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문화진흥법」이 정한 ‘독서의 달’인 지난 9월 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후로 국민의 읽기 및 독서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책 생태계 연구기관인 책과사회연구소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0세 이상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8월 16~20일 온라인에서 조사한『코로나19와 읽기 생활 변화 조사』가 그것이다. 코로나19 전후의 다양한 읽기 매체 이용 및 독서 생활의 변화, 향후 독서 활성화를 위한 시민 의견 조사가 주요 내용이다.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79% 포인트였다. 조사 보고서 전문은 이 조사를 지원한 (재)도서문화재단씨앗 및 (재)책읽는사회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서와 관련된 대표적인 조사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 등이 있는데, 2020년 초부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다양한 매체 이용과 읽기 및 독서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한 자료가 거의 없었기에 이 조사의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비대면 여가 활동과 인터넷 매체 이용 활성화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우리 국민의 여가 생활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집 밖의 모든 활동이 위축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활동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구매(증가 63.0%, 감소 7.4%), 영상/영화/뉴스/책/신문 등의 매체·콘텐츠 이용(증가 41.6%, 감소 21.9%), 온라인 모임(증가 29.9%, 감소 7.0%) 등은 증가율이 높았지만, 여행·관광(감소 70.1%, 증가 4.4%), 대면 모임(감소 62.3%, 증가 6.0%), 문화예술 활동(감소 57.5%, 증가 4.1%), 방문 구매(감소 55.6%, 증가 7.8%), 체육·운동(감소 52.2%, 증가 7.5%) 등은 감소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여가 활동 변화(‘변화 없음’ 비율 제외)
코로나19 이후 여가 활동 변화(‘변화 없음’ 비율 제외)

이 가운데 문화예술 활동(관람 및 참여)은 코로나19 이전 참여율이 평균 63.8%로, 성별로는 여성(65.9%), 연령별로는 30대(70.3%), 직업별로는 관리직/전문직/사무직(71.1%) 및 교육 정도와 경제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문화예술 활동이 ‘감소’(57.5%)했다는 응답이 과반수로 높게 나타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크게 침체된 문화예술계의 실상을 반영했다. ‘감소’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의 활동 참여율이 높을수록 컸고, 소수의 ‘증가’(4.1%) 응답은 20대 대학생층에서 높았다.
한편, 10대 이상의 국민 10명 중 7명(71.2%)은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정보 읽기’가 증가했다. 다양한 읽기 매체 중에서 인터넷 정보, 인터넷 신문, 웹툰(인터넷 만화), 웹진(인터넷 잡지), 웹소설(인터넷 소설), 전자책 등 디지털 매체 읽기는 크게 늘고, 신문과 잡지 등 종이 매체는 감소율이 높았다. 다만, 종이책은 코로나19 이후 이용 증가(21.8%)가 감소(12.0%)보다 약 10% 포인트 더 많아 독자층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코로나19 이후〈읽기 매체〉이용률 변화 (‘변화 없음’ 비율 제외)
코로나19 이후〈읽기 매체〉이용률 변화 (‘변화 없음’ 비율 제외)

이 가운데 인터넷 잡지(웹진)는 코로나19 이전의 평균 이용률이 39.0%였는데, 독서 선호도가 높고 독서량이 많은 사람의 이용률이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이용 ‘증가’가 25.6%, ‘감소’가 3.7%로, 다른 인터넷(온라인) 읽기 매체와 마찬가지로 ‘증가’ 응답이 ‘감소’보다 훨씬 많았다. 증가율은 남성(27.8%), 10대(30.8%) 및 40대(28.5%), 비수도권 거주자(26.7%), 생산직/판매직/서비스직 종사자(29.7%), 격리 경험자(37.9%), 독서량이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읽기 활동도 비대면 활동만 증가, ‘읽기 양극화’ 과제 대두

