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스튜디오 운영자 겸 페어 기획자인 워크스는 일상의 경험을 페어 기획과 실행으로 발전시킨 <과자전>으로 짧은 시간 성공과 좌절을 맛보았다. 콘텐츠 있는 페어를 기획하는 디자이너로서의 가능성에 다시 도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같은 학번 동기가 뭉쳤다

‘워크스(Works)’의 멤버 이연정과 이하림은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 07학번 동기다. 2011년 대학 4학년 때 스몰 스튜디오 개념이 지금처럼 보편적이진 않을 무렵 덜컥 그래픽 스튜디오를 열게 됐다. 이들의 시작에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단지 작업을 정말 많이 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만든 거라서 이름도 ‘워크스’로 지었다.

두 사람은 공업디자인 전공이라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는 싶어도 인연을 만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셀프 프로모션 개념으로 지인들과 SNS에 스튜디오 오픈 행사를 열어 워크스의 존재를 알렸다. 그 행사 후 공간을 홍보하려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튜디오 한 쪽에서 창작물 위탁 판매를 4년 정도 했다.

둘이 같이해야겠다는 계기가 있었나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작업을 많이 해 보고 싶은 욕망만으로 작업실을 구했던 건데, 학교를 다니면서 동시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느라 막막하고 어렵기만 했죠. 그렇다고 취업이 아닌 다른 걸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작업 공간을 얻었으니 이왕이면 정식으로 이름을 붙이고 활동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겁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태원 우사단길에 작업실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일반적인 이유로 월세가 쌌어요. 저희가 여기에서 6년째 지내고 있는데, 처음엔 권리금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2년 사이에 권리금이 생기고 월세도 올랐어요. 저희가 작은 부분까지 고치고 다듬어서 만든 곳이라 애착이 많은 공간인데, 앞으로 어떻게 지역이 변해갈지 조금 걱정되긴 해요.

과자전, 재미있는 발상의 시작

워크스 활동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걸 꼽으라면 단연 <과자전>이 될 것이다. 수많은 아이템이 있었을 텐데 특별히 <과자전>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에 사는 친구를 둔 덕에 자주 일본으로 놀러 갔고, 그곳에서 지역의 디저트 문화를 경험한 것이 계기였다.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서 그 지역 사람들이 직접 디저트를 만들고 패키징까지 해서 판매하는 작은 코너를 보게 된 것이다. 당시는 2010년 초반이라 국내에는 디저트 문화가 지금처럼 활발하진 않았을 때다. 그때 직감했다. 과자를 아이템으로 작업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과자를 가지고 전시를 해 보면 어떨까”라고 둘이서 우스갯소리로 해 본 말은 곧 현실이 됐다. 프로젝트 운영에 관한 이야기 중에 디저트를 소재로 가상의 행사를 기획해 디자인을 해 보자 싶었다. 과자를 주제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디자이너의 작업을 선보일 수 있을까 생각했고, 첫 번째 <과자전>을 2012년에 이 공간에서 열었다. 행사 이름은 친근하고 담백했으면 해서 ‘과자’라고 이름 붙였다. 과자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판매하는 페어 형식을 생각했다. 그때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박지성)와 함께했다.

<과자전>은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하셨나요? 사실 세밀한 계획이나 기획 같은 게 없었어요.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과자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형식이었고, 2014년부터는 굿즈 같은 것도 판매하기 시작했죠. 요즘에는 과자 관련 문화를 중심으로 워크숍, 전시, 과자 관련 아트워크의 엽서 등과 같은 영역까지 확장해 보려고 고민 중이에요.

꽤 성공적인 사업이었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과자전>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사한 명칭이나 소재의 행사가 만들어졌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디저트 페어의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디저트 문화에서 파생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2015년에는 너무 성공해서 오히려 망했어요.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몰려서 시작 1시간 만에 준비해 두었던 과자 4만 개가 모두 팔리고 안전 문제가 제기돼 행사가 취소됐어요. 작년은 빚도 갚으면서 지난 과정에 대해 피드백을 하면서 재기를 다지는 해였어요.

