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문의하고 지원했던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예술지원기관이 홍보부스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 나선 점은 흥미로웠다. 변화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지원정보를 제공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2009년 한 해, 경기불황과 신종 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공연계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어쩌면 가장 타격이 심했던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불황으로 관객감소 및 예산삭감의 어려운 형편에 신종 인플루엔자까지 겹쳐서 각종 행사 취소 및 관람객 감소로 이어졌다. 물론 공연계는 언제나 힘들고 어려웠지만 올해에는 생존의 문제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문화예술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예술활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모든 예술가, 예술단체들의 꿈이지만, 이렇듯 사회적 문제들이 예술활동의 기반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의 자생력은 점점 요원해지고 지원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지원정책은 예술가들의 생존을 보조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 정부의 예술지원정책도 나눠주기식의 예술지원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2000년대부터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다양한 예술지원정책을 시도해왔다. 예술가와 예술단체들도 점차로 예술지원금의 취지 및 중요성을 인식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금을 신청·운용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지원금의 신청과 집행이라는 행정적인 절차가 중요해졌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예산, 회계, 레퍼토리 운영 등의 기획 영역의 기능이 강화되었으며, 창작의 영역과 기획의 영역을 분화시키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예술단체들은 지원공모의 일정과 결과발표에 따라 예술단체의 한 해 스케줄이 결정되곤 한다. 그만큼 예술지원정책은 예술단체의 운영에 아주 밀접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객’을 찾아 나선 예술지원기관들

2010 서울예술지원박람회
지난 12월 7일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개최된 ‘2010 서울예술지원박람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각종 예술지원제도를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하며, 예술지원정책의 흐름과 트렌트를 전망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행사는 국내 최초(Beginning), 최대(Biggest), 최적(Best)의 맞춤형 예술지원서비스를 모토로 서울시를 포함한 60여 개 민·관 문화예술지원기관과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들이 한 자리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매개하는 예술지원박람회로 개최되었다. 다양한 예술지원사업의 정보제공을 위한 ‘예술지원정보존’, 예술경영컨설팅 서비스를 위한 ‘예술경영컨설팅존’,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 육성정책과 관련 단체들 사이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육성존’ 그리고 2010년 예술정책과 사회트렌드를 전망하는 ‘포럼존’의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실제로 지원제도에 변화가 많아서 전문적인 기획자들도 지원제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때문에 각기 다른 일정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예술지원정보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고, 더불어 예술경영을 위한 컨설팅과 예술정책과 트렌드에 대한 전망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예술가 및 예술단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사였다. 짧은 홍보기간과 생소한 행사라는 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지 의문이었는데, 행사장은 수많은 예술가와 예술단체 관계자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일부 부스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준비된 자료가 떨어져 긴급 공수해 오는 일들도 있었다. 그만큼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예술지원정책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홈페이지 공지와 사업설명회 만으로도 예술단체들이 지원신청을 해왔고, 굳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문의하고 지원했던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예술지원기관이 홍보부스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 나선 점은 흥미로웠다. 변화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지원정보를 제공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갑과 을이 바뀐 듯한 약간은 어색한 자리였지만, 각 부스마다 자료집을 제공하고 개별 상담을 진행하는 등 지원제도를 알리려는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한 ‘예술경영컨설팅존’에서는 사전에 예약을 받은 예술단체들이 법률, 인사, 회계, 법인설립 등에 대한 1:1 맞춤형 컨설팅이 진행되었고, ‘포럼존’에서는 2010년 예술지원정책의 흐름 및 문화예술계 트렌드를 전망하는 포럼이 이어졌다. 이 행사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참석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단지 예술지원사업에 대한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예술단체 컨설팅과 예술정책포럼 등을 통해 예술단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2010 서울예술지원박람회



전문단체 … 새로움 부족, 신진예술단체 … 세부 내용 부족

흩어져있던 지원제도의 정보를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행사였지만, 현장 기획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부분 이미 알고 있었던 정보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 새롭지는 않았다. 물론 신진 예술가나 예술단체 혹은 아마추어 단체의 입장에서는 예술지원정책의 종류와 방식이라는 큰 흐름이 이해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행사였지만, 이들 역시 지원방식의 세세한 과정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시 말해, 전문예술단체 입장에서는 새로움이 부족하고, 신진예술단체의 입장에서는 세부적인 내용 설명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전국문예회관연합회나 경기문화재단 등의 중요 예술지원단체가 참석하지 않았고, 전문예술단체지정제도 등의 정부의 핵심적인 예술단체 육성정책에 대한 설명이 아쉬웠다.

또한 전문적인 예술단체들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예술단체들까지 모두 아우르려는 행사의 취지로 인해 오히려 이번 행사의 대상이 모호해진 점이 있다. 장르별, 대상별로 구역을 나누거나 일정을 분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정보제공 넘어 상호교류의 장 되길

2010 서울예술지원박람회이번 행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원주체인 예술지원기관과 지원대상인 예술가나 예술단체가 한 자리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예술지원기관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방식을 결정하지만, 예술단체들을 직접 만나서 실제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는 거의 없다. 앞으로 이 행사가 예술지원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상호교류의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에는 온라인복덕방과 예술콘텐츠 유통기능까지 확대하여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예술지원박람회가 앞으로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문화복덕방’으로서 문화예술지원에 목마른 예술단체들에게 창작활동을 위한 길을 찾아주는 행사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김덕희

필자소개
김덕희는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기획팀장으로 2005년부터 뛰다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극학을 전공하여 드라마터그를 막연히 꿈꾸다가 가장 엇비슷한 일로 착각하여 극단에서 기획을 맡고 있다. 극단 기획자의 중요 덕목은 장르에 대한 이해도라고 주장하며 팀원들을 교란시키고 있으며, 단원들과 함께 연극과 일상이 일치하는 이상적인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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