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킹 씨어터'의 참가자들이 향후 공연장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이유로 꼽았던 것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에 와서 즐기는 다른 관객들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우리 가족도, 내 친구도 함께 올 수 있다는 사실, 관극 후 토론회를 가족과 친구들과 나눌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공연장에 오지 않았던 참가자들은 공연장이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호에 소개하고자 하는 해외 논문은 호주의 지역 공연장이 관객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했던 ';토킹 씨어터';(Talking Theatre)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다. 지역의 관객 성향을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관객 구분 범주를 새롭게 설정하자는 글을 이미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글은 공연장에 오지 않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다.

논문 제목은「토킹 씨어터 : 호주 지역 공연장을 위한 관객 개발」이다. 저자인 레베카 콜른(Rebecca Scollen)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토킹 씨어터'; 프로젝트에 리서처 및 트레이너로 참가한 경험을 연구 논문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2008년 국제학술지인『사회 속의 예술』(International Journal of the Arts in Society) 제3집 3호에 실렸다.

토킹 씨어터는 한마디로 공연장 관객개발을 위해 ';관객과의 소통 혹은 관계 맺기';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본 프로그램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아츠 매니지먼트](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 IJAM) 최근호에서는 동 저자가 ';토킹 씨어터';와 영국의 ';테스트 드라이브 디 아츠(Test Drive the Arts)1)라는 프로젝트를 비교해서 ';토킹 씨어터';가 더 우수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설파하고 있는데 이 내용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경험으로 공연장에 대한 스스로의 편견을 깨다

노던준주와 퀸즈랜드는 호주 북동부에 걸쳐 위치하고 있다.제목을 보고 오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 먼저 밝혀둔다. ';토킹 씨어터'; 프로젝트는 관객개발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차라리 연구에 가깝다. 노던 준주와 퀸즈랜드 내의 지역 극장, 지원 기관, 대학이 연합하여 실시한 리서치로 지역의 공연장에 왜 지역민들이 오지 않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리서치 과정이 주목할 만하다. ';공연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non-theatregoers)';을 직접 공연장으로 초대하여 공연을 보게 했다. 공연 후에 관극 경험을 나누게 했다. ';경험 전';과 ';경험 후';의 설문 조사도 실시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관객개발을 유도할 수도 있었는데 저자는 이 점을 ';토킹 씨어터';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작품의 우수성도 있겠지만 공연장의 문화, 관극 경험을 나눔을 통해 공연장에 대한 벽을 허물고 자신도 관극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관극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던 공연장에 대한 편견을 벗게 된 것이다.

퀸즈랜드공연예술센터. 창조적인 지역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문화가꿈: 공연예술센터의 역할', 젊은 관객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연구 조사인 '공연장 공간: 문화적인 대화로의 접근' 등의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실제로 ';토킹 씨어터';의 참가자들이 향후 공연장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이유로 꼽았던 것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에 와서 즐기는 다른 관객들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우리 가족도, 내 친구도 함께 올 수 있다는 사실, 관극 후 토론회를 가족과 친구들과 나눌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공연장에 오지 않았던 참가자들은 공연장이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접하게 되면서 지역의 공연장은 관객과의 소통의 접점을 넓힐 수 있도록 자신을 변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고객(?)과는 다른 평가(한 참가자는 해당 공연에 대한 광고가 자신이 본 공연을 적절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를 접하게 되면서 공연장과 지역민의 밀착과 소통 정도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연구의 결과는 지역 예술지원기관2)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지원기관이 지역민의 문화 향수를 위한 예술지원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연구 조사 사업이자 관객개발 프로그램

퀸즈랜드에 위치한 브리스번파워하우스. 브리스번 강가에 위치한 발전소를 현대공연 및 시각예술전문 공간으로 바꾸었다. 지역주민을 위한 결혼식이나 파티공간으로도 임대하여 공연워크숍도 제공한다.';토킹 씨어터'; 프로젝트 참가자는 공개 모집을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스스로를 공연장에 가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18세 이상의 성인남녀가 기준이었다. 모인 사람의 대부분은 우리의 경우로 하면 중상류층의 사람들이었다.3) 저자가 여기에 덧붙이는 역설이 재미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호주인들이 "공연장에 가는 일을 지적이고 미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나에게는 맞지 않은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공연장은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익명의 관중'; ';무지한 서민'; ';일반 대중';, 잠재적인 ';좌석 차지자';로만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두 주체, 호주인들과 극장의 편견이 관객개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중상류층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토킹 씨어터'; 프로젝트의 결과가 더해지면서 "중상류층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조차 극장에 가는 일은 자신의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지역 공연장은 관객개발에 있어 겹겹의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다.



