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술계를 돌아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국공립 미술관보다 대안적인 활동들에 더 주목했다. 물론, 미술시장 전체가 어려움을 겪으며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작가미술장터 등이 시장에서 갖는 위상은 제한적이라는 진단도 함께 제시되었다. 올해는 여성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표준계약서 도입, 창작대가 기준 논란 등 제도정책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했던 해로 기억되기도 했다. 동시에 부산현대미술관의 활약, 지역아트페어의 성장 등 미술계에서도 지역활동에 대한 논의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일시/장소 : 2019. 12. 3.(화) / 청춘여가연구소
진행 : 안태호(웹진≪예술경영≫ 편집장)
참석 : 박경신(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이나연(독립기획자, 매거진 씨위드(Seaweed) 편집장)
이한빛(헤럴드경제 문화부 기자, 웹진 편집위원)
최두수(스페이스엑스엑스 대표, 유니온아트페어 총감독)
최수연(갤러리P21 대표)


2019년 미술계 경향


안태호 2019년 시각예술계의 이슈, 사건을 포함한 주목할 만한 시장동향은 무엇인가?

이나연 마이너했던 영역이 부각되거나 중심이 되는 과정에 있는 세 가지 경향 정도를 생각해 봤다. 첫 번째로 여성작가들의 약진이다. 상반기에는 아트바젤 홍콩에서 이불 작가의 작품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Ⅱ)>가 인카운터 섹션에 전시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후 하반기에는 국제갤러리와 뉴욕 MOMA에서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었고,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9’의 후원작가로 선정한 김아영, 박혜수, 이주요, 홍영인이 모두 여성 작가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출판과 연계된 대안공간이나 젊은 작가들의 움직임이 많이 보였다. 7월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전시 ‘그림도시’가 특기할만하다.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유니언 아트페어’의 중간지점을 그림도시가 찾은 것 같다. 대중적 성향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과 포스터 등이 주로 거래가 되었고, 거래단가가 낮은 책들은 잘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림도시가 구매자 확장을 위해 북페어 형식을 취하고 작가 스튜디오를 보여주는 기획을 만들었던 점 등은 특기할 만한 기획이었다.
세 번째로 지역 아트페어의 성장을 꼽아 보았다. 호텔아트페어 형식으로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렸던 ‘아트제주 2019’는 실제로 지역에 있었던 지역 콜렉터를 발굴하고, 교육하면서 작품을 판매했다. 점점 판매가도 올라가면서 올해부터 자리가 잡히고 있다. 예술시장의 불모지인 지역에서 시장을 찾아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박경신 미술시장과 관련한 법적 쟁점 중 최대 화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를 통해 마련한 표준계약서와 미술창작대가기준 시범운영을 꼽을 수 있다. 논의 중인 예술인 고용보험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 그간 예술인복지법상 서면계약이 의무화되어 있었고 과태료 규정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당국이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예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문화예술용역 서면계약 작성 위반에 대한 문체부의 조사권·시정명령권이 신설되었고 사업자는 문화예술용역계약서를 3년간 보존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마련되었다. 문체부가 개정법 시행에 맞추어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므로 추이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최두수 올해 중저가 미술시장에 대해, 작가미술장터는 지역에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면서 더욱 풍성해졌고 성과도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독립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도 생겼다. 유니온아트페어만 보아도 지속을 위한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나고 변화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저가 미술시장과 아트페어의 지역분산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에는 미술 분야의 플랫폼이자 콘텐츠로써 전시와 작품의 완성도로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전>에서 나타난 전시참여 대가 혹은 아티스트피의 산출방식과 접근법이 이슈가 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법과 제도가 공적분배에 관한 내용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있다. 시장을 회복시키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최수연 거시적으로 본다면 세계적으로 미술시장 양극화가 심해져서 국내뿐만 아니라 중소 갤러리들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겠다. 앞서 언급된 지역 아트페어나 작가 미술장터, 일러스트나 굿즈의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생계를 위한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라 본다. 사실 그런 활동들이 전체적인 미술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일단 액수의 단위 자체가 다르다. 그중 지역 아트페어의 활성화는 좋은 현상이나 조금 더 국제적으로 자리 잡힌 미술시장이 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술계는 거인들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기 때문에 상업 쪽에서는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한빛 올해의 전시들을 공립 미술관과 사립미술관으로 나누어 돌아보자면, 먼저 현대미술관은 본연의 정체성이 없었고 주어진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국립미술관으로서 현대미술관은 한국의 중요 작가들의 맥을 만들고, 작가를 발굴해 이들의 이론적 배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광장전>은 민중미술을 다루기 위한 이론 구축의 시도도 없었고 참여 작가들도 편향되어 있었다. 반면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의 <안은미래>전은 전시 자체보다도 미술관에서 기존과 다른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을 통해 그 다음의 시도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때문에 고무적이었다.
사립미술관은 대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에 국립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해외 거장이나 트렌드를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역할, 이슈를 선도하고,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작가를 데려오는 등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러나 올해 리움은 계속 휴관 상태였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도 더 이상 기획전을 열 계획이 없다. 파라다이스시티도 앞으로 큰 전시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양극화가 심하게 진행됐다. 세계 시장 기준으로는 한국의 정말 잘나가는 작가들의 작품가도 실은 저가에 해당된다. 그나마 김환기 작품가가 100억이 넘었고 나머지 작가는 다 저가였다. 한국시장이 저평가 되어있다고 보는 게 맞다. 10억 이상 작품들이 거래가 안 되는 이유는 비싸서가 아니다. 100억 이상 작품은 거래가 된다. 그런 작품들은 절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탠다드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
반대로 동시에 아주 저렴한 작품들, 원작은 아니지만 프린트, 인테리어용 소품, 아트 굿즈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정작 작가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특이한 현상 중 하나는 IT와 결합한 시각예술 활동이 많았다. 사람들에게 소위 ‘힙’하게 보이는 것 같다. 과연 이것이 어느 정도의 성장성을 가져갈지 모르겠지만 올해 굉장히 독특한 현상이었던 것만큼은 틀림없다.

