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시작된 대학로 어린이집은 분명 타 보육시설과 차별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보육시간이나 비용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더 풍부한 문화적 소양을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운영을 맡은 연극인 복지재단은 물론 연극인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3월 2일, 연극인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대학로 한복판에 연극인들을 위한 구립 어린이집이 문을 연다(종로구 동숭동 192-19). 184.7㎡의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신축건물이며 0세부터 5세까지 연극인 가정의 아이라면 누구나 입소가 가능하다. 모집인원은 45명이며 최적의 보육시설 및 최신 교재교구, 연극을 중심으로 특화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을 가지고 새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획기적인 발상, 그러나 한계가 있다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예술인 맞춤 보육 지원사업인 대학로 어린이집은 평일에는 저녁 11시까지, 공휴일은 저녁 7시까지 운영하며 쉬는 날이 없다. 기존의 어린이집은 이른 저녁에는 문을 닫고 공휴일에는 아예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늦은 밤까지 연습을 하거나 공연을 하는 대다수의 여성 연극인들은 결혼과 출산 후 자녀 보육 문제로 무대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2006년에 실시된「문화예술인 실태조사」결과에 의하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으로 첫 번째를 육아책임으로 인한 갈등(49.2%)으로 꼽았고 두 번째를 육아 비용의 문제(33%)를 꼽았다. 그 외에는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 부족(18.8%), 교육의 어려움(11.7%)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등장은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막상 개원 시점에서 따져볼 때,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연극인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우선 연극인들이 작업을 1년 내내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신이 대학로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대학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공연이나 연습을 하는 2∼3개월만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아이에게나 어린이집의 다른 아이에게나 좋은 영향보다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밤늦게까지 아이를 돌본다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극인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을 대학로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공연과 공연준비가 대학로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다가 각 구립 어린이집이 다 포화상태기 때문에 이쪽으로 옮겨 놓으면 다시 자신들이 사는 동네의 어린이집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 또한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이다.

다음은 연극인들의 가장 큰 관심인 비용이다. 대학로 어린이집은 구립 어린이집으로 결정이 되어 비용은 다른 구립 어린이집과 같다. 실제 복지재단에 문의를 해 온 연극인들 중에서는 당연히 연극인들에게는 비용을 적게 받는다거나 안 받는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극인, 주부관객을 위한 유연한 운영 필요

대학로 어린이집 조감도서울연극협회에서 2007년 10월에 나온「‘대학로 어린이 문화놀이방’ 설립을 위한 타당성 연구」를 보면 처음 기획했던 대학로 어린이집의 구상은 지금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여성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즉 예술인들의 일정하지 않은 근무시간과 경제적 능력에 대한 문제를 고려한 유형과 함께 자녀 양육의 문제로 인해 공연관람 횟수가 줄어든 주부관객을 위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고자 하는 시간에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유형까지 함께 고민했었다. 그래서 실제 24시간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대학로에 위치하여 주부관객들이 공연을 보러가기 전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베이비카페 아기곰’의 사례를 같이 이야기하는 등 유동성 있는 운영 방침을 가진 어린이집을 위한 고민들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대학로 어린이집은 구립 어린이집으로서 다른 구립 어린이집과 큰 차별을 두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업이니만큼 부족한 점들도 많고, 생각지 못한 점들도 많은 것이다. 앞으로 연극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 관과 협력하여 서서히 바꿔 나갈 수 있는 것들은 바꿔가야 할 것이다. 연극인 복지재단이 3년 동안 종로구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게 되는 만큼, 그 시간동안 운영의 묘를 발휘해내지 못한다면 도로 아미타불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다

연극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시작된 사업이니만큼 대학로 어린이집은 분명 타 보육시설과 차별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보육시간이나 비용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더 풍부한 문화적 소양을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운영을 맡은 연극인 복지재단은 물론 연극인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육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직장보육시설로서의 역할까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녀의 입소를 원하는 연극인들은 한국연극인복지재단(02-741-4334)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가원

필자소개
이가원은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용인대 예술치료 대학원에서 연극치료 공부를 하고 있다. 연극과 사람에 관심이 많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