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창업의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창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문화예술 창업 생태계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현장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대담을 진행했다. 실제 창업을 통해 누적된 경험, 제도 정책에 관여하며 느꼈던 답답함, 창업에 뛰어드는 예술가들에 대한 조언까지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일시/장소 : 2019. 2. 27.(수) / 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진행 : 안태호(웹진≪예술경영≫ 편집장)
참석 : 박동수(동수상회 대표, 문화예술기획자)
성진경(크라우드펀딩 중개사 오마이컴퍼니 대표)
안재동(중소기업진흥공단 일자리지원팀장)
조인선(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 대표, 웹진 편집위원)

안태호 : 각자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성진경 : 사회 이슈, 예술, 농식품 등 다양한 분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예술 분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오마이컴퍼니도 창업 지원을 받았다. 2011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1기로 시작해 예비 사회적기업-사회적기업 순으로 인증 단계를 밟아 왔다.

안재동 :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국내에 도입하는 역할을 계기로 조직에 들어오게 되었다. 정책자금 신용위험 평가모형을 만들었었고, 지금은 기업 현장에서 적용하는 일을 맡고 있다. 취미는 아트딜러다.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많고, 창업 과정도 몇 번 거치긴 했는데 하다 보니 공공 기관에서 월급 받는 게 안정적이란 생각이 들더라(웃음). 북경 청년 미술가협회의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박동수 : 그림을 그리던 작가였다가 기획으로 전환한 케이스다. 공공미술 시작 단계에서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꽤 오랫동안 진행했다. 서울디자인재단, 경기문화재단 등에서 일했다. 기관에 있는 게 안정적이고 좋긴 한데 기관 외의 활동도 해 보고 싶어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 사업 영역이 다양한데, 문화 정책과 관련한 일을 주로 한다. 작년엔 한 광역지자체 문화예술교육 법정 계획 책임연구를 시행했고, 지금은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창업 지원 정책을 만드는 데에 관여하고 있다. 동수상회라는 쌀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단순히 쌀을 판다기보다는 문화기획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 보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조인선 : 13년 동안 아쟁을 연주한 연주자다. 국악도 케이팝처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국악계의 YG를 표방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국악 시장이 작다 보니 한복, 공예, 한식 전통 등을 모두 다루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지금은 150여 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창업인가

안태호 : 문화예술 분야 창업이라고 하면 기획자 베이스의 창업이 있을 수도 있지만, 창작자들의 창업도 있을 수 있다. 창업의 개념을 먼저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기획자나 창작자 개인이 아닌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창업이라고 볼 수 있나? 사업자 등록을 내는 것부터 창업인가? 창업의 개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까.

안재동 : 법적으로 창업은 사업자등록을 전제로 한다. 문화예술 단체는 사업자등록증 없이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비영리 쪽으로는 가능하다. 보조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영리사업은 가능하지 않다.

박동수 :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 창업에 대한 법적인 해석은 다양하다. 하지만, 예술계에서의 창업은 뚜렷하다고 본다. 저는 예술 행위로 먹고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본다.

성진경 : 크게 보면 법인이든 개인 사업자든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부터 창업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 육성 과정에서는 법인을 내야 창업으로 인정한다. 1인 기업이어도 법인을 내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한다. 사업자등록과 법인등록, 두 가지가 엮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인선 : 예술인 창업에 특화된 입장에서 보면, 일반 창업과 예술인 창업에 차이가 있다. 경영가가 예술을 소재로 창업하느냐, 예술가가 창업을 하느냐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예술가는 창업 관련 공부를 한 적이 없으니까. 최근에는 예술인 창업 분야가 따로 분리되는 추세로 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도 예술인 창업 지원 사업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예술인 창업에 대해서는 별도 트랙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안태호 : 문화예술 분야는 여러모로 안정성이 부족해서 창업을 조명하게 되는 듯한데, 대개는 창업 이후에도 영세성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인선 : 창업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다. 사업자나 법적 판단 기준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남들이 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서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이 창업 아닐까?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모두가 영세하고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안태호 : 예술 분야가 시장 확보에 힘든 측면이 있다. 일반 제조업에 비해 시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영세성이나 불안정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안재동 : 정책 입안 측면에서는 영세성이란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통상 소상공인, 소기업, 금융에서는 소자산기업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한국 총 근로 사업체 수가 3,671만 개이고 그중 3,137만 개가 소상공인이다. 영세성, 소규모 사업자가 일반적이라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사실, 사업에서 가장 힘든 건 실패의 두려움 아닌가? 5년 이내 실패 확률이 80%에 달한다. 소자산 창업의 경우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다.

