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전략: OSMU vs 트랜스미디어?!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21세기에는 각 나라의 미래가 문화산업에 의해 결정되며, 이 분야가 곧 최후의 승부처가 된다”라고 했다. 그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듯이 오늘날 많은 나라가 문화산업을 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화 산업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제 문화산업은 국가 브랜드 차원에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산업의 성패는 전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는 하나의 성공한 콘텐츠를 대상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이하 OSMU)’ 전략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OSMU의 가장 큰 이점은 마케팅 비용을 상대적으로 최소화하고 이미 성공한 콘텐츠를 활용하여 다른 콘텐츠 장르의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있다. 하지만 OSMU는 시기적으로 초기에는 콘텐츠의 경제적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한 원천 콘텐츠에 편승하여 반복 활용하는 수준에 머문다. 반면, 트랜스미디어(Trans-media) 스토리텔링은 콘텐츠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매체 및 미디어를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미디어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면서 기획을 한다. 즉, 특정 콘텐츠의 팬들은 여러 매체를 경험할 때마다 다양한 작품들이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모아지면서 광범위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알게 된다.

현재 트랜스미디어의 정의 및 개념이 국내외 많은 학자에 의해서 소개되고 있으나 의미가 혼재되고 모호한 경우가 많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그의 책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에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과 미디어 산업 간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는 콘텐츠를 트랜스미디어라고 정의했다. 즉, 트랜스미디어는 매체 간 이동을 통해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OSMU와 유사할 수 있다. 하지만 트랜스미디어는 오리지널 제작물에서 주요 등장인물과 시대적 배경만을 차용하고 작가 중심의 일방적인 스토리가 아닌 독자와 관객이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완성되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으로, 동일한 스토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OSMU와는 확연히 대조된다. 즉, 트랜스미디어는 단순히 여러 미디어 간의 과정만을 통해서 창조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선호하는 미디어를 수용하여 경험하는 소비자와 이를 통해서 재창조되는 팬덤(fandom) 또는 팬컬처(fan culture) 현상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문화 콘텐츠의 기본이 스토리텔링인 것처럼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핵심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영화 속편의 개념처럼 구분할 수 있다. 원작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주인공이나 줄거리는 전혀 다른 것으로 오리지널 작품에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스핀오프(spinoff), 오리지널 영화의 일반적인 속편인 시퀄(sequel), 오리지널 영화보다 앞선 시기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prequel), 오리지널 영화의 연속성을 버리고 작품의 주요 골격이나 등장인물만 차용하여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시작하는 영화인 리부트(reboot)를 포함한다. 또한, 여기에 콘텐츠 팬(fan)의 의견 및 시선까지 수렴하여 탄생한다. 따라서 복잡한 스토리 구성을 가진 원작이라면 그만큼 다양한 매체를 통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가 있는 마블 영화 포스터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가 있는 마블 영화 포스터들

이를 입증하듯이 이미 해외에는 트랜스미디어 이론을 적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탄생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일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에는 요즘 신규 히어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이 중심이고 각 히어로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고유 스토리가 있는 시리즈를 갖고 있으며 이 히어로들의 다른 시리즈와도 연관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흔히 이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라고 한다. 즉, 이는 마블 코믹스가 출판한 만화부터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시리즈에 이르는 거대한 콘텐츠 속 히어로들이 활동하는 영화적 세계관을 의미한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작한 마블의 케빈 파이기(Kevin Feige) 제작 담당 사장은 스토리노믹스*의 비결로 ‘스크램블(scramble)’을 꼽는다고 하였다. 즉, 콘텐츠의 스토리를 다양하게 연결하고 섞어야 좋은 콘텐츠가 탄생한다는 말이며 이는 곧 마블의 힘이라고 하였다.

* 스토리노믹스: 스토리(Story)와 경제(Economics)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이야기가 지닌 경제적 가치를 역설하는 말에도 쓰임.

이렇듯 트랜스미디어는 개념 자체가 너무 광범위해서 단순히 원작과 비교하여 유사한 세계관과 이에 연관된 새로운 내용으로 매체가 변환된 콘텐츠만을 정의하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외에 콘텐츠를 선호하는 팬(fan)들의 의견들도 가미되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확인 및 적용하여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원작과 비교하여 매체 변환과 그 원작의 세계관을 반영한 새로운 스토리가 구성된다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는 어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가 있고, 이러한 이론을 어떻게 적용하여 문화산업의 성공을 이루게 되었는지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국내 트랜스미디어 적용 사례: 장그래부터 대장금까지

