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코로나19 팬대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 중 하나다. 지난 4월 대부분의 주가 역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나타냈으며, 전체 실업률이 14.7%1)에 육박하여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코로나19의 영항은 엄청났다. 첫 번째 행사 취소와 임시 폐쇄조치가 발생한 것은 1월 20일이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미국 전역의 수천 개 예술 단체에서 공연, 전시, 행사 등의 취소, 연기, 폐쇄가 이어지고 있으며, 전국 예술인의 2/3가 실직 상태라고 보고되고 있다. 5월 23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으로 입은 경제적 손실 규모는 55억 달러(한화 약 6조 8천억 원)를 넘어섰다.1) 이와 같은 결과는 문화예술기관, 예술가 등을 포함하여 문화예술 분야가 겪고 있는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하여 미국의 AFTA(Americans for the Arts)와 주요 연구 기관이 협력하여 진행되고 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도출되었다. 이 조사가 단순히 구제를 위한 단기적 재정 지원의 근거 마련 뿐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미래 예측까지도 가능한 방향으로 설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각국에서는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재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분야별 장르별 지역별 규모별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 설문조사인데, 한 예술가가 최근 한 달 동안 파트너 협력기관, 소속 협회, 노조, 지자체, 학교, 정부 기관까지 코로나로 인한 피해 관련 설문조사를 수차례 진행했다는 이야기에서도 얼마나 많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우리는 당신이 그간 이미 충분한 설문조사에 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설문조사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시작하면서 설문의 중요성과 대응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설문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한국도 정부 기관과 관계 기관 및 단체 등을 중심으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가장 기본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피해 실태 및 상황에 대한 조사는 지자체, 문화재단 혹은 협회 등에서 진행한 개별 조사 이외에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별 조사 또한 협회의 회원을 중심으로 피해 사례를 접수받는 형식이 가장 많고, 그마저도 조사 시점이 다르고 피해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서 전체 상황을 이해하는 큰 그림으로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불확실성과의 싸움 속에서 ‘2차’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 규모 파악과 영향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과 그 접근 방법에 대한 힌트를 AFTA의 코로나19 영향 조사를 통해 얻고자 한다.

미국의 ‘현재진행 중간집계형’ 코로나19 피해 규모 파악 조사

현재 미국은 AFTA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가 문화예술에 미치는 국가 전체 인적, 재정적 영향을 추적하는 주요 4대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 코로나19가 문화예술 기관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 / 대시보드
(THE ECONOMIC IMPACT OF CORONAVIRUS ON THE ARTS AND CULTURE SECTOR)

2. 코로나19가 예술가/창의인력에게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 / 대시보드
(The COVID-19 Impact Survey for Artists and Creative Workers)

3.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예술 활동 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
(COVID-19 and Social Distancing: Impact of Arts and Other Activities on Mental Health)

4. CARES Act4) 문화예술 분야 자금 지원 추적 설문조사
(CARES Act Arts Funding Tracker)


위의 조사는 특정 지역, 예술 분야 및 예산 범주별로 데이터를 구분하여 분석할 수 있도록 참여 조직 및 아티스트에 대한 기본 정보를 수집한다. 비영리 조직, 영리 사업 및 모든 분야,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으로 창조적 분야에서 일하는 개인은 모두 참여하여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지점은 온고잉 서베이(ongoing survey) 형식에 따라 3월 초에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간격으로 개인, 기관에의 변화가 발생 시에는 추가적 설문이 가능하다. 일정 시점을 정하고 일회성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접근으로 코로나 사태 특성을 반영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온고잉 서베이의 경우, 모집되는 데이터가 모집자에게만 축적된다는 한계를 넘기 위해 설문조사 데이터를 사용한 실시간(대화형) 대시보드(interactive dashboard) 기능을 탑재하여 사용자가 지역, 분야, 예산 등의 범주를 필터링할 수 있고, 조사 항목을 선정하여 탐색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사용자들이 매우 효율적, 효과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오픈하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실시간으로 집계 데이터에 액세스하여 통합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데이터는 PDF,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등의 형식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 AFTA는 매주 1회 중간요약 결과보고서(Weekly Research Update)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문화예술기관에 미치는 영향’ 대시보드 결과 출처: AFTA 홈페이지 ‘코로나19가 문화예술기관에 미치는 영향’ 대시보드 결과
출처: AFTA 홈페이지

AFTA는 문화예술 기관의 영향 조사 데이터를 먼저 수집하기 시작했다. 주 수익 손실액(티켓 판매, 회원권 등), 기타 수익 손실액(기프트샵 매출, 기부 및 후원 액수), 예상치 못한 추가적 비용(청소, 소독 작업, 온라인 등 채널 다각화를 위한 신기술 활용, 연기된 행사에 대한 취소 비용 등)을 중심으로 단순히 직접적 경제 손실액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입장객 수 등을 포함한 각 부문의 건강을 살피는 지표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후, 예술가와 창의인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가적인 요구를 파악하고 AFTA와 7개의 국가예술지원조직4)을 중심으로 ‘예술인 구제(Artist Relief)’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시작되었다. 특히 예술가들이 종종 두 개 이상의 노동력의 교차점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설문조사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창의적 활동으로 창출하는 경제적 수익과 다른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경제적 수익 간의 관계, 창의적 활동 시간에 대한 비율,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활동 기준과 경제적 수익의 관계 등을 통해 예술인과 창의인력의 상황을 최대한 깊게 이해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코로나19의 심리적, 사회적 경험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위한 설문도 진행하고 있다. AFTA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미국 플로리다 대학(University of Florida)과 파트너십을 맺고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설문을 진행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로 인한 고립이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을 포함한 어떤 활동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의 부작용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지 등 심리적, 사회적 지원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첫 결과는 6월 중에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FTA는 미국 의회가 중소기업, 비영리단체, 긱근로자(gig worker)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금을 추가하여 2조 3천억 원(한화 약 2,800조 원) 규모의 CARES Act를 통과시켰고, 이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8개의 연방 CARES Act 구제 기금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지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 미국 문화예술 분야 피해 규모 및 영향 조사 요약 (5월 26일 중간요약 보고서 기준)=