토킹 씨어터, ‘말 거는 공연장’

관극 후 토론회에서 관람한 공연에 관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게 되면서 공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해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인식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자는 ';공연장에 가는 것';은 작품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사회와의 소통이 가능할 때에야 비로소 관객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경험이 된다고 강조한다. ';공연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연장과의 벽이 소통을 통해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칸트, 부르디외, 트로스비, 베넷 등 철학 및 문화학의 저명한 학자들의 레퍼런스들도 검토하고 있는 분량이 많은 보고서라 따라 읽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관객개발을 마케팅의 측면에서보다는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글이라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시작한다면 좀더 인간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관객개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토킹 씨어터'; 프로젝트는 우리말로 여러 번역이 가능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격을 잘 내보일 수 있는 단어로 필자 맘대로 번역해도 된다고 한다면 선뜻 ';말 거는 공연장';으로 하고 싶다. 지역민에게 왜 오시지 않느냐고 귀 기울이겠다고 정중히 첫말을 건네는 것이다. 관객개발이라는 말이 숫자, 마케팅, 고객 유치, 도구적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지금, 관객들의 사회문화적 인식과 심리를 파악하고 귀 기울이고자 했던 호주 북부의 지역공연장과 지원 기관에 경의를 표하고 싶기 때문이다. 소통의 시작이자 지역 공연장의 의미 있는 변화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1) ';테스트 드라이브 디 아츠';는 ';Try before you buy';, 즉 구매하기 전에 시험해보세요, 라는 취지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공연장에 오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무료 티켓을 나누어주어 관심을 유도한 이후 추후 공연 관람을 할 때 할인이나 음료 제공과 같은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관객개발을 유도했다. 공연을 볼 때마다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는데 저자는 ';토킹 씨어터';의 취지가 ';Listen and Learn'; 즉 관객들로부터 듣고 배우자는 것이었으며, 관람 후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 창구를 만드는 등 관객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측면에서 더 바람직한 관객개발 프로그램으로 평가하고 있다.

2) ';토킹 씨어터 프로젝트';는 호주 북부에 있는 퀸즈랜드 주와 노던 준주의 지역 관객 개발을 위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시행된 3년짜리 프로그램이다. 호주조사위원회(Australian Research Council), 북호주지역공연예술센터연합(Northern Australian Regional Performing Arts Centres Association), 아츠 퀸즐랜드(Arts Queensland), 아츠 노던 준주(Arts Northern Territory), 퀸즐랜드기술대학(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이 후원했다.

3) 스스로를 극장에 가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지역 신문 광고를 통해 모집했다. 단, 18세 이상의 남녀, 퀸즐랜드와 노던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자, 스스로를 극장에 가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해당 지역 내 14개 지역극장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조건이었다.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었지만 전체 응모자의 67%가 여성, 30-49세가 55%, 고등전문학교 학력 이상이 51%, 일년 수입이 호주달러로 2만 불에서 5만 불인 사람이 45%였다. 여가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려고 레스토랑(76%), 영화관(68%), 가족모임(61%), 작품이나 공예품 시장(57%)에 정기적으로 시간과 돈을 지출하는 사람들로 파악되었다. 주별로 24명의 사람들이 추려졌고 일인당 자기 지역 극장에서 3개의 공연을 보도록 했다. 물론 티켓은 제공했다. 그리고 공연 후 감상, 자신이 경험한 것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참석하도록 했다. 12명 단위로 그룹을 나누어 1시간 동안 대화하게 했다. 퍼실리테이터가 있었지만 대화의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하고 별도의 질문을 던지지는 않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공연을 보기 전에 인구 테이터, 공연이나 공연장에 대한 자신의 심리를 묻는 질문지에 응답했고 세 번째 공연까지 마친 뒤에 ';토킹 씨어터'; 프로그램에 대한 인상, 지역 극장에서 받은 느낌, 향후 공연관람 희망 여부 등의 설문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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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은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에서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지역문화 아카데미';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 예술단체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지원, 해외콘텐츠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문화예술단체를 위한 국제교류 조세제도 해설집』 집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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