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급작스럽게 닥친 재난 앞에서 시스템은 무력했다. 처음 맞닥뜨리는 위기에 기관도, 단체도, 개인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한 해였다. 일년간의 축적된 경험이라면 다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돌파해나가야 할지 함께 논의해 볼만하지 않을까. 위기 앞에서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이 어떻게 구성되어 왔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국가 단위 기관과 광역·기초 문화재단, 민간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일시/장소: 2020. 12. 10.(목) / 온라인 화상회의
진행: 안태호(웹진≪예술경영≫ 편집장,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이사)
참석: 강원재(영등포문화재단 대표), 방지영(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
모형오(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송시경(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본부장)

각자 기관별로 올해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부터 들어보는 게 좋겠다.

모형오(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이하 모형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대응은 세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겠다. 첫째가 3월 경 피해실태 조사를 비롯한 정책 준비, 둘째가 경상남도 추경 예산 편성과 긴급지원대책 추진, 셋째가 재단의 기존 진행 사업 변경 조치이다. 첫 번째 과정에서 예술인 피해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을 1차 예술인, 2차 예술단체로 나누었고, 피해 규모와 내용을 조사해 우선 지원순위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는 지역사회에 공유해 예술계에 긴급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했다. 4~7월에는 지역 예술가와 기획자들과 함께 정책토론회, 워크숍, 자문회의도 가졌다.
두 번째 과정은 첫 번째 과정의 결과물을 정책화하는 단계였는데, 코로나19 관련한 신규 사업을 17억 원 규모로 7건 정도 진행했다. ‘문화마을 행복 플래너’라는 기획자 일자리 지원 사업, 예술 단체 피해 손실금 보상 지원, 도민 대상 ‘코로나19 극복 콘서트’,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방역 물품 지원, 예술인 창작활동 준비금 지원 등이다.
세 번째로는 올해 민간보조사업, 문화예술 지원사업 대상자들이 코로나 상황에 맞게 지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비대면 온라인 활동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정산 단계에서도 취소된 행사에 대한 선지출 금액을 인정한다거나, 지원사업 신청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가장 주력했던 것은 경남예술인복지센터의 창작활동 준비금이었다. 기존 보조금 지원 사업이 전시, 공연, 행사의 결과물을 위한 지원이었다면, 올해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그런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예술 창작 과정 자체에 대해 관심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활동 준비금’을 지원을 확대했는데 관점의 전환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강원재(영등포문화재단 대표, 이하 강원재)
영등포문화재단은 2월 13일 열었던 긴급 좌담회가 시작이었다. 메르스를 떠올리면서 기존의 지원 방식과는 다르게 가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3월 11일에는 설명회 겸 지역 간담회를 열었고 많은 분들이 원하는 지원 방식을 들었다. 창작 공간 임대료 지원, 창작 준비금 지원, 단체 운영비 지원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에 따라 3월 12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시기상 4월은 매년 봄꽃 축제에 재단 인력이나 재원이 투입되는 시기인데, 코로나로 인해 축제 강행이 어려워져 아예 그 축제 예산을 지역문화예술 긴급 지원용으로 전환하자고 협의를 했다. 그 예산으로 창작활동 준비금, 긴급 예술인 대출 지원, 아트뱅크사업, 민간 방역 물품 지원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의 경우, 아동 청소년 분야 피해 조사 창구를 맡기도 했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기관들과 협력한 내용들이나 조사 내용을 포함해 말씀 부탁드린다.

