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창조산업 분야에서는 경력 개발 경로가 단선적이지 않고, 협업이나 파트너십이 중요하고, 경력개발이나 전문능력의 발전을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문화예술/창조산업 분야에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하고,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모두 얻을 것이 있는 멘토링 관계를 복원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잠재력을 확장시키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행동을 향상시키고, 앞으로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배우기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그것이 멘토링이다. _ 에릭 파슬로 (옥스포드 코칭과 멘토링 학교)

문화예술분야 전문인력 양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화리더십프로그램(Cultural Leadership Programme, 이하 CLP)';에 관해서 한번 이상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잉글랜드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Creative & Cultural Skills(2004년 설립, 2005년도에 인가된 문화예술/창조산업분야 훈련기관), 박물관ㆍ도서관ㆍ아카이브위원회(Museums, Libraries and Archives Council)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과 창조산업 분야의 인력들(경영진, 중간관리자, 직원, 1인기업인, 프리랜서 모두 포함)이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나 관련 정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CLP는 인력들의 경력개발을 위한 정보, 지식, 툴킷(toolkit) 등을 제공하는 ';창조적 선택(Creative Choices)';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한 바 있는데 이 사이트를 통해 인력들 간의 교류를 도모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행사를 주관하기도 한다. 인력 간의 네트워크 구성을 지원하기 위한 일환으로 ';창조적 네트워크(Creative Network)';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지난 2009년 6월 ';창조적 네트워크-멘토 익스체인지(Creative Network and Mentor Exchange)';라는 사업을 런칭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멘토 익스체인지';는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산업분야 전문 인력간의 지식 교류, 사회적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되는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의 일종인데 문화예술/창조산업 분야 인력간의 사회적 관계의 형성, 경험 지식의 교환, 상호간의 리더십을 포함한 인성 혹은 전문능력의 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창조적 네트워크-멘토 익스체인지';의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적 네트워크-멘토 익스체인지' 사이트
';창조적 네트워크-멘토 익스체인지';의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멘토가 되고 싶거나 멘토를 찾는 사람이 자신의 프로파일(기술, 경험, 관심 영역 등)을 적어 등록한다. 멘토로 등록한 사람 중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연락하여 의사를 타진한다. 특별한 주제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는 그룹을 지어 특별 이벤트나 미팅을 조직한다. 온라인 포럼이나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기도 한다. 웹사이트의 오른쪽에는 멘토를 찾는 멤버, 멘티를 찾는 멤버 30~40인의 사진과 닉네임이 게시되어 있다. 물론 만남은 각자의 성향에 맞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온오프라인 혼합이든 정할 수가 있다.

우리에게도 온오프라인 지식공동체를 추구하는 방법은 있어왔다. (예술경영지센터도 CoP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이트보기) 이번에 런칭된 ';창조적 네트워크-멘토 익스체인지';는 소셜 네트워크와 멘토링 관계를 기반으로 한 교류라는 점에는 흥미로워 보인다.

이번호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글은 ';창조적 네트워크-멘토 익스체인지';에 실린 「멘토 익스체인지 핸드북(Mentor Exchange Handbook, 이하 핸드북)」(Diane Parker, 2009)이다.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핸드북이지만 멘토/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거나 멘토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핸드북」에는 필드에서 통용되고 있는 멘토링 관련 문헌들과 멘토링 관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멘토링의 용어 정의, 발전적이고 성공적인 멘토링이 되기 위한 요건들, 멘토와 멘티 모두 멘토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 등을 담고 있다. 이 핸드북의 내용을 일부 발췌, 재구성하여 소개한다.