[코로나19가 문화예술 기관에 미치는 영향(11,600개의 조사 응답 기준)]

전국적으로 비영리 예술 및 문화 단체에 대한 재정적 손실은 현재까지 약 55억 달러로 추산된다. 또한 취소된 이벤트로 인해 2억 1000만 명의 입장권을 잃었고, 그 결과 지역 사업체(식당, 숙박, 소매업)의 관객들이 행사 관련 지출에서 67억 달러(8조 5천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이러한 손실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정부세입 손실 20억 달러이며, 34만 8천 개의 일자리가 더 이상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 96% 전시, 공연 등 이벤트가 취소됨
• 67%는 이 위기가 조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함
• 29%의 예술 인력이 감소함
• 24%의 직원이 감소함(40%는 직원 감축 예정)
• 10%는 코로나19로부터 지속적으로 생존 가능 여부에 부정적임(약 12,000개 조직의 잠재적 손실 예상)
• 그럼에도 불구하고 67%가 지역사회의 정신과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예술적 콘텐츠를 제공 중임

[코로나19가 예술가 및 창의인력에게 미치는 영향(18,500개의 조사 응답 기준)]

62%가 완전 실업자가 되었고 현재까지 예술가/창의인력 1인당 평균 재정 손실은 2만 1천 달러(2천6백만 원)이다. 전국적으로 그들은 2020년에 506억 달러(62조 6천억 원)의 소득을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94% 소득 손실을 보고함
• 79%가 소득을 창출하는 창의적 활동 감소(61% ‘극적인 감소’)를 경험함
• 66%가 작업/활동에 필요한 소모품, 자원, 공간 또는 인력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임
• 그럼에도 불구하고 75%는 그들의 예술적 실천이 지역사회의 사기를 높이고, 지역사회의 결속을 도모하여 코로나19 경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임

[CARES Act 문화예술 분야 자금 지원 추적(1,400개의 조사 응답 기준)]

• 급여보호프로그램(PPP, Payroll Protection Program)5): 77% 성공률
• 긴급재난대출(EIDL, Emergency Injury Disaster Loan)6): 39% 성공률
• 팬데믹실업지원(PUA, Pandemic Unemployment Assistance)7): 32% 성공률

출처: AFTA 홈페이지

데이터의 의의, 아는 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문화예술경제의 취약한 현실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도 고통받고 있는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더욱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 AFTA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는지, 조사를 통하여 데이터와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취소된 행사, 손실된 매출, 추가적 경비 등을 통해 기관의 영업에 미치는 영향에서부터 예술가와 창의인력의 삶의 영향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통합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추가적으로 수집될 가능성이 지금의 정보와 추측을 불완전하게 만들 수 있지만,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는 우리가 얼마큼 알고 있는지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AFTA는 연방 및 주정부가 문화예술 분야가 모든 경기 부양책과 기타 구제책에 꼭 포함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의회에 전달하고 있다. 집계된 데이터에 근거한 경제적 피해와 파생손실 규모에 비하면 정부의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짚어내면서, 정부와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재단, 시민들에게도 문화예술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이 조사 연구는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문화예술의 존재적 특성을 일깨워주기 위한 장치를 고민한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조사에 응답한 대다수의 예술가와 기관들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인 황폐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의 사기를 높이고 지역사회의 결속을 도모하여 코로나19 경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대답한 설문 결과는 단순한 피해 규모를 집계하는 데이터 이상의 역할과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1) 미국 43개 주(2020년 4월) 역사적 실업률 기록(전국 평균 14.7, 최고 네바다주 28.2%) 관련 자료
2) 2020년 5월 18일 기준
3) 미국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CARES Act)’‘는 근로자 및 가정에 대한 재정지원과 기업의 고용유지 지원을 통한 일자리 보존 등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피해 구제 책임과 동시에 경기부양책의 성격을 가지는 법률임. 3월 27일 제정됐으며, 규모는 약 2조 3,000억 달러에 달함
4) Academy of American Poets, Artadia, Creative Capital, Foundation for Contemporary Arts, MAP Fund, National YoungArts Foundation, and United States Artists
5)직원들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기업이 지원된 자금을 통해 직원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6)코로나19로 기인한 경제활동 위축에 의한 어려움 발생 후 정상적인 업무가 재개될 때까지 중소기업의 생존을 돕기 위해 필요한 운영 자금(Working Capital)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7)기존 실업수당에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팬데믹 실업수당으로 기존에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었던 독립계약자와 온라인 기반 근로자도 실업수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 연수현
  • 필자소개

    연수현은 뉴욕에서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음악가인 배우자를 만나 예술행정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행정과 비영리회계 실무과정을 마치고, 75년 역사를 가진 극장 뉴욕시티센터 회계 팀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입사한 후, 문화비 소득공제,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 등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밀착형 정책연구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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