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이슈토크에서도 세 가지 주제를 다뤘습니다. 먼저 ‘예술인 지원과 복지 사이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근 예술인 기본소득, 예술인 행복주택 등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서울시 뉴딜일자리로 청년무용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편집위원들은 특혜논란의 우려가 있는 장르단위 접근을 넘어 보편복지와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음 이슈는 음원 사재기에서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의 순위조작 문제를 다뤘습니다. 인기를 돈으로 주고 살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을 넘어 일종의 마케팅 기술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순위조작을 통한 시장의 혼탁을 피하고 양질의 콘텐츠가 제대로 된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 판매량이나 검색어 순위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든 비평의 역할이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 이슈는 2020년 트렌드입니다. 해마다 발표되는 트렌드 관련 뉴스들을 한 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텐데요. 편집위원들은 이런 트렌드들이 이미 오랫동안 언급되어 오던 내용들의 반복이거나 상업적 활용에 치우쳐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글로벌 트렌드로 뚜렷하게 이야기되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지나치게 개인화된 실천으로만 언급되고 있다며 향후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트렌드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예술인 지원과 복지 사이의 균형

박원순 서울시장 뉴딜일자리로 젊은 무용인 지원
서계동·부천에 문화예술인 ‘행복주택’ 생긴다
최만식 경기도의원 “예술은 공공자산,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필요


  • 안태호

    지난 12월 열린 ‘서울무용제’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용인 지원을 정책화하겠다는 기사가 있었다. “뉴딜 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해 청년무용인 1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무용인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제공’도 언급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전체 예술 정책 차원이 아닌, 개별화된 지원 방식이나 특정 장르 단위와 정책을 연결해 위와 같은 약속을 해도 괜찮은 가이다.
  • 설동준

    2014년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국악 발전 종합계획’을 만들었다. 그때는 클래식과 전통음악 간 장르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온 계획이었는데 이번에도 타 장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 같다. 2018년에도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해 추진위도 구성하고 공청회도 열었지만 그 장르 안에서도 갈등이 많았다. 보편 복지, 예술 장르 간 형평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책을 발표할 때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정책을 구현할지 프로세스와 기준을 같이 발표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판단하고 비판하고 옹호도 할 수 있다.
  • 이한빛

    당시 기사에는 뉴딜 일자리 사업 안에 무용인을 어떻게 편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예술계를 떠나 사회 전체적으론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예술인 복지사업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오래 대두되었고 예술계 내에 합의된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 전체 복지, 일반 복지 내에 예술인들이 함께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 변순영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시설과 문화예술인 지원주택(행복주택)을 결합해 문화예술 복합단지가 조성된다는 기사도 있었다. 일반·보편 복지 논의가 계속 성숙해나감에도, 예술계서는 보편 복지, 예술인 복지, 예술인 지원정책이 혼재되어 있다. 예술인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 공정성, 지원과 복지의 차이 이 세 측면에서 논의가 계속 맴돈다. 그러나 국립극단 부지를 예술인 주거단지로 저렴하게 장기 임대해주는 방안은, 부동산 열기가 민감한 이때에 사회적 이해나 공감대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 조인선

    부천에도 문화예술인 ‘행복주택’이 생긴다고 한다. 부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웹툰융합센터 및 부천영상 청년예술인 주택’ 사업에서는 청년예술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 850가구를 건설, 운영, 관리 지원한다고 한다.
  • 안태호

    예술인복지와 관련한 주제는 항상 소수 장르를 포함하는 장르 간 균형과 함께 보편복지 내에서 예술인복지의 위상이나 포지션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사재기 통한 순위조작 논란, 대안은?

멜론 차트, 대학로 공연, 네이버 실검…순위 조작의 기술을 아십니까
음원 사재기·조작 온상 실시간 차트 폐지론 확산


  • 안태호

    음원 사재기 문제에 대해 몇몇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사실, 이건 장르를 떠나 아주 익숙한 문제이기도 하다.
  • 설동준

    음원 유통 쪽 문제라기보다는 인터넷 플랫폼 운영에 적절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의 발달, 플랫폼 산업의 활성화 단계인 지금은 누가 최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망’의 규모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벌어질 것이다. 쿠팡과 같은 오픈 마켓의 경우 첫 페이지에 상품이 노출 되느냐와 최저가 경쟁이 치열한데, 순위권 안에 상품을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해당 물건을 사재기 한 후 되파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음원뿐만 아닌 인터넷 경제 안의 거의 분야, 플랫폼 간의 경쟁 구도 모두에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이한빛

    방식이 점점 더 정교해진다. 조선일보가 바이럴 마케팅, 사재기 관련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 『완벽한 공부법』, 『일취월장』 등의 저자 신영준 박사의 책은 표절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나 페이스북의 바이럴마케팅을 통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이를 역추적하다 보니 이런 기사가 나온 것이다.
  • 안태호

