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은 모두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예술 체험을 꿈꾼다. 문화예술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이기도 하다. 멋진 탱고 공연을 보러 편도 26시간의 비행시간을 투자해 아르헨티나로 날아가는가 하면, 가까운 일본의 전통 연극인 가부키 공연을 보기 위해 도쿄나 오사카 지역의 가부키 전용 극장을 찾아가 몇천 엔(¥)에서 몇만 엔의 비용을 투자하여 객석을 예매하기도 한다.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문화와 예술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은 K-pop, K-food, K-drama에 이어 K-art까지 한류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광 산업의 수요자와 수혜자가 집약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이스(MICE)를 통해 마련하고 있다. 마이스 산업이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한 대형 관광 산업을 말한다. 국제회의를 비롯한, 인센티브 관광, 각종 전시 박람회와 이벤트 등 복합적인 산업의 의미로 해석되면서 생겨난 개념으로 한국(서울)은 싱가포르와 벨기에 브뤼셀에 이어 세계 3대 마이스 강국이기도 하다.

한국 여행업계 역시 한류를 비롯한 한국의 문화예술을 관광산업과 접목하여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투자가 몇 년 새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여행과 관광을 결합한 문화예술 기업들 또한 이색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여 새로운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관광 분야에서 창업을 도전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행&관광 박람회 두 곳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 부스 전경Ⓒ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 홈페이지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 부스 전경Ⓒ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 홈페이지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SITIF)

6월 6일부터 9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이하 SITIF)’는 서울시의 서울국제트래블마트(SITM)와 ㈜코트파의 한국국제관광전(KOTFA)을 통합해 진행되는 행사다. SITIF는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오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 관광),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 관광)뿐만 아니라 트래블마트와 관광홍보 전시회가 동시에 한곳에서 진행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관광 박람회로 올해 처음 통합 개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관광공사·한국관광협회중앙회·서울관광재단 등이 후원하여 다양한 부대 행사와 전시 행사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채용 박람회까지 연계하여 진행되었다. 현장에서는 서울시 등 지자체 그리고 국내외 1,400여 개 관광 사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각국의 특색을 담은 이국적인 부스 운영뿐만 아니라 일대일 바이어 상담을 진행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계약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했다.

수많은 콘텐츠들 중 서울시는 ‘서울을 만나다, 즐기다, 경험하다’라는 큰 주제를 갖고 서울시의 명소와 주요 축제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중 한편에 자리한 ‘오래가게’라는 전시존이 유독 눈에 띄었다. 오래가게는 2017년부터 진행 중인 서울시의 프로젝트로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해 오며 서울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노포(老鋪, 오래된 가게)를 발굴해 브랜드로 론칭한 것이다. 오래가게는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 계승, 혹은 무형문화재 지정자(또는 기능전승자·보유자)인 곳들을 선정했다.

도시 이면에 숨어 있는 오래된 가게의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 관광 체험을 목적으로 추진된 오래가게 프로젝트는 박람회 현장에서 오래가게의 상품의 전시 판매도 함께 진행했다. 부스에서는 오래가게 상품의 전시·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특히 36번째 오래가게인 ‘금박연’의 경우 한복의 고름이나 소매에 장식으로 사용되는 금박 제품, 나무로 만들어진 문양 판을 제작하고 있는 곳인데 많은 바이어들이 관심을 가졌다.

서울시 부스체험존Ⓒ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 홈페이지 서울시 부스체험존Ⓒ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 홈페이지 서울관광재단 부스전시 모습 서울관광재단 부스전시 모습

그 외에 참여한 공공기관으로는 세종문화회관 삼청각, 한국민속촌, 한국문화교류사업단, 국립국악원, 정동극장 등이 있었다. 민간 예술단체 중에는 뮤지컬 <당신만이>를 오픈런 공연 중인 도모컴퍼니와 공연기획사 펜타토닉 등이 참여했고 특히 난타(NANTA), 점프(JUMP), 파이어맨과 같이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 기획사들도 있었다. 문화예술계에는 아무래도 대체로 고정적인 프로그램이나 레퍼토리를 보유한 공연장·전시 공간들이 다수였다.

6월 7일은 서울관광채용박람회가 열렸는데, 행사장에서 즉석 면접을 통한 현장 채용에 지원하는 관련 전공 학생들의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여행사·항공사·관광 서비스 위주로 문화예술계와 직접 연관된 자리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산업 전시와 채용을 연계하는 기획을 국내 아트마켓이나 페어에 반영한다면 예술 전공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도모하는 데 좋은 시도가 될 것 같다.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KME)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마이스 박람회인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이하 KME)’는 6월 13 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되었다. (추가)앞서 언급한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가 여러 MICE산업 중에서 관광 산업에 포커스를 맞춘 행사이듯,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도 집중하는 분야는 같지만 MICE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더 큰 범주의 행사라고 볼 수 있다. 300여 개의 마이스 관련 기관과 업체, 그리고 34개국에서 온 250여 명의 국내외 바이어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는 한국관광공사와 인천관광공사가 주축을 이루어 국내를 대표하는 마이스 산업을 키우기 위해 해마다 진행되는 행사이다.

현장을 둘러본 결과, 단체 방문 중심의 마이스 관광 특성을 반영한 (재)정동극장, 여수 예술랜드, 국립국악원, 삼청각 등 전국 단위 공연장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비교적 규모가 작긴 했지만 문화예술 기업들의 참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자체에서 발굴한 부산의 ‘모다라’(부산이 품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를 섬유에 디자인하여 관광 문화상품을 제작하는 1인 창조기업)와 나전칠기 공예기술과 IT기술을 접목하여 전통문양 데이터를 활용한 체험을 진행한 ‘세종아트’는 문화예술과 관광산업을 접목한 예술가들의 창업 사례로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비교적 큰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세종문화회관 삼청각, 서울디자인재단, 김포문화재단, 한국민속촌도 참여했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장 두 곳을 찾았으나 아직 문화예술 분야 사업체의 참여는 미미한 정도였고 중복되는 경우가 다수였다.

언뜻 보기에 마이스 산업과 문화예술은 관련성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개폐회식이나 7월 광주에서 열리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념 공연 등 대부분의 국제 행사는 공연과 메가급 이벤트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따라서 마이스 산업과 무대예술 분야와의 관련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마이스 산업과 무대예술 분야는 기획 및 진행 과정 또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마이스 산업 자체가 공연예술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MICE Pre-MBA 등의 커리큘럼 신설을 통해 마이스 산업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에 많은 정책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향후 공연이나 이벤트 기획 관련 분야로 미래를 설계하는 예술 분야 전공자나 기획자들의 진출이 기대된다.

  • 조인선
  • 필자소개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의 제10기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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