방지영(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 이하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는 1~6월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1월 조사에서는 아동청소년 연극 단체들이 창작, 공연 방식 대부분이 공공기관과 엮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창작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도서관, 재단 공연장, 어린이집, 학교에 가서 공연하는 걸 지원받는 방식이라, 코로나로 인해 공공시설이 폐쇄되면서는 전혀 공연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1월 조사 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지원금 자부담률을 없애고 정산 방식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이후에는 예술 인력 인건비 지급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었다. 빠르게, 여러 번 조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작년 9월 만든 오픈 채팅방을 활용했던 덕분이었다. 이 창구를 통해 공문이나 정보를 공유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사단법인이 행정기관 안에서는 제약이 큰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수입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 지원사업을 받아 진행해야 하는 측면은 협회 회원들과 똑같은 입장이더라. 협회라는 구조 자체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송시경(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본부장, 이하 송시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1월 21일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격상되면서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조치를 취했다. 하나는 버텨야 한다, 둘째는 버텨낸 다음에는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레질리언스(resilience)’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했다.
먼저 정보제공 차원에서 5월 12일에 코로나19 관련 문화예술계 정보를 제공하는 ‘코로나19 아트누리’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본인에게 적합한 지원 정보를 찾을 수 있게끔 만들었는데 개설 이후 월평균 9천 명 정도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달 28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아트누리’ 사이트로 재오픈 해 더욱 많은 정보들을 담도록 작업 중이다.
재정 지원 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예산과 기금에서 약 3,821억 원 규모를 편성했다. 이는 기금운용 변경 계획을 포함한 내용인데, 이중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약 456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수월성보다는 보편성에 입각해 보조사업자를 선정하고자 했다. 생계안정을 위한 창작준비금(71억),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연예술분야 인력지원(288억)과 공공미술 프로젝트(759억), 창작활성화 차원에서 공연·시각 창작산실 지원사업(61억), 예술시장 회복을 위한 공연·전시관람료 지원(211억),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지원(149억) 등의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공적 지원 외에도 '예술나무로 다시봄' 프로젝트와 '카카오 같이가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원금 집행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했다. 기금을 앞당겨 지급하거나, 사업 기간을 연장·이월하기도 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나 온라인 행사로의 전환 등 사업 수행 방식 변경을 인정해주는 식이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시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본부장, 모형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강원재 영등포문화재단 대표,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

사실 예술위의 정책 수단들이 예술계가 갖는 기대감에 비해 부족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정책 마련과 실행 전반적으로 어떤 한계가 있다고 느꼈나?

송시경
한계를 많이 느꼈다. 첫째, 예비비 집행과정의 간소화 및 신속성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원금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은 오히려 중앙으로 갈수록 과정도 복잡하고 소요 기간이 길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기금운용계획의 변경이나 긴급 추경은 문화체육관광부나 기획재정부,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까지 가서 논의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둘째로는 종합 조사 및 대응방안 마련이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겠다는 점이다. 이번에 여러 공공기관, 민간 차원에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위원회는 인터뷰와 의견 수렴은 진행했으나 그 범위나 규모가 다양하지 못해 현장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피해 규모나 대처 방안에 대한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세 번째는 법률 체계의 정리와 개선이다. 재난 유형에 따라 자연적 재난과 사회적 재난으로 나눌 수 있는데,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되나 이 경우 정부의 폐쇄 등 행정조치의 강제성 여부와 이에 따른 손해에 대한 보상 등이 구체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지침이나 안내 등이 모호한 측면이 많았다.

만약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그 기준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매뉴얼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기관 입장에서는 현장의 단체들이나 예술가들과 그런 얘기를 나눠보신 적이 있는가.

강원재
영등포문화재단은 예전부터 특수 상황으로 인해 공연이나 행사가 중단될 경우에는 진행된 일에 대한 실비 보상이나 창작 대가도 절반까지는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올해 이전과 좀 달라진 것은 창작자들이 긴급 지원을 받기 위해 예정에 없던 작품제작을 밀어내기식으로 하는 일이 없도록 단체 운영비, 인건비, 임대료는 가급적 지급을 인정하고, 창작 결과물에 대한 정산 증빙 의무를 없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앞서 말한 축제 예산을 지원사업으로 전용할 때 지역이라는 특수성과 공감대가 적용된 것 같다. 이해관계자인 구청, 구의회, 창작자, 향유자 모두 구민 혹은 지역에 준거를 두고 활동하는터라, 지역 문화예술 긴급 지원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다만 사각지대가 없도록, 행정적으로 문제 없도록 체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영등포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소상공인, 특히 영세사업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 그리고 예술가들까지 지원 대상군으로 삼아 사각지대가 없게끔 종합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 문화예술 긴급지원의 경우 지자체에서 지역 상황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리고 광역이나 중앙단위에서는 지자체 차원의 계획 수립의 행정적 근거 마련과 예산의 지원, 매칭을 해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방지영
시스템이나 매뉴얼을 갖추는 것과는 별개로 그걸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이 중요하다. 예술계의 깊은 레이어를 알지 못하고 단순히 행정적으로만 사고하고 행동한다면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정말로 예술가와 그들이 지역에서 이루는 생태계를 고민하는 재단들이 많이 있을까? 지역에 있는 청년 예술가들이 재단을 신뢰하지 않는 사례들을 더러 접해왔다. 지역에서 이탈하는 예술가들이 없도록 구조 개선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형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광역문화재단 종사자들이란 지역 예술생태계나, 예술가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 지역사회에서 예술의 역할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사업의 대상이나 파트너라는 관계 이상으로 현장 예술가를 사회적인 주체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반성적 인식을 할 필요가 있겠다.

