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재생건축을 수단으로 삼거나, 문화공간을 목적으로 하진 않았다. 혐오 시설이었던 코스모 화학 공장조차 일상 풍경으로 익숙해져 버렸다는 인천의 오래된 동네 가좌동의 현재 이야기이다. 화학공장의 낡은 엔진이 멈추고, 이제는 커피 향과 갓 구운 빵 냄새가 이끄는 곳, 이제 오래된 장벽을 걷어내고 새롭게 이웃을 맞이하는 문화공간 ‘코스모40’이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1968년 설립된 코스모화학 폐공장을 철거 직전 심기보, 성훈식 공동 대표가 인수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안착시켰다. 기존 코스모화학의 45개 공장 건물 중 44곳은 철거됐고, 40번째 정제 시설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심기보 대표는 인천 가좌동에서 13대째 터를 잡고 살아온 청송 심씨 집안 후손으로 300년 넘은 한옥 고택인 ‘관해각’의 복원에도 힘쓰고 있다. 카페와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는 '에이블커피그룹'의 빈브라더스 성훈식 대표 또한 심기보 대표와의 인연으로 수년 전 인천 가좌동에 자리를 잡아 지역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신규 건축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폐산업시설을 직접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문화공간으로 재생 방향을 삼았는지 궁금하다.

심기보
처음부터 문화공간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이 지역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고, 빈브라더스 성훈식 대표를 만나 이 동네에 커피 브랜드를 유치했다. 이런 과정에서 좋은 커피 브랜드가 동네에 들어옴으로써 불러온 변화를 목격했다. 인천 서구, 특히 이곳은 거주 구역과 공장 구역이 정리되지 않은 혼재된 공간이다. 흔히 후졌다고들 하는 곳, 인천에서 가장 낙후된 곳, 바로 코스모화학이 위치한 곳이었다.
그런 코스모화학 공장이 팔려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빈 공장을 직접 가보았다. 사실 외관이 허름해서 매일 보는 건물인데도 큰 관심은 없었다. 2017년 추석 무렵 처음 들어가 보니 겉모습과 달리 내부의 견고한 반전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그해 12월 말에 이르러 2주 안에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이었고, 계획이 없던 상태에서 그야말로 덥석 물었다. 일단은 매입 후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성훈식 대표와 함께 고민했다.
화학공장이라는 흔적을 지우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공장이 동네에 심어 온 40년간의 기억이 비록 부정적일지라도 건물과 함께 헐려서 그대로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동네 주민들에게는 혐오 시설이었지만, 남아 있으면 그 자체로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천이 가진 공장 도시 스토리를 다른 방향으로 계승한다면 서울과 차별화 요소가 될 텐데, 사람들은 주로 동인천의 타워팰리스를 욕망한다.

성훈식
나의 경우 공간 조성이나 운영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 정도였는데 덜컥 맡게 되었다. 공간 자체는 수직적으로 계속 열려있는 공간, 한국에서도 좀 독특한 공간이라 생각했다. 한국의 창고형 공간들은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공간들이 많아,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금방 질리거나 건축적 의미가 뻔하다. 그런데 이곳은 1, 2 ,3층의 바닥과 층고가 다양한 공간으로, 특정 공간을 빠져나갔을 때 전혀 다른 구도의 공간이 또 등장한다든지 하는 기존의 공간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생동감이 있었다. 그 당시엔 뭐에 홀린 듯했다. 이렇게 다시 짓기도 힘든 곳이란 생각이었다. 잘 만들어진 철골 구조의 건물을 다시 잘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설계에 들어가기까지 기획에만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들였고, 나머지 반년 정도는 이곳 설계를 맡은 건축가분과 함께 해외 공간들을 방문하여 건축과 운영프로그램들을 답사했다.

