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시간을 68시간(법정 근로 40시간+평일 연장 근로 12시간+휴일 연장 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 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주당 52시간 근로 시간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2019년 4월 1일부터는 계도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근무제 위반 시 처벌을 받게 된다.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 시기가 다른데, 이는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시행 시기를 2021년 7월까지 차등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근로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근로 시간이 줄어들어 개인의 여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여가 활동의 변화가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기관에서 주 52시간에 따른 유망 여가 생활 관련된 보고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52시간 근로제로 여가 시간이 증가하고, 여가 생활도 변화할 것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변경된 제도가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여가 시간이 늘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초과근무에 따른 급여를 받지 못함에 따라 소득 감소가 발생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여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여가 활동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득 감소로 인해 충분한 비용은 지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여가 관련 활동의 변화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생활 변화

작년 지역문화진흥원에서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화생활 변화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관련하여 국민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수행한 SNS상의 연관 키워드가 분석되어 있다. 이를 살펴보면 정시 퇴근 및 근로 시간 단축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더불어 최저임금 경계선에 놓인 근로자들의 고용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도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아래 그림에서처럼 시행 이전 2개월에 비해 시행 이후 2개월에서 퇴근 후 담론이 14% 증가하여 퇴근 이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45%p), 친구들(27%p) 및 친구(10%p), 반려동물(26%p) 등의 담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따라 본인과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하리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담론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실천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여가 활동의 변화와 관련된 키워드를 살펴보면 산책(17%p)과 책(45%p)에 대한 담론은 감소한 반면, 공연(19%p), 맥주(16%p), 뮤지컬(14%p) 관련 담론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활동을 위해 이동 거리가 짧은 여가 활동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즐기는 여가 활동은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을 살펴보면 적극적 여가 활동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화생활, 운동, 자기 계발, 외식 등의 담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 52시간 이후에 적극적 여가 활동이 증가할 것이며, 이에 대한 소비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의 변화가 소비 패턴의 변화로

여가 생활 변화와 소비 행태 변화의 상호 영향성을 알아보기 위해 *2017년과 2018년의 내국인 신용카드 국내지출액 중 ‘여가 관련’ 지출 항목을 분석해 보았다. 먼저 문화예술 활동 부문을 살펴보면 아래의 표에서 제시한 것처럼, 사진 촬영, 악기 연주, 미술공예 참여 등의 소비는 증가한 반면에 공연 관람과 음악 감상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관람이 줄어든 것은 조금 뜻밖의 결과인데,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이 직접 하는 활동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 촬영, 악기 연주, 미술공예 참여는 본인의 시간을 할애해서 직접 참여하는 것이고, 공연 관람과 음악 감상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관람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제공받는 신한카드 자료를 활용하였는데,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전체금액으로 보정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의 카드 지출액으로 조정한 값으로 고려할 수 있다.

2017·2018년 문화예술활동부문 내국인 신용카드 국내지출액 2017·2018년 문화예술활동부문 내국인 신용카드 국내지출액

다음으로 스포츠 활동 부문을 살펴보면, 두 가지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운동경기 관람의 지출액은 감소하였으며,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나 스키의 지출액은 줄어든 반면에, 운동 용품, 헬스, 레저 스포츠 등의 지출액은 증가하였다.

2017·2018년 스포츠활동부문 내국인 신용카드 국내지출액 2017·2018년 스포츠활동부문 내국인 신용카드 국내지출액

카드 지출액을 살펴보면 본인이 직접 하는 활동과 주중에 조금만 움직이면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에 지출 비용이 증가하였으며, 관람과 비용이 많이 드는 여가 활동의 소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52시간 단축 근무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신한카드자료를 이용하여, 300인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2018년 7월 한 달 동안의 카드 소비 지출액의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미술공예 참여와 악기 연주의 지출액이 증가하였으며, 헬스와 체험 역시 지출액이 증가하였는데, 특히 주중 지출액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이용한 키워드 분석과 카드 자료의 지출액 분석을 살펴보면, 아직은 52시간 근무제도에 따른 여가 활동의 변화가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소득은 다소 감소하는 데 따르는 변화의 기운을 감지할 수는 있다. 신용카드 지출액 기준으로 볼 때 개인이 직접 할 수 있는 여가 활동, 주중에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을 고려할 때, 비용이 크면서 주말에 많이 하게 되는 여가 활동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 박근화
  • 필자소개

    박근화는 현대정보기술과 한국문화정보원을 거쳐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 주요 논문으로 「문화분야에서의 빅데이터 활용방안 연구」(2013), 「국가 통계 정책 변화에 따른 문화체육관광 통계 개선방안 연구」(2016), 「문화체육관광산업 규모추정 방안 연구」(2017), 「국민여행실태조사 개선 방안 연구」(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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