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 역시 코로나19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느 해 같으면 5월은 포근한 날씨와 함께 즐기는 각종 축제들이 만발할 시기입니다. 그러나 팬데믹 아래에서 축제를 원래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것은 너무 큰 모험이죠. 축제와 국제교류의 현실에 대해 편집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온라인화와 영상화는 감염병으로부터 문화예술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전면적인 구원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인 듯합니다. 다만, 가능성은 다양하게 뻗고 있습니다. 편집위원들은 영상화가 갖는 장점과 한계에 대해 논의하며 온라인/영상화가 관객들은 물론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라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이 도입됩니다. 예술인들의 경제적 곤궁을 헤쳐 나가는 데 큰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편집위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입니다. 현장에 맞춤한 제도가 신속하게 자리 잡기를 바라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담았습니다.

코로나19, 축제와 국제교류는 어디로 가는가

되살아난 코로나 불씨에… 5~7월 지역 축제 줄줄이 취소
“국내 비엔날레, 가 보지 않은 길 가고 있다”
주요 페스티벌 잇달아 가을 개최…'울트라 코리아'도 연기


  • 안태호

    코로나19가 앗아간 즐거움은 역시 사람 간의 만남과 교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축제와 국제교류는 그 정점에 서 있다. 팬데믹 시대의 축제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격랑에 휩쓸리는 양상이다. 축제와 국제교류에서 맞닥뜨리는 후폭풍이 당장 만만찮아 보인다.
  • 설동준

    현재 몸담고 있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일정을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 공연을 모두 취소하고 국내 팀 위주로 프로그램을 재편성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출연 계약을 마쳤던 해외 팀들 중 다수는 코로나로 인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었다. 그러나 비자 발급부터 기존의 절차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먼저 한국영사관에서 비자를 받으려면 건강검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영미권 전체가 병원 자체를 갈 수 없는 환경인데다 가더라도 병원이 셧다운되어 발급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에 입국한 아티스트의 자가격리가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서 출발하는 것부터가 막혀 있다.
  • 이한빛

    언택트(untact) 시대에도 예술이 이전과 같은 모양일까? 예술이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지금까지 예술이 갖는 가치는 ‘경험’에 기초해 있다. 공연을 보고, 전시를 보고 예술을 만나면서 생기는 경험이 트리거(trigger)가 돼서 폭발하는 개개인의 감정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러나 언택트 시대엔 이 같은 경험을 강조하면 예술이 설 자리가 상당히 좁아진다. 만남이 목숨을 담보할 수도 있어서다. 과연 그렇다면 예술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고 고민이 많다. 그래서 이번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상상력’을 강조하더라. 예술이 가진 상상력이 팬데믹 시대에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이해는 가지만 선뜻 와닿지는 않는 설명이었다.
  • 조인선

    당장에 문제가 많아 보이는 만큼, 이를 돌파할 수 있다면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이미 총선이라는 거대한 행사를 안전하게 치러낸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낙관적인 전망일지 모르지만, 많은 인원이 모이고 나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성공 사례로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을까?

온라인과 영상은 문화예술을 구할 것인가

코로나 시대… 의외의 즐거움을 만들다
무관중 공연의 빛과 그늘
전시, 공연, 종교가 만난 신세계, 온라인


  • 안태호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이 문화예술의 비상구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를 통한 영상 작품은 물론이고, 음악이나 연극 등의 공연 장르도 온라인에서 선보이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 설동준

    온라인에서 무료로 베를린 필하모니나 조성진 공연을 볼 수 있다 보니, 1년에 공연 한 편을 볼까 말까한 사람들도 공연 영상을 보더라. 이러한 방식이 새 시장을 만들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월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무관객 온라인으로 실황 중계되었던 최혜원·박민희의 <남창가곡>을 2천 명 정도가 관람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정도 관객 규모는 전통음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숫자라고 봐도 된다. 지인 관객층을 넘어서게 하는 새로운 기회와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공연의 영상화를 단순히 빈익빈 부익부로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 공연이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흔히 말하는 ‘전통음악’ 스타일이 아니었던 점도 유효하지 않았나 싶다.
  • 이한빛

    다만 영상으로는 소비될 만한 장르가 한정적이다. 공연 장르 중에서는 발레가 ‘보는 재미’가 있고, 마찬가지로 아트바젤에서도 팬시(fancy)한 그림들이 판매가 잘 된다. 소위 플랫폼 성격에 맞는 장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 연수현

    정식 공연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에서 뮤지션들끼리 스튜디오 라이브를 열면 생각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시청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상과 같은 레퍼토리로 오프라인에서 공연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온·오프라인이 상호 대체 영역이라기보다는, 언젠가는 소비로 이어지는 ‘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경험들이 발굴되고 있다고 본다.
  • 설동준

    관객뿐만 아니라 창작자나 뮤지션 입장에서도 생전 처음 해보는 인터랙션이 발생하고 있다. 4월에 노들섬 공연장에서 열렸던 <음악노들 ON AIR> 랜선 공연에서는 밴드 멤버들이 본인 연주가 없는 구간에 서로 실시간 댓글을 구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조인선

    직접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더더욱 온라인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VR, XR, AR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더 비주얼화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 영상을 가까이서, 다양한 앵글로 찍게 되니, 연주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더라.
  • 연수현

    실시간 공연 영상에서는 오프라인 무대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의상, 조명, 메이크업에 대한 피드백이 댓글로 많이 달린다. 보는 즐거움 이상으로 관객 스스로가 공연에 관여하고 있다는 인터랙션이 되고 있다는 거니까.

예술인 고용보험 오는 11월 적용

예술인도 실업급여...고용보험법 국회 통과
전국민 고용보험 시험대...소득파악·산정기준 등 '산 넘어 산'


  • 안태호

    고용보험 대상에 예술인을 추가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예술인 고용보험이 현실화됐다. 예술인활동증명을 마친 예술가 중 24개월 중 9개월 이상 일을 한 이들이 대상이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오랫동안 이야기되어 온 일인데 좀 느닷없이 결정됐다는 느낌마저 있다.
  • 변순영

    매년 자연재해나 여타의 통제불가능한 요인으로 인해 계약 파기, 사업 무산 등의 피해를 감수해온 예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시행에 앞서 예술인 보수 책정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고용보험에 따른 실업급여 산정이 가능할 것이다. 수년간 공회전 되어 온 예술인 보수에 대한 적정 기준의 실질적 논의테이블 마련이 시급하다.
  • 설동준

    우선 의미 있는 진전이기에 기쁘다. 그리고 현장에서의 적용을 위한 세부 사항들에서 많은 진통도 있을 것이라 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개정 법률안을 보면서 ‘이직’, ‘고용주’ 등의 개념이 현장에 맞게 자리를 잡는 데까지의 난항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이런 일의 시행 과정에서 필요한 법적, 행정적 절차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관리 능력의 책임이 예술계의 현장에 바로 부과되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중간지원 기관의 할 일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한빛

    예술인까지 고용보험이 확대됐다는 건 확실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순차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에 들어와 있지 않은 노동자들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예술인이 포함된 것이니까. 그러나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와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 작가들 중에는 이미 자신 명의의 사업자를 내고 ‘자영업자’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또한 받을 임금 중 일부를 고용보험료로 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악용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예술인’이라는 직업의 범주가 가진 다양한 타입을 어떻게 정책안에서 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