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서울시는 ‘남산골 한옥마을 및 남산 국악당 사무 민간위탁 운영 적격자 심의위원회 개최 결과’를 공개했다. 심의 결과, 1순위로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는 ‘(재)중구문화재단’과 ‘(주)메타기획컨설팅’ 컨소시엄. 그간 남산국악당을 운영해 오던 ‘쥬스컴퍼니’는 2위로 내려앉는 결과였다. 심의 결과를 놓고 여러 논란이 일었다. 《시사IN》은 1월 15일 자 판 “기자들의 시선”이란 꼭지에서 ‘이 주의 논쟁’으로 이 결과를 선정하며 “뜯어보면 이상한 결과다. 공공기관의 시설 운영 위탁기관으로 다른 공공기관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중구문화재단은 중구청의 출연기관이다. 비유하자면 정부의 보안업체 입찰에 해병대가 민간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하여 선정된 것과 같다.”라고 전했다.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는 더 거칠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 민간 경쟁에 불공정하게 참여하고, 청년 일자리와 고용안정성을 위협하는 지역문화재단은 공익인가”라는 글과 “2. 지역문화재단이 공익을 표방하며 민간과 경쟁해서라도 획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연재형 페이스북 글에서 “지역문화재단은 민법에 의해 설립되었지만, 지자체 출연기관으로 공공에 준하는 위상과 책무를 지닌 ‘공공기관’인데, 그런 공공기관이 민간영역에 침범하면 민간이 설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라며 따졌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공공인 중구문화재단이 3년간 매년 예산으로 형성된 재원으로 10억 원씩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는데, 이를 이길 민간은 어디에 있겠는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두 주장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민간이 경쟁해야 할 공공기관 시설 운영 위탁에 공공기관이 뛰어들었다. 예산이란 재원을 활용해 운영 제안을 하면 이길 민간은 없다. 이런 식으로 공공이 민간의 영역에 뛰어들면, 민간은 성장이 더뎌지거나 늦어질 것이다.’

남산골 한옥마을 전경 Ⓒ 남산골 한옥마을 홈페이지 남산골 한옥마을 전경 Ⓒ 남산골 한옥마을 홈페이지

민간화는 민영화가 아니다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문화처럼 취약한 시장에서 공공을 이길 민간(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이 말은 맞는 얘기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다지 적절한 얘기도 아니다. 무엇보다 문화 정책의 전달 체계로 보면, 이 주장은 문화 정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오해하는) 여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익히 알다시피 문화 정책은 창작자나 기획자가 걸쳐 있는, 민(民)과 혼재되어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민간의 힘이 필요하고, 그래서 민간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자율성을 존중하고자 ‘팔 길이 원칙’과 민간 중심의 전문화・효율화를 추구한다. 문화 정책의 많은 영역에서 ‘민간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말하는 ‘민간화’란 민간 업체로 이양한다는 엄밀한 의미에서 ‘민영화’(民營化)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단이나 위원회와 같은 전문가나 당사자 집단이 참여한 공공기관 설립과 위탁을 통해 정책이나 사업, 시설 등을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달리 말해 재단 등에 정책이나 사업, 시설 운영 등을 위탁하는 것을 ‘민간화’라 하는 것으로 이때 말하는 ‘민간화’는 공공재단이나 위원회 등에 위탁하는 ‘공영화’(公共化)를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문화시설 운영 등에 재단이 개입하고, 위탁을 따 가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최근 공공성 관리 차원에서 공공위탁사업에 민간 참여를 개방하는 만큼, 재단 등은 힘든 싸움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문화시설의 공공성을 보호해야 한다.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의 말과 달리 민영화되는 현실 앞에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의 문제 제기는 적절하다 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 문제는 알다시피 왜 하급 단체의 기관인 중구문화재단이 상급 단체인 서울시의 문화시설을 위탁하려 나섰는가이다. 이 점이 해명되어야만 이 논란은 정리될 수 있다.

중구문화재단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주)메타기획컨설팅의 최도인 본부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에 대한 몇 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우선 지역문화재단은 법적으론 ‘공공기관’이지만, 활동 성격으로는 ‘중간지원조직’이라 말하며, “중구문화재단과 메타기획컨설팅 컨소시엄이 남산골 한옥마을과 국악당 운영에 뛰어든 것은 로컬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전통음악의 미래를 여는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남산골 한옥마을과 국악당이 합쳐진 1기를 운영해 본 주체로서 (주)메타기획컨설팅은 적절한 주체고,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재단이 로컬 네트워크 강화 차원에서 참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정부에서 광역, 자치구, 민간으로 이어지는 협치와 로컬 네트워크 차원에서 적절한 것이라고 말한다.