헤럴드경제 문화부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 문화부 이한빛 기자

시장의 양극화 경향 심화


안태호 미술시장이 이래저래 맥을 못추고 있다는 것은 매체를 통해서도 꾸준히 보도되고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인식은 어떤가?

최수연 올해는 장기적인 침체가 계속된 해이기도 하다. 콜렉터들에게는 한국 작가들 위주로 작품을 구입하는 문화가 처음부터 없었다. 기본적으로 국내 콜렉터들은 투자가치가 없는 작품은 선뜻 구매하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미술 시장 자체는 커지는 것 같은데 선호도는 해외 유명 작가나 투자 가치가 있는 작업들 위주이다.

안태호 그런데, 양극화가 심해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100억대 작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장은커녕 직접 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장 안에서 그런 작품만 의미 있다고 이야기하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 작가 아트페어나 지역아트페어를 비롯해 중저가 규모의 미술작품 거래 역시 미술 애호가들의 층을 넓히는 작업으로 의미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최수연 앞으로 시장이 확대되어서 200만원이던 작품이 10년 후 2,000만원, 2억이 된다면 시장이 커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미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소수의 컬렉터들이 시장을 움직이기는 힘들다. 작가의 작품가가 형성되고, 그게 10배 이상으로 커지려면 국제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나를 포함한 다른 갤러리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국내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고, 해외에 진출시키면서 시장구축을 하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일개 화랑이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외 화랑과의 협업은 꾸준히 해나가고자 한다. 해외 갤러리의 경우 작품가가 오를 가능성이 보이는 작가를 취급한다.

최두수 나 역시 양극화를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 작가미술장터는 매출이 올라도 미술 시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 중저가 시장으로 구분된다. 전에는 작가 미술장터에서 중간 플랫폼의 역할과 가능성을 가졌다면, 이제는 순환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저가 시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질 것 같기 때문이다. 중저가에 머무르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박경신 다양한 페어들이 생겨나 작품 구매층이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지속성 측면에서 페어에 와서 일회성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콜렉터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양적 측면 뿐 아니라 질적 측면의 성장을 위해서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가령 법인의 미술작품 구입과 관련한 손비(비용) 처리 금액이 천만 원으로 늘었는데, 일반적 의미의 콜렉터들에게 이 금액대에서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 지속가능성과 양극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한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등 계속 작품을 살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경신 교수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경신 교수

