다가 올 해부터는 홍익대와 경희대, 중앙대 등의 문화예술경영학과 대학원에 중국학생들이 몰려와 한국학생의 수를 넘어서는 지경이다.

베이징대학교 국제교류센터 전경 베이징대학교 국제교류센터 전경

인구 강국 중국이 문화예술경영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고, AIMAC을 유치함에 따라 북미와 유럽과 파트너십을 이루게 된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학회를 유치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학술위원회의 일원이 되고, 동시에 몬트리올 경영대학에서 발간하는 웹진 <인터내셔널 아트 매니저>의 미디어 파트너가 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선점이 아니라, 아시아 내의 네트워킹을 이루려는 기회로 만들어가려는 의지와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아시아에서 문화예술경영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고, 각 지역마다 문화예술경영의 학문적 기반이나 제도적 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에 상호 교류가 주어지지 못한 점은 고민해 봐야 할 사안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필자로 하여금, 아시아 지역을 퍼시픽으로 확장하면서 호주와의 관계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호주는 AIMAC 학술대회를 2001년에 브리즈번의 퀸즈랜드 공과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개최하였고, 이어서 2003년에는 멜번대학교(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아시아 퍼시픽 문화예술경영 학술지>(Asia Pacific Journal of Arts and Cultural Management)을 창간한 바 있다. 창간호에서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문화정책 및 문화예술경영교육 관련 논문이 실린 것을 필두로, 주로 동남아시아권역과의 교류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이 학술지는 2015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발간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2015년 12월에는 아델라이드의 남호주대학교(University of South Australia)에서 STP&A가 개최되었는데, 필자는 당시 아시아 지역의 문화정책 논의 세션이 마련된 것을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극동 지역 내의 교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시아 지역 간의 교류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한국의 경우 대학 내 학과 개설이 2000년대부터 본격화되었고,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을 비롯하여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제도적 기반도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결코 취약한 환경이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축적된 교류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 2019 AIMAC 학술대회는 베니스의 국립카포스카리대학교(Ca' Foscari University)에서 6월 24일에서 26일까지 열린다. 많은 이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 박신의
  •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마치고,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정책, 박물관미술관경영 관련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청주시, 부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정책자문 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 서울문화재단 정책위원회 위원장,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특별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된 연구주제는 예술의 사회적 영향, 미디어아트 비즈니스 모델, 예술기업가정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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