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시설의 운영 방식 개혁에 대한 수많은 논의 이전에 예술의 공공성과 시설의 경영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교하고도 세부적인 판단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문제가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화예술의 자율성과 전문성 강화냐, 문화예술이 가진 공공성 훼손, 상업성으로의 치중이냐를 놓고 법인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회장 박신의)는 지난 11일(금) 2009 가을 정기학술대회 ‘공공성 논쟁,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 국공립문화예술시설의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을 개최하였다. 문화예술이 가진 공공성과 시장 논리 속의 경영효율성의 접합점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박신의 회장(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은 최근 몇 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문화예술시설들이 도시 발전 구도 속에서만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문화예술시설들이 시장 논리에 의해 오로지 수익만을 목표로 한 ‘목조르기’ 식 운영을 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더불어 “이러한 시장 논리가 문화예술 전문 인력을 시설 관리인 수준에 머물게 한다”며, “전문 인력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시설에 대한 담론 부재를 지적, “시설을 만들기 이전부터 전문 인력들과의 유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효율성 판단할 세부 기준 마련 시급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2009 가을 정기학술대회> 중 김정수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의 발제김정수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lsquo;공익적 가치들&rsquo;과 예술 부문의 &lsquo;민간실패(시장실패)&rsquo;를 전제로 예술에 대한 행정의 &lsquo;지원&rsquo;과 &lsquo;개입&rsquo;의 근거를 이야기하면서도 인간이 고안해낸 문제해결시스템들(시장, 정부, 거버넌스 등)이 가진 필연적인 한계를 강조하며, &ldquo;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예술의 공공성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rdquo;이라고 주장했다. 또 &lsquo;예술의 자율성 대 공적 책무성&rsquo;, &lsquo;효율성 대 공공성&rsquo;을 예술행정의 딜레마로 꼽으면서 예술행정의 어려움, 가령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lsquo;팔길이 원칙&rsquo;이 행정학적으로 큰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점, 예술이 공적 영역의 대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저절로 진정한 공공성이 구현될 수 없음에도 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 등을 토로했다.

오세곤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교수는 한국 국공립공연예술시설의 공연실적, 극장 가동률 등의 사례를 통해 국내 시설들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뒤 &ldquo;문화예술시설의 운영 방식 개혁에 대한 수많은 논의 이전에 예술의 공공성과 시설의 경영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교하고도 세부적인 판단 근거 마련이 시급&rdquo;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상철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는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적용된 독립행정법인제도가 시설들의 행정적 자율성과 새로운 재원확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기는 했지만 시설운영의 성공에 있어 가장 큰 전제조건은 바로 박물관의 &lsquo;전문성&rsquo;에 있었다고 전하며, &ldquo;행정편의와 경영논리를 중심으로 제도적용의 정당성을 펴고 있는 정부의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방안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배제되어 있음&rdquo;을 강조, &ldquo;단순히 운영체제 전환 이전에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박물관, 미술관 발전 방안이 시급&rdquo;하다고 전했다.

박소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일본 미술관에서의 공공성 논쟁을 조명하며 일본정부가 문화행정의 한 방편으로 건립한 수많은 미술관들에 대한 실패 사례와 더불어 CEO형 미술관장 임명이 낳은 폐해 등을 지적, &ldquo;결국 법인화로 가야 한다면 &lsquo;어떤 식으로 법인화를 구현하는가&rsquo;가 가장 중요한 관건&rdquo;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 소장은 독일, 영국, 미국, 한국, 일본 등 국내외 공공 공연시설의 운영체제를 비교 분석하며 법인화가 무조건 공공성을 낮추는 제도가 아님을 피력했다. 또한 법인화 문제를 공공성과 예술성, 경영효율성이라는 삼각 축을 효과적으로 형성하기 위한 자율성과 전문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주장하면서 &ldquo;법인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운영예산의 지속적 지원과 전문적 경영 등이 전제되어야한 한다&rdquo;고 주장했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공공성의 내면 넓혀야

발제가 끝난 후에는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문화예술시설의 법인화 문제를 중심에 두고 진행된 토론에서는 공공성, 경영효율성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실질적인 정책 방안에 대한 진단과 제언 그리고 문화예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2009 가을 정기학술대회> 중 종합토론

먼저 심상용 교수는 &ldquo;프랑스 박물관들의 법인화 과정이 보여 준 긍정적인 효과가 인상적&rdquo;이라고 전하는 한편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처럼 예산의 대부분을 기업 기부금에 의존할 경우 시설운영이 지나치게 경기 운용에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시사했다.

김동언 교수는 현재 국내 문화예술시설 정책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저조한 정책적 의지로 요약하며,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하고 있는 지난한 현실을 비판했다. 더불어 &ldquo;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주장 이전에 실질적인 논의를 찾아야 공공성 및 효율성에 대해 진정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rdquo;이라 주장했다.

이어 류상록 팀장은 체제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법인화 과정이 진행된 러시아 문화예술 시설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면서 &ldquo;국내시장성&rsquo; 획득, 즉 공공성과 경영효율성 논쟁 이전에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dquo;고 전하며, 마켓 형성을 위한 벤치마킹의 문제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역설했다.

이철순 국장은 시장에서 공공성이 연구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며, &ldquo;경영학적인 관점에서의 공공성의 내면을 넓혀야 한다&rdquo;고 주장했다. 더불어 &ldquo;문화예술기관이 가진 다양한 상충된 가치들이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잣대와 미션, CEO의 경영철학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rdquo;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장광열 평론가는 &ldquo;공공성이 도대체 뭐냐&rdquo;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실제 문화예술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스텝들과 시설의 운영체계가 가진 안이함을 지적,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함을 역설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문화예술시설의 법인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면서,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기되었던 예술의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이라는 논점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시도되었다. 특히 &lsquo;효율성 곧 성과&rsquo;라는 식의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 시설의 경영효율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언과 진단이 법인화를 비롯한 현재 전개되고 있는 문화예술 정책기조에 어떻게 반영되고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이 개진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태윤미

필자소개
태윤미는 문화예술웹진 [컬처뉴스], 미술시장전문지 [아트레이드]에서 미술기자로 일했다. 지난겨울부터 시작한 수개월의 여행 끝에 현재는 음악에 글을 입히는 작업 등 개인적인 글쓰기에 한창 열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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