성진경 : 모든 창업이 어렵고 영세한 데서부터 시작한다. 활동 조건이 안정적이라면 굳이 창업하지 않는다. 예술 전공한 분들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다. 예술 분야에 생계형 창업이 많은 이유다. 예술 창업의 경우 성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이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힘들고 어렵지만 버티고 나가면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나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 심리가 낮지 않나.

조인선 : 영세와 안정성의 부족은 예술 창업을 떠나 예술가에 대한 이미지인 것 같기도 하다. 예술가들은 불안정하고 능동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창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

조인선 ㈜모던.한 대표(좌)와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우) 조인선 ㈜모던.한 대표(좌)와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우)
조인선 ㈜모던.한 대표(좌)와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우)

창업 현장은 무엇을 원하나

안태호 : 실제 창업을 하신 분들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나?

조인선 : 다른 4년제 대학이라면 청강을 통해서라도 경영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었겠지만, 한예종의 경우 플레이어 양성에 집중하는 곳이라 경영 관련 수업을 듣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창업 지원이 아닌 작품 제작 지원 사업들을 처음에는 많이 받았다. 창업을 해서 제작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은 비슷하지만 지원 기준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박동수 : 일단 기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나마 기관에 있었으니 부가세법이나 관계법을 조금 알고 있었음에도 그렇다. 제일 먼저 장소를 구하는 것이 걸린다. 법인을 만들 때 되는 건물과 안 되는 건물을 구분해 사무실을 만들어야 했다. 그 뒤에 정관 만들기 단계에서 충족시켜야 할 것들이 있다. 표준 정관으로 안 되는 부분들, 정관을 처음 만들 때 어떤 사업을 할지를 많이 적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노무사, 법인세, 국세 등 끊임없이 비용이 들어온다. 매뉴얼이 없다 보니 그 부분이 힘들었고, 그 이후는 노무관계가 어려웠다.

안태호 : 창업 지원 기관들이 제조업 기반의 지원 시스템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 전반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인데 지원 기관들에 필요한 부분이나 정책에 반영해야 할 사항들은 무엇이 있을까.

성진경 : 오마이컴퍼니의 경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을 받으며 창업 지원 공간에 사업자를 냈다. 서류나 행정적인 부분은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았다. 육성 사업이 9년 차에 접어들면서 30개 정도의 창업 육성 기관이 800건 정도를 육성한다. 몇 개는 IT, 도시재생, 여성 등으로 특화된 분야가 있다. 그런데 예술은 없다. 예술 기반 창업 팀들이 들어오고 선발이 되긴 하는데 잘 키우고 특화시킬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박동수 :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 신청할 때 도시재생 파트였다. 도시재생 분야는 사회적 기업의 상당수가 문화예술이다. 도시재생을 시행할 때 문화예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그에 적합한 지원 체계나 좋은 멘토가 붙지는 않는다. 기관이나 멘토 모두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조인선 : 지원 사업을 위해 PT도 하고 심사위원과 대면하긴 하는데, 예술 창업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액셀러레이터나 투자자분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이 반대로 필요하지 않나 싶다. 예술이 왜 필요하고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는지, 서로 모르기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안태호 : 창업 후 자생력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공공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실제 현장에선 어떻게들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성진경 : 1년 정도 인큐베이팅을 받고,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되었다. 스타트업 대상의 크라우드펀딩 교육과정을 사회적기업진흥원에 제안해 성사되었고, 이것이 레퍼런스를 쌓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 사업하는 곳들은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과연 이들이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번은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긴 해야 하는데 그걸 공공에서 맡아 줘야 한다. 일종의 프로토타입을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계속 공모 위주로 배분하듯이 예산을 쪼개서 주는 식을 유지해서는 곤란하다. 지속 가능하게,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브릿지(매개) 역할을 하는 식의 사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동수 : 작년 한 지자체에서 소상공인 지원 사업으로 청년들에게 가게 내주고 물건 파는 창업 지원이 있었다. 요식업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때 과천시에 요청한 게 공무원들이 최소 한 번씩은 먹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중 두 곳이 대박이 났다. 기본적으로 이런 테스트 베드가 없으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힘들다.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안재동 : 강제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대로 된 BI(business incubator, 창업보육센터)는 창업 과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어 있다. 각자의 전문 분야 외에 창업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강제적인 프로그램으로 가동시키자는 의견이다. 또, 사회적 기업 제품 공공 구매가 품질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에 둔다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박동수 동수상회 대표(좌)와 안재동 중소기업진흥공단 일자리지원팀장(우) 박동수 동수상회 대표(좌)와 안재동 중소기업진흥공단 일자리지원팀장(우)
박동수 동수상회 대표(좌)와 안재동 중소기업진흥공단 일자리지원팀장(우)