공공 영역이 책임을 굉장히 무겁게 갖고 있기 때문에, 선제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시민 사회, 혹은 민간과 그 책임을 나눠가질 방법은 없는 걸까?

모형오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기초문화재단 종사자들과 예술계 몇몇 분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를 물어봤다. 절반 이상이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최소한의 규모로 전환해 운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거리두기를 강화해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또 닥쳤을 때를 위해 위기 대응 매뉴얼을 공공 문화시설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재
지역 예술가, 문화기획자나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빠르게 폐쇄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공공시설은 그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 전체를 보고 움직인다. 만의 하나를 방지하기 위함인 건데, 실은 공공시설이 마지막 보루가 되어줘야 한다는 의견과 가장 선두에 서 안전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 사이 간극이 너무나 큰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지역 내 민간의 창작 공간, 문화 공간의 방역 지원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 민간의 경우 공간 운영에 공공 영역보다 자율성을 가지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방역 문제에 취약하고, 이를 위해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던 경제적, 인적 품을 추가로 들일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업 진행에 있어 공공과 민간 간의 협력 구조와 네트워크가 잘 작동된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 영등포에서 거버넌스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소개를 부탁한다.

강원재
영등포에는 ‘영등포공유원탁회의’라는 지역문화공론장이 있다. 공론장의 구성원들은 단체 채팅방을 기반으로 일상의 소통과 창작활동, 정책과 지원사업에 대해 공유한다. 주로 지역 예술가, 문화기획자, 활동가들이 모여 있는데, 재단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하려 할 때 기본적으로 이 공론장에 의견을 묻는다. 필요하다면 실제로 만나서 간담회도 갖고, 사업이 구체화된 이후에는 그것을 또다시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역의 문화 공론장 유무가 무척 중요하다. 행정과 공공이 무언가를 시도할 때 누구와 협의할지, 현장에서 언제 무슨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모를 때 문제는 발생하는 것이다.

혹시 대표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지는 않나?자칫 친소관계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을 것 같다.

강원재
영등포공유원탁회의에는 채팅방 초대에 의해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다. 대신 운영위원회와 총회가 구분되는데, 여기에는 회비를 내야 참여할 수 있고, 재단과 주요한 협력사업을 결정하고 추진단을 꾸려 결정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각자의 선택에 의해 멤버십을 갖게 되니 대표성에 대한 논란은 없다.

예술위는 사실 협의 층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개인 단위가 아니라 광역 재단이라든지, 혹은 단체나 기관들을 비롯한 다른 종류의 협력 관계를 맺고 계실 텐데,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가.

