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이 빅 아트페어와 만난 지 2년 차. 2023 Kiaf×Frieze(키아프×프리즈)가 9월 초 개최되었다. 엔데믹으로 해외 관람객과 미술 관계자들의 교류가 한층 자유로워졌지만,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던 작년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아트위크가 치러졌다. 대작의 방문, 최고가 작품 판매 등의 수식어는 사라졌지만, 역대 최대 관람객, 외국인 방문객 증가 등 한국 미술시장을 향한 관심의 증거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23 Kiaf×Frieze를 마친 현시점에서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미술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올해 5월, 성공적인 2023 Kiaf×Frieze를 위해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원앤제이 박원재 대표, 서울옥션 정태희 팀장, 서울경제 조상인 기자, 홍익대학교 주연화 교수와 퍼블릭아트 정일주 편집장이 지난 9월 18일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 일시 :
    2023. 9. 18.(월)
  • 장소 :
    HJ 비즈니스센터 CONFERENCE ROOM B
  • 모더레이터 :
    정일주(퍼블릭아트 편집장)
  • 참석자 :
    박원재(원앤제이 대표)
    정태희(서울옥션 팀장)
    조상인(서울경제 기자)
    주연화(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2023 키아프(Kiaf) 전경

프레젠테이션의 향상, 컬렉터를 위한 가이드나 정보제공 방식의 발전 필요

정일주 편집장(이하 정일주, 모더레이터) : 2023 Kiaf×Frieze 행사가 막을 내린 후 양측에서 종합보고서와 같은 보도자료 등이 배포되었다. 여기에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 수와 각 부스의 판매액이 적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들은 많이 접해보셨을 것 같다. 먼저, 행사 이후 각 분야에서 생각하는 행사의 성과나 한계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았으면 한다.

정일주 편집장(이하 정일주, 모더레이터) : 2023 Kiaf×Frieze 행사가 막을 내린 후 양측에서 종합보고서와 같은 보도자료 등이 배포되었다. 여기에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 수와 각 부스의 판매액이 적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들은 많이 접해보셨을 것 같다. 먼저, 행사 이후 각 분야에서 생각하는 행사의 성과나 한계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았으면 한다.

박원재 대표(이하 박원재, 원앤제이 대표) : Frieze는 작년에 비해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한 것 같다. 그런데 많은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해외 바이어들은 많이 만나지 못했다. 다만, 해외 미술관이나 미술 기관 관계자들의 방문은 전년 대비 많았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프라 세팅에는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 작품에 관해서는 해외 갤러리들이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가 솔로 부스로 참여한 갤러리들이 종종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 기대감이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Kiaf는 전년에 비해 부스별 프레젠테이션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본다. Frieze가 열리지 않는 일요일에도 관람객이 많았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세일즈는 작년 대비 낮았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생각되지만, 걱정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조상인 기자(이하 조상인, 서울경제 기자) : 언론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기사를 많이 봤는데, 중국인 큰손 컬렉터가 방문했다거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Frieze 참가 갤러리들은 한국에서 팔리는 작품이 무엇인지, 자신의 경쟁력이 뭔지를 파악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 Kiaf는 부스 자체의 깊이는 좋아진 것 같고 참여 갤러리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이 있었으나, 동선이 너무 불편했다. 부스 수를 늘리고 해외 갤러리가 더 들어온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효율적으로 공간 구성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정일주 : Kiaf×Frieze가 개최되던 첫해부터, 나중에 엔데믹이 되면 중국 컬렉터들의 방문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번에 입국 제한이 풀린 것이 좀 영향이 있었을까?

주연화 교수(이하 주연화, 홍익대학교 교수) : 중국의 큰손 컬렉터보다는 젊은 컬렉터들이 많이 방문한 것 같다. 주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중국의 MZ 세대들로, 이들이 어떤 작품들을 구매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중국 컬렉터들도 서서히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만큼 한국을 즐기면서도 정보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일즈 측면에서는 갤러리마다 편차가 있었던 것 같다. 젊은 갤러리들은 실적이 좋았던 것 같고 중간급 갤러리는 힘들어지는 흐름이 보였다. 해외 갤러리들은 한국시장의 파악 여부에 따라 성과가 갈린 것 같다.

정태희 팀장(이하 정태희, 서울옥션) : 관람자 측면에서 봤을 때는 한국이 미술시장 서비스에 관한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옥션하우스에 방문한 컬렉터 중에는 교통과 정보 측면에서 불편함을 많이 호소하셨다. 또 하나는 아트위크 기간에 주목해야 하는 것들이나 우리 시장을 주목할 수 있는 핵심 메시지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컬렉팅을 위한 가이드나 정보제공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주연화 :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함께 치러지는 만큼 VIP나 언론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행사 이후 성과에 대한 자료보다는 행사 중에 기사, 보도자료, 인스타그램 등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이번 아트위크 중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방문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 필요하다. 기자들이 전문가 인터뷰를 하고 싶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기사를 쓰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을 때 적극적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지점들이 필요하다. 계속 보도자료만 배포하면 읽을만한 콘텐츠 생산이 안 된다. 다양한 층위의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도록 메시지 발신의 층위가 좀더 다양해져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행사 주최 측에서 글로벌 인재들을 보완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시장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필요

정일주 :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람객들이 메인 행사장 다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트위크 기간에 이루어진 전시나 행사들일 것이다. 이들은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 또 한계점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 싶다.

