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술시장에서도 온라인화,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다. 다만, ‘다른 것도 아니고, 미술 작품을 두 눈으로 보지도 않고 산다고?’라는 물음표와 ‘산다고 해도, 몇십에서 몇백만 원짜리 아트 토이나 프린트 정도일 것’이라는 지배적 인식이 함께 했을 뿐이다. 이 물음표는 2019년 2월, 코로나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느낌표로 바뀌었다. 모든 전시/페어/경매장이 비대면(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재택근무를 하며 비어있는 벽을 채우려는 컬렉터들의 수요는 늘어났다. 경매사들은 온라인 경매를 대폭 확대했고, 갤러리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자체 온라인 페이지를 구축하는 데 더 공을 기울이게 되었으며 아트시(Artsy) 등 온라인 아트 플랫폼들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게 되었다.

온라인 미술시장의 영구화

온라인 아트 마켓을 다루는 가장 공신력 있는 ‘히스콕스 리포트’의 2022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작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경력 5년 이상의 컬렉터 중 ‘지난 12개월간 온라인 비딩 또는 온라인 갤러리 자동 결제 이용 등을 통해 작품을 구매했느냐?'라는 질문에 85%의 응답자가 ‘그렇다’라고 답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2019년 44%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온라인 작품구매 경험(출처: 2022 히스콕스 리포트)

이 외에도 아트 컬렉터들의 84%는 팬데믹으로 촉발된 온라인 시장 전환과 공존이 이제는 '영구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2020년 51%에서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2년간의 팬데믹 기간동안 구매자들의 인식이 급속도로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이 웹으로 커다란 화면의 초고화질 작품의 이미지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작품을 살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 또한 예상을 빗나간다. 2021년 온라인 판매 작품들의 절반 수준인 46%는 PC 웹 페이지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구매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캐주얼'하게 온라인 플랫폼 또는 스마트폰 앱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들이 많아진 것은, 소위 ‘MZ 세대’라 불리는 영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에 대규모 진입한 현상과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만지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는 경험이 매우 익숙하고 당연한 세대가 미술시장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온라인으로 작품을 사는 경험 자체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마켓이 뉴 컬렉터와 영 컬렉터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영 컬렉터 31%는 자신의 첫 컬렉션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고 응답했으며, 컬렉팅을 시작한 지 3년 이하의 ‘뉴 컬렉터' 47%가 첫 컬렉팅이 온라인이었다고 답했다. 이들이 10년, 20년 후 중견 컬렉터가 되고 더 어린 세대들이 신참 컬렉터가 될 시대를 생각해 보면, 미술시장 주체들의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아트시(Artsy) 데이터로 살펴본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동향

2년간의 팬데믹 기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영구히 오프라인 마켓과 공존할 것이라 예상되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 대해 살펴보자. 특히 세계 최대 온라인 아트 플랫폼인 아트시(Artsy, 이하 아트시)에 대한 소개와 현재 아트시 마켓 플레이스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발견된 온라인 미술시장 동향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올해 10년 차의 테크 스타트업 아트시는 창립자 카터 클레블렌드가 스탠퍼드 대학 2학년 재학 시절 기숙사 방 안에서 온라인 검색을 하던 중 ‘왜 미술 작품은 온라인으로 살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회사이다. 현재 전 세계 3,200개 갤러리, 75개 아트페어, 27개 옥션 하우스와 파트너를 맺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22년 기준 110개 갤러리가 아트시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2022년 기준 190여개 국에서 230만 명이 아트시를 이용하고 있으며, 작품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평균 거리는 4,800km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간 거리가 약 4,500km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아트시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거래가 국경을 넘어 이루어진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아트시는 팬데믹 이후 온라인 마켓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회사 창립 이후 최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3만여 명의 새로운 유저가 아트시에 가입했으며, 매달 1천 명의 유저가 자신의 첫 작품을 아트시를 통해 구매했다. 온라인 컬렉팅에 익숙한 ‘영 & 뉴' 컬렉터들이 아트시 컬렉터의 기반을 이루다 보니, 아트시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수는 현재 전 세계 모든 아트 마켓 플레이어 중 가장 높다. 10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전통 미술시장의 강호인 소더비, 크리스티보다 더 높은 팔로워 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컬렉터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만든 콘텐츠를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매체를 통해 전달할 때 따라오는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마켓 플레이스 안에서 일어난 세일즈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아트시에서 진행된 온라인-온리(Online Only) 옥션 낙찰총액은 479% 증가하였으며, 갤러리 파트너들의 작품 판매 총액은 270% 증가했다. 특히, 신용카드 등록 후 클릭 한 번으로 작품 구매와 운송까지 진행할 수 있게 하는 ‘Buy Now Make Offer(이하 BNMO)’ 리스팅 기능을 통한 작품 판매액이 2021년 대비 올해 상반기 200% 증가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선택된 인원들이 리스트를 받고, 며칠 내 확정을 하면 인보이스를 주고받는다. 그후 은행에서 외화 송금을 하고, 입금 확인이 되면 배송을 한다. 최소 3~4주의 오랜 시간이 걸리던 해외 아트 컬렉팅의 절차가 클릭과 신용카드 결제 한 번이면 10일 내외로 작품을 받을 수 있도록 변화한 것이다.

BNMO는 론칭 때만 해도 많은 갤러리가 사용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컬렉터들이 카드 등록과 클릭만으로 몇백에서 몇천만 원의 작품을 실제로 보지 않고 구매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의 갤러리에서 작품을 BNMO로 리스팅하기 시작했고, 그 효율성이 세일즈 결과로 즉시 증명되었다. 현재는 BNMO가 가능한 지역의 갤러리 중 80%가 넘는 곳들이 작품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BNMO의 성공적인 결과는 마켓 플레이스가 온라인 컬렉터들의 니즈를 파악한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고 이를 판매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나오는 시너지를 보여준다.

