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키아프×프리즈 서울의 개막을 하루 앞둔 9월 1일, 아트컬렉팅과 비즈니스라는 주제로 세계 미술시장의 변화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KAMA 컨퍼런스에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미술시장에 대해 세계의 미술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미래를 위한 컬렉팅을 위해 공공과 개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기업이 예술과 만나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한국 미술시장의 현재

오프닝 토크에서는 한국 미술시장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서울대학교 김상훈 교수가 모더레이터를 맡고,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의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대표, 갤러리 현대의 도형태 대표, 미술품 자문업체 슈워츠먼 앤(Schwartzman&)의 대표인 앨런 슈워츠먼(Allan Schwartzman)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한국 미술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냐는 질문에 한국시장의 미래 잠재력이 크다는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슈워츠먼은 한국의 60~70년대 예술가들이 이룬 성취가 국제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세계 미술시장 관점에서 보면 현재는 거대한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시점이며, 이 가운데 한국에 젊은 콜렉터들이 대량 출현한 것으로 보아 예술의 제작, 수집, 감상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로팍은 서울이 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아트센터와 아트월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에서는 지속적으로 위대한 예술가가 나타났고, 주목받은 작가도 있다. 게다가 한국은 대를 이어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기초가 쌓여 그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보았다.

KAMA 컨퍼런스 오프닝 세션(왼쪽부터 김상훈 교수, 앨런 슈워츠먼, 타데우스 로팍, 도형태 대표)

해외에서 손꼽히는 갤러리들이 서울에 개관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국 미술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팍은 아시아가 활력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있는 지역이라고 말한다. “K-pop과 K-영화, 그리고 거기에 열렬한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흥미로운 곳의 일부가 되고 싶어서 서울을 택했고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합니다.” 한국의 컬렉터 변화에 대해 도형태 대표는 젊은 층이 미술품 컬렉팅에 합류하고 있으며, 똑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보았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긴 하지만 예술에 쏟는 관심과 열정이 피부로 느껴진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의 미술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팍은 고유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술가들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훌륭한 미래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워츠먼은 많이 보고 배우며, 뛰어들 용기와 물러날 지혜를 구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컬렉팅을 할 때는 귀로 소리를 듣지 말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미래를 위한 컬렉팅 : 공공과 개인

첫 번째 세션은 ‘미래를 위한 컬렉팅 : 공공과 개인’이라는 주제로 총 3번의 발제가 진행되었다. 테이트 미술관의 디렉터 마리아 발쇼우(Maria Balshaw)가 테이트의 컬렉션의 변화 과정을 소개하였다. 테이트 미술관의 원형은 테이트 브리튼으로 터너라는 재능 넘치는 예술가가 대영제국의 ‘엄선된 대표 컬렉션’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아 125년 전에 세워졌다. 현재 테이트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8만 점 이상이며, 이중 1,500점이 전 세계에서 전시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한 테이트의 미션은 과거와 현재의 예술을 반영하는 최고의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 예로 2020년 테이트 브리튼 입구에 설치된 칠라 버만(Chila Burman)의 겨울 작품을 들었는데, 영국의 락다운(Lockdown) 시기에 설치된 이 작품은 리버풀식 펀자브 대중문화를 기념하고 힌두교 신을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재점유한 작품이다. 작품이 전시될 당시 사회적 연결고리에 굶주려 있던 영국인들 사이에서 이 작품이 설치된 테이트 브리튼의 입구는 가족 모임, 청혼, 첫 데이트, 택시 투어 등의 명소가 되었다. 21세기 초반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프로그램을 뒷받침하기 위해 테이트의 컬렉션은 국제적으로 빠르게 확장되었다. 당시 초현실주의 전시에 참여한 아일린 에거는 루이스 부르주아, 아그네스 마팅, 쿠사마 같은 예술가와 함께 새로운 시장의 기수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전 세계를 무대로 전시회를 열게 된 지금 온·오프라인으로 테이트를 방문하는 관람객을 만족시킬 컬렉션은 무엇일까? 발표자는 백인과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시는 컬렉션을 주도하고 컬렉션은 다시 전시를 주도한다. 현재 테이트 브리튼은 2023년 전시 “반란을 일으킨 여성들(Women in Revolt.)”에 맞는 작품을 구입하고 있다. 1970년대와 1990년대 사이에 활발한 작품 활동과 정치활동을 펼친 여성 예술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전시이다. 또한 기후변화의 비상사태를 거치며 전시와 기후 행동주의를 결합한지도 오래되었다. 3년 전만 해도 테이트는 대륙의 토착 예술가 작품은 수집하지 않았으나, 현재는 라틴 아메리카, 북미, 호주, 유럽 북부와 동부 예술가의 작품이 테이트 컬렉션에 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제자는 국가를 초월한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테이트의 컬렉션은 많은 세계와 삶을 대변하게 되었지만, 글로벌한 예술적 교류가 없다면 이렇게 다양한 역사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보하는 테이트의 컬렉션에 더 기대를 갖게 되는 발제였다.