코스모40 메인홀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코스모40 메인홀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두 분 모두 인천에서 성장기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타자의 관점에서 인천의 폐산업시설의 긍정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도 보인다. 화학공장이라는 폐산업시설을 산업유산으로 해석하고,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키기까지 무수한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대표적인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심기보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구청과 밀접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데, 구청도 이런 사례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전무하다 보니 그 해결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외국 사례를 사진으로 보여 줘도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공연장의 경우 우리는 변형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 계획을 제시하는데 “그래서 객석이 몇 개인데?”라는 질문들이 오가는 식이었다. 다행히도 새로운 공간에 대한 경험, 인식 변화의 학습과정을 겪으며 구청 행정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재생공간은 기존 건물을 현재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바꾸느냐에 대한 시공상의 어려움이 있다. 물론 제한된 예산 안에서 알차게 쓰기 위한 어려움도 있다. 해외 재생건축 사례를 보며, 공간 크기에 대한 배움도 있었지만, 산업 자산물의 공간을 담백하게 바라보게 된 점도 있었다. 건축법상 인허가 과정에서 요즘 건축법으로는 통과되지 않는 특수한 변수들이 있었다. 일반 법규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은 재생건축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막히곤 했다. 그럴 때는 유사 사례를 보여드리고 공간 사용에 문제가 없음을 설득했다. 힘겨웠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해외 사례 중에서도 영국은 굉장히 과감하다. 문화시설로 활용 계획을 인정받으면 단열이나 창문 두께 등 일반 건축법을 따르지 않아도 허용된다.

코스모40 심기보 대표(좌), 성훈식 대표(우) 코스모40 심기보 대표(좌), 성훈식 대표(우)
코스모40 심기보 대표(좌), 성훈식 대표(우)

과거 반세기 가까이 운영된 화학공장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한 지역 주민들과 새롭게 변모한 코스모40이 공존하고 있다. 관 주도 재생사업과 달리 민간주도 재생건축 사례 당사자로서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성훈식
원래 혐오 시설이었던 이 건물이 먹거리나 공연, 전시도 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을 주민분들이 정말 좋아하시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거부감이 없다. 관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이었다면 개인 선호에 따라 온갖 민원이 있었겠지만, 민간에서 운영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와서 이래라저래라 할 것이 없다.
이곳 주변은 원래 주민들이 아예 방문을 꺼리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화학공장 외에 고물상 등 혐오 시설들이 인근에 다 모여 있었다. 어찌 보면 코스모40의 밀접한 이웃들이 실은 그 고물상을 운영하는 당사자였던 거다. 소음 우려도 없으니,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험해볼 수 있었고, 다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는 지역이 되었다.

공동 대표로서 기존에 커피와 외식 업종 사업을 하고 있으면서 다양한 예술가와의 협업이 인상적이다.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는 타 업종의 경영자로서 코스모40을 1년도 안 되는 빠른 시간 내에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하게 된 운영 방법을 소개해 달라.

성훈식
코스모40을 통째로 카페로 운영하면 편하겠지만 그렇게만 하기엔 아쉬웠다. 기획 단계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과 이 공간을 직접 활용했으면 하는 분들에게 자문했다. 우리가 괜히 여러 가지를 만져서 제약을 만들지 말고, 좋은 캔버스로 잘 쓸 수 있게끔 제공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기본적인 전기, 조명 등에 신경 썼다. 가능한 이 자체를 보존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정도 운영해 보니 중규모 세미나실의 필요성을 느껴 손대지 않았던 공간을 조금씩 만지고 있다. 재생건축의 장점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걸 다시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운영 중심 건축이 그런 게 아닌가. ‘재생’이란 말은 예전과 다른 기능으로 쓰겠다는 건데, 안 맞는 부분이 확인되면 그것을 바로 수정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게끔 중간에 변경이 가능하다.
전시의 경우 기획자 의도나 작품 크기에 따라 1층, 1·2층 또는 공간 전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코스모40이 서울에 있는 게 아니기에 더 실험적인 걸 할 수도 있고. 막 쓰는 공간을 가진 매력이 있다. 프랑스 팔레 드 도쿄의 실험적 작품들처럼, 기존 문화적 관점에서 다루지 않던 것, 주류 공간이 하지 않던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인천 크리에이티브 마켓 <West Groove> 행사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인천 크리에이티브 마켓 행사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지난해 초부터 의류 일러스트레이션 출판 공연 등의 다양한 창작품을 판매하는 ‘인천 크리에이티브마켓’을 시작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 사진전, 전시·토크 라이브퍼포먼스 등 활발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확산되고 있어 인상적이다. 예술가 컬렉티브 창작 방식처럼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기획자들과 협업을 통해 의외의 화학 반응들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코스모40의 다양한 공간적 실험을 어디까지 상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심기보
코스모40은 수직 공간이 주는 효율성이 굉장히 좋다. 최초 공장 설립 당시 치밀한 건축 설계가 밑받침되었다. 예민한 공정을 다루는 화학공장이다 보니 전문적인 시공이 필요했고 당시에 스위스 화학공장 전문 설계 회사에 설계를 맡겼다고 한다. 화학공장으로서 갖가지 기능 요소, 심지어 구멍 위치까지도 철저히 기능을 추구하고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 점이 우리가 코스모40 공간 구성에 있어 매우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된 요인이 되었다.