쟁점의제 관계자 입장 필자 의견
민간이 운영하는 공공시설 운영에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나? - 공공기관이 참여하면 민간이 설 시장이 없다
-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 공공기관 시설 운영에 다른 공공기관이 선정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시사IN>
- 민간화가 반드시 민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 공공기관 참여는 당연하다. 민간 또한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기초문화재단이 상급단체인 광역정부의 문화시설 운영에 참여할 수 있나? - 지역거버넌스 차원에서 필요한 시설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메타기획컨설팅 최도인 본부장
- 각 단위의 시설은 해당 시설의 운영기관 목적에 따라 운영된다. 따라서 기초문화재단이 광역자치단체 시설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거버넌스보다 또 다른 민간주체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 재단도 중간지원조직이며 로컬네트워크를 움직일 주체다.
-메타기획컨설팅 최도인 본부장
-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히 문화란 각 지역・공간・집단별로 형성되는 만큼, 문화정책은 기초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따라서 문화정책의 완성은 문화자치로 보아야 한다.

남산골 한옥마을을 둘러싼 주요 쟁점의제

본질은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위상

그의 주장 역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자치구 문화재단이란 게 자치구 문화 네트워크 확충 및 거버넌스 체계를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의 말처럼, 로컬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지역의 문화시설을 맡아 운영할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본분 속에서다. 남산골 한옥마을과 국악당은 그런 시설이 아니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시설이고, ‘서울시 시설’이다. 어디까지나 관광적 차원에서 서울시 목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며, 그러는 한에 있어 로컬 네트워크든 뭐든 허락된다. 따라서 중구문화재단이 맡기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서울관광재단 등과 같은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맡았으면 더 적절했을 것이다. 민간과의 경쟁도 시 산하기관과 민간이 맞붙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공공성을 위해 산하기관에 맡길 수도, 좀 더 나은 효율성을 위해 민간에 위탁할 수도 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상급 단체인 서울시의 시설을 하급 단체 기관인 중구문화재단이 위탁했다면 그것은 경우가 다르다. 이한호 대표 말대로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민간’ 기관일 뿐이다. 서울시는 그 민간 기관 중 좀 더 우수한 조건을 낸 업체를 선정했다.

그럼에도 이 사태의 책임은 서울시가 가장 크다. 서울시는 자신의 운영 목적을 위해 문화 정책의 전달 체계와 지역문화재단 역할에 관계없이 중구문화재단을 선택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어떤 위탁이 발생할지 모른다. 민간에 위탁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운영자를 모색하는 기관이라면 지역문화재단을 선호할 것이고, 이 경우 민간은 압사당할지 모른다. 이한호 대표 말처럼 매년 10억 원씩 3년간 30억 원을 투자한다고 나선다면 이를 이길 자가 누가 있겠는가?

다른 한편, 이와 같은 민간위탁은 기초문화재단에도 위기를 야기한다. 만약 중구문화재단을 사례로 다른 문화재단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열악한 재정 상황을 해결하고자 상급 단체의 기관 운영이나 여타 시설 운영에 뛰어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재단의 본질적 목적인 지역의 문화 정책 네트워크 형성과 거버넌스에는 금이 갈 것이다. 문화재단이 사업만을 보고 뛰어들게 되면 본질적 목적은 상실될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우려점이다.

심각하게 보아야 할 것은 이것이다. 이번 사태가 문화 정책 체계와 지역문화재단의 개념 규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구문화재단의 주장처럼 로컬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운영되어도, 서울시와 삐걱거리며 운영이 힘들어져도, 지역문화재단의 위상과 역할을 잃어버린 채 관광재단으로 운영되어도 문제가 된다. 모두가 지역문화재단의 위상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문제가 되어 버리는 문제를 만든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주체 또한 우리다. 우리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나갈까? 현재보다 앞으로의 논쟁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더 토론할 문제기에 이 글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언제든 환영한다.


2019년 3월 기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본부는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해 내·외부 법률자문을 받고 있으며, 남산골 한옥마을 및 남산국악당 운영에 대해서는 민간위탁 운영자가 선정되지 않아 기존 업체와 계약을 연장한 상황이다.
출처 : 일요신문 ‘서울시의회, 남산골 한옥마을 및 남산국악당 운영 차질 우려’(2019.3.7.)

-웹진《예술경영》편집팀


  • 라도삼
  • 필자소개

    라도삼은 중앙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1년부터 서울연구원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와 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시 문화시민도시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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