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은 본래 국악을 전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홍대의 대표 음악 페스티벌인 ‘잔다리페스타(ZANDARI FESTA)’의 사무국장이다. 또 드랙퀸 차림과 요염한 몸짓으로 구성진 민요를 부르는 화제의 민요록밴드 씽씽(SsingSsing)을 매니지먼트 한다. 천천히 그러나 목표와 의지를 담아 나아가는 발걸음을 따라가 보았다.

국악에서 시작해 동아시아학 전공으로, 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 현재는 씽씽의 매니저라는 직업을 갖고 계시는데 어떻게 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나요? 중학교 때부터 국악을 시작해 대학교에서 타악을 전공했습니다. 외국어를 좋아해 외고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몸이 좋지 않은 저를 걱정하신 어머니의 뜻에 따라 진로를 바꾸게 되었지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막상 대학에서는 음악에 취미가 없음을 깨닫고 이것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들었어요. 그러던 중 정가악회 활동을 함께 하면서 ‘한국음악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연주보다는 이 고민을 연결해 한국문화, 한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더욱 알고 싶었어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콜롬비아로 가 3년을 보내면서는 문화예술 행사에 통역이나 의전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지에서 정식으로 일하기 위해 공부가 더 필요해 당시 유일하게 스페인어권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살라망카 대학원에 진학해 동아시아학을 공부했고, 고급 스페인어를 배우는 데 주력했어요.

졸업 후 한국에 오니 친분이 있던 뮤지션들이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고 그들 중에서는 해외 진출을 갈망하는 팀도 있었지만 중간에서 실무를 하는 사람도, 할 줄 아는 사람도 없더라고요. 그 일을 슬슬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NEXT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 근무하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업 기획으로 프리마베라사운드(Primavera Sound)라는 손꼽히는 음악축제에 한국 뮤지션 3팀을 소개하면서 지금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로서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인지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씽씽과 더불어 ‘박박parkpark’(이하 박박)이라는 공연예술 프로젝트팀에서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고, 또 쇼케이스 페스티벌 뮤직 마켓 ‘잔다리페스타(ZANDARI FESTA)’에서는 사무국장으로 있어요. 이 두 가지 외에는 일회성으로 국제 다원예술 레지던시 ‘첩첩산중 Deep in the Mountatins’의 프로듀서 6인 중 한명으로서 초청할 예술가들을 선정하고 사전 커뮤니케이션과 항공 스케줄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많고 다양한 일들을 해내는데 필요한 역량이나 능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무슨 일이든 ‘허허’ 웃어넘겨요. 저와 같은 업무에 대해서는 흔히 외국어를 최우선 요소라고 생각하시는데, 아주 잘하지는 않더라도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년 정도 하다보면 거의 누구나가 어려움 없이 일에 필요한 정도는 익힐 수 있어요. 매니지먼트를 하다 보니 중간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정을 잘 해야 합니다. 또 멀티태스킹도 필수입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빠르게 판단하고,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이요.

씽씽은 민요록밴드라 불리면서 미국 유명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후 반응이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2017년 해외 투어 중 미국 공영방송 라디오 NPR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에 출연하고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어요. 씽씽이 2015년에 시작되었고 저는 그 다음해에 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 일하면서 그들을 소개했고, 귀국 후부터 매니지먼트 일을 제안 받아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었어요. 당시 예경의 센터스테이지코리아 사업 일환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페스트(GlobalFEST)에 참가하면서부터인데, 그 해에 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서는 국내 일도 많아져서 지금은 국내외 매니지먼트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씽씽밴드(SsingSsing)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좌) 및 호주공연예술마켓(APAM)에서의 공연 모습(우) 씽씽밴드(SsingSsing)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좌) 및 호주공연예술마켓(APAM)에서의 공연 모습(우)
씽씽밴드(SsingSsing)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좌) 및 호주공연예술마켓(APAM)에서의 공연 모습(우)

음악에 대한 기준이나 선호가 매니지먼트 하는 팀의 음악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전공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매니지먼트 하는 팀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확신은 필수입니다. 이것은 팬심과는 달라요. 팬심이 주관적인 시각과 취향에 가깝다면, 저는 씽씽과 박박의 공연만큼은 아티스트가 원하는 본인의 음악적 방향과 노선을 똑같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저와 성향이 굉장히 잘 맞기도 하구요. 그들의 공연을 팔고 알리는 것이 제 직업인데 그러한 이해와 확신이 있어야 아티스트를 대변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지요.

