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이슈토크에서는 최근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인한 축제 취소, 소녀상 전시로 뜨거웠던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 재개와 일본 정부의 보조금 취소,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체계 개선안 발표 등을 이야기했다.
편집위원들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축제나 행사 취소에서 예술가들이 일방적으로 겪게 되는 피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축물 등에서처럼 공정률을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지만, 보상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계약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은 재개됐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빌미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교부하기로 했던 보조금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사안이 마치 한국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연상시키는 데 대해 위원들은 예술 표현의 자유는 물론, 나아가 한일 관계가 상식에 기반한 차원으로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체계 개선안에서는 창작 준비 과정에 대한 인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지원기관이 가져야 할 책임성에 대해 논의가 모아졌다. 향후 지역분권과 관련하여 ‘e나라도움’ 등의 시스템의 변화와 분권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지자체 연이은 가을축제 취소, 대안은?

지자체 가을축제, 안타깝지만 내년에...
‘돼지열병 옮길라...경기, 행사 줄줄이 취소


  • 안태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우려해 경기도권 축제와 행사들이 연이어 취소되거나 축소 개최되고 있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유동 인구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축제를 진행하는 곳도 있고, 최근에 누군가 말하길,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 실은 축제가 셧다운이 되는데,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산업적 영역에서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 곳들은 문을 닫지거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 김규원

    최근 이런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자연재해 외에도 여러 이유로 축제나 행사가 취소되었을 때 보상 방안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해 짚어볼 만하다.
  • 변순영

    지자체에서는 재난 발생 시 다중 집회 행사 자제 지침이 일괄 발송되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지자체 기준 지침이 행사 주최 기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식이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행사 연기, 축소, 취소에 대한 결정 옵션 중에서 파급 효과, 사태의 심각성, 피해 여파 등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 조인선

    축제 취소로 인해 예술가들이 계약금도 잘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봐도 거의 공연 취소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 지자체뿐 아니라 기업과 일을 할 때도 기획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책적으로 개선되거나 단기 프로젝트, 대형 공연의 경우 보험을 들 수도 있지만 작은 공연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설동준

    매우 민감한 사항이긴 하나, 사실상 대응 매뉴얼이 없다. 보통 축제 사무국과 출연진 사이의 경우 계약을 단계별로 진행하거나, 계약서에 ‘천재지변이나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제 또는 차년도로 이월한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정도다. 그러나 축제 사무국과 발주처의 관계는 진행비 산정 등이 애매하다. 축제 기획사들은 자연재해 외에도 취소될 변수가 많다 보니 마진을 많이 남기는 방식으로 세팅을 한다.
  • 김규원

    건축 분야에는 중간에 엎어지더라도 중간 완료분까지 지불을 받는 ‘기성부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축제나 행사도 실비로 나간 금액이나, 지금까지 출연료 등 쓴 금액을 비슷한 의미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제도가 있으면 지자체도 이행하기가 훨씬 편하다. 제도가 없을 경우는 의회의 말을 듣고 해야 하니까.
  • 설동준

    기획보상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그런 거다.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건축 분야에서는 공정률 보고를 하게 되어 있어, 기성산정이란 게 복잡하지가 않다. 국가계약에 관한 법률이나 지자체 계약에 관한 법률도 산정법 내용이 다 나와 있다. 그런데 행사에 대해서는 그런 산정법이 개발이 되어 있지 않다. 일부 지방에서는 아직도 문화 행사를 할 때 ‘공정률’이란 표현을 쓴다. 어느 정도 공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그런 것이고, 당초에 지자체와 계약 단계별로 시기별로 공정률에 대한 계약을 잡아야 한다. 그게 없으면 요구할 근거가 없어지는 거다.
    다만 현실적으로 축제에 대한 보상은 공정률 방식으로 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건설업자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가 발달해 있는데, 그걸 하기 위한 노동이 어마어마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 현재 라이브 공연 중심의 지방 행사나 축제에 도입하기는 어렵고, 실비 보상은 한다든지, 그간의 기획비용은 실비의 10%까지는 보상한다든지 하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 나은 방식이다.
    보상 사례를 하나 들자면, 서초구는 세월호 사건 당시 보상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대신 서초구에 속해 있는 예술단체들이 몇 건이 취소되었는지 전수조사를 하고, 연말에 회당 300만원으로 횟수대로 공연 섭외를 해줬다. 그러나 그건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 변순영

    공연예술계 표준계약서가 공표되면서 공공기관들은 이를 많이 준용하고 있다. 최근엔 기상 천재지변 외에 유행병이나 미세먼지도 수치화해서 챙기고 있다. 표준계약서에 그런 조항을 넣어 만들어줘야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이런 부분까지 계약 사항으로 따질 수 있을 것 같다.
  • 김규원

    보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을 미리 편성하라고 권고한다든지, 행사가 미뤄질 경우 사라지는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 정도는 언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조항을 넣어 근거로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그 이후는?