신생공간과 레지던시의 활약


안태호 시장 상황은 어떻게든 낙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다만 미술문화 확산의 관점으로 다양한 활동에 의미부여가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든다. 그런 차원에서 대안적인 공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이나연 을지로나 이태원 중심으로 신생공간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대안공간의 움직임 자체도 20년 전과 다르다. 초기 대안공간들은 쌈지스페이스나 루프같이 부와 자본이 있는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쌓은 작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며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졌다. 요즘 신생공간들은 브루클린이나 외국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를 따라, 도시에 있긴 하지만 거의 쓸 수 없는 공간을 리뉴얼해 자생적으로 월세를 내며 전시를 진행한다. 지원금을 받은 작가가 약간의 대관료를 내는 정도가 아니면, 그마저도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생을 위해 다른 직업을 겸하거나 공간 안에 카페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 미술장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메이저 갤러리는 고사하고 중소형 갤러리에도 진입할 수 없는 작품들을 최소한 소개라도 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안공간이 분명 필요하다. 아트페어는 사람들이 방문도 많이 하고 홍보도 잘되며, 참여 작가들이 스스로 프로모션을 하기 때문이다. 그림도시의 사례가 좋았던 것은 SNS상에서 팬층이 형성된 작가의 작품이 출품되고, 거기에 20-30대 소비자들이 구매할 만한 금액대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본인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구매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 문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명한 딜러들도 처음에는 포스터 판매부터 시작한 것처럼 초보 컬렉터들도 좋아하는 작가의 에디션을 구입하면서 시작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 젊은 친구들이 장차 진짜 콜렉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으로 본다면 문화적으로는 성공적인 활동이 아닐까. 모든 것을 시장에 맞출 수는 없다.

매거진 씨위드(Seaweed) 이나연 편집장 매거진 씨위드(Seaweed) 이나연 편집장

최수연 기관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영역은 레지던시 같다. 요즘 레지던시가 활발해 지고 내용도 충실해 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인천문화재단의 인천아트플랫폼,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등 공공 레지던시 몇 곳을 가봤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실무자들이 열심히 하기도 하고, 젊은 세대이기도 해서 작가와의 교류도 좋았다. 그 곳에 가서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작가를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는 장소들 대체로 레지던시 아니면 대안공간들이었던 것 같다. 레지던시 공간에서도 전시를 열지만 보러가는 사람은 미술관계자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눈에 띄는 부산


안태호 미학적인 측면에선 올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올해 눈에 띄는 전시나 활동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최두수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이 보다 혁신적인 모습의 예술을 제시하는, 현장감이 겸비된 권위를 갖추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되면 대안적·실험적 다양성이 확대 되고 중심과 방향 역시 잡힐 것 같다. 수상 작가들의 수상 이후의 지속적인 연계 진행 또한 궁금하다. 수상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박경신 옥인콜렉티브의 경우만 하더라도 미술계 밖에서 보면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는데 생활고를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안태호 그렇다. 미술계를 침울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옥인컬렉티브의 경우도 그렇지만 미술계 내에서 일정한 위치를 가진 작가들 역시 금전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현실인 것 같다.

이한빛 서울 외 지역 중에는 부산이 눈에 띈다.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이 바뀌고 관장의 주도 하에 굉장히 활발히 활동한다. 조건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단한 전시를 보여주고 있다. 김성연 관장의 개인기로 커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나연 부산의 경우 오픈스페이스 배가 20년 전 대안공간의 대표주자인 격인데 최근 구도심에 재개관을 했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모아 부산의 젊은 작가 소개를 해 나갈 것 같다. 부산 원도심의 부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에 젊은 작가들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대안공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역인이 관장으로 선임되면서 부산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잘 돌아간다.
서울에서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바바라 크루거> 전이 회자 됐다. 전형적인 기업의 미술관 형식이 아니었다. 또 현대자동차가 기술기반의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제로원 레지던시를 하고 있었다. 지원금 형태로 서포트를 하면서 결과물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스타트업 기술과 연계하고 실험적인 활동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현대자동차와 한국 중견작가를 소개하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제도 정책


안태호 제도, 정책 부분으로 넘어가자. 표준계약서나 창작대가에 대해서 6개월 정도 지난 현황이 궁금하다.