안태호 :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가치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인가?

안재동 : 그렇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지자체 공무원들의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 전문 인력이 충원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본다.

박동수 : 초기 시장 진입은 공공이 키워 줘야 한다. 지역에 가 보면 청년 창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지원 기관이 도시락도 먹어 주고, 맛없으면 비판적 평가도 해 주는 등의 역할이 없다면 선순환 구조는 이뤄지지 않는다.

조인선 : 문화예술계의 창업보육센터는 대부분 공예나 디자인 쪽으로 치우쳐 있다. 공예는 결과물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결과물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역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없어서 발생하는 일이다. 예술가는 사실 결과물이 없이 서비스나 플랫폼으로 풀어 갈 수 있는 사업들이 많은데도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는다.

안재동 : 국가나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들이 단기 성과를 요구한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기관 평가를 연간 단위로 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해 봐도 CEO를 움직이기 쉽지 않다. 중장기적 성과를 내기 위한 기획이 있고 성과가 있어야 한다.

안태호 : 지원사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단년 지원이 아니라 3년에서 5년 정도 지원 사업이 필요하단 의견들이 있었고 일부 사업에서는 반영되기도 했다. 창업 파트에서는 이런 이슈들은 없었나?

성진경 : 보통 1년인데 재창업 형식으로 2년 차 지원을 하는 곳들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맹점은 지원금을 인건비로 쓸 수 없게 되어 있다. 그 기간 동안 먹고살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 없다.

안재동 : 독일의 경우에는 창업 지원 수당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고용노동부에서 직업 훈련을 받을 때 수당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창업 지원 수당으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진경 : 창업 지원 수당이 한국에도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창업이 1년 안에 완결 지을 수 있는 프로세스는 아니다. 아예 설계를 할 때 중장기적으로 설계하고 단계별로 갈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태호 : 그런 의견들이 많아지다 보면 임계점이 생기지 않을까. 3년이나 5년으로 기간을 두고 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것과 어떻게든 올해 안에 승부를 봐야 햐는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시키고 실험하는 과정을 겪는 것과 올해 안에 못하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박동수 : 창업에서 모든 과정을 겪을 수 있는 사이클이 2년 정도인 것 같다. 첫해는 아무것도 모르고 두 번째 해는 내가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프로세스에서 이 사업이 굴러가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그 안의 프로그램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 지원 사이클을 2년으로 잡았으면 좋겠다. 자금이든 공간 지원이든.

재무구조 마련과 협업의 문제

안태호 : 창업에는 재무적인 부분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직원 급여라던든지 사업 투자금 마련할지 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안재동 : 자기 목표의 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낫지 않나 싶다. 금융의 유혹에 빠져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욕심부리다가 더 힘들게 된 경우, 욕심을 접고 재기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번 실패한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재도약 지원이라 하여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재무적인 위험을 극복하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재충전하는 건 어떨까.

성진경 : 창업하는 분들이 법인을 만드는데 자본금을 너무 작게 갖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최소 6개월이나 1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고 시작하는 게 어떨까. 개인 사업으로 시작하다가 자금을 모으고 법인으로 출발하는 것을 권한다. 자금 조달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은 필수적이다.

안태호 : 창업 교육과정에서 재무 교육이 필요할 것 같은데 경험이 있나?