위안부 소녀상 전시 日 국제예술제 “보조금 중단 반대” 서명 10만 돌파


  • 안태호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의 전시가 재개됐지만, 일본 정부가 트리엔날레 보조금을 교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 보조금 취소 청원 서명이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왔다. 한국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연상되기도 하고, 한일 관계의 복잡한 양상이 흥미롭게 드러나는 것처럼도 보인다.
  • 이한빛

    <표현의 부자유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은 '전시는 재개, 회당 관람객은 제한,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요약된다. 일단 면피는 해야겠으니 전시는 다시하고, 안전을 이유로 회당 관람객은 제한하지만 전시 자체를 찬성하진 않으니 보조금은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톱다운(top-down)식 관리다. 이렇게라도 재개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자체를 거부하고, 새로운 미술전을 꾸릴 법도 한데 그같이 하지 않은 데엔 문화적 특수성이 있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개인적으론 블랙리스트와 비슷하다고 본다.
  • 조인선

    얼마 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시초가 되었던 일본을 대표하는 의류 브랜드에서 논란이 된 또 하나의 이슈가 있었다. 98세의 패션컬렉터 아이리스 아펠과 13세 패션디자이너 케리스 로저스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의류 광고에서 케리스 로저스가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라고 질문하자 아이리스 아펠은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한국에 송출된 광고에서는 이 대답이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변경된 자막이 나왔다. 80년 전인 1930년대 후반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이 이뤄졌던 때이기 때문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 '일제 전범 피해자들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방송 송출은 중단했지만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었던 일본의 수출 규제와 보복성 조치 등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명확한 사과나 해명은 없었지만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그동안 아무 돌파구 없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악화되어온 한일 관계 복원의 전기를 찾길 기대해본다.
  • 설동준

    정치가 선의로 어떤 결정을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심이든, 국제 여론이든, 상식과 기본 가치에 부합하는 제스처라도 취하는 것이 정치일 텐데, 지금의 국내·국제 정치의 분위기는 확실히 노골 그 자체이다. 일본 정부가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고 없고 이전에, 모든 사안에 대해 민중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참한 것이다.
  • 안태호

    정부가 보조금을 빌미로 예술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것은 언제 마주쳐도 씁쓸한 장면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양국 관계가 상식이라는 프레임에 맞춰 서서히 갈등을 조정해 나갈 수 있으면 한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체계 개선안 발표

서울문화재단, 공청회 통해 예술지원체계 개선안 발표


  • 안태호

    서울문화재단이 예술지원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창작준비과정을 지원하겠다는 부분과 함께 2020년부터 지방비로 전환되는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에서 ‘e나라도움’ 대신 ‘엔카스(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를 사용하며 향후 이를 대체할 서울형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부분이 주목된다. 이를 두고 서울문화재단이 ‘e나라도움’을 거부했다는 취지의 뉴스가 나와 재단에서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 변순영

    ‘창작준비 지원’ 트랙이 눈에 띈다. 기존 작품 발표, 창작 결과물에 집중된 지원 체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획, 창작과정에 대한 인정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보조금법상 예산 집행 및 정산 지침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수상금’ 집행으로 문제를 우회한 것 같다. 지원 기관의 지원 체계가 정교화·포괄화되고 확대될수록 공공지원으로의 쏠림현상에 대한 현장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 창작 작업이 공공지원기관의 공모 스케줄에 따라 진행될 순 없는 것 아닌가?
  • 이한빛

    지원의 핵심은 ‘팔길이 원칙’이다. 전제는 ‘증빙 없이’. ‘e나라도움’이건 서울문화재단에서 새로 시작하는 시스템이건, 이것을 구현하지 못하면 다 똑같다. 그냥 시스템 사용 방법만 편해질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Zero1ne)’은 그렇게 하고 있다. 사기업이니까 가능한 결정이란 판단도 드는데, 과연 정부나 지자체가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 설동준

    요즘에는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제시하는 지원사업이나 정책보다는 기관들의 네트워크가 예술생태계를 어떻게 지원하는가 하는 점에 관심이 간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창작 준비 과정을 공식 지원의 틀에 포함시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런데 창작 준비 이전에는 예술가-시민-인간으로서의 삶이 있다. 물론 예술인복지재단이 이 부분에 대한 것들을 일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문화재단은 예술인복지재단과 사업 협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할지 의문이다. 지원하는 자의 입장이 아닌, 지원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영양소가 골고루이길 바라지, 비타민이 좋다고 비타민만 과다 복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근본적으로는 문체부가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기관들 역시도 문화예술 생태계의 책임 있는 주체라는 이해관계자 관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김규원

    부분적인 개선에서 출발하지만 장기적 필요성과 의지가 분명 있다고 본다. 실현의 현실성과 함께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앞으로 분권 논의가 시스템의 분권화 혹은 별도 이용도 동반할 것이 분명한데, 어느 선까지 가능할지 예측이 안 된다는 것이다. ‘e이나라도움’ 같은 문제가 있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타 분야도 가능할 수 있다. 이에 예술인, 문화 관련 종사자도 분권화가 이에 따라 되는지, 그것이 적절한지 등이 향후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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