박경신 계약서는 너무나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지만 동일한 기관이라도 작가마다, 매체에 따라 조금씩 그 내용이 다르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로 마련한 표준계약서가 실제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예술인과 직접 계약해야 하는 경우엔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서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예술인복지법 개정이 예술인이 직접적인 계약당사자인 경우에는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고 미술계의 계약체결문화를 얼마나 바꿀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안태호 실제 현장에서 보실 땐 어떤가.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은가?

최수연 이번에 나온 계약서를 사용 중이나 사실 불필요한 내용이나 관계가 없는 내용이 많고 반면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또 없기도 하다. 당연히 상세한 부분은 작가와 갤러리에서 맞추긴 한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배분 비율이나 작가와 갤러리가 각자 부담할 요소를 나누어 놓은 예시들은 경험이 없는 작가의 경우 오해를 할 소지가 있는 부분들이다. 계약서로 인해 오히려 갤러리가 보호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다만 법률적인 문서임에도 따로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은 아니라서 상호간에 검토하는 것이 일이긴 하다. 계약서를 떠나서 갤러리 작가는 신뢰관계가 쌓여 있어야 한다. 계약서가 있고 없고를 떠나 관계가 구축되는 게 먼저다.

갤러리 P21 최수연 대표 갤러리 P21 최수연 대표

이나연 계약서를 통해 새롭게 환기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성폭력 이슈와 관련한 내용이 표준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다. 당사자들이 계약서의 문구를 통해서 인식을 달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

박경신 갤러리 입장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이하 예비 전속작가제)’은 어떤가?

최수연 예비 전속작가제는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취지는 좋으나, 갤러리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되기도 한다. 사실 갤러리와 작가에게 ‘전속’은 거의 결혼과도 같고 오래 함께 일해 왔던 경험이 중요한데, 공모 형태로 작가와 갤러리가 따로 지원을 하고 그 풀(pool) 안에서 매칭 하는 시스템이 받아들이기 낯설다.

박경신 당연히 해당 갤러리의 성격이나 방향과 부합하는 작가와의 매치가 필요하다. 예비전속작가제도가 잘 정착되는 경우 양극화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단발성 사업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태호 정책과 관련해서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

박경신 기존 미술품 양도소득세는 기타소득으로 필요경비가 80-90%가 인정이 됐는데 이를 사업소득으로 분류해 과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세당국의 해석에 의하면 계속성·반복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소득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모든 미술품 양도소득세를 사업소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 콜렉터가 작품 한번 샀다가 장시간 소장하다고 판매하여 취득한 소득까지 사업소득으로 보긴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지켜봐야할 것 같다.

여성작가들의 약진과 기술의 융합


안태호 앞서 이나연 편집장님이 여성작가들의 약진에 대해 언급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젠더와 관련된 이야기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한다. 어떤 것들을 읽을 수 있나.

이나연 가장 대표적으로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이 기획자부터 출품작가 모두 여성작가였던 점, 올해의 작가상 후보가 모두 여성작가였던 점, 그렇게 올해 가장 큰 미술계 행사 2개가 여성작가 그룹전이나 여성작가들만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적인 것 같다. 그동안엔 여성작가들이 많음에도 제도적 기반을 갖추거나 주류에 진입하는데는 유리 천장이 있었다.

최두수 그런 현상이 너무 늦게 나타난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여성 작가가 더 많으니 더 좋은 여성 작가가 많이 발굴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상이 꾸준히 지속되고 유지되어야 할 것 같다.

스페이스엑스엑스 최두수 대표 스페이스엑스엑스 최두수 대표

이한빛 그런데 여성 작가의 활발한 활동에 초점을이 맞추고 정작 전시 퀄리티를 살피거나 비판하지 않더라. 그리고 올해의 작가도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페미니즘이 글로벌 이슈인 것은 맞다. 여성 작가들이 역량이 없다는 것은 아니나, 확실히 쏠림이 심하다.