본인이 느끼는 매니지먼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왜 20대 초반부터 이 일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다 보니 연주자, 예술가가 되는 것보다 재미있습니다. 프로모터와 연락해 해외 스케줄을 짜고, 함께 투어 여행을 떠나 공연을 성사시키고, 현장에서 우리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후 정산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소화하는 과정이 좋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조화롭게 해내는데 자신만의 철칙이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최대한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업무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물론 밤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잔다리페스타를 하다보면 일 년 중 한 달은 낮밤도 잠도 없이 일하기는 하지만요. 사실 매니지먼트 일은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고, 그걸 일정대로 따라가면 되거든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일 외의 시간도 존중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프리랜서로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해외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독특한 입지를 다지는 나만의 프리랜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잔다리페스타, 씽씽, 박박을 다른 아티스트나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는 페스티벌, 예술가로 만들고 싶어요. 현재로서는 해외 네트워크 커넥션을 가지고 네트워킹을 활발히 해나가는 것이 최우선 아닐까요? 다행인 것이 저는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하고 국내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잔다리페스타에서도 일하고, 씽씽과 다른 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을 모두 하고 있습니다. 상호간에 순환이 일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지요.

아직은 매니지먼트라는 영역이 생소한 단계인데 앞으로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어요? 사실 아직 낯선 직업군이고 체계화도 되어있지 않다보니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꾸준히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젊은 아티스트는 많지만 그들은 경제적으로 인건비를 주면서 사람을 고용할 여건이 되지 않거든요. 내가 원하는 아티스트를 원하는 페스티벌, 음악시장으로 이끌 수 있느냐 역시 쉽지 않지요. 저는 아티스트들에게 주변에 이런 일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일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해요.

최근 예술계나 음악계에서 주목하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해외에서 인디씬이 굉장히 많이 커졌다는 게 2-3년 사이에 확연하게 눈에 띄고 있어요. 영미권이 아닌 유럽·아시아 아티스트의 활동 반경이 훨씬 국제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주류 음악은 여전하지만, 중간지대에 있는 음악씬이 좀 더 다양해지고 그 층이 두터워졌어요. 그 음악에 주목하는 관객들도 많아졌고요. 이러한 흐름을 타면서 현재 일하고 있다는 게 정말 운이 좋죠. “지금 아니면 못해!”라고 외쳐가며 일하고 있어요.

또 민감한 사안이지만 ‘미투 운동’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저 역시 어리지 않고, 예술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온라인 어딘가에 의견을 피력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건넴으로써 이것이 이상한 운동이거나 우리와 동떨어진 일이 아님을 말하고 있어요.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문화예술계를 만드는데 일조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지원시스템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한국의 예술지원기관이 참고했으면 하는 사항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 시스템이 나름대로 해외 지원에 관해서는 실무 면에서 다양한 방법, 다양한 루트로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해외 음악의 경우 뮤직 엑스포트(music export)라고 하는데, 민관이 협력해 브랜드화 시켜서 그걸 가지고 해외 페스티벌 쇼케이스에 적극적으로 뮤지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그런 경우에 정부지원이 굉장히 많습니다. 국내는 그런 지원사업 자체가 없지요. 잔다리페스타가 플랫폼 뮤직 마켓으로서 사후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대중음악, 페스티벌 관련 일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기관의 지원사업을 경험하고 있어요. 예경은 저의 의견도 그렇고 지원금을 주는 기관 중에는 조직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가 잘 되어 있는 기관으로 인정을 받고 있거든요. 국내 지원기관들에게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라면, 공연예술 산업을 꾸려가는 사람들 중 예술가나 페스티벌 오거나이저 외에도 수많은 역할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대로 명명하는 직군이 없을 정도로 그에 대한 노동의 가치가 인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아티스트 외에도 스태프와 관련된 지원금이나 그런 진로를 원하는 친구들을 발굴할 수 있는 지원금이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이정아
  • 필자소개

    이정아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웹진 <<예술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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