코로나19 이후 읽기 관련 활동 역시 비대면 활동은 크게 증가하고 대면 활동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터넷 서점 이용(증가 39.1%, 감소 6.0%), 유튜브의 책 관련 영상 이용(증가 37.2%, 감소 3.2%), 인터넷 독서 정보 이용(증가 34.0%, 감소 3.8%), 오디오북 이용(증가 21.4%, 감소 2.2%), 전자도서관 이용(증가 17.7%, 감소 3.4%), 온라인 책·독서 모임(증가 12.9, 감소 2.6%) 등 비대면 온라인 활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증가했지만, 서점 매장 방문(감소 34.3%, 증가 12.2%)이나 공공도서관 이용(감소 28.0%, 증가 15.4%)과 같은 대면 오프라인 활동은 감소율이 훨씬 높았다. 활동별 증가율은 교육 정도, 경제적 여유 정도, 독서 선호도에 비례했다.

코로나19 이후 읽기 관련 활동 변화 (‘변화 없음’ 비율 제외)
코로나19 이후 읽기 관련 활동 변화 (‘변화 없음’ 비율 제외)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독서 생활에 영향을 미친 요인(우선순위로 2순위까지 복수 응답)으로는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의 증가’(45.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외부 활동 제한’(44.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21.6%), ‘도서관 이용 제한’(15.7%), ‘온라인·디지털 이용 활성화’(13.4%), ‘독서의 필요성을 느껴서’(11.7%)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읽기의 내용과 방식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전염병·건강·의료정보 관련 읽기’(증가 69.4%), ‘온라인·디지털 매체 이용 읽기’(증가 64.1%), ‘사회 변화를 알기 위한 읽기’(증가 58.5%),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정책 관련 읽기’(증가 56.0%)가 늘었다는 응답이 모두 60% 전후로 높았고, 읽기 목적별로는 실용, 경제, 오락 순으로 증가 비율이 50% 전후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생존과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실용적 관심이 오락적 목적보다 앞선 것이다. ‘읽기 관련 시간’(증가 48.8%, 감소 8.3%) 및 ‘읽기 관련 지출 비용’(증가 27.6%, 감소 14.8%)도 증가가 감소보다 훨씬 높았다. 대부분의 항목에서 경제적 여유 정도와 독서 선호도에 따라 증감률이 달라지는 ‘읽기 양극화’ 현상이 확인되었다.

항목 감소
(%)
변함없음
(%)
증가
(%)
1. 온라인/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 4.4 31.5 64.1
2.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정책에 관한 읽기 7.5 36.5 56.0
3. 전염병, 건강, 의료 정보와 관련된 읽기 4.6 26.0 69.4
4. 사회 변화를 알기 위한 읽기 4.8 36.6 58.5
5. 학습/공부를 위한 읽기 14.6 57.1 28.3
6. 경제적 목적을 위한 읽기 7.6 44.4 48.0
7. 생활과 관련된 실용적 목적의 읽기 5.7 43.5 50.8
8. 시간을 보내기 위한 오락적인 읽기 10.2 42.4 47.3
9. 읽기와 관련한 전체적인 시간 8.3 42.9 48.8
10. 읽기와 관련한 비용 지출 14.8 57.6 27.6
코로나19 이후의 읽기 생활 변화

선호하는 도서 분야(15개 분야 중 2순위까지 복수 응답)의 비중은 코로나19 전후로 문학 도서가 62.4%에서 45.0%로 17.4% 포인트 줄고, 그 대신 실용서가 74.7%에서 90.1%로 15.4% 포인트 증가했다. 주식투자를 중심으로 재테크 분야에 대한 선호도가 12.9% 포인트 증가한 것이 그 이유였다. 교양서의 선호 도서 비중은 코로나19 이전(63.0%)이나 이후(64.9%)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중 예술/문화 도서에 대한 선호도는 코로나19 이전에 7.8%이던 것이 코로나19 이후에는 6.4%로 약간 감소했다. 예술/문화 도서 선호도는 여성, 10대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전후 자주 읽는 책 분야 변화(복수응답)

