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극장에서 예술가와 관객의 자리는 무대와 객석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극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사람들이 좀 더 친근하게 극장을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고안하거나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예술가 새로운 작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극장은 공연예술생태계의 거점이자 사회적 소통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weekly@예술경영]은  월간 고양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누리]와 공동기획으로 공연예술생태계의 거점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가는 극장의 운영사례를 싣는다./ 편집자 주
아트센터는 예술가, 대학생 그리고 연구자나 학문적인 문화전문인들을 환대하며 이들의 연구와 새로운 창작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 점은 예술센터가 사유와 창조의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다양한 지평의 예술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이 이용하는 극장 안의 여러 스튜디오는 지역의 복지, 문화서비스 공간으로의 역할과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우선으로 하는 예술정책을 보여준다.

엉갱래뱅(Enghien­-les-­Bains)은 파리 샹젤리제에서 14킬로 떨어진 곳에 있다. 파리 북역에서 15분 간격으로 기차가 있으며 또한 기차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파리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있는 도시이다. 파리에서 쉽게 이 도시를 방문할 수 있다는 지리상의 이점과 프랑스 최초(1878년)의 카지노가 있는 엉갱시는 풍요로운 자본의 흐름과 함께 생동감 넘치는 활기를 띠며 문화산업이 활발하다. 또한 자연적 특혜인 온천과 호수가 있어, 온천치료와 호수의 수상스포츠가 이 도시의 또 다른 특징이다. 도시의 아늑한 분위기는 휴가를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을 쉽게 이 도시로 불러들이고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산업을 꽃피울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진 엉갱시는 2002년 아트센터(Le Centre des Arts)를 개관하였다. 엉갱래뱅 아트센터는 현대예술창조의 장으로서 다양한 예술장르의 전시와 창작공간으로서뿐 아니라, 예술적 사유와 매개 그리고 예술을 보급, 확산하는 공간으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예술과 변형된 창작형식의 특성화

엉갱래뱅아트센터 외관
아트센터의 예술정책은 현대의 디지털예술을 발전시키면서 연극보다는 좀 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장르인 전시, 음악콘서트, 무용, 퍼포먼스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패션 망가(Fashion Manga, 망가는 일본어로 ‘만화’를 뜻한다)는 의상, 음악, 비디오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기획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예술정책은 아트센터가 2007년부터 디지털 아트와 관련하여 문화부의 사회보호기금을 지원받으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또한 아트센터는 이질적 장르간의 접목을 통한 혼합형식을 수용하는데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다. 예를 들어 이곳에서 공연된 <신체역학 M&eacute;canique du corps>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상호연결(l';interface)을 다루고 있다.

2002년 개관 이래 아트센터는 무대예술, 시각예술, 영화, 디자인예술의 혼용, 다양한 장르간의 접목, 문화상호주의 작업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주력하고 있다. 이는 예술가들의 예술적 창조영역을 그들의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 안에서 확장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술센터는 예술적 작업의 새로운 장(場)으로서 정의된다.


지역 문화복지에 기여하는 정책

극장 내부아트센터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층에는 접견로비와 550제곱미터의 중층구조의 전시실이 있고, 콘서트와 공연이 가능한 400석의 극장이 있다. 2층에는 시립음악학교의 아마추어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음악실습을 위한 스튜디오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리고 무용연습을 위한 스튜디오와 현대기술과의 접목을 위한 두 개의 컴퓨터 스튜디오를 두어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지역의 복지, 문화서비스를 위한 역할과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우선으로 하는 예술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극장구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트센터의 정책은 이 지역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작품창작이 가능하도록 경제적으로도 지원한다. 그리고 아트센터는 작업실 운영에서 학생들이나 관객들이 예술가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거나 예술가와 관객간의 상호 소통에 중점을 둔다. 현대예술가와의 만남과 토론은 관객들의 감각적 기능을 발전시키며 상호교환 방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된다.


일상적 소통을 유도하는 &lsquo;뱅뉴메리크&rsquo; 축제

아트센터는 엉갱시의 휴양도시라는 특징을 최대한 활용하여, 예술기획에서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청각적인 장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2005년에 완전히 새롭게 개축한 카지노의 재개장과 함께 아트센터가 기획한 뱅뉴메리크(Bains Numeriques) 축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축제는 공연장소를 예술센터가 아니라 도시공간으로 확장시켜 새로운 관객들과의 만남을 촉진할 뿐 아니라 예술을 일상적 삶속에 융화시키며 도시의 사회적, 경제적 삶의 중심에서의 예술 창작을 지향하고 있다. 축제 기간의 모든 공연들은 무료이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지역주민들뿐 아니라 이 도시를 방문한 많은 이들에게 확대된 예술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매년 열리는 이 축제를 통한 국제적인 만남의 기회는 아트센터가 현대예술의 전문적인 메카로서의 위치를 굳건하게 하였고, 2007년 1월에 디지털예술네트워크 랜(RAN, R&eacute;seau Arts Num&eacute;riques)을 설립하게 하였다. 랜에는 현재 스물다섯 개의 문화기관과 연구기관이 연결되어있는데, 특히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찾아내어 이 참신한 프로젝트가 실현되도록 도와주거나 동참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창작물과 국제적 작품들의 만남을 도모하면서 문화적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 디지털예술축제 뱅뉴메리크 #4 올해 6월5일에서 13일까지 네 번째 행사가  열리는 엉갱래뱅의 국제디지털예술축제 뱅뉴메리크는 2005년에 시작되었다. 축제는 크게 설치, 퍼포먼스,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스펙터클-예를 들어 카지노 앞에서의 비디오 상영과 호수 위에서 이루어지는 콘서트- 등이 있으며, 또한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리고 창의적인 예술창작활동을 후원하기 위해 대상, 독창적 창작상, 그리고 춤과 새로운 기술 부분의 젊은이들을 위해 프랑스-퀘벡인협회상을 수여한다.



전위적 예술활동의 적극적 수용

아트센터의 예술적, 기술적 의지는 예술가, 대학생 그리고 연구자나 학문적인 문화전문인들을 환대하며 이들의 연구와 새로운 창작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 점은 아트센터가 사유와 창조의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다양한 지평의 예술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는 엉갱시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뱅뉴메리크 축제를 통해, 아트센터가 예술과 일상의 삶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고자 노력하는 예술가들, 비디오예술가, 안무가들을 발견해 상을 수여하면서 예술가들의 새롭고 도전적인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신체역학> 공연장면, 뱅 뉴메리끄 축제의 영화-콘서트 공연, 뱅뉴메리끄 축제의 <Electronic Shadow> 공연


또 다른 예술기획으로서의 출판

또한, 엉갱시의 아트센터는 예술공연만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다른 아트센터와는 달리, 출판사업을 병행하여 그들의 예술기획에 의해 이루어진 작품들을 설명하는 또 다른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출판사업은 아트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예술감독인 도미니크 로랑(Dominique Roland)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데 모든 전시와 공연작품의 모음집, 때로는 CD나 DVD가 포함된 작품모음집을 출판한다. 이는 단순한 카탈로그 수준을 넘어서 있으며, 이미 스물다섯개의 작품집이 출판되었으며 전문가, 비평가, 예술가, 학자들이 다룬 각각의 주제들은 매우 진보적인 내용들이다. 아트센터의 출판은 대중에게 인정받으며, 전문가들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재인식된 표명을 드러내는 유일한 장(場)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하형주

필자소개
하형주는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 파리 8대학 공연예술 연극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공연예술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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