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전2030’의 취지와 배경

지난 5월 16일 ‘새문화정책준비단’이 8개월 동안 고생 끝에 마련한‘문화비전2030, 사람이 있는 문화’(이하 문화비전2030) 정책발표가 있었다. 22차례의 준비단 회의, 6회의 분과별 현장토론회, 4회의 문체부 장관 및 실국 관계자 워크숍, 13회에 걸친 찾아가는 문화청책토론회 등 총 70여회에 결친 행사를 통해 만든 문화비전2030은 국가 문화정책이 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문화비전2030은 2004년에 만들어진 ‘창의한국’이래 처음으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틀을 갖춘 국가 문화정책 보고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문화예술계를 황폐하게 만들었던 블랙리스트 사태와 위계와 권력에 의한 예술계 젠더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운동(Me Too movement) 이후에 발표하는 자리였던 만큼 문화비전2030은 문화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문화비전2030은 어떤 취지와 배경 하에서 만들어졌을까? 첫째, 진보 정부 10년, 보수정부 10년을 넘어서는 새로운 문화비전의 필요성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문화가 정치, 경제, 이념에 종속되지 않고 개인의 기본권으로 인식되고 실천되게 하는 것이 문화비전2030을 만든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이었다.

둘째,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문화정책의 장기 계획이 필요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노동시간의 단축과 일자리의 급변에 따른 인간소외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플랜이 필요했던 것이다. 주지하듯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가 고조되었지만, 오랫동안 대립한 군사적 긴장관계를 완전히 해소하기까지 남북을 하나로 묶는 문화플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또한 인구감소와 기후변화, 에너지 소비 억제를 위한 생태적 삶을 살기 위해 문화가 사회변화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앞서 언급했듯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운동을 성찰하는 문화정책 수립이 필요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민간 중심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에서 광범위한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그에 따른 제도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투운동은 오랫동안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남성 권력이 자행한 젠더폭력을 고발하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 안의 블랙리스트를 거세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비전의 수립에 있어 블랙리스트 사태를 극복하고 미투운동의 의미들을 성찰하는 구체적인 실천과제들이 제시되어야 할 시점에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의 기본 가치와 철학에 충실한 문화비전 수립이 필요했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문화융성’이란 구호는 허구적 기표에 불과했을 뿐, 결국 그것은 검열융성으로 귀결되었다. 문화의 기본 가치가 붕괴되기에 이른 것이다. 문화가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표와 함께, 문화의 고유한 가치들이 사회 안에서 구현될 수 있는 기본 문제의식이 절실하다는 점이 문화비전2030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문화비전2030’의 3대 가치와 방향

이제 구체적으로 문화비전이 제시하는 3대 가치와 방향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문화비전의 3대 가치는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이다. 이는 ‘문화기본법’ 제2조의 조항을 참고했다. 문화기본법 제2조는 “이 법은 문화가 민주국가의 발전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임을 인식하고, 문화의 가치가 교육, 환경, 인권, 복지, 정치, 경제, 여가 등 우리 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하며, 개인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도록 하고, 문화의 다양성, 자율성과 창조성의 원리가 조화롭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로 되어 있다.

자율성은 개인의 자유로운 문화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성은 스스로 문화의 주체가 되고, 다양한 문화취향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한다. 다양성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신들의 문화적 힘을 펼쳐나가는 것을 말한다. 국적·인종·종교만이 아니라 세대·성·성차를 아우르고, 나아가 예술의 크고 작은 집단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