박동수 : 문화예술 쪽에서는 재무보다 기금이 다양하다고 느껴서 이를 훨씬 가깝게 보는 경향이 있다. 재무 상담을 받고 정책 자금을 받으면 부채가 되지만, 지원금의 경우 용도가 한정되는 반면 부채가 되지는 않는다.

성진경 : 거기서 대표가 판단을 잘 해야 한다. 공공자금(지원금)은 그냥 주어지지만 거기에 맞게 돈을 써야 하거나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원래 하고자 하는 데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원금이 한편으로는 약이 될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기업 쪽은 작년부터 신용보증기금에서 사회적기업들에 대출을 많이 풀었다. 작년 천억 원을 풀어서 최대 2억까지는 크게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대출해 준다. 사회적기업 쪽에 한정되어 있고, 예술 분야는 딱히 예술 기업을 위한 특화 대출 지원 상품은 아직까지 없다.

안재동 : 예술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적기업을 우선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의 문제이지, 예술 기업에 대한 차별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동안 문화예술인들이 정책지원에서 차별감을 느낀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문화예술을 차별했다기보다는, 평가 기준상에서 일반 기업들 기준으로 문화예술 기업을 판단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차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문화예술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 개발 등으로 차별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본다.

박동수 : 문화예술 쪽이 투자나 자본 조달이 어려운 이유가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수익모델이 여러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플레이어 중심일수록 수익모델이 모호하다. 그러다 보니 자본을 끌어들이기가 부담스럽고 상대적으로 지원금을 가깝게 느끼는 것이다.

조인선 : 우리 회사의 경우 시즌이 있다. 행사(일)가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고. 이럴 경우 고용이 연속성을 가지기 어렵다. 이런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확실히 나뉘는 문화예술 업체 전반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안태호 : 사업을 혼자만의 역량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다른 분야와의 연결이나 협업은 어떻게들 진행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조인선 : 예경 ‘예술 머천다이징(MD) 개발 및 유통지원사업’에서 지원받았다. 이 사업을 통해 상품을 제작했고 크라우드펀딩에 업로드까지 대행해 준다는 점에서 좋은 사업 사례라 생각한다.

안재동 : 협업의 기반 조성 차원에서 3년 전부터 프랑스의 코워킹 센터를 소개한다. 작년까지 143개가 있었고 프랑스 정부에서도 2년 안에 3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센터 안에 다양한 업종들, 다른 기술들이 모여 있다. 빅데이터 활용 등 신기술을 접목하는 것처럼 창조 외에 부족한 기술적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성진경 : 한국에도 코워킹 플레이스가 많이 생겼는데, 보통은 입주 공간과 편의 시설에 머물고 있어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박동수 : 창업 지원 센터들과 일하면서 창업 준비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졸업생과 현재 창업 기업들을 연계하기도 힘들다. 대표들이 너무 바쁘다. 또 문제는 협업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거다. 기업에 따라 협업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아 놓았을 때 협업이 될 텐데, 창업 지원 기관 대부분이 그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성진경 : 대표들도 협업이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당장 수익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협업은 장기적으로 순위가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원 제도와 파트너를 찾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안태호 : 마지막으로 제도와 관련한 제언이나 창업을 생각하는 창작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조인선 : 사업하면서 좌뇌를 쓰는 능력을 많이 보완하려 했다. 확실히 밸런스가 좋아졌고, 사회와 소통하는 힘이 예술만 할 때보다 강해졌다. 그런 면에선 예술가들이 도전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학생 시절부터 이런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해외는 플레이어에게도 아트마켓이나 아트비즈니스 수업을 필수로 정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아직이다. 예술인 창업을 지원하려면 관련 교육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박동수 : 예술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소셜벤처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유사점이 많고, 풀어가는 방식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소셜벤처가 사업을 통해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지 예술이 참고할 만한 사항들이 많이 있다.

성진경 : 창업이라는 게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성장하지 않으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바로 위기가 온다. 내 활동이 지지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경제 성과가 미흡할지라도, 누군가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안재동 : 방시혁 대표의 인터뷰를 봤다. 성공에 필요한 자질은 방시혁 스타일에서부터 출발한다.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불만. 그것이 사업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기본 요소이다. 불만과 분노 속에서 발생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에 긍정적 마인드를 더한다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잉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