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영국에서 13년간 공연 마케팅에 몸담아 왔다. 현재 연간 30개 이상 작품의 온·오프라인 마케팅뿐 아니라, 기관들의 전략 개발을 돕고 프로듀서들의 마케팅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상 공연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객이다. 필자에게 공연 마케팅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가 누구든 - 어떤 공연, 학생 단체, 제작자, 기관이든 - 언제나 마케팅 전략 수립의 시작점이 되는 질문은 ‘관객이 누구인가?’, ‘누구를 위해서 공연을 제작하는가?’이다. 이 질문을 통해 관객이 누구인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미 해당 공연 단체의 SNS를 팔로우하거나, 정기적으로 공연장에 가거나, 즉각적으로 공연의 매력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면 비교적 공략이 쉬운 관객층일 것이다. 반면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규 관객을 유치하고 개발하려고 할 수도 있다.

관객들이 하나의 공연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지점은 상당히 다양하다. 공연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에게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어떤 홍보 문구나 이미지, 형식을 사용하여 다가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 박스오피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영국은 상당히 폭넓은 관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관객 세분화에 사용하는 주요 도구는 바로 우편번호다. 영국의 우편번호 체계를 활용하면 관객들을 약 15개 주소가 있는 세부 지역까지 나누어 식별할 수 있다. 영국의 관객 세분화 프로파일링은 1978년 통합 분석센터(Consolidated Analysis Centers Inc., CACI)가 ‘에이콘(Acorn)’을 개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은 이후 계속 우편번호를 시장 유형 분류 기준으로 사용해 왔다. 주요 사회적 요인과 인구 행동을 분석하여 관객을 인구통계학적 유형으로 구분한 방법은 영국에서 개발된 최초의 관객 세분화 전략이었다. 1986년 CCN (Credit Control Nottingham)이 추가 데이터를 더하여 ‘모자이크(Mosaic)'를 개발한 이후 더욱 풍부한 분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영국의 공연장들은 모자이크 시스템을 활용해 관객의 소비 패턴과 행동을 분석했지만, 관객들의 문화적 참여도에 대한 외부 데이터는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연구와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소규모 저예산 공연장은 관객들을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웨일즈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Wales),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Creative Scotland)가 오디언스 에이전시(Audience Agency)와 협력해 ‘오디언스 파인더(Audience Finder)’를 개발하였다. 오디언스 파인더(Audience Finder)는 영국에서 최초로 예술, 문화, 문화재 분야에 있어 관객 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도구이다.

오디언스 에이전시(Audience Agency)는 데이터 툴킷(Data Toolkit)과 더불어 ‘오디언스 스펙트럼’ (Audience Spectrum)이라는 분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것은 기관·단체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여 지역적‧전국적으로 더 큰 관객층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관객 보고서를 생성하고, 새로운 관객층 유치 기회를 파악하며, 그룹별로 협력하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업무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세분화 및 대시보드 도구와 함께 ‘공연 통계(Show Stats)’도 도입했는데, 이는 이전에는 조회할 수 없었던 데이터 정보를 박스오피스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고도 받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오디언스 스펙트럼(Audience Spectrum)은 인구통계,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 관심사, 지출, 기타 행동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영국 인구를 세분화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화적 참여도 수준으로 분류한 10개의 관객 그룹이 나누어졌다. 오디언스 스펙트럼(Audience Spectrum)의 상위에는 ‘대도시 문화애호가(Metroculturals)’, ‘교외의 문화 애호가(Commuterland Culturebuffs)’, ‘경험주의자(Experience Seekers)’라는 매우 참여도가 높은 3개 그룹이 있다. 그 아래에는 ‘가정과 전통 유산(Home and Heritage)’, ‘공동생활 신뢰자(Dormitory Dependables)’, ‘여행과 즐거움(Trips & Treats)’의 중간 수준 참여도 그룹이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도가 낮은 그룹으로는 ‘우리 동네 이웃(Up our Street)’, ‘공동체주의 가족(Frontline Families)’, ‘만화경을 든 탐구자(Kaleidoscope Creativity)’, ‘지원 공동체(Supported Communities)’가 있다.
이러한 그룹들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보고 싶다면, 오디언스 에이전시 웹사이트 (www.theaudienceagency.org/audience-finder-data-tools/audience-spectrum)를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이러한 분류는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될까? 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데이터로 더 심층적이고 타겟팅된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까?

