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거시적 안목과 구체적인 하나하나의 현실을 돌파하는 현장성. 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응용학문으로서의 예술경영은 양자의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의 세세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거시적 안목이라는 것이 어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겠는가. 베테랑급 현장 예술경영인들이 만학도로 학문에 입문하고 젊은 전공자들이 때로는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뛰어드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하여 나무와 숲을 놓치지 않는 길라잡이가 더욱 간절하다. 서가를 기웃거리고 신간 소식에 귀를 세우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예술경영에 대한 입체적 조망

<예술경영> 표지
용호성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과장의 『예술경영』(2009년 3월)은 2002년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와 공동집필한 동명의 책을 다시 엮은 책이다. 개정판이라고 하지만 새로 쓴 책이라 할 만큼 내용에서 전면적인 수정과 보완을 거쳤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공저자였던 김주호 대표는 참여하지 않았다.

&lsquo;현대 예술의 매개자, 예술경영인을 위한 종합 입문서&rsquo;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lsquo;예술경영&rsquo;이라는 분야를 일목요연하게 정돈하여 보여주고 있다.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구성된 이 책의 체계는 그 자체가 예술경영이라는 이 역동적인 분야를 조망하는 키워드들이기도 하다. 첫 장 &lsquo;예술경영의 의의&rsquo;가 예술경영의 사적 전개를 바탕으로 개념과 범주를 정의하고자 한다면 &lsquo;예술조직&rsquo; &lsquo;인력자원&rsquo; &lsquo;재정자원&rsquo; &lsquo;기획과 제작&rsquo; &lsquo;예술상품의 마케팅&rsquo; 등은 예술과 비즈니스의 조합이라는 1차원적인 접근을 벗어나 예술경영의 영역과 역할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막 예술경영이라는 숲 앞에서 길을 찾고 있는 이들이라면 각장의 주제어들이 이 숲의 안내판이 될 것이다.

한편 각 장의 주제들은 예술경영계의 현재적 이슈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하는 80년대를 예술경영의 형성기로 볼 때 20여 년의 과정을 지나면서 국내 예술계의 현실에서 예술경영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lsquo;조직&rsquo; &lsquo;인력&rsquo; &lsquo;재정&rsquo;의 문제이다. 물론 이 세 항은 시기를 막론하고 예술경영의 기본적인 영역이지만 말이다. 20년 간 문화부에서 근무한 저자의 현장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바로 이곳인데, 입문서로서 예술경영의 기본적 영역을 안내하면서도 현재적 이슈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말처럼 개정판이 초판의 2배 분량으로 늘어나게 되었던 것도 현재적 문제의식을 찬찬히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입문서이지만 이미 숲에 들어선 이들에게도 세세한 현장의 문제들을 조망하는 큰 틀을 잡는 데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현대미술의 역동적 장면을 보며

<창조의 제국-영국현대미술의 센세이션> 표지지난 해 하반기 출간 이후 미술계에서 주목을 끌었던 임근혜 전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의 『창조의 제국-영국현대미술의 센세이션』은 국제 미술시장의 핫아이템이라 할 yBa(young British artist)를 다루고 있다. 앞의 책이 예술경영의 체계화를 시도하는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아주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 책 역시 입문서라 할 만한데, yBa라면 거대한 상어가 방부액에 담겨있는 수조(<살아있는 자가 상상할 수 없는 육체적 죽음>), 번쩍이는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는 해골(<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의 충격적인 미학이라든가 자신의 작품 220점을 한꺼번에 소더비에 내놓고 2000억 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낙찰총액을 기록하는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 등 단편적인 뉴스로 yBa의 대표주자라 할 데미언 허스트를 기억하는 정도의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매우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필자의 필력과 풍부한 도판은 막연한 소문으로 접했던 yBa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해로 이끈다. 게다가 단박에 런던을, 뉴욕을 위협하는 현대미술의 메카로 만들어낸 이들에게 어찌 호기심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실 이 책의 미덕은 미술시장 핫아이템에 대한 친절한 안내에 있지 않다. 책의 전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yBa로 표상되는 영국현대미술의 역동성을 추적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하여, yBa의 신화가 탄생하던 《프리즈》(FREEZE)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미술교육의 시스템을 거쳐 영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면서 미술관 박물관의 혁신과 예술(문화)을 통한 도시개발 프로젝트 그리고 지하철과 광장 등 도시 곳곳의 공공미술로까지 확장된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각각의 장면들은 이러저러하게 이미 우리에게 소개되어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과 시장, 미학적 경향과 미술관의 운영, 도시개발 프로젝트와 공공미술이라는 언뜻 상이한 분야가 문화적 다양성, 미술의 사회적 소통, 현대미술의 대중화라는 관점을 통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면서 연결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 책만의 미덕이다.

하여 책을 읽는 동안 영국현대미술이라는 주제를 넘어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놓여 있는 자리, 예술과 사회의 소통, 예술과 자본 등 현대예술, 예술경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맴돌게 된다.





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소위 위원,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극평론을 쓰고 있다. &lsquo;상업지구 대학로를 다시 생각하다&rsquo; &lsquo;이 철없는 아비를 어찌할까&rsquo; 등의 비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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