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혼돈의 시대이다. 2020년 상반기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세우는 데 소요되었다면, 올해 남은 시간은 미국에서 촉발된 인종차별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처럼, 외면해 왔던 여러 고질적인 문제들을 대면하고 고민하며 보내야 함을 일깨웠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이러한 기술이 예술 분야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뉴욕근대미술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관련 포스팅
출처: 뉴욕근대미술관 인스타그램 뉴욕근대미술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관련 포스팅
출처: 뉴욕근대미술관 인스타그램

‘비대면의 시대’에 사람들은 이러한 시대가 야기한 여러 사회 현상들을 ‘소통’과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접하고 이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타인과 가감 없이 나눈다. ‘어떤 이의 생각’에 공감하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그의 피드에 호감을 표하거나, 의견을 보태고, 여기에 다수의 의견이 모아지면, 더 이상 광장에 나가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국 경찰이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이후 전 세계인들이 검은색 배경의 피드(feed)를 ‘#Black Lives Matter’ /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라는 해시태그(hashtag)와 함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게재한 것이 하나의 예이다.

‘비대면의 시대’ 이전부터 미술계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특히 시각적으로 특화된 인스타그램(Instagram)을 대중과의 연결 매개로 적극 활용해왔다. 작가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세상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이와 관련된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창구가 되었다. 갤러리 역시 자신들의 프로그램과 작품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소속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ing)를 통해 작품을 파는 또 다른 세일즈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스타그램은 현재 전 세계 미술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전시, 작가, 작품 이미지 게시를 통해 소통하는 미술계 관계자 및 미술 애호가
출처: 인스타그램 @iamamyghlee 인스타그램 전시, 작가, 작품 이미지 게시를 통해 소통하는 미술계 관계자 및 미술 애호가
출처: 인스타그램 @iamamyghlee

미술 생태계가 미술계 각 요소들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다고 할 때, 이 내부에 존재하는 기관과 사람들의 관계도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어떤 작가가 어떤 갤러리에 소속되어 있으며, 어떤 큐레이터가 소속된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는지, 이 작가의 최근 전시에 서문을 보탠 비평가가 어떤 미술관 혹은 파운데이션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컬렉션을 구축한 컬렉터가 이 작가를 팔로우(follow)하고 있는지 등 하트와 팔로우, 그리고 피드의 댓글만으로도 그들의 관계와 향후 계획을 파악할 수 있다. 빅데이터(Big Data)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도입한다면, 미술계의 관계 지형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된다면 시장의 측면에서 한 작가의 작품가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일부 파악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술시장이 시장 분석을 위해 온라인/컴퓨터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디지털 방식의 접근을 도입한 지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미술 경매의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독일 기업 아트넷(Artnet)은 1980년대 설립되었으며, 세계적인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도 1990년대부터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에 컴퓨터를 사용해 왔으며, 오늘날까지 뷰잉룸(Viewing Room) 및 팟캐스트와 같은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 제작 및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다.)

온라인이 미술 상거래 시장의 외형을 키우지는 않았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굉장히 많은 미술품의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의 등장을 목도했다. 아트시(Artsy), 아트넷(Artnet), 사치아트(Saatchiart) 등 갤러리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 세계 유명 갤러리 혹은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다양한 형태의, 그러나 같은 목적을 가진 수많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미술품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의 등장과 활동은 그동안 미술시장의 전체 파이를 성장시켰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2000년대 이후 미술계의 생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이후 갤러리들은 전시 공간을 확장하고, 기반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또 다른 전시 공간을 열면서 매출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외형의 확장이 곧 브랜드의 성장이라는 마케팅의 기본에 충실해 갤러리들은 공간의 확장과 타 지역으로의 진출에 더욱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지나친 외형의 확장은 신진 작가들을 포함 갤러리에 전속하는 모든 작가의 작품 가격에 거품을 형성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미술 작품의 가격 상승을 통해 자산 가격의 상승을 경험하며, 미술 작품을 오로지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는 컬렉터들 역시 이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으로의 미술시장 확장 역시 시작되었다. 미술 관련 데이터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에만 머물렀던 미술 관련 온라인 플랫폼들은 상거래 플랫폼으로 변환 혹은 진화를 꾀했으며,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을 연동하여 작가와 작품을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기존의 미술품 거래 방식을 온라인으로 가져온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구매자의 자발적인 리서치에 기대는 오류와 판매자 혹은 생산자와의 형식적인 상호작용은 오히려 미술품의 온라인 거래에 대한 불신을 일부 키웠다. 또한 미술시장의 흐름을 뉴욕과 런던 등 미술계의 메가 시티로 집중시키는 상황을 초래하였으며, 소수의 작가들만이 이에 대한 혜택을 받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다시 말해 지난 10여 년간 미술시장 외형 확장에 이러한 미술품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 어느 정도 공헌한 것은 분명 사실이나, 미술시장의 핵심이 되는 세일즈의 확장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

미술시장 외형 확장의 요인에는 온라인 미술 세일즈의 성장보단 오히려 시장의 세계화를 주도해온 아트페어의 영향이 더 크다. 지역 축제에만 머물렀었던 아트바젤(Art Basel)과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Art Fair) 그리고 테파프(TEFAF)와 같은 아트페어들이 세계화에 발맞춰 기반 도시를 벗어나 홍콩, 미국 뉴욕,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였으며, 다양한 소규모의 페어들과 지역의 위성 페어들이 이러한 프리미엄 페어들의 등장과 함께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미술시장과 컬렉터를 포함한 미술 애호가, 그리고 대중을 더욱 확대하여 연결하기 시작하였다.

