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는 편집위원들이 한 달간 문화예술 분야의 주요 뉴스에 대해 전후 맥락을 짚어 보고 의견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5월 이슈토크에서는 세 가지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선 6월부터 시행령이 발효될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관련 기사입니다. 이를 앞두고 열린 공청회 등에서는 당장에 생길 오해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편집위원들은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축적하는 것이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음으로 정부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원화되어 운영 중인 미술은행을 국립미술은행으로 통합하여 독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다뤘습니다. 일단 사업 운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통합과 별도 운영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지만, 미술품의 감정을 기반으로 한 담보사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세 번째 이슈는 최근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에 애플과 디즈니, 유튜브 등이 뛰어들어 콘텐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단순 스트리밍 플랫폼을 넘어 직접 콘텐츠를 제작/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기세가 대단한 가운데, 이러한 변화가 지금까지 국내의 낙후된 제작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주목됩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6월 시행, 공연시장 데이터 투명해질까?

공연계, 공연정보 공개엔 ‘좋아요’ 전송위반 과태료엔 ‘싫어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정보전송 의무화 앞두고 갑론을박


  • 안태호

    지난 4월에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공연전산망)이 공연법 시행령·시행 규칙 개정을 앞두고 공청회와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다. 2018년 12월 24일 공연법 일부가 개정되었고, 2019년 6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연 정보의 투명성과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는 공연장 운영자, 공연 기획자, 공연 제작자 등 공연 관계자는 정보를 조작하지 않은 상태로 공연전산망에 전송할 의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공연 성과가 투자와도 직결되는 만큼 각 입장에 따라 우려하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떠한가?
  • 설동준

    공연 시장의 성과가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정보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객석이 초대권으로 온 지인으로 대부분 채워지고 일반 관람객이 한 명도 없다면, 그 현상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정보 투명성이 중요해지는 요즘의 패러다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지원을 확대하려고 해도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
  • 조인선

    정보 공개에 폐쇄적인 장르라면 국악, 무용, 그리고 클래식계가 모두 포함될 것이다. 공연 시장 전체의 발전에 있어 아픈 회초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정보 전송 의무화에 부담을 느끼는 대상은 기득권 측이다.
  • 김규원

    진단이 정확해야 효과적인 처방이 가능한 것처럼, 속사정을 알아야 그에 맞는 지원 정책도 나올 텐데 현장 진단 자체가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개별 공연 장르보다는 지역 예술회관의 객석 점유율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 해당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한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문예회관, 그리고 이 기관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입장도 난처해지는 것이다. 성과 압박을 받는 입장에서 가동률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안정적으로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어린이극, 콘서트, 뮤지컬 등 상업 장르 흥행 위주의 공연 편성이 더 가속화되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 변순영

    최근에는 지역 문예회관이나 지자체 공연장의 초청 공연도 별도로 티켓팅해서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축적하는 과정 자체가 운영자 입장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감정·평가·담보까지, 국립미술은행 설립 추진

미술품 감정·평가 기능 수행하는 ‘국립미술은행’ 나올까
문체부, 정부미술은행·국현미술은행 통합 '국립미술은행' 추진한다


  • 안태호

    정부미술은행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을 통합해서 별도 기구로 운영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 이한빛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직영 미술은행이 있고, 정부미술은행도 미술관이 위탁 운영 중이다. 미술은행을 독립해서 쓰겠다는 아이디어는 예전부터 있었고, 사실 그렇게 가는 게 맞다. 공간은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을 사용할 듯하다. 이슈는 국립미술은행에 미술품 감정 기능을 넣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담보로 해 작가들에게 지원하겠다는 부분이다.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미술은행에 맡기면 사용료를 받는 것. 둘째, 미술품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미술품 가치를 명확히 평가하고 작품을 담보로 잡는 것. 한마디로, 미술품을 은행에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야 하는데 국립미술은행에서 작품을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생활비 백만 원이 아쉬운 신진 작가들인데, 작품을 맡기면 위작 여부와 가격 산정에 6개월이 걸려 백만 원을 받게 되면 무슨 소용이냐는 게 예술가들의 입장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국가의 보증이 필수적인데, 국가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는 문제도 발생한다.
  • 조인선

    영화나 애니메이션 분야의 영상물 제작 완성보증제도가 떠오르는데, 감정 기능을 국가에서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 이한빛

    토지나 부동산 거래를 떠올리면 쉽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토지나 부동산은 수십 년에 걸쳐 거래 이력이 남아 참고 자료가 되고, 나라에서 굳이 보증을 서지 않아도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산정한다. 하지만 미술 작품의 경우, 한 작가에 대한 데이터와 레퍼런스가 쌓이려면 적어도 40년간은 꾸준히 작업해야 한다. 레퍼런스 없이 작품을 구입했을 때의 위험 부담은 오로지 구매자가 다 짊어져야 하는 셈이고, 영화나 애니메이션과는 장르의 차이가 있다.
  • 변순영

    미술품 담보 사업을 하려고 감정까지 미술은행이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민간 시장에 영향이 클 것 같다.
  • 김규원

    완성보증제도는 새로운 작품을 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다.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는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이 작품의 퀄리티를 보증하는 방식인데,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새로운 미술 작업을 진행할 때 지원금으로는 부족하니 보증을 받는 식이면 창작 지원과의 변별력은 무엇인가? 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 영역과 중첩되는 지점도 있어 보인다.

영상 산업, 플랫폼을 넘어선 콘텐츠 전쟁

영화관보다 큰 시장이 섰다…영상 콘텐츠에 뛰어든 1등 기업들


  • 안태호

    넷플릭스에 이어 애플이나 디즈니, 유튜브 등이 영상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있었다. 한국에서 넷플릭스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동영상 스트리밍과 콘텐츠 제작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 설동준

    이번에 인터뷰한 영진위 공정영화센터의 김혜준 센터장은 넷플릭스나 멀티플렉스가 자본의 고도화라는 차원에서 똑같은 현상이라고 이야기하더라.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로마>는 일종의 고전적 영화계에 던진 인정 투쟁 같은 거라는 거다.
  • 김규원

    드라마 제작사들이 방송사의 용역 구조로 맞물려 있던 구조가 깨지고 있다고 본다. 기존의 제작비나 방송 규제 등에서 벗어난 이른바 금기 없는 영역이 생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 시스템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 자체를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진단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나뉜다. 제작 시스템에는 아티스트까지 포함되는데, 이들의 입장에서는 한국 방송계와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더 이상은 없을 것이다.
  • 안태호

    방송 3사로 대표되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의 왜곡되고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되는 지점이 있을까?
  • 김규원

    넷플릭스와 한국이 공동 제작한 <킹덤>의 경우, 제작 금액과 디테일 측면에서 국내에서 나오기 힘든 작품이었다. 시장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도 바뀌고 있다. 영화는 애초부터 인터내셔널한 측면이 있었지만 드라마는 로컬 콘텐츠란 인식이 강했는데, 이제 드라마도 내셔널이나 로컬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 조인선

    이런 상황에서 3월 13일 충주 영동 국악방송이 개국했다. 사실 지금 같은 시대에 플랫폼보다는 국악영상 제작소를 만들어야지 방송국을 만들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변순영

    넷플릭스나 구글, 유튜브 모두 스트리밍서비스 플랫폼으로만 봤는데 결국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갈수록 콘텐츠 전쟁이구나 싶다. 플랫폼을 가지는 것에서 나아가 그 플랫폼에 무엇을 탑재할지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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