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지난 2022년 9월 3일(토) 코엑스 컨퍼런스에서 개최된 예술경영아카데미(MoAA)의 미래인재-열린 과정 <트렌드 특강Ⅲ>에서 강의한 지아지아 페이(JiaJia Fei)의 강연을 요약한 내용이다.

필자는 디지털 전략 전문가로서 지난 15년간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일하고 있다. 일을 해오면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겠지만 미래 기술이 우리가 미술을 경험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시대의 미술관의 변화

나의 지인이기도 한 아티스트 행크 토마스(Hank Willis Thomas)는 “우리가 예술을 창작할 때 우리는 미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술가가 창작을 할때에는 자신들의 수명보다 더 오래 남을 예술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이들은 아직 만난 적 없는 미래의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술관의 존립 목적이다. 미술관의 사명은 과거를 보존한다는 것에 있다. 미술관에서는 여러 미술 작품을 소장해두고 관객들과 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술관 내에서 기술을 다룬다는 것은 역설적인데, 기술은 새로운 것이지만 미술관은 그렇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항상 미래에 관한 것이다. 기술혁신은 다음 버전을 만들고 반복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

나는 급진적인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미술관에서 근무했다. 당시 미술관들은 소장 작품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하고, 소셜미디어에 계정을 만드는 등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미술관이 디지털 관객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함(job title) 역시 바뀌기 시작했다. 미술관의 전통적인 인력들, 즉 큐레이터나 에듀케이터나 복원사들의 직함 앞에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관의 존재 자체를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디지털로 진출을 해야 하고 디지털에서 미술관을 알리기 위한 디지털 전략을 실시해야 했다.

미술관의 직함 변화

그렇다면 디지털 전략가란 무엇일까? 실무적으로 나는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디지털 툴을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디지털 전략가로서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교육자이자 스토리텔러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에서 왜 번역이 필요할까? 종종 미술관 벽이나 보도자료에는 전시되는 작품과 동떨어진 정보들이 쓰여있곤 한다. 새로운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 전문가도 이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전문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관에서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은 미술과 기술 용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미술관을 알리고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자 한다면 그런 자세가 더욱더 필요하다.

디지털은 미술을 감상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나는 미술계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3년 전에 디지털 컨설팅사(The First Digital Agency for Art)를 창립했다. 회사를 창립한지 겨우 3개월이 지났을 때 글로벌 팬데믹의 영향으로 모든 미술기관들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다양한 미술관 및 갤러리 작가들과 일하며 그들의 작업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온라인에서 펼치고 있다

미술 분야 디지털 전략가로서 나에게는 중심 철학이 있다. “만약 기술이 답이라면, 그것은 무슨 질문에 대한 답인가?”를 항상 궁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멋진 작품이든 프로젝트든 기술을 구현할 때 나는 항상 고객들에게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식별하라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기술을 이용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도 그러한 개념을 통해서 구축되었다.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 에브 윌리엄스(Ev Williams)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터넷이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항상 그동안 해왔던 것과 똑같은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사람들의 욕망을 발견하고 중간에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기 위해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해 주었다. 하나의 기술이 인간의 욕구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쇼핑(아마존), 차량호출(우버), 음식 주문(심리스), 대화(스카이프), 데이트 만남(틴더), 독서(킨들), 영화감상(넷플릭스), 음악감상(스포티파이) 등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기술이 아직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좀 더 섬세하고 뉘앙스가 적용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술작품 감상은 매우 다각적인 경험이다. 회화를 보든 멀티채널 비디오 작품을 보든 이것은 디지털 상품이나 퍼포먼스 경험만큼 비무형적 경험이다. 특히 미술은 경험이며,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적인 경험이다. 우리가 코엑스와 같은 전시장에 와서 아트페어를 보거나 갤러리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통해서 미술을 감상하고 경험하는 방식이 급격히 바뀌었다.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새로운 기술이 있어도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그대로 하고 싶어 한다는 논리를 미술에 적용해 보자. 반 고흐의 자화상처럼 셀피도 자화상의 한 형태라고 주장해 볼 수 있다. 폴 세잔의 작품과 같은 정물화도 수 세기 동안 많은 작가들이 좋아하는 주제였는데, 우리가 음식 사진을 찍어서 서로 공유하는 양상과 다르지 않다. 클로드 모네는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반복해서 석양을 그렸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도 석양이나 멋진 풍경이 보이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인간이 관심을 갖는 주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한 것이 있다. 이런 이미지와 상호 소통을 하고 이미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

예술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로 인해서 우리는 가서 직접 경험하기 전에 미술작품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변화는 아찔할 정도로 크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의 사용자 수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를 이미 넘어섰다.