마리아 발쇼우(Maria Balshaw)

캐롤라인 브루주아(Caroline Bourgeois)

다음으로는 45년 간 1만 점 이상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는 프랑소아 피노(Francois Pinault)의 컬렉션에 대해 피노컬렉션(Pinualt Collection)의 수석 큐레이터인 캐롤라인 브루주아(Caroline Bourgeois)가 발표를 진행했다. 피노컬렉션에서는 수집하는 작가의 개인전을 34회 이상 개최하였고, 대여나 야외 전시회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컬렉션에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프랑스 작가 마샬 라이스(Martial Raysse)와 데이비드 해몬스(David Hammons)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마샤 윌슨, 미셸 조니악, 루이스 롤러, 스팅겔 등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으며, 350명 이상을 전시회에 소개하였다. 피노컬렉션에서 보유한 작품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도 있다고 한다. 개인의 컬렉션이라도 보이지 않게 소장하기 보다는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과 이건희 컬렉션 기증의 의의에 대해 박영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자료관리 과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2021년 이건희 컬렉션 2만 3천여 점이 기증되었는데, 이중 1,488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약 8천 8백여 점이었는데 이 기증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단번에 소장품이 1만 점이 넘는 미술관이 되었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 한국미술사에 주요한 작가의 작품들과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미술관 수집 예산으로는 전혀 구입하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들을 대거 소장하게 되었으며, 그중에는 백남준, 김종태, 나혜석과 같은 희귀한 근대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폴 고갱이나 샤갈, 달리, 피카소 외국작가 8명의 작품 119점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기증은 국민들이 다양한 작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시공을 아우르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도 의의가 있지만, 2021년에 이건희 컬렉션 이외에 약 600점의 작품이 작가와 소장가들에 의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됨으로서 기증문화를 활성화 하는데도 기여를 하였다. 2023년에는 전국 10개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기획하고 있으며 해외 전시도 진행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이 1점도 없는 미술관으로 시작했는데, 주요전시, 과천관의 개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 그리고 소장예산의 확대, 기증 등을 통해 점점 소장품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미술사의 정립을 위한 연구나 해외 미술과의 교류, 아카이빙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미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트+기업 : 후원, 협력, 비지니스