2017년 <과자전>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가요? 5월에 코엑스에서 진행하는데, 저희는 ‘씨페스티벌(C-Festival)’의 일부 프로그램으로 참여해서 티켓 수입이 아닌 부스 수입이 중심일 거 같아요. 전에도 저희는 부스 판매가 수입의 대부분이었고 판매 수수료는 효율적이지 않아서 안 하고 있어요. 2015년 실패로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으면서 0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즐거움

상업적인 페어를 젊은 디자이너들이 기획하고 5년 넘게 행사를 지속해 온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 학생이었을 무렵, 그저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래픽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디자이너 일도 하면서 동시에 페어 기획자로서도 활동했다. 짧은 기간에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도 많이 타봤다. 힘들지만 그만둘 수 없었던 이 직업의 매력이 있다.

페어 기획자라는 활동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시간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좋긴 해요. 무엇보다 디자이너가 그래픽 디자인을 할 때 대부분 협력적 위치에 머무는데, 페어 기획자로서 프로젝트 전체를 이끌어 가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물론 그게 어려운 점이기도 하죠. 경제적인 어려움은 너무 당연해서 말하기 뻔하고 수입이 들쑥날쑥하긴 해요.

페어 기획자 말고, 디자이너로서 하신 작업 중에 소개해 주실 것이 있다면요? 저희는 <과자전>을 별도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워크스란 이름으로 브랜딩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요. 시간과 조건이 허락하는 상황에서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하는 전반적인 작업을 하는 거죠. 작년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우리동네 아트페어’ 사업인 <퍼폼>의 포스터, 티켓 등 비주얼 부분의 그래픽 디자인 일을 했어요. 앞으로는 이런 작업도 좀 더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워크스 활동에서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제도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과자전> 행사가 공공 기금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페어 영역에서는 콘셉트가 너무 독립적이고 실험적이라 하고, 시각예술 부분에선 예술이 아니고 생활 문화에 가깝다고 해요. 그런데 생활 문화 부분은 동아리나 전통예술이 강세라서 몇 번 하긴 했는데 거기에 맞는 지원서 작성을 하기 어렵더라고요.”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런저런 많은 작업을 해 오면서 피부로 느낀 젊은 기획자들의 바람은 하나다. 중간적 성격을 가진 기획과 행사에도 제도적 지원이 있다면, 좀 더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획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하루빨리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 자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제2, 제3의 워크스의 등장에 기대를 걸어 본다.

인생UP데이트

디자이너이면서 기획도 하는 청년으로서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하고 싶은 분야에 관련된 여러 가지 경험을 해 보고 나서 시작해도 괜찮다는 거예요. 저희가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한 2010년 무렵에는 청년 창업에 관한 교육이나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 처음 2년간은 취미처럼 그냥 무작정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패도 크게 했죠. 간혹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취직하지 않고 바로 창업해서 스튜디오를 차리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가 그렇게 시작해서 부족한 면이 많았고 실수도 잦았고 아까운 시간을 버리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은 기획이나 마케팅 파트에 도움이 될 만한 단체나 회사 등에서 경험을 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에서 배우면 더 좋겠지요.

WORKS[이연정, 이하림] 프로필
학력
-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졸업

주요 프로젝트
- 과자전(2012)
-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삼청점 토탈 그래픽 디자인(2014)
- 크리스마스 과자전, 킨텍스(2014)
- 과자전6: 서울과자올림픽, 잠실종합운동장보조경기장(2015)
- 과자전: LOVE&THANKS, 코엑스(2016)
- 국립현대무용단 2017 달력, 다이어리 디자인(2016)

주요 전시
- Everyone Makes Everything, KCDF(2013)
- GRAPHIC ‘XS: Young Studio Collection’, Propaganda Press(2015)
- SeMA Blue 서울바벨, 서울시립미술관(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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