성훈식
얼마 전 도시재생 관련 건축법 규제에 관한 논의 테이블에 참여했다. 예를 들어 한옥은 목조 건물이다. 일반 건물을 한옥처럼 지으면 건축 허가가 나지 않는다. 한옥은 건축법 완화가 예외적으로 적용되는데, 이런 사례를 산업시설 재생건축에도 적용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데 기존의 건축법이 충돌하고 있다. 코스모40의 사례가 하나의 어젠다로 던져진 것이다. 전시장보다 카페가 평당 수용 인원이 훨씬 많은 시대다. 안전을 위한다면 전시장보다 카페에 건축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 특히 재생건축의 문화시설 활용의 경우 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한데, 유럽은 사례가 충분히 누적되었다면, 한국은 이제 스타트 라인에 있는 정도다.

예술단체 BOUND의 전시 <TIME-Thinking>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예술단체 BOUND의 전시 <TIME-Thinking>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예술단체 BOUND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코스모40의 ‘골목&건축 투어’, ‘요가’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보면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유기적 공간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시민들에게 문화체험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리서치와 지역읽기를 통해 인천 서구라는 지역의 어떠한 변화를 꿈꾸고 있는가

성훈식
로컬리티에 있어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점이 각각 있다고 본다. 우리도 처음에는 공급자 관점에서 어떤 이들과 일하면 좋을지를 많이 생각했다. 이미 공공에서 지역 공급자 중심 정책이 많고, 예산 지원에 사업이 편중되다 보니, 우리는 민에서의 색깔을 살려 지역 수요자 관점에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개의 밸런스가 고려될 때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유럽에 있는 중소도시 미술관 등 문화공간에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중소도시 시민들은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런 공간에 갈 기회도 상대적으로 별로 없다. 그런 면에서 문화공간이 문턱을 낮춰 주민 밀착형 프로그램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봤다. 기획자들과 협업할 때 지역 중심보다 퀄리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지역 공급을 1순위로 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선호하지만 지역중심주의로만 흐를 때 그게 오히려 지역을 망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 안에서만 돌고 도는 건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거니까.
전시, 사진전 등 수요자의 관점에서 오시는 분들의 반응도 체크하면서, 마켓이나 콘퍼런스 등으로 공간 운영 방향을 좀 더 명확하게 해나가고 싶다. 지금은 특정 경계나 카테고리 규정 없이 가보고 싶다. 동시성을 가진 서로 중첩된 지점이 다른 공간들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섹터라고 본다. ‘경계 없는 영감의 공간’이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다. 물리적이건, 프로그램이건, 사람이건.

심기보
코스모 화학공장 전체 부지가 25,000평 정도였는데, 이 단지가 4~5미터 높이의 담장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없었다. 오래 거주했던 이웃들의 입장에서 보면 40~50년 정도 억눌려왔던 상황인 거다. 한옥(청송 심씨 가문의 한옥 ‘관해각’)이 그 자리에서 300년간 집터를 지키고 있는데, 불과 150미터 떨어진 곳에 화학단지가 들어섰다는 건 도시계획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그런 부지가 코스모 화학이 나가게 되자 180도 바뀐 것이다. 거주 지역과 가깝다는 건, 반대로 접근성이 좋다는 말로 뒤집어 볼 수 있다. 그 단지 내에서도 가장 끝에 있는 공간이라 접근성이 좋은 공간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경계 없음’을 보여줄 수 있기도 했다.

