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연예술실태조사」에 의하면 1990년~1994년 사이에 대전에서 창립된 공연단체의 비율은 9.9%이다. 이 중 민간 공연단체는 9.7%, 또 그 중에서도 마당극과 같은 복합장르를 다루는 단체는 3.1%에 불과하다. 바로 이 3.1%에 속하는 (사)마당극패 우금치는 1990년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구조를 갖춘 조직을 운영하고 모든 단원이 극단 전업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8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에서 민간분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29년간의 단체 운영 노하우를 담은 발표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발표 현장에서 더욱 돋보인 것은 수상 후 서로를 얼싸안고 격려하던 단원 간의 모습들이었다. 대전을 기반으로 대전 변두리 포도밭 조립식 가건물, 폐교 등으로 장소를 옮기고 공연장상주단체로 청소년문화센터에 입주하다 현재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쉼 없이 꾸준히 달려 온 단체의 이야기를 서면으로 들어보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2018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에서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공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극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단체들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우금치는 대전의 자랑이다’, ‘대단하다’라고 말씀해주시지만 정작 우리 단원들은 대체 우리가 뭘 잘하고 있다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하거든요. 그저 해해년년이 버틴다는 심정이 더 크니까요. 공모사업에 지원하고 발표도 준비하면서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자는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상금에 대한 유혹도 없었다고는 못하겠어요.

마당극패 우금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1990년 창립 이후로 29년간 단체를 지속하고 계신데, 단체가 지금의 조직 운영구조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리 단체를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먼저 우금치의 전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8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민족극 계열 극단이 비약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에 대전에서는 1985년 대전충남지역 대학문화패 출신들로 놀이패 ‘얼카뎅이’를 창단하게 되었습니다.(이후 충남문화운동연합회로 확대 –당시) 농촌 순회 촌극,교육활동, 계몽활동을 하다가 1990년 ‘놀이패 우금치’라는 이름으로 정식 창단하게 되었어요. 단원들이 탈춤, 연극 동아리 선후배로 만난 사이이고, 그러다보니 예술단체로서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아쉬워 시작할 때부터 공동운영·공동창작을 지향하며 월급제·상근제·출퇴근제를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풍물·소리·춤 등 전통연희 장르를 배우게 되었죠. 창단부터 대표 외에 회계와 자료·기록정리를 담당하는 사무국과 단원훈련 및 창작을 담당하는 예술국으로 조직을 갖추어 시작했어요. 현재는 크게 대표와 운영위원회로 이루어져 있고, 총무국·기획실·기술국·예술국으로 규모가 꽤 커졌어요. 모든 단원이 배우이자 스텝이고 기획부터 행정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1991년 우금치 1기 입단식 사진(좌)와 최근 공연에서의 단체사진(우) 1991년 우금치 1기 입단식 사진(좌)와 최근 공연에서의 단체사진(우)
1991년 우금치 1기 입단식 사진(좌)와 2018년 우금치 단원들 사진(우)

‘마당극패’의 특성상 단원들 간의 화합과 공동체성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인 단체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같이 벌어 같이 책임진다는 공동체성 자체입니다. 다른 공연단체들도 그렇겠지만 우리도 창단부터 지금까지 가장 큰 화두이자 고민이 ‘공연으로 먹고 살기’입니다. 민간단체가 정부 지원금 없이 16명의 단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며 단체를 유지하기는 너무나 힘이 듭니다. 지원사업으로 받는 보조금에 해마다 목숨을 거는 것도 답답하기만 하구요. 더구나 지원사업·축제·문화복지의 확대로 무료공연이 많아져서 초청공연이나 기획공연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치관의 차이와 동인시스템 운영의 어려움이에요. 초창기에는 단원 모두가 같은 가치관과 지향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의사결정도 쉽고, 공동창작과 공동운영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점차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가치관과 공연시장이 변화하고, 내부적으로는 단원 간에 예술적 격차와 세대차이 등이 생기더군요. 동인시스템이나 공동운영, 책임제 등이 고지식한 운영방식은 아닌지, 제작시스템을 프로젝트 시스템으로 바꾸어야하는 것은 아닌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동운영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더디게 움직이게 됩니다. 여기에 단원들 간에 의견차가 생길 경우 토론에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구요.