    사재기를 통한 순위조작 마케팅을 할 만한 업체라면 그만한 재력이나 위상이 있는 곳이 아니라면, 시장진입을 위한 영세업체들일 것이다. 문제는 다른 곳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배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 설동준

    플랫폼에 의한 순위 조작이나 AI에 의한 추천 알고리즘이 활성화되면, 경로의존성의 문제가 생긴다. 다양성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누가 여기서 소위 노이즈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정책 방향은 플랫폼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누가 더 흥미로운 노이즈를 많이 만드느냐를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음악을 즐기는 방식 중에 유튜브 최적화 방식이 있고, 축제나 콘서트처럼 오프라인 무대 최적화 방식이 있다. 공연 마니아들은 당연히 현장성을 우선으로 여기고 무대를 찾아온다. 그런데 무대 수요는 계속 있긴 하지만, 그걸 계속해 일궈내는 사람들이 너무 힘드니까 포기하게 된다. 무대 공연은 비용은 많이 들면서 수익이 나지 않고, 무엇보다 경쟁구간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
  • 변순영

    구독자의 검색비용 절감 욕구를 타겟팅하여 상위순위 랭킹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마케팅 기술로 변질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대놓고 ‘광고’라고 하면 구독자는 스킵(skip)하니까. 문화예술계에서는 실시간검색어나 판매량 같은 수치가 아니라, 그 대안으로 정보 큐레이션과 같은 좀 더 건강한 방식이 확산 될 필요가 있다. 구독자의 문화예술 취향에 맞추어, 자료를 가려내고, 일종의 비평이 담긴 추천방식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 설동준

    비평가 실종의 시대란 이야기들도 한다. 예를 들면 지금은 없는 영화 잡지 ‘키노’는 그 잡지 자체며 글을 쓰는 평론가들 자체가 신뢰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데이터의 양이 플랫폼이나 그 안의 차트를 좌우할 뿐, 그것의 힘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없다. 예술분야는 어떻게든 비평 영역을 새롭게 살리지 않으면 대안이 있을까 싶다.

2020년 트렌드 속 주목할 만한 이슈

큐레이션 콕콕-키워드로 보는 2020코리아
2020년 글로벌 10대 트렌드, 경제 불확실성 속 신기술 발전 지속될 것


  • 안태호

    올해도 변함없이 2020년 트렌드가 발표되었다. 멀티 페르소나, 라스트핏 이코노미, 페어 플레이어, 스트리밍 라이프, 초개인화 기술, 팬슈머, 특화생존, 오팔세대, 편리미엄, 업글인간 등의 트렌드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 설동준

    트렌드가 10개 정도로 분류는 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 소위 덕후 경제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고, 라스티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는 2019년에도 한참 이야기되었던 것이다. 스트리밍 라이프도 일반화된 이야기. 초인간화 역시 인공지능 이후에 매일 하는 이야기다. 이쯤되면 1년마다 트렌드가 바뀌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 안태호

    트렌드라는 건 몇 년간 축적되거나 변화의 과정일텐데, 한해 한해마다 사람들이 얼굴을 바꿔가면서 작년과 올해를 기점으로 바뀐다는 게 이상하단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트렌드란 게 지나치게 상품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이한빛

    살롱이나 혼자문화도 너무 몇 년 전부터 언급된 내용들이다. 다만 이슈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환경문제다.
  • 설동준

    이대로라면 2020 트렌드도 별거 없고 그대로 살겠구나 싶다. 편집위원회의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유럽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책이 없는 기업에 대해선 판매제한을 하는 등의 정책이 나오고 있다. 진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건 그런 것 아닐까.
  • 이한빛

    환경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게 패널티를 엄청 물린다거나 탄소세를 매기는 것들이 일반화되어 있다
  • 안태호

    그레타 툰베리가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꼽히기도 했는데, 국내에서는 별다른 반향을 못 얻는 것 같다.
  • 설동준

    라이프스타일체인지를 하는 사람들은 좀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제일 흔하고 쉬운 게 텀블러 사용 같은 거다. 자기 일상에서 탄소배출을 체크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까지는 세계적 이슈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까지는 왔지만, 일하는 영역에서 일의 프로세스로 적용하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다.
  • 이한빛

    분리수거 등 개인적 실천에 열심이거나 안타까워하며 신경 쓰는 마음은 있지만,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다들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 안태호

    언제쯤이면 기후위기라는 토픽이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예민한 이들은 기후위기보다 중요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지도 꽤나 시간이 지났다. 콜드플레이가 월드투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다시 생각난다. 기후위기와 문화정책 간의 관계를 향후에 다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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