오늘날 우리는 시각적인 세계를 주로 우리의 스크린, 특히 휴대폰을 통해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스타그램도 틱톡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인스타그램 이미지나 비디오도 점차 세로 화면이 많아지고 있다. 휴대폰에 최적화된 이미지들이 고정되고 있는 것이다. 영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짧은 영상(short form) 중심의 콘텐츠가 나온다. 우리는 현재 구글 세계관 속에 살고 있다. 우리의 검색 결과가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틱톡 세계관에서 살게 될 것이다. 틱톡에서 사용하는 검색엔진 최적화(SEO)가 구글 검색을 빠르게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에는 미국 성인이 하루에 틱톡에서 보내는 시간이 구글에서 보내는 시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은 빠르게 젊은 층들이 정보를 찾고 발견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미술기관들은 이런 플랫폼에서 입지를 높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을 사용해서 많은 기업들은 프로모션 정보를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고객들이 자신들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변화들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을 어떻게 개편하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어느 정도 그 변화가 일어날까?

인공지능(AI)을 통해서 우리는 미술이 급격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AI는 알고리즘을 통해서 우리에게 추천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코드와 머신러닝을 통해 극사실적인 이미지를 창작해낼 수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AI가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다룬 기사를 통해 미국의 Open AI라는 회사가 만들어낸 웹-앱 Dall-E의 창작 능력을 언급한 바 있다. 예를 들어보자. ‘달에 간 케이팝 밴드’, ‘무지개로 만든 비빔밥’을 Dall-E에 입력하며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그려준다. 컴퓨터가 이해해서 생성되는 결과물이다. 놀랍지 않은가?

달에 간 케이팝 밴드 이미지(출처 : Dall-E)

무지개로 만든 비빔밥 이미지(출처 : Dall-E)

디지털이 미래를 얼마나 바꿀 것인가?

AI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계는 발명가들의 도덕성을 반영한다고 한다. 새로운 디지털 현실에서 기존 불평등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의 대부분은 특정한 한 집단에 의해 설계되었다. 미국의 경우는 백인 남성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최근에 NFT에 대한 열기와 붕괴 상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상에서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디지털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되었다. 예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작품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과거에는 파리, 뉴욕, 서울과 같은 특정 예술 도시에만 미술 작품이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관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현실 상황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일례로, NFT 작품 판매액의 77% 이상이 남성 창작자에게 전달된다. 기술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면서 미술시장이 민주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낙관론을 펼쳤으나, 현실 세계의 이슈가 온라인 세계에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소셜미디어가 처음 나왔을 때도 등장했다. 예전에는 인터넷이 모든 것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했다. 사진의 역사에서도 카메라가 탄생하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사람들은 카메라가 예술 창작을 자동화하는 기계이며, 사진이 고급 예술을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술 매체로서 사진이 새롭게 부상했고 사진술은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미술 장르가 되었다.

나는 예술가들이 더욱 강력한 툴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AI, AR, VR 심지어 NFT나 메타버스까지 사용해서 미술을 확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시각예술에서 기술의 진보는 일종의 제품 업그레이드로 느껴진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 미술관이 문을 닫으면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 사람들은 가상현실을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기술이 발전했어도 우리는 여전히 미술관에 가고 아트페어에 가서 작품을 보고 싶어 한다. 기술의 시대에 미술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감사하게도 기술은 절대 우리가 미술의 감상하는 경험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 같다.

  • 필자 소개

    지아지아 페이(JiaJia Fei)는 예술, 문화, 기술의 교차점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아온 디지털 전략 전문가다. 미술 전문 디지털 컨설팅사(First Digital Agency)를 설립하고 미술관, 갤러리, 작가들과 함께 일하며 온라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뉴욕의 유대인 박물관의 첫 디지털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의 디지털 마케팅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로 활동했다. 브라이언모어칼리지에서 미술사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세계 각지에서 예술과 기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연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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