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슈토크의 주제는 경기도 건축물 미술 작품 설치 공모제 의무화,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대학로 정미소 극장 폐관을 통해 보는 문화 트렌드의 변화,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 건축물 미술 장식은 오랫동안 미술계 내에서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였는데요. 여러 논의와 진통 끝에 작품 설치 대신 일정의 기금을 적립하는 방안이 법제화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작품 설치 과정에서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미술계 현장의 반응과 함께 현실적인 방안은 없을지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둘째,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최근 한 달여간 문화예술 관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주제였습니다. 251개 문예회관, 190여 개의 공연예술 단체가 참여하는 거대 행사는 예술 단체 홀대 논란에 시달리며 다양한 비판에 직면했는데요. 편집위원들의 참여 경험과 해비치 축제의 본질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별도의 칼럼으로 해당 이슈를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6월을 끝으로 운영을 마감하는 정미소 극장 소식을 계기로 소극장 문화에 대한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소극장 공연이 가진 매력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아쉬워하는 편집위원들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콘텐츠 향유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와중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안전점검이나 세제 혜택 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변화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혜가 필요한 시절입니다.

경기 건축 미술품 공모 의무화, 공공성 확대될까?

-경기도 건축물 미술 작품 설치 공모제 의무화

경기도, ‘건축물 미술 작품 설치 공모제’ 의무화 제도 마련
경기도 아파트·공공기관 ‘건축물 미술품 공모제’ 전국 첫 도입


  • 안태호

    경기도에서 ‘건축물과 미술 작품 설치 공모제’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온 건축물 미술 장식의 공공성을 높이겠단 취지로 보인다. 현장의 반응이 궁금하다.
  • 이한빛

    현장에서는 아무 기대가 없다고 보면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경우는 미술품이 들어갈 때 일종의 위원회를 열게 되어 있다. 또한 평가도 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렇게 해서 들어온 작품의 질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공모제를 한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절차만 늘어날 뿐, 근본적인 상황 개선이 될 수 없다.
  • 설동준

    건축물에 들어가는 미술 작품들이 음성적인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말이 많았다. 공모제를 시행하게 된 배경이 이에 대한 공적인 대응책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 이한빛

    그렇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공모제를 시행하고 나면 그 음성적인 방식이 정당성을 얻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다만, 약간의 기대가 있다면 일반적인 미감 기준에서 대중성을 해치는 작품들이 걸러지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좀 다른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현재 기준으로는 미술품 자체가 속한 건물이 사라지기 전에는 작품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훼손되어도 그대로 둬야 하고, 자리를 옮길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다. 건물을 다른 사람이 사도 새 건물주가 원하는 작품을 다시 설치할 수 없다. 작가들은 차라리 10년, 15년 등 기한을 정해 두고 기간이 만료되면 팔 수 있게 시장을 열어 달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정부에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시장을 믿지 않는다. 특정 작가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
  • 안태호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이 제도가 최초로 시작될 때는 작가들을 위한 복지 정책이라고까지 말하는 시기도 있었다. 도시 미감을 올리자는 취지도 있으니 그렇게만 보기에는 어렵지만, 반대로 도시의 미감을 해치는 부분도 있어서 난감하다. 그래도 심사위원 풀을 꾸리는 과정이 있으니 공공성의 확대를 지켜볼 일이다.
  • 김규원

    제도에는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우 문예진흥법에 명시된 목적이 없다. 건축물 미술품을 왜 설치하느냐에 대한 근거가 없다. 거리 환경이다, 예술가 복지다 이런 이야기가 없다. 향후에는 큰 선에서 정리를 해 나가야 한다. 미감은 개인의 기준이지만, 법적으로 봐서는 어떤 미술품이어도 상관없게끔 되어 있다. 조경협회 등에서는 이런 공간을 정원, 녹지로 이용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 변순영

    건축물 미술 작품 관련 내용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단 1개의 조항에 불과하다. 이 제도의 운영 주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여 수년간 건축주도 불만이고, 미술 작가도 불만이며, 민원으로 인한 지자체의 부담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건축물 미술 작품 제도는 건축주의 사유재산에 공공이 어느 정도 관여가 가능한지에 대한 경계, 공공(지자체)이 건축허가권자로서 관여함으로써 건축물 미술 작품의 보존 관리의 책임 문제 등등 복잡하다. 단순 공모 방식 개선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건축허가권이 지자체에 있으므로 이번 경기도의 공모제 의무화는 절차 개선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왜 논란에 휩싸였나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도민 문턱 낮춰야”
‘예술장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 안태호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열렸다. 예전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는 축제에 참여한 예술단체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중이다.
  • 설동준

    해비치 축제에 세팅되어 있는 구조 자체가 권력 관계가 반영된 불평등한 구조다. 예술단체 입장에서는 민간 시장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공연 구매의 큰손인 공공기관 담당자들과 지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그곳에서 평판 관리나 인상 관리를 하려는 일들이 계속 생긴다. 그런데, 실제로는 첫째 날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들만 좀 의미가 있고 홍보 부스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들러리를 서는 느낌이다. 예술단체 기획자로서 참가했던 첫해에는 작품을 두세 건이라도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갔다가 실망하고, 2년 차는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는데 실패했다. 3년 차까지 가고는 완전히 접었다. 3년 동안 한 건도 팔지 못했다.
  • 김규원