위계질서, 엘리트주의를 넘어

문화예술/창조산업 분야 혹은 조직에서도 멘토링을 개인의 인성이나 전문능력 향상을 위한 유력한 방법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멘토링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똑같은 멘토링이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멘토링은 일대일 관계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원하고 지도하고 돕는 것을 의미한다. 멘토링이라는 단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로 떠나던 오디세우스가 친구인 멘토(Mento)에게 아들의 보호자이자 조언자가 되어주기를 요청한데서 따왔다. ‘멘토’라는 이름이 그 후 ‘현명하고 믿을 만한 조언자’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고 이런 이유로 멘토링은 더 나이가 들고 더 현명한 사람이 더 어리고 경험이 적은 사람을 이끌어준다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정 영역에서는 후원자의 관계에서 멘토링을 ‘준다’는 ‘후원’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최근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이런 식의 개념은 환대받지 못하고 있다. ‘연장자 네트워크';(oldboys'; network)로부터 특정 멤버들을 소외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창조산업 분야에서는 경력 개발 경로가 단선적이지 않고, 협업이나 파트너십이 중요하고, 훈련이나 발전을 습득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5일짜리 리더십 훈련 과정이 영국에서는 통상 2,000파운드 한화로 350만 원 정도다.) 경력개발이나 전문능력의 발전을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프리랜서나 1인 기업, 단기계약직이나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하고 있는 인력의 비중이 높고 큰 규모의 조직이 많지 않은 이 분야에서 조직 내 멘토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적다. 해서 문화예술/창조산업 분야에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하고,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모두 얻을 것이 있는 멘토링 관계를 복원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아젠다는 멘티에게서 온다

멘토링은 기꺼이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스스로의 인성이나 전문능력의 발전을 열망하는 자에게 의미가 있다. 코칭과 멘토링의 가장 큰 다른 점이 여기에 있는데 코칭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형식이 갖춰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코치는 조직외부에 있고 비용을 받는다. 코치가 업계 사람일 필요도 없다. 피드백도 명백하고 결론은 아젠다 중심이다.

하지만 멘토링은 짧은 기간의 형식을 갖춘 관계에서부터 생애를 함께하는 우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아젠다는 멘티에게서 온다. 멘티의 필요가 중요하다. 장기간의 목표에 집중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배움과 발전이 상호적이라는 것이다. 멘토와 멘티 양측 모두 개인의 인성과 전문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멘토는 리더십 내공을 높일 수도 있다.

“멘토가 되는 일이 가장 좋을 때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내 생각들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에요. 내가 열정을 갖고 대하는 그들(멘티들)이 결실을 얻는 순간이 보람되죠.” _ 로렌 크레이그 (비즈니스 멘토 겸 사회적 기업가)

또한 멘토링 관계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의 측면에서도 유익하다. 다음 표에서는 멘토링 관계에서 오는 측면별 이득과 멘토와 멘티에게 혜택이 되는 점을 정리해두었다.

개인 인성의 측면 전문능력의 측면 조직의 측면 산업의 측면
자신감 증가 효과성 증대 효율성 증대 기준의 향상
관계 향상 직무 만족도의 증가 인적 자산 관리 능력의
증가
네트워크 향상
일과 생활의 균형 상승 변화 적응력 증가 생산성 증가 수준 향상
대인 관계 기술의 향상 리더십과 사람 관리
기술의 향상
직원 사기 진작 조직화된 경력 개발
스트레스 지수의 감소 발전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 증가
직원 이직률 감소
자기 이해의 증가 네트워크와 접촉경로의
증가와 이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 증가
기량 축적 증가
인력의 발전 욕구에 대한
이해 증가
[표1] 멘토링의 기능


멘토 양측 멘티
인력의 경력 개발 욕구에 대한
이해 향상
반추할 시간과 공간 집중 경력 개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 혹은
';뭔가를 다시 얻게 된다는 것';
에서 만족감을 얻음
대인관계 기술의 향상 반응 테스트 대상
동료들로부터의 인정 반성을 통해 얻는 지식의 증가 네트워크와 접촉 대상의 확대
리더십과 관리 기술의 향상 자기를 이해하는 능력의 향상 기술의 향상과 새로운
업무 추진 방식을 습득
다른 이들을 통해 성취감을 느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의 습득
[표2] 멘토링의 효과