안태호 추가로 더 언급해주실 만한 내용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박경신 앞으로 미술과 기술의 융합과 관련해 AI, 비디오아트, 미디어아트 등의 저작권이 이슈가 될 것 같다. AI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을 미술시장에서 저작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AI의 작품은 최근 심지어 메이저 옥션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상 인간이 창작한 경우에 한하여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작년 가동이 중단된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은 원형 복원을 거쳐 2022년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다만 앞으로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이런 복원 사례들이 계속 발행할 것 같은데, 특히 저작자의 동의 없이 모니터와 같은 작품 구성요소의 변경이 동일성유지권과 충돌하는 소지는 없는지에 대하여 이번 기회에 좀 더 공론화 되면 좋겠다. 첨언하자면 미디어아트나 설치미술 등 유지보수가 필연적인 경우 최초 계약 체결시점에 이에 대한 합의를 포함할 필요가 있으며 작가나 기획자들간의 협업이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래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계약 체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이한빛 <다다익선>의 경우 LED로 바꾸는 데 무척 많은 비용이 든다. 삼성과 LG에서 나설만한데, LED 패널 판형이 현재 공장에 갖추어진 사이즈와 달라서 힘들다고 하더라. 패널이 소형과 대형이 있는데 그 중간 사이즈가 없다는 것이다. 300개의 작품 화면을 위해 공장을 새로 만들 수는 없으니, 당분간 한계가 있다.

2020년 미술계 전망


안태호 2020년 미술계를 전망한다면 어떤 점들에 주목해볼 수 있을까?

이나연 올해 하반기의 여성작가나 대안 공간 이슈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읽긴 했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2020 제주비엔날레가 내년 5월에 열리는데, 설문대 할망에 대한 신화를 주제로 잡았다. 잘됐으면 좋겠다,

박경신 올해 11월 ‘애니메이션산업진흥법’이 제정되었다. 문화예술 분야의 개별 장르를 적용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미술 분야에 대한 개별법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타 예술분야와 차별된 미술시장의 특징이나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에서 매체나 유통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미술은 법제도와의 연계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앞서 논의한 미술품 양도소득세, 미술창작대가기준을 비롯한 기존의 논의들이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예술인 고용보험에 관한 담론들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 같다.

최수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국 미술시장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각종 세제 정책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은 미술품을 거래하기 매우 편한 나라다. 이러한 요소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거래 자체가 되지 않거나 거래 절차가 복잡하고, 홍콩은 상황이 좋지 않아 국제 정세 상 기회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한국 작가들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한빛 시장에서 화랑 비즈니스가 300년 됐고, 경매 비즈니스가 생겨난 지 100년 됐다. 현재의 이 시스템이 앞으로의 100년 동안 계속되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IT가 발달하고 작가 작업에 경계가 없다. 이 비즈니스들이 바뀔 때가 됐다. 거의 끝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양한 시도 중에 하나가 AI이다. 망할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 하지만 실패를 해봐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하나의 움직임이 될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형태가 구매하고 소비하고 감상하는 형태인데 이게 바뀌는 지점이 나오지 않을까. 그 시초로 보는 것이 독서기반 플랫폼 사업인 ‘트레바리’다. 이런 모임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사람들이 모여서 전시를 보러가고 무엇인가를 자꾸 만들어 내는데 순간의 경제활동과 불이 붙는 순간 아예 다른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박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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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지식재산법을 비롯하여 문화예술 관련법을 강의 중이며 국내외 문화예술 법제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이나연
  • 이나연
    예술전문출판사인 켈파트프레스와 비영리단체 씨위드(Seaweed)의 대표다. 회화와 미술평론을 전공했다. 현대미술에 관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제주도에서 새탕라움이라는 대안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 이한빛
  • 이한빛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시각예술분야 담당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시장을 맹신해서도 안되지만 두려워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시장주의자다.

  • 최수연
  • 최수연
    2017년 이태원 경리단 길에 갤러리 P21을 개관하여 동시대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해오고 있다. 중진 작가뿐만 아니라 역량 있는 차세대 작가를 골고루 소개하여 동시대 현대미술 흐름을 반영하고, 소속 작가들의 시장을 구축, 확장하며 국제화 하는데 힘쓰고 있다.

  • 최두수
  • 최두수
    3-4년 째 예술경영지원센터 작가미술장터 사업을 통해 유니온 아트페어를 운영하고 있다. 그 외 이완 작가와 스페이스 엑스엑스라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를 이완 작가와 같이 운영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 팔러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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