TEFAF 아트페어 2018년 뉴욕 가을 에디션 (TEFAF New York Fall 2018). © TEFAF TEFAF 아트페어 2018년 뉴욕 가을 에디션 (TEFAF New York Fall 2018) © TEFAF

결국 관계 비지니스인 미술시장은 시장 참여자 사이의 상호 관계 맺음이 가장 중요하다. 온라인은 이러한 관계 맺음을 확장하여 시장 참여자로 하여금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으나, 온라인 그 자체가 오프라인의 대안으로서 기능할 수는 없다. 인스타그램 등 현재 각광받는 온라인 채널 역시 사용자의 선호도와 관심을 바탕으로 피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예상하지 못하는 범위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계속 줄어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만큼이나 제약이 크다. 결국 온라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온라인이 가지는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온라인 미술시장 및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방향


미술시장이 궁극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컬렉터의 유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갤러리의 외형적 발전과 미술시장의 온라인으로의 확장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a) 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지향적 성격을 가진 미술시장, b) 미술이 본디 가지는 매체적인 특징, c) 온라인의 생리와 장점, 그리고 d)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안목과 (혹은 읽으려고 노력하는 부지런함) 시대인들의 니즈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게는 1, 2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미술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작품이 가지는 미술사적·미적 가치와 작품의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텍스트 중심의 미술 콘텐츠 제작·소비 방식은 시청각 콘텐츠를 친숙하게 소비하는 현대의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시각 예술(Visual Arts)’의 범주에 속하는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텍스트는 불가결의 요소이나,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맞춰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태도는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저작권 문제로 미술품을 촬영한 사진을 온라인에 게재하지 못했던 ‘믿지 못할’ 시절도 있었으나,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비상업적인 목적에 한하여) 공유하는 것이 시대가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이 되자, 미술계 역시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변화에 가장 느리게 반응하는 미술계에 이는 엄청난 변화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미 사람들은 또다시 정적인 이미지(Still-image)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영상과 오디오(Video&Audio) 그리고 VR(Virtual Reality)과 같은 동적인 콘텐츠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것이 사실이나,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요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콘텐츠 생산과 배포에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되, 가장 기본이 되는 콘텐츠의 ‘질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갤러리들이 올해 2, 3월부터 앞다투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다양한 형식의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의 경우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와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가 온라인으로의 확장을 도모하며 2017년 처음 시작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대다수의 갤러리들이 온라인 뷰잉룸의 운영 방식이나 목적에 대한 고민을 선행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달라져버린 서비스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뷰잉룸을 도입하며, 단순히 ‘비대면의 시대’에 ‘온라인’에서 ‘미술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 정도로만 이것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
출처: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웹사이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
출처: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웹사이트

온라인 뷰잉룸은 단순히 미술품의 이미지와 사이즈 그리고 공간의 축적을 온라인을 통해 보여주는 툴(Tool)이 아니며, 작가와 작품 세계 그리고 작품과 이를 둘러싼 여러 정보들을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구축하여 컬렉터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컬렉터가 해당 온라인 뷰잉룸에 소개된 작품을 하나 정도는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 콘텐츠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온라인 뷰잉룸을 운영해 온 갤러리들의 경우 작품에 대한 실질적인 (가격을 포함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앞서, 이 작가와 작품이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 작가의 작품이 동시대에 활동하는 다른 작가의 작품보다 가치가 있음을 알리는 다양한 부가 정보들을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오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전달한다. 결국 온라인 미술시장의 핵심적 가치는 단순히 작품을 웹에 리스팅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작품과 작가에 대한 흥미 있는 내용들을 대중이 원하는 트렌디한 방식으로 풀어내어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려는 시도에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려는 태도


2015년 8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젤(eazel)은 온라인 미술 콘텐츠 플랫폼으로, 영상 제작보다 상호작용과 비용 면에서 효과적인 3D 스캐닝을 기반으로 인터랙티브 VR이라는 방식을 통해 미술 전시를 아카이빙하고, 미술계 여러 인사들과 제작한 다양한 부가 콘텐츠를 제공 혹은 준비 중에 있다. 모든 콘텐츠에는 스토리라인이 존재해야 한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VR을 통해 전시를 보여주되, 사용자들이 전시의 맥락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디오와 영상 등 직관적인 매체를 활용해 일반 대중들 역시 소비할 수 있는 미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젤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의 생산이다. ‘공감’과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의 탄탄한 콘텐츠는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젤의 큐레이션 콘텐츠
출처: 
이젤 홈페이지 이젤의 큐레이션 콘텐츠
출처: 
이젤 홈페이지
이젤의 큐레이션 콘텐츠
출처: 이젤 홈페이지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으며, 온라인은 오히려 미술과 관련된 콘텐츠를 쉽게 전파하여,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가적인 매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간과했던 지점이 바로 이것으로, 온라인은 온라인에 적합한 플랫폼 운영 방식과 콘텐츠 제작 방식이 요구된다. 오프라인의 세일즈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으로서 온라인의 힘과 역할을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기존의 것을 참고하되, 답습하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

  • 윤영준
  • 필자소개

    윤영준은 미국 콜비대학교 (Colby College)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했으며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경험 후 가상현실 및 인공지능 기반의 미술 테크놀로지 전문기업인 이젤(eazel.net)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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