2013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도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괴물>을 준비하던 당시 단골 만홧가게에서 <설국열차>의 원작이 된 1982년 작 프랑스 만화 『Le Transperceneige』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2004년에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작에서는 생존자들이 열차에 탄 채로 계급이 나뉘어 서로 싸운다는 발상을 따왔고, 나머지 시나리오와 등장인물은 대부분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 개봉 전, 윤태호 작가에게 <설국열차>의 탄생과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제작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등장인물들이 열차에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폭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를 다룬 프리퀄(prequel)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이 연재되었다. <설국열차>는 모티브가 된 원작이 있었지만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오리지널 <설국열차> 영화의 전편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원작과 연결되는 세계관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스토리의 주가 되는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영화상에는 좀비바이러스를 유출한 회사가 주인공이 주식 작전으로 기사회생시킨 회사와 같다는 정보가 대화를 통해 잠깐 나올 뿐이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바로 그 시작 원인을 알 수 있는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Prequel)이다. 즉, 영화 <부산행>과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서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고 동일한 매체가 아닌 서로 다른 매체 변환을 통해 콘텐츠가 제작되었기 때문에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라 할 수 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도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괴물>을 준비할 당시 단골 만홧가게에서 만화 <설국열차>를 읽게 된 것을 계기로 2004년 <설국열차>를 처음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프랑스 만화 원작에서 생존자들이 열차에 타고, 계급이 나뉘어 싸운다는 발상은 그대로 따왔지만, 나머지 시나리오와 등장인물은 대부분 새로 썼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 개봉 전에는 윤태호 작가에게 설국열차의 탄생과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제작해 달라고 부탁해, 사람들이 열차에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폭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를 다룬 프리퀄(prequel)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을 공개했다. 설국열차는 1982년 작 프랑스 만화 『Le Transperceneige』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하였지만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오리지널 <설국열차> 영화의 전편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원작과 연결되는 세계관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국내 공연예술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현주소

이외에 공연 등 뮤지컬 분야에도 트랜스미디어의 개념을 적용하여 제작·기획된 사례가 있다. 뮤지컬은 해외 라이선스를 구매하여 국내 제작 과정에서 원작과 차별되는 요소들을 가미하여 새로운 스토리의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의 유명 역사 소설인 『Les Trois Mousquetaires』는 뮤지컬 <삼총사>로 2004년 체코에서 초연된 유럽 뮤지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엠뮤지컬컴퍼니가 제작을 맡아 2009년 초연되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오리지널 작품과 다르게 원작 소설 삼총사의 세계관은 따르되 삼총사 각자의 새로운 스토리가 추가되는 등 대본과 가사는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수정되었으며 무대와 안무, 의상 등도 새롭게 제작되었다. 즉,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원작과 차별화를 둔 것이다. 또한, 국내 작품은 아니지만 2017년 체코에서 초연하여 2018년 한국에서 공연했던 뮤지컬 <아이언마스크>는 스토리상 원작 소설 <삼총사>의 시퀄(Sequel)이다. 즉, 원작 소설 시점에서 그 이후에 사건을 다루고 있어 ‘삼총사’와 다르타냥의 뒷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뮤지컬 <아이언마스크>의 원작은 뮤지컬 <삼총사>와 동명 작가의 다른 소설인 『The Vicomte of Bragelonne: Ten Years Later(브라질론 자작: 십 년 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국내 순수 창작 공연에도 트랜스미디어 개념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 창작 뮤지컬 <대장금>이다. 뮤지컬 <대장금>도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하나는 2007년에 제작된 뮤지컬 <대장금>이고 다른 하나는 2008년에 제작된 고궁 뮤지컬 <대장금>이다. 전자는 원작 드라마의 대서사적인 방대한 내용을 그대로 각색하여 뮤지컬에 넣으려는 시도 때문에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후자는 전작과 다르게 실내 공연이 아닌 야외 공연용으로 탈바꿈하였다. 이때 원작 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조광조와 기묘사화를 부각하면서 기존 뮤지컬 <대장금>과 다르게 사건들을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각색되었고 원작의 본편과는 다른 번외 편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공연은 아니지만 TV 드라마를 원작으로 2005년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이 제작되었다. 장금이의 의술 내용은 모두 생략하고 음식 부분에만 초점을 두어 나이가 적은 시청자들에게 맞춘 콘텐츠였다.

이외에도 국내 사례는 아니지만 해외 소설 『위키드』는 1900년에 발표된 이후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조(재구성)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오즈의 마법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 『위키드』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원작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 주기 위해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있다. 이는 앞의 다른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와는 달리 어떤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OSMU와 트랜스미디어로 나뉠 수 있다. 물론 이는 뮤지컬 <아이언마스크>와 유사하다. 원작 소설 『위키드』를 기준으로 하면 OSMU이고 원작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기준으로 하면 뮤지컬 <위키드>는 트랜스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기준에서는 뮤지컬 <위키드>는 원작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Prequel)이 되는 것이며 매체가 변환되었기 때문에 트랜스미디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OSMU인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인가를 판단하는 데에 정답은 없음을 밝혀 두고 싶다. 원작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유지해 매체에만 맞게끔 각색해 옮겨올 것인가, 아니면 원작의 세계관을 따르되 전혀 다르게 재해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제2의 창작자의 몫이다. 따라서 그 판단에 대해 어떤 기준을 두고 분석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며, 또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수용하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 임영준
  • 필자소개

    임영준은 공연기획자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박사학위(예정)자이다. 2014년 동국대학교에서 ‘트랜스미디어의 이해’ 강의를 시작으로 트랜스미디어 세계에 입문하였다. 2015년∼2016년에는 한국뮤지컬협회 정책사업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K뮤지컬 아카데미 ‘트랜스미디어 프로듀서’과정 개설에도 참여하였다. 최근 주요 논문으로 「국내 공연예술기관의 민간 기부금 유치 방안연구: 영국, 미국 공연예술기관과의 비교 중심으로」(2019), 「A Proposal on the Performing Arts Center's Membership Management System Using Face Recognition Technology」(2018), 「A Study on Marketing Revitalization Plan of Performing Arts Theatre Using Realistic Contents」(2018), 「셜록홈즈(Sherlock Holmes)의 사례를 통한 콘텐츠 확장성 연구」(2017) 등이 있다. 이메일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