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길에 위치한 세실극장은 42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자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의 발현지이다. 지난 2018년 1월, 경영난으로 인한 폐관 소식 후 연극인과 관객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졌는지 지난 4월 11일 극적인 재개관 기념식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세실극장에 대해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이야기하는 서울연극협회의 방지영 부회장과 이재걸 팀장에게도 설레임과 치열한 고민, 열정이 느껴졌다.

서울연극협회의 세실극장 위탁 운영의 배경은 무엇이며,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2018년 1월 7일, <안네 프랑크>를 마지막으로 세실극장이 폐관되었습니다. 당시 극장을 운영했던 씨어터오 김민섭 대표가 서울연극협회 회원이었기 때문에 운영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요. 그 때의 세실극장은 어린이·청소년 성인 대상 공연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었고, 운영난을 해소하고자 아동‧청소년공연과 하루에 성인대상 공연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함께 교차로 무대에 올리고 있었습니다.

아시테지코리아(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와 서울연극협회가 대한성공회 측과 대관료협상을 통해 공동운영해 보려하였으나 결렬된 후 12월 말 언론을 통해 대한성공회가 폐관된 세실극장을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보도되면서, 역사적 유물이자 연극사적으로 가치를 가진 이 공연장을 다시 살려보자는 의견이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서울시의 문화예술과, 문화정책과의 미래문화유산팀, 그리고 역사도심재생과에서 본격적으로 세실극장을 기존처럼 극장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극계 원로 선생님들과 우리 서울연극협회도 자문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천 만원이 넘는 월세가 최대 걸림돌이었는데 서울시가 세실극장을 장기임대하고, 공모를 통해 순수예술단체에게 전대(재임대)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현재는 심의를 통해 서울연극협회가 전대하여 서울시와의 최종 협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7년 4월 11일 재개관 기념식의 모습 2017년 4월 11일 재개관 기념식의 모습
2017년 4월 11일 재개관 기념식의 모습

세실극장,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삼일로 창고극장 등 민간 소극장에서 공공의 성격을 가진 소극장으로 전환하게 된 공연장들의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극장은 하드웨어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선 소모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극장은 개보수 예산과 기간을 별도로 책정할 수 있지만, 민간은 수익창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연장에 재투자할 여력이 없다보니 처해 있는 환경이 점점 열악해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세실정도의 극장을 민간이 운영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거죠. 삼일로 창고극장도, 남산예술센터도 경제적인 운영난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또 그 안에서는 조금씩 다른 문제,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세실극장은 공공의 형식을 가진 민간형 공연장이에요. 하드웨어는 서울시가 투자하고, 소프트웨어는 우리 협회의 몫인데 이 공연장에 많은 민간 공연단체가 들어와 극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세실극장의 좌석은 234석, 보조의자까지 추가하면 최대 250석까지 확보할 수 있으며 프로시니엄 형태인 무대도 상대적으로 큰 편입니다. 지금 대학로의 대부분 공연장이 약 100석~150석 정도의 작은 규모입니다. 이런 면에서 세실극장은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향후 시설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에요.

서울시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실극장 유료객석 점유율 수지 예산을 제출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무지 손익분기점이 산출되지 않았어요. 대관료 수입이 발생한다고 해도 시설 투자비가 엄청나게 발생하니까요. 현재의 세실극장 정도의 객석수로는 티켓 1장 당 10만원 정도의 뮤지컬이 아니면 손익분기점이 맞춰지지 않습니다. 우리 협회의 의견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세실극장을 순수 연극단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운영한다면 당초의 ‘세실극장’의 탄생과 그 원형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콘셉트와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울시에서 자문을 구했던 각계각층의 자문위원들 역시 순수연극 중심의 극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세실극장의 향후 운영 계획은 무엇인가요?
① 프로그램 : 운영(기획/대관), 장르(공연, 전시)별 프로그램
연극 특성화 극장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연령별 타깃에 맞는 공연을 적재적소의 기간에 공연하자는 것인데, 예를 들면 방학시즌인 1-2월, 7-8월은 시기를 고려해 아동·청소년 극 위주로, 나머지 시즌에는 믿고 볼 수 있는 재공연 중심으로 편성할 예정입니다. 관객들이 ‘이 달에 세실에 가면 어떤 공연을 볼 수 있다.’라고 예측할 수 있을 만큼의 특성화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지난 4월 25일 단위협회장 등 전문가 중심의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극장의 방향성을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검토한 바, ‘교육’이라는 단어를 홍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지만, ‘예술을 좀 더 친근하게, 친절하게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교육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그 단어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수준 높은 연극 공연 관람이라는 예술을 매개로 한 교육적 방향성을 가지고 가려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대관중심으로 운영하되, 부족할 경우 직접 작품을 섭외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아울러 운영위원분들의 가장 큰 우려는 서울연극협회 집행부가 바뀌고 만약 운영위원도 바뀌어 극장의 방향성이 요동칠 것을 우려하셨습니다. 따라서 중장기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세실극장 예술감독제를 도입하고 운영위원회와 병행해서 운영하고자 합니다. 안정을 찾기 위해 3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합니다.