    해비치 축제의 역사가 12년이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문예회관 연합회들끼리 모여서 만나는 방식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예회관 방방곡곡 사업이 2011년~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해서 공연 마켓 형태로 열린 게 아닌가 싶다. 초기에는 연합회들 간의 워크숍이었고 그게 합쳐져서 덩치가 커진 게 아닌가 싶다.
  • 안태호

    제주도 내에서는 나름 큰 행사고 기회라 올해는 공연장을 이곳저곳에 분산했다. 성산 등 몇 군데에서 공연해 도민들도 볼 수 있도록 밖으로 프로그램을 뺐다고 들었다.
  • 설동준

    그건 의미 있는 일이겠다. 해비치 안에서만 가둬두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구조가 있는 것 같다.
  • 변순영

    아트페스티벌이라 하기에는 관객의 수요와 간극이 큰 홍보 행사로 보이고, 아트마켓이라 하기에는 상위 바이어의 현장 참관을 위한 셀러 동원 마켓 형태로만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각 기관장들과 공연 담당자들이 어렵게 시간 맞추어 한자리에 모였는데, 공통 이슈 발굴도 없이 눈도장 찍는 정도의 네트워크로 짧게 모였다가 해산한다.

설치극장 정미소 폐관을 통해 본 소극장과 문화향유 방식의 변화

연극 실험의 산실, 소극장이 사라진다
대학로 터줏대감 소극장 ‘정미소’...17년 만에 ‘아듀!’


  • 안태호

    소극장이 없어지거나 대학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건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다. 윤석화 씨의 설치극장 정미소 폐관과 관련해 기사들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공공에서 운영하거나 민간 주도의 중극장들이 각광받는 시대라서, 공연계에선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궁금하다.
  • 설동준

    사랑티켓 시절에 공연을 많이 봤던 사람이라, 이제 희곡의 시대가 끝난 건가 싶다. 단지 소극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 수준, 주 5일제 도입 등과 맞물려 사람들이 경험하는 문화적 콘텐츠의 큰 패러다임이 변한 것 같다.
  • 김규원

    동감한다. 예전에는 연극뿐 아니라, 콘서트도 소극장에서 많이 봤다. 음악 장르도 포크, 록 등 클럽용, 소극장용이 많았다. 연극과 음악이 크게 다르지 않던 시대이기도 했다.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소극장과 관련해 신경 쓰는 부분은 대부분 안전 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안전시설을 문제가 생기지 않게 점검 지원을 한다고 해서 소극장에 관객이 꽉 차겠냐는 이야기들도 있다. 안전 점검이나 세제 혜택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냐는 의문이 든다. 취향이나 환경의 변화에 대한 부분은 따라가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복합적인 문제란 생각이 든다.
  • 설동준

    대학 다니며 연극 보던 시절에는, TV로 볼 수 있는 최고의 쇼가 서태지 이후 몇몇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아이돌 무대의 퍼포먼스·영상·음악들은 완성도가 예술적 수준으로 높아져 있고, 시스템도 체계적이다. 소비자나 관람자 입장에서는 웰메이드를 거부할 이유가 없고, 감각적으로 취향의 수준을 따지게 되는 게 당연해 보인다. 점차 높아지는 대중문화 취향에서 연극을 같은 경쟁자로 놓고 볼 문제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들도 문을 닫는 마당이다.
  • 안태호

    어쨌든 사람들이 가진 시간이란 건 제한이 있고, 시간 자원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물들이 사람들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시대에서 연극의 자리가 어디일 것인가 하는 이야기겠다.
  • 이한빛

    소극장이 많다고, 무대 공연을 위한 자양분이 많아지는 거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 소구층이 웰메이드 된 다른 층으로 간 것이고, 소비자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거다. 물론 공연장에서 소극장 규모의 작품을 충분히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 중요하지만, 지금 있는 소극장들이 문을 닫는다고 연극계가 당장 망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변순영

    서울 땅값, 임대료가 치솟는 상황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순간부터 경영난이 발생한다. 주 52시간 노동법과 공연장안전관리 법규 등등 소극장으로서 해결하기 벅찬 상황까지 왔다고 본다. 달라진 문화 환경에서 연극 관객들은 줄고 있고, 그나마 한정된 관객들은 검증된 유명 작품으로 쏠린다. 시장은 갈수록 어렵고, 진퇴양난이다. 무대와 작품, 관객의 삼각 구도에서 하드웨어의 판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극장 플랫폼의 변화가 목전에 왔다고 본다.
  • 김규원

    소극장에서 커 왔던 콘텐츠나 자원들이 올라가지 않을 현실이 아쉽긴 하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생을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안태호

    정서적 측면으로만 접근할 건 아니고, 소비 방식이나 생산 방식 전반적으로 패러다임 시프트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항인 걸로 보아야겠다. 아쉬움만으로 끝낼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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