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대한 국내외 투자를 촉진하고 안정적 뮤지컬 제작‧유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출범한 K-뮤지컬 국제마켓이 지난 6월 21-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2일차인 22일에는 ‘데이터로 보는 국내외 뮤지컬 시장’을 주제로 <공연 예술 데이터 포럼>이 개최되어, 공연예술통합 전산망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뮤지컬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공연예술 데이터 활용 및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는 객석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의 열기 속에서 국내외 공연예술 전문가들의 발제와 주제별 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변화된 접근법을 요구하는 뉴노멀 환경에서 뮤지컬 시장의 회복력을 진단해 보고, 향후 뮤지컬 산업화를 위한 효과적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질문과 과제를 던져준 시간이었다.

(왼쪽부터) 쇼노트 이성훈 대표, 인터파크 이동현 팀장, 박병성 칼럼리스트, 엠마 마틴 컨설턴트, 강은경 교수

전반부에서는 먼저 필자가 ‘코로나19 전후 국내외 뮤지컬 시장 동향’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다. 팬데믹 전후 국내외 뮤지컬 시장의 공개된 데이터를 통해 일별해 보는 것으로, 국내의 경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출범 이후 최근까지의 티켓 거래 데이터를 대상으로 추이를 살펴보았다. 팬데믹 2년 차였던 2021년 전체 공연 및 뮤지컬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회복의 조짐을 보였고, 그 중에서도 특히 뮤지컬 장르가 타 장르 대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1) 확진자 수 및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시장 민감도는 팬데믹 1년 차와 달리 2021년 들어 큰 혼란 없이 꾸준히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뮤지컬 시장은 전반적인 회복세 속에서 2022년 상반기 현재 경제 상황과 맞물려 시장의 각종 수치들이 변동성을 보이면서 안정성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국은 공연시장에 변수가 많았던 팬데믹 기간동안 공급과 수요의 조절이 두드러지게 국가 주도적 경향을 나타냈다. 일본은 타 지역과 유사하게 팬데믹 기간 중 전체 공연시장 대비 뮤지컬 분야 위축이 약하게 나타났고, 공연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병성 칼럼니스트는 ‘데이터로 살펴보는 뮤지컬 산업의 특성’을 주제로, 지역/장르/극장규모 등 뮤지컬 세부 시장별 특성 분석을 통해 데이터 수요자인 시장의 활동 주체들이 원하는 개별적 정보의 탐색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했다. 서울 지역 뮤지컬 시장을 창작-라이선스-내한 공연, 대-중-소극장별로 교차 분석 해본 결과 2021년 작품 수 대비 매출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에서 흥행력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제작 비중이 높았고, 대부분 대극장에서 진행되어 평균 공연 횟수가 많았기 때문으로 파악되었다. 지역 뮤지컬 시장의 경우 공연 작품 수는 서울보다 많았으나 공연 당 상연 횟수에서 큰 차이를 보여, 총관객 수 및 티켓 판매액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지역 시장의 평균 유료 티켓가격이 서울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서울에 비해 지역에서 대규모 극장 공연이 많기 때문이며, 전용극장 개관과 상시 공연 여부도 수요 창출에 영향을 미쳤다. 대학로 뮤지컬 시장을 창작-라이선스, 중-소극장별 분류로 살펴보면, 창작 뮤지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창작은 소극장, 라이선스는 중극장 비중이 높았다.