두 번째 세션은 예술과 기업의 협력에 대해 논의해보았다. 총 3건의 아트+기업 협력 사례가 발표되었는데 첫 번째는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의 아트&테크놀로지 협력 사례이다. 발제는 LG그룹 브랜드 담당 수석 전문위원인 박설희 위원과 구겐하임미술관의 나오미 백위스(Naomi Beckwith) 수석큐레이터가 함께 진행하였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두 가지 사명은 어려움에 처한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기술이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에서 예술가들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구겐하임과 LG는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한다는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개인과 지역사회의 상호작용을 촉진할 책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박설희 전문위원은 영향력 있는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인내가 필요한데 이는 예술분야의 혁신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LG는 이러한 정신에 입각하여 구겐하임과 5년간의 예술 및 기술 이니셔티브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구겐하임은 혁신적인 분야의 조사를 확장하고 예술가, 특히 예술 매체로서 기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심있는 예술가들을 지원한다. 또한 장학제도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이 AR, VR, AI, NFT, 메타버스 등과 같은 신기술에 참여하도록 촉진할 것이다. LG 그룹은 기술 혁신기업으로서 이러한 예술가들의 작업에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여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구겐하임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LG와 구겐하임간의 협업과 이니셔티브 중심에는 ‘LG 구겐하임 상’이 있다고 말한다. 2023년 출범하는 이 상은 향후 5년간 예술 및 기술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이룬 예술가 1인을 선정하여 상금을 수여한다. LG와 구겐하임의 협력 사례를 통해 우리는 기업의 기술과 예술의 만남에 있어 공유되는 가치와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는 BMW의 문화부문 대표인 토마스 기르스트(Thomas Girst)가 BMW의 예술 후원 사례를 공유하였다. BMW 그룹은 아트카 컬렉션, 아트 저니, BMW Open Work by Frieze, 베를린 국립 미술관 상 등 전세계에서 수백개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예술을 적극 후원해왔다. BMW가 작품을 수집하고, 예술을 후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제자는 그 이유를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과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이지만 기업의 문화적 참여가 반드시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공헌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아트프로젝트를 통해 아티스트를 후원함으로서 이들이 기업의 이미지를 대변해주기를 바란다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여 예술성을 타협하지 않도록 하고 각자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가져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한다. BMW의 발제를 통해서 우리는 기업의 예술적 후원이 기업과 예술가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토마스 기르스트(Thomas Girst)

김영애 상무

마지막 발제는 롯데백화점 아트컨텐츠실 김영애 상무가 담당하였다. 롯데백화점의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과정에 있어 아트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최근 롯데백화점에 생긴 변화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러버덕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Kaws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롯데뮤지엄을 설립하였으며, 이제는 백화점을 새로 설립할 때 미술관이나 갤러리처럼 구성하고 있다. 동탄에 오픈한 롯데백화점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많지 않은 신도시에서 백화점이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기 위해 외부에는 미디어아트를 내부에는 호크니의 대형작과 디스트릭트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백화점이 예술작품을 판매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좋은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높게 가져가되 그것을 보여주는 매개 방식은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라고 말한다. 롯데백화점은 ESG 프로그램인 리조이스(Rejoice)를 활용하여 여성예술가를 소개하는 8개의 전시를 준비하고, 아트부산 기간에 롯데아트페어를 개최하여 박서보, 김창열 작가등이 참여한 아트상품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매개활동을 통해 많은 분들이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화점이 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가? 1930년대에 세워진 죠지아백화점은 해방이후 미도파백화점이 되었다가 현재는 롯데백화점 영플라자가 되었다. 이 장소에서 1955년에 이중섭 작가의 전시가 진행되었으며, 당시 전시 팜플렛은 김환기 작가가 디자인하였다. 한국에 상설화랑이 자리잡기 이전에는 백화점이 갤러리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20년 후 미래에 현재를 되돌아보았을 때 한국의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들이 아트에 공을 들여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대답하고 싶다는 말로 이번 세션이 마무리 되었다.

아트컬렉팅과 비즈니스는 미술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아트컬렉팅과 기업의 후원은 예술가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더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공공 혹은 사설 미술관(수집가)들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해 온 작품의 수집 방향과 앞으로의 전략들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방향성은 앞으로 미술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예술을 후원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단순 후원보다는 협업을 하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자본이 예술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대중이 예술을 감상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 또한 긍정적일 것이다. 팬데믹 이후 미술시장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 이 대전환의 시기에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미술시장의 참여자들에게 이번 컨퍼런스가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