이제 아트시 온라인 컬렉터들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온라인 작품 구매자들의 관점에서 온라인 마켓의 매력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편리성', ‘투명성', ‘장벽 낮추기' 이다.

먼저, ‘편리성’은 온라인 마켓이 아트 컬렉팅의 절차와 방식을 간소화하고 ‘현대화, 디지털화' 한 개념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트시의 전 세계 직원 250여 명 중, IT 개발자가 90명이다. 이들은 컬렉터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끊임없이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인 화면에 들어가는 이미지나 필터, 그 모든 것이 각 유저들의 취향에 맞게 리스팅해 노출되는 ‘맞춤 화면'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온라인 컬렉팅의 ‘편리성'을 위한 투자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투명성'이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는 가격이 공개된 작품 리스트를 누구나 검색해서 볼 수 있도록 하여 미술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가격 문의' 스티커가 붙어있거나, 그마저 없어서 어색함을 깨고 오피스의 문을 두드려 작품 가격을 물어보지 않는 이상 쉽게 알 수 없던 기존 문화와는 다르다. 실제로 5년 전 아트시 플랫폼에 리스팅 되어 있던 작품의 약 25%만이 가격을 공개한 채 업로드되었으나, 2021년 하반기에는 작품의 75%가 가격이 공개된 채 업로드되었다. 아트시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60% 이상의 컬렉터들이 ‘작품 비공개'가 컬렉팅에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라고 답했고 판매 가격을 범위로라도 공개한 작품들이 가격을 비공개한 작품들보다 세일즈율이 6배 높다는 결과 또한 컬렉터들이 작품 가격의 투명화에 목말랐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마켓의 투명성과 편리성을 한번 경험한 컬렉터들은 온라인을 통한 작품 구매를 지속한다는 사실 또한 아트시 컬렉터 리포트를 통해 밝혀졌다. 최근 3년간 3회 이상 최소 10만 달러, 즉 1천만 원 이상의 작품을 온·오프라인으로 구매한 컬렉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5%가 1~5개의 작품, 25%가 5~9개의 작품, 10%가 10~25개의 작품, 5%가 25개 이상의 작품을 아트시를 통해 구매했다고 답했다. 이 중 5개 이상의 작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한 비율은 55%로 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컬렉터가 아트시에서 구입한 작품 수

위 자료들처럼 아트시는 자사 플랫폼 컬렉팅 경험이 있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양상을 조사한 ‘컬렉팅 리포트'와 갤러리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갤러리 비즈니스의 현황을 조사한 ‘갤러리 인사이트 리포트'를 발간하여 온라인 미술시장의 양 주체인 구매자와 판매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230여만 유저 데이터베이스와 3천여 개 갤러리 파트너의 데이터를 함께 가지고 있는 ‘마켓 플레이스 플랫폼'에서만 확보할 수 있는 유익한 빅데이터이다.

예를 들어 아트시의 갤러리 파트너들은 갤러리별 페이지에서 ‘Analytics’ 리포트를 체크할 수 있다. 이 섹션 안에는 ‘어떤 국가에서 각 갤러리 페이지에 접속했는지’에 대한 국가별 순위 및 비율과 갤러리 페이지에 들어온 디바이스 타입(모바일, 태블릿, 웹), 어떤 작품의 뷰잉룸과 쇼 트래픽이 가장 높았는지 등의 상세한 데이터가 들어있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이 데이터들을 통해 갤러리들은 작가와 쇼 프로모션 전략을 점검하고, 어떤 작가의 작품을 먼저 프로모션할 것인가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온라인 컬렉팅 - 한국의 현황

최근 아트시에서는 한국의 컬렉터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아트시 내에서 지난해 대비 올해 컬렉터 유입이 230% 증가하여 성장률 1위를 기록하였으며, 지난해에는 아트시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수 중 한국의 앱 다운로드 수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한국 시장의 성장에 맞추어 아트시에서는 한국 컬렉터들에 대한 인터뷰를 발행하기도 했다. 바로 지난달에는 카린 카람 부사장이 조선일보에서 주최한 아시아 리더십 컨퍼런스 발제 차 방한하여 파트너들을 방문하고 여러 매체 인터뷰를 하며 한국 미술 신(Scene)을 직접 경험하고 가기도 했다. 또한 9월 키아프-프리즈 기간에는 최초로 한국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며,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갤러리 파트너들과 함께 한국의 파트너와 컬렉터들을 만나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미술시장은 앞으로도 오프라인 시장과 공존하며 영구적으로 그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그로 인해 투명성, 편리성, 장벽 제거를 키워드로 하는 온라인 아트 마켓의 뉴 컬렉터들과 만나는 입구를 확장해놓은 갤러리와 그렇지 않은 갤러리의 격차는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성장 중인 한국 미술시장의 주체들도 온라인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글로벌 온라인 마켓 트렌드를 꾸준히 소화한다면, 국경의 경계에 갇히지 않은 큰 시장을 쉽게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필자 소개

    김예지는 대학에서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영국에서 현대미술사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옥션 홍콩 경매팀과 글로벌 사업팀을 거쳐 현재는 세계 최대 글로벌 온라인 미술작품 거래 플랫폼 ‘아트시(ARTSY)’의 아태평양팀의 갤러리 파트너쉽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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