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국제현대미술전시회 ‘비엔날레’를 기획, 조직, 운영하는 민간 법인으로, 올 해로 14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는 예술비엔날레가 없는 홀수 해에 광주시 위탁사업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매년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통해 국내외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예술기획 및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광주비엔날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요소들의 집합체임을 알 수 있다. 민간전문법인과 공공기관, 외부기획자와 재단조직, 미술전문가와 일반대중, 세계성과 지역성, 공공성과 시장성 등의 첨예한 이슈는 국내외 문화예술 환경의 흐름과 더불어 제도 운영에 영향력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행사 기획의 첫 단계는 재단이 차기 행사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국내외 기획자(예술총감독, 큐레이터 등)를 선임하는 것이다. 예술총감독은 그해 전시 행사의 주제를 설정하고 전시를 구성한다. 재단 직원은 감독의 기획을 ‘광주’의 구체적인 공간 안에서 ‘전시’와 ‘행사’라는 실체를 구현해가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전시기획자가 기획의 차별성, 전시 담론 구축 등 전문 분야의 내용적 성과에 집중한다면, 재단은 ‘광주비엔날레’의 존재목적에 부합하는 통합적 행사 기획과 그에 기반 한 질 관리, 실행의 안정성, 내ㆍ외부 여론 및 성과, 영속적 개최의 기반 구축 등에 초점을 둔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 있어 재단 직원의 코디네이팅의 성격과 역할은 무엇인가?

광주 비엔날레 현장 스케치

첫째, 전시기획자의 기획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재단이 오거나이저로서 행사 개최 목적이 반영되도록 전시 기획과 실행의 전 과정을 단계별로 조율해가는 것이다. 하나의 ‘행사’는 다수의 ‘협업’의 산물이다. 기획의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과정은 함께 고민하는 열린 장이다. 결국 전시기획과 실행의 기본 프로세스는 유사하지만, 매 행사의 실행 과정은 전적으로 독창적이다.

그래서 재단 코디네이터는 늘 배우는 마음으로 전시에 임해야 한다. 먼저, 기획자의 이전 전시 기획들을 분석하여 기획 성향을 파악하고, 기획자가 제시한 전시 콘셉트를 내용적으로 충분히 흡수해야 한다. 또한 참여 작가의 작품을 면밀히 분석하고 작가와 밀착하여 의사소통함으로서, 최적의 상태로 작품이 설치, 전시로 구현되도록 코디네이팅 한다.

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배움에 대한 열린 마음과, 인내심, 열정적인 몰입을 요구한다. 동시에 작가와 작품, 조직 및 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실행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에 의한 노하우가 만날 때, 공공 행정 시스템 속에서도 유연성 있는 코디네이팅이 가능해진다.

둘째, 기획자의 전시 실행 방식을 지원할 수 있는 상호간 관계 설정과 효율적 협업 시스템을 단기간에 구축해내야 한다. 이 과정은 서로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때로 힘겨루기가 나타나는 지난한 과정이다. 예술행사 실행 조직으로서의 유연성은 바로 이 과정에서 나타난다. 때로 ‘예술’ 분야의 특수성이 공적 행사가 준수해야 할 행정 및 예산 집행 절차 등과 맞지 않아 갈등이 일기도 하지만 결국은 최고의 ‘전시’ 실현이라는 공통의 목적 속에 용해되어 간다. 재단의 목적 성취와 기획자의 창의성과 열정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셋째, 지역 기반으로 주최하는 행사들의 공통된 화두, ‘지역’과의 관계성, 혹은 ‘지역성’의 반영, 지역에 남길 성과에 관한 문제이다. 기획자는 지속적으로 보이지 않는 두 가지 요구에 직면한다. 하나는 ‘지역’을 학습하고, 그 안에 깊이 스며들어 잠재적 혹은 우호적 광주인으로서 그 앎과 발견을 ‘전시’에 담아낼 것과 다른 하나는 당해 전시기획의 성과로서 지역에 남길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의 구현이다. 단기간에 성취하기 어려운 과제이며, 동시에 공공적인 책임감이 크다.

광주 비엔날레 현장 스케치
보통 기획자는 광주의 구체적인 역사와 공간, 문화, 예술, 작가 및 여타 관계자 리서치와 면담을 실시한다. 이미 광주에 관한 선지식과 경험을 가진 기획자도 있으나 ‘광주’와 ‘광주비엔날레’를 새롭게 학습해야 한다. 이 짧지만 밀도 높은 과정에서 재단은 가장 적합한 정보를 수집, 연구 조사하고, 동시에 여러 이해관계 및 사회문화적,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며 코디네이팅 해가야 한다. 이 과정은 지역민을 비롯하여 다수의 일반관람객의 욕구를 읽고 참여의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매해 새로운 전시 콘셉트를 열정적으로 제시하는 기획자, 작가와의 만남은 기대감과 동시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을 어떻게 코디네이팅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지 업무적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관계에서 각자의 역할에 대한 열린 인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퓨전 음악가들은 기존에 자신이 익힌 기법과 다르거나 때론 상충되는 기법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롤랑 권지니(파리국립음악원 학과장, 2009광주디자인비엔날레 ‘소리’ 협력큐레이터)는 ‘즉흥’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타자에 대한 관찰과 타자를 통한 자아의 관찰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관찰은 상대방의 원칙을 이해하는 쌍방 간의 동등한 교류로서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서로 열린 마음과 유연성의 자세를 지닐 때 즉흥 연주 본연의 의미가 살아난다는 것이다.(‘광주국제디자인워크숍’ 중 발췌, 삽입)

하나의 대규모 전시행사를 코디네이팅 하는 과정은 다양한 문화와 예술 경험과 이해 그리고 제도와 관계의 혼성이 충분한 숙련을 통과하면서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즉흥 연주와 유사하지 않을까. 그 몰입과 일체감의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 변주의 즉흥 속에 서로를 열 때 모든 차이와 경계는 녹아들고 전시 행사는 완성되어 간다.

ⓒ 사진 : 모철홍, 광주비엔날레 전시팀


천윤희

필자소개
천윤희는 학부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박물관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 ‘문화매개 개념을 통해 본 광주비엔날레 진흥방안 연구’로 석사논문을 마친 후, 2002년 (재)광주비엔날레에 입사했다.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오가며 홍보, 전시, 축제, 교육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개인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예술경영, 네트워크를 탁월케 하는 ‘매개와 매개자’에 관심을 갖고 글쓰기와 강의, 소소한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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