세실극장의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다양한 시도 중에는 부대프로그램 운영도 있습니다. 서울연극협회에 청소년예술교육분과 전문위원들이 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올해 ‘청소년연극제’ 중 중등부 연극만들기 체험과정을 정동역사탐구의 일환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려고 합니다. 정동지역에는 *‘대한제국의 길’과 같은 역사적 자료가 풍부합니다. 정동이 각 거점별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체험하고 이것을 세실에서 무대화하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시도하려 합니다.

* 대한제국의 길 : 대한제국(1897~1910년) 13년 역사를 간직한 (구)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을 비롯해 정동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 등 정동일대 역사문화명소 20여 개소를 연결한 역사탐방로.(정동역사재생프로젝트 일환)

② 극장 운영인력 구성 민간형 대관중심의 극장이기 때문에 상근인력은 극장장, 기술감독, 기획팀장 정도로 단순하게 배치하려 합니다. 그 밖에 프로그램 등의 기획인력은 필요시마다 협회의 다른 직원들이 서포트하도록 계획하고 있고요. 그 외에 두 가지 조직으로 움직일 예정인데 하나는 연극 전문가로 이루어진 ‘운영위원회’로 연극계 단위별 협회인 한국소극장협회, 한국극작가협회,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한국연출가협회, 평론가협회 등 대부분의 단위협회 대표들로 구성됩니다. 두 번째는 ‘정동 역사재생 지역협의체’입니다. 정동벨트 안에 있는 협의단체들로 언론사, 학교, 중구청 외에도 대한황실문화원, 정동극장, 문화재청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번에 협회가 새로 포함이 되어 극장을 보다 풍성하게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③ 재원조성 : 임대료, 운영비 마련 기본적으로는 대관료만으로 운영하지만, 기타 재원 마련은 민간 협회다보니 지원사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다만 소극장 지원사업과 더불어 서울시의 미래문화유산팀의 공모사업 등 세실극장이 가지는 특수성을 활용할 수 있는 지원사업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 외에 월세 지불은 언론에 알려진대로 1,100만원 중 1,000만원을 서울시가, 나머지 100만원은 협회에서 조달할 예정입니다. 공연단체는 할인된 금액으로 대관이 가능해요. 보통 비슷한 규모의 1일 대관료가 66만원~77만원정도(부대사용료 별도)에 반해 세실극장은 월 35만 원으로 저렴하게 운영할 것입니다. 아울러 로비는 별도 대관으로 전시 공간으로 운영하며 개방할 계획입니다.

④ 시설정비 : 극장 내부 리모델링, 옥상 시민 개방 당장 5-6월 중에는 화장실 개·보수에 들어갑니다. 공연장을 비어있는 상태로 둘 수 없어 하반기에는 대관공연을 진행하고요, 그 후 2019년에는 조명시설을 우선적으로 전면적으로 공사할 것을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외에 언론에 알려진 세실극장의 옥상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등의 시설은 서울시에서 주도하는 사업이에요.

관객 유치를 위한 홍보마케팅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세실극장을 잘 알지 못하는 젊은 관객들을 위한 별도의 방안이 있으신가요? 홍보마케팅에 있어서는 대관하신 분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시즌별 공동 홍보물을 제작하고 서울시와 연계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적극 홍보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대학로에 젊은 관객들이 이미 많은 상황에 굳이 세실에 또 별도의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양질의 믿을만한 공연을 선보이는, 신뢰받는 극장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연령을 초월해 관객이 스스로 찾는 극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서 세실극장을 ‘재공연’ 위주의 대관극장으로 말씀드린 것은,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선도적 입장에서 볼 때 극단들이 레퍼토리가 생겨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연극계는 지원금을 위해 계속해서 신작발표를 해야 하는 구조인데 한편으로 우리 안에서 콘텐츠(작품)가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하고 지켜주는 공간(극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세실극장 정도의 250석도 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극장이 이에 도전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세실극장 외에 서울연극협회의 2018년 운영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서울연극협회는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의 산하 16개 지회 중 하나로서 크게 3가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연극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현재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서울연극제가 있고,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서울연극의 국제 교류를 위한 ST-BOMB, 연극적 언어의 새로운 발견을 위한 미래연극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진연극인을 위한 잡페어 ‘서울연극브릿지페어’, 1년간 관람한 관객이 선정하는 ‘서울연극인대상’이 있습니다. 두 번째 서울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사업으로 ‘서울청소년연극축제’와 ‘서울시민연극제’, 종로구와 함께 하는 ‘종로구 우수연극전’이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지역 거버넌스 사업이 있습니다. 이 사업은 서울연극인의 창작을 고무시키기 위한 ‘서울연극인 창작지원센터’와 ‘연극인 맞춤형 주택사업’, ‘공연기획자 양성과정’,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중인 ‘충신동 연극인 마을 조성’ 사업이 있습니다. 이 사업이 흥미로운데, 충신동의 빈 집 3채를 활용해 ‘충신연극공유센터’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6월 완공될 예정이고, 연극인 레지던시와 북카페로 운영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 동네에 거주하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밖에 회원들을 위한 공연장 대관사업, 대학로 문화게시판과 서울공연전단마케팅, 문자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연극의 중심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이자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공간적 의미가 큽니다. 대학로에 있는 서울연극협회가 앞으로 연극인들의 예술창작을 고취시키고 서울연극의 저변확대에 더욱 힘쓸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으로 문화예술을 향유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이정아
  • 필자소개

    이정아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웹진 <<예술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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