서울과 지역의 뮤지컬 공연 비중

대학로 공연작품 수 현황

영국의 마케팅 컨설턴트 엠마 마틴(Emma Martin)은 ‘영국의 공연예술 데이터 활용 현황 및 데이터 기반 뮤지컬 마케팅 사례’를 통해 유용한 시사점들을 던졌다. 마틴은 데이터 활용에 있어 효과적 마케팅을 위한 관객 세분화(audience segment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사례로 런던 극장협회(Society of London Theatre, SOLT)2)를 소개했다. 협회에서는 공연 관람객 수, 총 티켓 판매금액, 평균 티켓가격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보유하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별로 관객 유형 및 가격 정책이 달라 일관된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영국의 ‘오디언스 파인더(Audience Finder)’3)는 표준화된 방식으로 데이터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하여 지역 및 국가 단위 관객 현황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통해 지난 2년의 팬데믹 기간 중 영국 통계를 살펴보면 문화적 행동 양태 및 지출 방식, 주거 지역, 주거 형태, 선호 언론사 등을 조사한 데이터를 관객 접근법에 참고할 수 있다. 마틴은 다각화된 영국 시장에서는 관객 중심 접근이 중요함을 역설하면서, 관련 맥락에서 팬데믹 이후 교훈의 하나로 내로 캐스트(narrowcast)와 브로드캐스트(broadcast)의 병행적 활용을 제안했다.4) 또한 그는 마케팅 성과 추적과 투자수익률(ROI) 측정의 중요성, 디지털 극장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후반부에서는 공연예술 데이터 활용 및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쇼노트 이성훈 대표와 ㈜ 인터파크 공연컨설팅팀 이동현 팀장이 함께 자리하였다. 첫번째 토론 주제는 ‘뮤지컬 시장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수집의 범위’에 대한 것이었다. 이동현 팀장은 팬더믹 이후 데이터 활용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으나 공개 범위에 대한 고민이 있었음을 밝히면서, 산업화를 위한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위해서는 현장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엠마 마틴 컨설턴트는 인구조사 자료를 문화향유 데이터에 접목하여 활용하는 영국 사례를 들면서, 공연 간 비교에는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관객 세분화에 기초한 행동 유형 분류를 중시하는 만큼, 마케팅 초기 단계부터 관객 세분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성훈 대표는 뮤지컬 현장에서 필요한 데이터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통합전산망을 통해 신뢰도 있는 데이터가 제공되는 점은 고무적이나, 시장에서 원하는 데이터 제공이 이루어져야 궁극적인 시장 발전이 가능함을 피력했다. 작품별로 데이터가 산출되어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영화계 사례와 같이, 투자자가 시장에 대해 투명하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의 데이터 취합을 위해 산업 내 합의 형성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박병성 칼럼니스트는 제작자, 소비자, 연구자 등 수요자에 따라 원하는 데이터의 내용이 상이함을 지적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특정 공연이나 장르를 관람하는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창작 뮤지컬 활성화 정책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과의 구분 등 데이터의 장르별 세분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두 번째 토론 주제는 팬데믹 이후의 누적 데이터에서 ‘뮤지컬이 타 장르 대비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이동현 팀장은 기존 뮤지컬 시장이 팬덤 기반의 ‘재관람 관객’을 통해 규모를 유지해 왔음을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팬데믹 기간 중 이른바 MZ 세대 관객 유입이 빠른 회복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들과 친숙한 SNS 채널 등의 역할을 들었다. 이성훈 대표는 뮤지컬 시장 회복의 원동력으로 민간 제작자와 관객 등 이해관계자들의 시장 유지를 위한 노력을 꼽으면서, 영상화를 통한 접근 확대도 회복 요인으로 언급했다. 박병성 칼럼니스트는 대면 공연에 대한 갈증 표출과 함께, 아날로그 감성 바탕의 대면 중심 대중예술인 뮤지컬 장르의 흡인력 등을 꼽았다. 마틴 컨설턴트는 영국 뮤지컬 시장에도 최근 젊은 관객의 재관람이 이루어지는 작품들이 좋은 회복력을 보이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경제적 제약 및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경험재로서의 공연 만족도에 대한 관객의 요청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지는 객석의 질문을 통해서도 국내 뮤지컬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데이터 수집 방법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다양한 관점과 가치를 담은 작품의 공급에 대한 요청도 전달됐다. 고무적인 것은 팬데믹에 따른 타격은 국내외 어디서나 마찬가지였지만, 국내 뮤지컬 시장은 팬데믹 기간 중에도 끊임없는 공급과 그에 부응한 수요가 창출되면서 꾸준히 약진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던져준 시장의 도전과 기회 속에서 뮤지컬 분야는 향후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는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이러한 동향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미증유의 불확실성에 적응하며 회복 시간을 겪어낸 공연예술시장의 치열함을 오롯이 담아낸 데이터의 역할은, 현장 마케팅에의 활용 가능성과 함께 향후 뮤지컬 시장 투자 제고를 위한 단초도 엿보게 해 주었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현장 컨센서스의 중요성을 상기해 보면 결국 데이터의 살아있는 영향력은 그 이면의 시장에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공연예술 현장인들에게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 필자 소개

    강은경은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과 숙명여대 정책대학원에서 예술경영과 문화법정책을 가르치고 있으며, <문화예술과 국가의 관계 연구>, <공연예술법 마스터클래스 4막 36장> 등의 저자이자 예술행정가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이사로, 올해는 공연예술 장르별 전문가들과 매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데이터를 읽어내는 과정을 통해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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