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현재의 수요 정체 상황을 주목한다. 임의로 인구를 증가시키거나 학력 인플레 현상을 촉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정된 인구를 대상으로 새로운 고객의 유치는 기대할 수 없고, 지난 50년 간 문화상품의 접근성 향상과 구매촉진을 위한 정부의 많은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 기존의 문화상품 구매자들을 추가적인 문화상품 구매로 연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아츠 매니지먼트](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 IJAM) 가을호에는 ‘생각과 의견’(idea and Opinions)란에 프랑소와 콜베르의「브랜딩을 넘어서: 예술기관들의 현대 마케팅에서의 도전」(Beyond Branding: Contemporary Marketing Challenges for Arts Organizations)을 게재했다. 다음은 프랑소와 콜베르의 글을 발췌,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 프랑소와 콜베르는 오늘날 예술단체들이 수입원 감소의 문제점이 직면에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그 원인을 마케팅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의 수입원 감소는 문화상품 공급의 지속적인 증가와 문화상품 수요의 정체가 낳은 문화 분야의 시장포화 상태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이 보고서에서 지난 30여 년 간 문화 분야의 수요 변천 과정, 문화소비자의 프로필, 그리고 문화 분야의 시장경쟁, 문화 기관들의 직면한 문제점을 분석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마켓 포지셔닝, 고객 서비스, 정보 기술 활용 그리고 예술경영 인력의 중요성을 말한다.


문화 분야에서의 수요의 변화

저자는 문화 분야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지난 30여 년 간 문화 분야에서의 수요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베이비붐은 1960년대 소비자층의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임금상승, 노동시간 축소에 따른 여가시간의 증가, 고학력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소비재와 레저상품 수요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왔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여가 시간을 주로 스포츠 활동에 활용하는 남성들과 달리 극장과 박물관 관람 등의 문화 활동을 즐기는 여성들이 증가했다.

문화상품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는 정부와 민간의 지원을 받는 많은 문화단체와 기관의 설립으로 이어졌고, 이는 1975년을 기점으로 실내 스포츠의 수요를 넘어섰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점차 안정세를 타게 된 문화 분야의 수요는 90년대에 이르러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수요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화단체의 설립과 새로운 문화상품의 개발은 계속되었고,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정부의 한정된 보조금을 받기 위한 경쟁 또한 보건과 교육, 사회 등 타 분야 단체들의 증가와 더불어 심화됐다. 많은 예술가가 최저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그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소비자의 프로필

저자는 과거의 많은 연구조사를 통해 분석된 문화소비자의 프로필을 언급하면서 지난 40여 년간 문화 분야에서 접근성 개선을 위한 수많은 정부 기관과 예술위원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소비자 프로필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고급예술을 구매하는 고학력의 고객들(현대미술 분야의 85~90%, 연극과 오케스트라 분야의 약 65%가 대졸이상 고객이다), 대중예술을 구매하는 일반대중(대졸자 10~25%, 고졸자 약 50%)이며, 전체 문화상품 구매고객의 3분의 2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문화단체들에게는 고학력 여성고객의 유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시장에서의 경쟁

문화소비자의 구매결정은 오직 문화상품의 오락성에 달렸기 때문에 저자는 문화소비자에게는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문화상품과 스포츠 등의 타 레저상품들과의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임의로 인구를 증가시키거나 학력 인플레 현상을 촉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정된 인구를 대상으로 새로운 고객의 유치는 기대할 수 없고, 지난 50년 간 문화상품의 접근성 향상과 구매촉진을 위한 정부의 많은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상기하면 기존의 문화상품 구매자들을 추가적인 문화상품 구매로 연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당면과제

저자는 더 많은 예술단체를 설립하고 문화상품의 공급을 촉진함으로써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어떠한 분야이든 포화상태의 시장은 구조조정을 불러오지만, 현재 문화 분야는 포화상태를 지속시키고 있다. 저자는 캐나다의 예를 들며, 문화 분야의 공급 과다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인구 3천만의 캐나다에는 1만 7천명의 소설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개별 소설가가 10%의 저작료로 캐나다 국민의 연평균수입 3만 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캐나다 전체의 8백만 가구가 매년 50권의 캐나다 소설가의 작품을 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이 아닌 영화, 공연 등을 포함한 전체 문화 분야를 고려한다면 현재 문화 분야의 문제점은 그 해결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마켓 포지셔닝, 고객서비스, 정보기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행할 예술경영인력

그러나 저자는 현재 문화 분야가 당면한 문제점을 마케팅 측면에서 분석하고 다음에 나열된 마켓 포지셔닝, 고객 서비스, 정보기술 활용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마켓 포지셔닝은 소비자가 상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 세분화된 시장, 개별 경쟁상품들의 경쟁력을 고려한 시장구조 분석으로 결정된다. 상품은 소비자에게 주는 이득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정의되므로 소비자는 상품 그 자체를 구매한다기보다는 소비자 개개인이 해당 상품에 귀착시키는 가치를 구매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색상, 형태, 가격의 상품들이 각기 다른 브랜드로 시장에서 경쟁하며 소비자들은 수많은 브랜드 중 자신에게 가장 높은 가치와 만족도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하는 브랜드를 구매하게 된다. 문화상품 또한 시장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에서 찾는 가치, 타깃 분야, 그리고 경쟁 상품들에 앞서는 특성을 정의하는 마켓 포지셔닝, 즉 일반적으로 브랜딩으로 일컬어지는 개념을 넘어서는 마켓 포지셔닝을 필요로 한다.

둘째, 포화상태의 문화시장에서 소비자는 다양한 문화상품들을 비교,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동등하게 매력적인 여러 문화상품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는 데에는 고객서비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고객서비스는 고객의 전화와 방문에 응대하는 것부터 주차장 또는 대중교통 이용의 수월성, 고객의 불만에 대한 대응, 몸이 불편한 고객들을 위한 배려 등 광범위한 서비스를 포함한다.

셋째는 정보기술의 활용이다. 온라인 티케팅 서비스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정보검색이 용이한 웹사이트의 제공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정보기술은 새로운 관객과 회원, 기부자의 티켓 구매, 관람 성향 등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객을 회원으로, 그리고 회원을 기부자로 전환하는 고객 관리와 관객 개발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

저자는 문화 분야 또한 다른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최고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는 예술작품의 질과 함께 예술작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경쟁상품들로부터 그리고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문화 분야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마켓 포지셔닝, 최상의 고객 만족도를 제공하는 고객서비스,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자료 관리를 위한 정보기술의 활용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우수한 판단력과 직관, 팀워크 스킬을 보유한 예술경영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랑소와 콜베르(François Colbert)는 몬트리올 HEC 대학교(HEC Montréal)의 마케팅 교수이며 동 대학의 예술경영학과장을 맡고 있다. IJAM의 편집장이기도 한 콜버트는 예술경영 분야의 개발에 대한 기여를 포함한 많은 성과로 2002년 오더오브캐나다(Order of Canada) 직위를 수여하였다.


심재욱

필자소개
심재욱은 ‘안국동 가옥 문화생산자 레지던시’의 프로그램 매니저로 활동하며 번역 및 미술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전시부 교육정보축제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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