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키워드를 통해 보는 올해 연구 방향

이번 호에서는 2020년 정책연구 주요 키워드와 관련 법률 동향을 살펴보고 2021년 정책연구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지난해 발간된 경제·인문사회연구회1) 소관 연구기관 연구보고서 제목을 중심으로 주요 키워드를 살펴보았다. 혁신, 격차와 불평등, 디지털, 빅데이터, 기후변화, 플랫폼 노동, 건강권 등이 눈에 띄었다. 혁신과 관련하여 일터 혁신,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 사회 혁신 등의 정책연구가 진행 되었고, 격차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이동성, 빈곤과 불평등, 사회 배제, 성인지 등과 관련한 연구 주제를 찾아볼 수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적 권리 보장과 함께 건강 형평성, 건강 불평등과 관련된 건강권에 대한 연구, 그리고 기후환경정책, 기후정의 진단, 기후변화 적응역량 등 기후변화에 대한 주제도 많이 보였다. 이외에도 빅데이터 기반 정책과 기술 간 융합체계, 디지털 전환기의 일자리, 인공지능 등에 대한 연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위 맥락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정책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 관련 연구와 함께 예술인 고용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아쉬운 점은 건강권, 기후·환경 관련 연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건강이나 기후변화는 문화예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더 이상 회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전 인류의 시급한 문제임이 틀림없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필요해보였다. 이에 국가도 핵심과제로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생태와 환경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고 친환경적 관점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가 올해 진행된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이 연구를 통해 다양한 공간 유형을 포함하는 문화인프라, 유무형의 문화자원에 대한 의식 변화를 촉구하고, 다양한 지역의 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친환경적 관점에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인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위에서 제시한 여러 키워드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시작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상황적 배경은 코로나19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작년에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를 구상하며, 코로나 종식 이후 새로운 일상과 세상으로의 전환을 고민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쉽사리 종식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과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 일상)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 일상은 코로나와 함께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코로나 속에서 격변하는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을 확인하고, 문화예술 분야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설계해 나갈지 분석하는 연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가 문화예술 분야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문화예술 산업의 특수분류체계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네스코(UNESCO)가 작성한 국제기준을 토대로 한국문화정보원이 통계 생산을 위해 만든 분류체계가 있으나, 공식적인 특수분류체계가 없어 이에 대한 개발과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올해는 문화예술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특수분류체계를 개발하여, 정확한 시장 규모 추정 등에 활용하고, 나아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거시적 산업활동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개정된 법률을 중심으로 보는 올해 연구 방향

제·개정된 법률을 중심으로 후속연구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 개정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 중 하나는 「지역문화진흥법」이다. 이 법은 지난해 2회에 걸쳐 일부개정이 진행되어 다가오는 6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개정 내용은 문화도시 예비사업의 기간을 1년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도시 지정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아 1년 동안 예비사업을 실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추진실적을 평가하여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문화도시를 지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서 예비사업을 실시하였으나 문화도시로 지정받지 못한 경우에 그간의 경험과 노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문화도시로 지정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이다. 지정된 문화도시는 5년간 최대 20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된다.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성과관리와 사업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에 대한 후속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령안을 바탕으로 입법예고 중이고, 이에 생활문화센터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도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생활문화시설의 범위에 '생활문화센터'를 포함하는 안과 관련하여 생활문화에 대한 범위를 설정하고 생활문화센터의 근거를 명확히하여 생활문화센터 조성·운영 관련 체계적이고 실효적인 수립을 위한 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문화진흥법 제15조(문화도시의 지정) 법령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외에도 「예술인 복지법」(법률 제16687호, 2020년 6월 4일 시행)의 일부 개정에 의해 5년마다 '예술인 복지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명시하게 되면서 예술인 복지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예술인지원법, 법률 제17415호, 2020년 12월 10일 시행)과 그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도 진행될 예정이다.

2020년 3월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위원회 기준으로, 2021년 들어 총 44건의 법안·법률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대부분이 기존 법률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이나,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도종환 의원 등 13인, 의안번호: 2107440)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도 총 백여 건의 안건 중 11건에 달하는 의안이 저작권법 관련이었다는 사실은 이 법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2006년 전부개정 이후 15차례에 걸친 일부 조항들에 대한 정비 필요성과 저작물 창작과 이용 전반에 걸쳐 누적된 환경 변화에 적합한 저작권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건의 정부안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적 소양과 예술적 감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초등학교ㆍ중학교 및 고등학교 등에서 교원과 협력하여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는 강사를 학교 예술강사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려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었다(정부안, 의안번호: 2108169).

언론을 통해 발의를 앞두고 있는 법안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인 손실보상 특별법안」이 바로 그중 하나다. 문화예술인과 문화콘텐츠 업계의 맞춤형 손실보상의 의미로, 코로나19 확산과 방역대책을 실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문화예술인과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의 보상과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으로 3월 중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대적 변화와 요구, 그리고 정책적 의지 등에 대한 적극적 정책연구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1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저작권' 관련 의안 리스트
*출처: 의안정보시스템

올해 진행될 예정이거나 계획 중에 있는 정책연구들을 살펴보았다. 몇 개의 주요 연구를 중심으로 소개하다보니 모든 연구를 다 담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올해도 여러 연구기관과 단체에서 폭넓은 시야와 안목으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해주시길 바란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대응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문화예술의 가치 인식 확산, 예술인의 창작안전망 강화 등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통합주제를 통한 분야 간 합동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초목의 싹이 트고,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땅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하는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과 함께 정책연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문화로 되찾는 일상을 위하여 올해도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올해 예술경영 웹진에서 펼쳐질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도 기대해주시길.

1)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으로, 경제ㆍ인문사회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ㆍ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가의
연구사업정책 지원 및 지식산업발전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

  • 연수현
  • 필자소개

    연수현은 뉴욕에서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음악가인 배우자를 만나 예술행정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행정과 비영리회계 실무과정을 마치고, 75년 역사를 가진 극장 뉴욕시티센터 회계 팀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입사한 후, 문화비 소득공제,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 등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밀착형 정책연구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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