셋째는 전문기획자의 부족을 들 수 있어요. 지원사업, 행정업무, 공연유통을 책임지고 갈 전문 기획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대전의 민간단체에 기획 하러 오려는 사람은 없죠. 앞서 언급했듯이 단원들이 작품 외적으로도 지원사업에 서류작성, 정산, 작품 홍보에 티켓 판매까지 하다 보니 늘 지쳐있습니다. 단원 개개인이 나는 예술가인가? 그냥 생활인인가? 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삽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금치를 지켜내고 있나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극단을 지속해 온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버티는 비결이라면, 공연을 하니까요. 작지만 공연으로 월급도 받으니까요. 첫째는 현재 순회하는 공연 레파토리가 7개가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공연이 가능합니다. 마당극이라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도 있구요. 그런 밑바탕에는 단원들의 극단에 대한 자부심과 주인의식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를 포함한 단원의 절반 이상은 ‘우금치가 내 인생이다’라고까지 이야기해요. 16명의 단원 중 7명이 우금치의 시작부터 함께 해 온 창단 멤버이고, 또 3명은 십 수 년을, 나머지 6명도 3~7년 정도 함께 해 온 사이에요. 어떤 일이든 선후배 상관없이 배우부터 스텝업무를 같이 합니다. 다른 곳에서 사회생활을 했던 신입단원이 이런 격 없이 지내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두 번째로는 합리적인 운영과 재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보통의 예술단체, 극단들은 대표가 중심이다보니 재정공유가 되지 않더라고요. 우금치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공유하고, 대표라도 10원 한 장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게 바로 신뢰의 기본이자 지금까지 우리가 지속될 수 있었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조·종례를 진행하고 부서별 주회의·운영회의, 월례회의를 개최합니다. 상·하반기에는 총회도 열고요. 회의를 통해 모든 사업과 이슈를 점검하고 논의합니다. 사실 이 방식이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에 참여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을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는 단점이 있기도 해요.

관객참여형 작품 <돼지잔치> 의 공연모습 관객참여형 작품<돼지잔치>의 공연모습

후원회원과 후원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지속적으로 후원금, 후원회원을 유치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384명의 후원회원, 3개 후원기업이 우금치를 후원해주시고 있습니다. 연간 정기후원금으로 약 6천만 원, 공연후원이나 기타협찬으로 2~3천만 원 등을 합산하면 후원금 규모는 연간 약 8천만 원 정도 됩니다. 사실 비결이라고 하기 뭐하지만 단원들이 문자나 SNS, 전화를 부분적으로 나누어 관리하며 회원들과의 관계 맺기를 하고 있어요. 초대권 발송이나 기부금영수증 발급, 소식지 발송 외에도 후원회원들에게 생일 메세지와 선물을 드리고 있습니다.

조직운영, 홍보마케팅, 재원조성과 같은 단체 운영에 변화를 시도하는 동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화를 위해 무엇을 시도하셨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자생력에 대한 위기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단체 운영 중 지원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70%가 넘습니다. 대부분 사업공모로 선정 되어야 하는 연간 사업이라 불안정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도 없습니다. 결국 대안으로 최대한 보조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적으로 재원을 마련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은거죠.
올해 처음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 ‘재원조성 모델발굴 사업’으로 컨설팅을 받아 기업후원행사 <별별첫만남>, 개인 후원행사 <마당포유>를 진행해 봤습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컨설팅이라서 단원들이 이해하고 해석 하는 데에 많은 차이가 있었어요. 결론적으로는 모든 것이 알아서 얻어질 수는 없고, 우리 일은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매우 만족스러운 점은 컨설팅을 해주셨던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고, 어려운 상황이나 판단이 힘들 때는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감 없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우금치를 평가해주고 조언해주어 자극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금치의 기획 능력을 파악 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별별마당 우금치’ 공간 및 ‘아마추어 마당극 잔치’ 행사 모습 ‘별별마당 우금치’ 공간 및 ‘아마추어 마당극 잔치’ 행사 모습
‘별별마당 우금치’ 공간 및 후원행사 진행 모습

마지막으로 우금치의 향후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28년간 전국을 누비며 공연을 해오다 2016년 대전 대흥동에 ‘별별마당 우금치’라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기업·개인후원·스토리펀딩까지 총 2억 7천 여 만원의 후원금으로 일부 공간을 보수한 상태인데, 아직 극장을 완성하지는 못해 본격적으로 작품을 올리지는 못했어요. 우선 극장 꼴을 갖추는 계획이 첫 번째이고 완성된 극장에서 활발하게 공연을 해내는 것이 그 다음 목표입니다.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극장 상설공연과 교육사업 등을 병행하고 순회공연·상설공연·마당극 저변확대를 위한 교육 사업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별별마당 우금치’를 대전의 명소 문화브랜드로 만드는 것입니다. 대전의 먹거리로 유명해진 성심당 튀김 소보루처럼 대전의 볼거리로 이름난 마당극패 우금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성장순
  • 필자소개

    성장순은 (사)마당극패 우금치의 배우이자 ‘별별마당 우금치’ 극장장이다. 우금치 공연기획을 총괄해왔으며 한국연극협회 대전시지회 부지회장이자 성결대·상명대·단국대에 출강 중이다. 마당극 <덕만이 결혼원정기>, 단편마당극 <말이 된 사마장자>, 소리 재담극 <리어왕>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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