※ 문학서 : 시, 소설, 수필
교양서 : 철학/사상/종교, 정치/사회/시사, 경제/경영, 역사/지리, 예술/문화, 과학/기술/컴퓨터
실용서 : 가정/육아/요리, 어학/외국어, 취미/오락/여행/건강, 재테크, 자기계발서, 직업/취업 관련서

코로나19 전후 자주 읽는 책 분야 변화(복수응답)

또한, 코로나19에 의한 격리 경험자(전체 응답자의 12.3%)의 읽기 관련 활동 증가율이 격리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격리 상태에서 인터넷 기반의 비대면 읽기 활동이 증가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인터넷 서점 이용 증가율(평균 39.1%)은 격리 경험자(46.3%)가 격리 비경험자(38.1%)보다 8.2% 포인트 더 높았으며, 격리 경험자의 이용 증가율이 유튜브의 책 관련 영상 이용에서 7.1% 포인트, 인터넷 독서 정보 이용에서 7.9% 포인트, 오디오북 이용에서 9.9% 포인트가 각각 더 높았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상황에서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10명 중 2~3명 정도는 독서 활동이 심화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즉 코로나19 상황에서 ‘미뤄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게 되었다’ 30.3%,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 28.1%, ‘책에 집중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졌다’ 25.4%, ‘분량이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21.7% 순으로 독서 활동의 심화·확장이 이루어졌다.
나아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독서는 여러 가지 유익함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서의 5가지 효용성 항목(여가 활용, 우울감 해소, 고립감 저하, 실용적 도움, 새로운 생각과 계획에 도움)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약 4명은 ‘독서가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고, 4명은 ‘보통’, 2명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독서의 효용성에 대한 체감도는 독서량이 많을수록 높았다. 이를 100점 만점 환산 점수로 보면, 5개 항목 모두 평균 50점대로 집계되었다(‘여가 시간 활용에 도움’ 54.3점 등). 다만,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은 효용성 체감이 평균 60점대, 책 읽기를 기피하는 사람은 평균 30점대의 효능감을 느껴 독서의 효용성 체감도에서 2배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는 책을 읽는 사람이 독서의 긍정적 효과를 훨씬 크게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독서의 효용성
코로나19 상황에서 독서의 효용성

앞으로 독서 환경 조성에 필요한 독서 정보 및 독서 활동에 대한 관심 정도를 조사하여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 ‘나에게 알맞은 책 추천’(59.8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책과 관련된 언론 기사 및 인터넷 정보(53.7점), 방송 프로그램(51.8점), 도서관·서점 등의 행사 안내(50.4점) 순으로 나타나 책 큐레이션과 대중매체 등의 독서 정보 제공이 중요함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지속 가능한 대면·비대면 공존형 독서 생태계 구축, ▲독서 양극화 해소와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독자 개발 추진, ▲국민의 독서 생활화를 위한 독서 시간 확보와 독서 장려 프로그램의 활성화, ▲읽기 관심도가 낮은 사람을 위한 효과적인 사회적 독서 권장 방안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깊어진 독서 양극화 해소가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었다. 독서 선호도가 낮은 사람은 ‘책을 읽고 감동한 적이 있다’는 비율이 32.1%로,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의 83.6%에 비해 매우 낮았다. 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책(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다’는 비율도 18.3% 정도로,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의 70.1%보다 훨씬 낮았다. 책 읽기의 즐거움과 감동, 치유, 행복감 등 긍정적 독서 경험의 축적이 독서 생활화의 바탕이 되므로,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책이 읽고 싶어지도록 책 정보를 제공하고, 긍정적 독서 경험을 키워주는 참여형 독서 프로그램이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 백원근
  • 필자소개

    백원근은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이며, 책 생태계 연구자로 활동한다. 다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와 <독서진흥 연차보고서>의 책임연구자를 역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자문위원회 위원, 한국출판학회 상임이사 겸 출판정책연구회장, 북스타트코리아 상임위원, 2021 60+ 책의 해 추진단, 고양시 독서문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며, <한겨레>에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를 연재한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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