송시경
예술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난제다. 현장소통위원회, 장르별 위원회, 사안에 따라 FGI를 통해 현장 의견을 듣고 있다. 다만 현재 젊은 예술가들이 협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거나, 동일 장르 안에서도 여러 협단체가 공존하는 경우, 독립된 개인 그룹들이 산재하는 등의 경우도 있어서 1990년대처럼 협단체 위주의 통일된 의견 수립 자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모형오
광역 재단 입장에서는 지금까지는 대표성을 가진 단체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어왔다. 이를테면 경남예총, 경남민예총, 장르별·시군별 지회, 시군 문화재단, 문화도시 지원센터 등 기관 대 기관의 관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주변 관계자들에게 간단한 설문을 돌려 어떤 범주의 논의 테이블이 필요한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광역 재단 차원의 이슈별·지역별·상황별 정기 간담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반이었다. 그 외에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나 토론회, SNS를 활용한 소통 창구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창작자 외에도 지역 활동가, 문화예술교육사, 문화예술 활동가 그룹 등 다양한 층위가 생겨나고 있으니 실무진 단위의 정기적인 논의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방지영
이슈의 공론화 작업도 중요하겠지만, 논의 결과를 듣는 사람이 어떻게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가 화두가 된 것 같다. 앞서 말한 시스템이나 매뉴얼을 읽어내는 사람에 대한 강조처럼 그의 전문성과 사안을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형오
취합된 의견을 해독하고 받아들이는 기관 종사자의 안목과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에 매우 공감한다. 그 밖에 약간 다른 측면의 협력 관계로 언론과의 관계를 짚고 싶다. 의견을 모으고, 정책화해 실제 실현시키려면 결국 예산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추경은 아주 긴박하게, 약 한 달 기간 안에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지역 언론에서 지역 예술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낸다면 그것이 사회적 공감대와 설득력을 갖게 되는 구조다.

기술적 진전으로 인해 활용가능한 소통의 도구들은 부쩍 늘어났다. 사람들이 발언을 하고 의견을 내는 일에도 스스럼없어졌다. 예전에는 채널이 워낙 협소하다 보니 체념하고 마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여차하면 청와대 청원도 손쉽게 올리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이니 오히려 기관에서 그런 의견들을 어떻게 갈무리하는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점인 것 같다. 좌담을 마무리하며 위기 상황에서 민-관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이나 개선해야 할 지점에 대해 의견을 부탁드린다.

모형오
지역 생태계의 존속, 지역예술의 회복과 발전, 예술 가치의 전환 이렇게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첫 번째로 지역 생태계의 존속을 위해서는 내년에도 지속될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광역재단 차원의 기금을 활용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경상남도의 경우 기금이 145억 정도 규모인데, 이 중 얼마를 어떻게 활용해야 지역 예술계의 내상을 최소화하고 생존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예술계를 비롯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둘째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지원을 통한 지역 예술의 회복과 발전이다. 현장에서는 당장의 생존을 위한 긴급 생활 지원, 창작 준비금 지원과 비대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온라인 디지털 기술 지원 사업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단순 무관중 공연보다는 좀 더 세밀하게 강력한 방역을 동원한 소규모 오프라인 활동 전환 내지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예술 콘텐츠 제작 등으로 접근을 세분화해 지역 예술을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예술 활동을 투자 대비 산출, 경제적 부가가치로 직접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 갈등 비용, 위험 요소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예술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방지영
코로나 사태를 경과하며 예술인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내려져야하지 않을까? 예술인활동증명을 통과한 이들을 예술가로 봐야할까? ‘예술인 긴급지원제도’ 신청 조건이 ‘예술활동증명’이었는데, 전업 예술인이 아닌 생활예술인이 포함되어 논란이 있었다. 생활예술이 지자체에 깊이 자리해나가는 지금, 예술이 정확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예술이 존재 가치가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이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
또 하나는 온라인 영상화 사업에 대해 예술가들이 해답을 스스로 찾는 과정을 지원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영상을 만드는 데에 재원을 투자했다면, 그다음에는 만들어진 영상에 방향성을 열어두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상이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유통 서비스나 구매처는 네이버 플랫폼이 유일해 보인다. 이대로라면 관객은 공연 영상은 무료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텐데, 영상물 유료화를 위한 영상물 제작, 유통 과정이 준비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강원재
올해를 겪으면서 지역 문화 공론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으로서의 공정성과 책임, 현장이 갖는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서로 신뢰하고 지지해주며 방법을 찾는 과정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코로나 지속에 따라 소규모 분산형 커뮤니티 기반 예술활동 지원, 창작물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요가 있다. 시민을 대상으로는 공연장이나 전시장 바깥의 실생활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접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다.

송시경
이파카(IFACC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Arts Councils and Cultural Agencies)의 코로나19에 대한 문화예술 정책 리포트를 살펴보면 디테일의 차이는 있겠으나 우리 역시 선진 예술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잘 움직이고 있다. 다만, 큰 차원에서는 문화예술의 필요성과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예술지원기관과 예술인, 단체 간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또한 시스템과 매뉴얼, 법률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큰 그림 안에서 빠르게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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