이상적인 멘토의 자질

멘토링에서 인력들과 조직, 더 나아가 산업 분야의 발전이 예상된다면 멘토링은 추천할 만하다. (물론 「핸드북」의 논리이다.) 하지만 멘토링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성공적인 멘토링 관계의 4가지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관계(rapport): 좋은 관계가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공감을 보이고 개방적이고 순수한 자세를 발전시켜야 한다. 2. 존중(respect):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서로간의 신뢰와 열린 마음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3. 공감(empathy):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4.신뢰와 성실(sincerity): 신뢰와 성실을 보이는 것은 처음부터 양자 관계의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서로를 위해 제공할 것이 있다는 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조건만 있다면 완벽한 멘토, 멘티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완벽한 멘토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멘토의 자질을 꼽아볼 수는 있다. 「핸드북」은 ①사람을 향상시켜 본 경험이 있는 자, ②최신 기술을 폭넓게 전달할 수 있는 자, ③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는 자, ④관계에 투자할 충분한 시간이 있는 자, ⑤존중받을 만한 능력이 있는 자, ⑥계속해서 배우고 발전하는 데 헌신적인 자, ⑦멘토 혹은 멘티로서 멘토링을 경험한 자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멘토들은 멘티의 경험이 자신의 멘토링 관점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멘토와 함께 했던 경험으로 이제 다른 사람을 멘토링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이상적인 멘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너무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노력하는 자에게 응당한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노력을 한다면 멘토는 멘토링을 통해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사실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멘토링 관계에서는 ①자기 이해, ②상대방의 행동 이해, ③전문적 지식의 보유, ④긍정적인 자세/유머감각, ⑤커뮤니케이션 스킬, ⑥과정과 패턴을 정식화하는 개념 모델링 능력, ⑦스스로 학습하는 자세, ⑧다른 이들의 성취를 이끌어내는 데 대한 강한 흥미, ⑨관계 관리, ⑩목표의 명확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멘토는 듣는법, 묻는법, 피드백 주고받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리더십의 발전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

그럼 멘티들은 어떤가? 멘티는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멘토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하고, 멘토링의 결과에서 얻게 된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필요하다. 「핸드북」은 멘토와 멘티 간에 멘토링 협약을 맺을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목표와 기대, 토론 주제, 진행 방법에 대한 약속(나는 일주일에 한번 오프라인으로 1시간 정도 만나고 싶다 등), 비밀 보장과 신뢰 보장, 넘지 말아야 할 선(사생활은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등) 등등에 관해 사전에 서로 약속하라는 것이다. 이는 멘티도 발전하고자 하는 목표와 방법에 대해서 처음부터 스스로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딱딱해 보이는 말을 하는 것이 싫다며 그저 좋은 선생을 찾는 자세는 멘토링의 결과를 볼 때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여기서 잠깐. ';창조적 네트워크-멘토 익스체인지';가 온라인 사이트이기 때문에 멘토링을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가질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핸드북」은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를 두고 멘토링 방법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 사실 시대가 바뀌면서 의사소통의 방법도 변화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도 멘토링이 가능해졌다. 특히 마주침의 빈도수를 높이고, 표현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핸드북」은 1960년대 심리학자였던 그 유명한 알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이론을 들어 온라인의 한계도 지적한다. 발화된 단어로는 7%만의 의미가 만들어진다. 38%는 단어를 말하는 방식, 55%는 얼굴 표정, 몸짓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전화로 하게 되면 의미의 절반이, 이메일로 하게 되면 의미의 93%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메일에서 말하는 투를 느끼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네티켓을 지키기 위해 집중해야만 한다. 고로 상황과 개인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멘토링 관계의 핵심인 감정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온라인만으로는 불가능하겠다.

이외에도 「핸드북」에는 멘토링과 관련된 여러 참고 문헌 등이 정리되어 있어 관심 있는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상적인 멘토링을 위해서는 ';감각적 지성';(emotional intelligence)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감각적 지성에 대한 설명을 부족하여 아쉬운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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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은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에서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지역문화 아카데미';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 예술단체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지원, 해외콘텐츠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문화예술단체를 위한 국제교류 조세제도 해설집』집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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