박원재 : 페어장 밖에서 다양한 파티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좋은 구성이었지만 참석자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보도가 많아 아쉽다. 미술이 좀 더 조명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일주 : 아카데믹한 프로그램으로 토크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번에 주제를 매력적으로 잘 짰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용이 원론적인 부분도 있어 깊이가 아쉬웠다는 느낌도 공존한다.

정일주 : Kiaf×Frieze가 개최되던 첫해부터, 나중에 엔데믹이 되면 중국 컬렉터들의 방문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번에 입국 제한이 풀린 것이 좀 영향이 있었을까?

김승연 본부장(이하 김승연,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예술본부) : 이번에 처음으로 Frieze×Kiaf×Kams가 공동 주관을 했는데 주제의 선정과 내용의 깊이를 조율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앞으로 더 발전하리라고 본다.

주연화 : 토크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라서 좀더 고객에 포커스를 맞춰 포맷을 바꿀 필요도 있다. 이번에도 Kiaf에서 봐야 할 것들 등등 외부 교육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했다.

정태희 : Kiaf×Frieze는 작가들이 작품을 보여주고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는 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사가 열리는 주간에 개최되는 서브 프로그램들이 재미있고, 한국에 와야만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컬렉터들의 이목을 끄는 메시지들로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원재 : 내년에 좀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한두 개라도 목표를 삼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서울시, Kiaf와 Frieze, 언론, 갤러리들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연화 : 작년에는 미술관에 한국 작가의 전시가 없었다는 이야기들을 했는데, 올해는 많이 보완되었다. 전반적으로 작년에 이슈가 있었던 점은 상당히 보완했다. 다만 PR이나 CS 같은 외부와 관계를 맺는 지점들이 좀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행사가 열리기 전달인 8월에 한국의 갤러리, 옥션 등등 주제를 나눠서 다양하게 영어로 기사를 발행한다면, 외국 언론에서 참고하여 다양한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박원재 : 아트위크를 떠나 영리와 비영리 간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갤러리의 역할 중 하나는 미술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작가들의 전시를 하고 이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상업 갤러리의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갤러리는 또한 판매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들을 육성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상인 : 한국에 지점이 없는 외국 갤러리들의 팝업 전시가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이 점은 우리가 배울 지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해외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배울 점이 있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홍콩 엠플러스의 경우, 한국 작가 전시부터 먼저 소개해서 한국 콜렉터들에게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태희 : 행사가 시작되면 젊은 작가들은 주목도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한국 작가에 대해서는 페어가 열리기 전부터 홍보가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시장에서 한국 작가 콘텐츠가 사라지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행사 전부터 Kiaf×Frieze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를 소개하고 토크로 연계해서 끌고 간다면 Kiaf×Frieze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한국 작가들이 다양하게 조명받지 못한 것이다.

Kiaf×Frieze 3년 차, 준비해야 할 것들은?

정일주 : 행사가 이제 막 끝난 시점에서 3년 차를 이야기하기는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시장의 발전을 위해 종합해서 한마디씩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앞에서 행정적인 역량 강화, 외부로 발신되는 메시지의 정확성과 전문성, 원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주셨다.

정태희 : 행사를 마치고 돌이켜보니 지난 5월에 Kiaf와 서울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모여 준비사항을 공유했던 회의가 매우 중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연계기관들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 좀 더 빠른 시기에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원재 : 중요한 지점이다. 행사를 만들어가는 기관들이 모여 하나의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들끼리 모여서도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동의하지 못한다면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지난 5월 회의 이후 직접적인 결과가 어땠느냐를 떠나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모두 느꼈던 것 같다. 각 주체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포지셔닝하고 각자의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자리였던 것 같다.

김승연 : 예경이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들과는 여전히 긴밀히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의 성과와 내년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올해보다는 한 박자 빠르게 모여 내년의 행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행사에서 준비했다가 무산되어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들도 기관 간 협력을 통해 보완 방법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저희도 Kiaf, Frieze seoul 측과 함께 일하며 경험치가 쌓여가고 있어서 내년에는 더 원활히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연화 : 이번에 Frieze가 선정한 작가인 우한나 작가가 주목을 받았다. 국내 미술관이 이런 부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Frieze 조각전 전시가 개최될 것이라는 기사가 있는데, Frieze가 도시마다 매번 하는 행사이니 문화적 콘텐츠로는 좋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Kiaf 측면에서 보면 빨리 특색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내년에는 Frieze와 차별화된 Kiaf의 정체성이 분명해져야 하는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발신해줘야 하고, VIP 관리를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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