신경섭 작가의 <COSMOS> 사진전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신경섭 작가의 <COSMOS> 사진전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신경섭 작가의 사진전 전경
사진제공: 코스모40

코스모40 주변에는 도서관 등으로 변모 중인 300년 된 청송 심씨 고택 ‘관해각’, 예술공간으로 바뀐 40년 된 중국집 ‘예술반점 길림성’, 유명 커피전문점 ‘빈브라더스’가 있다. 인천의 대표적 산업도시 잔재가 남아 있는 이곳에 문화벨트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목받고 있다. 코스모40을 통해 어떠한 문화적 다양성들이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성훈식
결국 얼마나 긴 타임프레임을 내다볼 수 있느냐는 것 같다. 사업가 입장에서는 임대차 계약에 따라 2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 단기로 좋은 성과를 내려는 호흡은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을 수 있다. 가능한 장기적 관점에서 기획하고 명확하게 좋은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지역은 타임프레임이 길다. 코스모화학의 이전을 보면서 인근의 대형 공장들도 언젠가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능해졌다. 1, 2년이 아니라 10, 20년이 있다고 생각하면 작은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낸다. 지금 당장의 획기적인 결정이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누적된 의사결정에서 나오는 거다. 이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건 3, 4년 정도지만, 장기적인 것들을 고려해보니 천천히 시간을 들여 더 좋은 결정을 쌓아가고 싶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고 서로 융합하면서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재생건축이라 생각한다. 코스모40에서 만들어낸 과거와 현재의 장소적 중첩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심기보
나는 코스모 화학공장이 절대 이 지역에서 떠나지 않을 줄로 알았다. 언젠가 나갈 것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막연했던 터라, 이렇게 빨리 나갈지 몰라 호흡이 빨라지긴 했다. 공장과 가장 멀어진 데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공장이 나가면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거였다.

심기보
우리 집은 조선시대부터 여러 대에 걸쳐 ‘신진말(인천 서구 가좌동 옛 지명)’ 이 지역에 거주해왔는데, 사람들에게 안 좋은 동네라는 인식이 안타까웠다. 300년간 한 집안이 머문 곳임을 체감하고 있어서, 당연히 앞으로도 300년을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막연하게라도 잘 정주했으면 좋겠다. 코스모 화학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으로 이익 추구를 하려는 마음이 들 수조차 없었고 환경적으로 억눌리기도 했다. 오늘의 나에게 기회가 왔다고 해서 바로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싶진 않다.

사진제공: 코스모40, 촬영: 신경섭 사진제공: 코스모40, 촬영: 신경섭

뉴트로 트렌드와의 결합으로 도시재생, 재생건축공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무분별한 도시재생과 재생건축의 확산이 가져오는 피로감이 있다. 현재의 쓰임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하나의 인테리어 콘셉트로 소비되고 휘발될 뿐이다. 코스모40의 ‘현재의 쓰임‘과 ’미래의 쓰임‘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심기보
이 공간을 일컬어 소위 ‘핫플레이스’라고들 하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콘셉트는 절대 아니다. 재생공간에 대한 열의는 언젠가 가라앉을 거고, 10년 후 자리가 잡혀도 지금의 행위를 유지하고 싶다. 문화적인 콘텐츠 경험을 비로소 이야기하는 때가 왔다. 베스트 사례로 남고 싶은 생각은 더더군다나 없다. 더 좋은 공간,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다른 공간 사례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그게 다양해지는 때가 코스모40의 목적이 완수되는 때라고 본다. 수도권 중에서는 인천이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성훈식
젊은 작가들이 큰 공간에서 프로젝트를 펼칠 기회가 생각만큼 없다. 그들이 이곳에서 창작 경험을 많이 가져가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가져가길 바란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와 경계를 넘나드는 좋은 커넥션을 기대한다.

  • 변순영
  • 필자소개

    변순영은 학부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미술교육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문화기획을 실천해 왔으며, 인천문화재단에 입사한 후, 예술창작 레지던시 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 개관준비팀장을 거쳐 인천문화재단 브랜드 사업인 ‘인천왈츠’, 재단의 모금사업 ‘아트레인’을 론칭했다. 현재는 예술지원팀장을 맡아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예술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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