예술 단체와 기업들은 데이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핀스버리 공원(Finsbury Park)의 유명한 오프 웨스트엔드 극장인 런던의 파크 씨어터(Park Theatre)는 오디언스 스펙트럼(Audience Spectrum) 분류법에 따라 모든 데이터 기록을 태깅(tagging) 하여 그룹별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타겟팅 그룹을 정확히 알면 공연장은 맞춤화된 홍보 문구와 콘텐츠를 제작해 올바른 방식으로 정확한 관객층에게 공연을 알릴 수 있다. 관객들은 공연장을 신뢰해야 하며 소통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대화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면 이러한 관계를 구축할 수 없을 것이다.

세분화된 관객 그룹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이는 마케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필자는 몇 년 전 슬라우 (Slough)에서 무료로 개최된 야외 국제예술축제 행사를 담당한 적이 있다. 무료 공연 중에서도 특히 축제의 경우 관객층 파악이 무척 어려운 편이다. 축제 주최자들은 자체적인 관객 데이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백지에서 시작하는 셈이었다. 축제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오디언스 스펙트럼과 우편번호 지역 분석을 통해 해당 지역에는 두 개의 대규모 관객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참여도가 높은 ‘경험주의자(Experience Seekers)’ 그룹과 참여도가 낮은 ‘만화경을 든 탐구자(Kaleidoscope Creativity)’ 그룹이다.

‘경험주의자(Experience Seekers)’ 집단은 다양성이 풍부하고 사교적이며, 여러 예술에 관심이 많고 문화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관객층이다. 연령은 낮은 편이며 새로운 경험 중에서도 특히 참여 예술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들은 문화적 관심사와 더불어 디지털 이해도도 뛰어나 행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는다. 따라서 온라인 환경에서 특히 눈에 띄는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한다. 축제에서는 경험주의자들이 가장 널리 분포된 지역을 파악하고, 강력한 비주얼과 영상 기반의 유료 소셜 캠페인에 집중하여 곧 시작될 축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셜미디어와 집중화된 프로그램의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그들에게 어필했고, 가장 많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판매 포인트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전달했다.

‘만화경을 든 탐구자(Kaleidoscope Creativity)’ 그룹은 특정한 문화 예술 활동과 축제를 선호하는, 참여도가 훨씬 낮은 청중 그룹이다. 이들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거리예술 등의 비주류 활동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낮은 소득수준과 교통 편의 부족으로 인해 제한된 수의 지역 행사에만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어플과 스마트폰에 크게 의지하긴 하지만 온라인으로 예술과 문화에 참여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 그룹을 타겟팅하기 위해 우리는 가장 가까운 지역들에 초점을 맞추고 전단지를 만들어 집집마다 홍보했다. 전단지는 이 관객층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는데, 축제가 해당 지역에서 열리며, 무료이고,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사례는 관객을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메시지 수립뿐 아니라 마케팅 전략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 데이터를 활용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수많은 사례가 영국의 예술 마케팅 산업 전반에 존재한다. 관객 이해를 통해 모든 규모의 조직이 다양한 관객 데이터에 접근하여 관객과의 소통을 발전시키는 최적의 방법에 대해 더욱 깊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의 공연 마케팅 업계는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관객에 대한 지식과 데이터가 항상 우선순위로 활용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통해 예산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제작되는 공연에 대해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관객층을 유치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영국 공연업계는 규모가 크고 다양하며, 경쟁도 상당히 치열한 편이다. 관객 데이터의 세분화와 더 깊은 이해는 참여 관객을 위한 더욱 강력하고 타겟팅된 마케팅 활동 개발과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새로운 고객층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여러 조직이 원하는 다양한 관객층을 인식하고 이를 개발하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연극, 콘서트, 미술 전시회, 문화재 행사는 올바른 관객층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타겟팅하는 관객은 소규모의 목표 그룹일 수도 있고, 더 폭넓은 관객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언제나 시작점은 ‘관객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으로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하며, 행사 별로 적합한 관객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공연이 하룻밤에 수천 개의 좌석이 매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위해 공연을 기획하는지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적절한 공간, 적절한 관객, 적절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성공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필자 소개

    엠마 마틴(Emma Martine)은 디지털 공연, 순회공연을 위한 전략 및 캠페인 관리, 기업 브랜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 예술 마케팅 컨설턴트로서 영국의 뮤지컬 메카인 런던 서부지역에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리 세인트 에드먼즈 로얄 극장과 타라 극장 등 유서 깊은 극장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 엠마 마틴 아츠 마케팅사(Emma Martin Arts Marketin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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