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아트어워드포럼 Asia Art Award Forum 로고지난해 8월 20일자 [파이낸셜뉴스]의 기사 ‘터너 프라이즈와 아시아아트어워드’(‘이대형의 큐레이터 따라하기’)는 현대미술상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터너상(Turner Prize)1)과 닮아있는 아시아아트어워드포럼(Asia Art Award Forum, 이하 A3)에 기대를 건 바 있다. 그로부터 약 7개월 후인 지난 9일(금), A3가 드디어 첫 수상자로 아피찻퐁 위라세타쿨(태국 미디어아트 작가)을 선정하며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대안적 시스템을 위한 담론의 장

A3는 ▲차세대 현대미술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작가 발굴(어워드),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롭고 통섭적인 담론 제시(포럼 및 렉처), ▲대안적 아트페어(전시)를 통한 예술과 자본의 이상적인 관계 구축을 목표로 기획된 행사로, 약 5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현실화된 프로젝트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약 50여 명의 기획자와 평론가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가장 실험적인 미술공간들과 작가들이 참여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신자본주의에 편승해 무차별적으로 과잉 생산된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대안적 미술행사에 목이 말랐었다.”고 입을 연 서진석 A3 총감독은 기술의 발달과 자본의 확장이 현대미술에 영향을 주고 있는 사실에 주목, “A3는 예술에 있어 자본의 긍정적 영향을 보다 확장시키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뿐 아니라 이에 따른 대안적 시스템을 제시하기 위한 담론의 장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아트앤캐피탈';(Art and Capital)이라는 주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A3의 본격적인 행사는 9일(금) ‘렉처’와 ‘포럼’으로 시작됐다. 오전, ‘21세기 복합문화기관의 새로운 방향성과 기능 모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렉처는 데아펠아트센터(De appel arts centre, 네덜란드) 큐레이터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헨드릭 폴커츠와 뱅크아트1929(Bank Art 1929, 일본) 디렉터 이케다 오사무,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김호동 전당기획과장이 각각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과 담당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아시안아트어워드포럼 행사모습

세 발제자의 공통된 관심을 꼽아보자면 바로 ‘예술’과 ‘도시’였다. 헨드릭 폴커츠 코디네이터는 이에 대해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큐레이터 코스를 설명하며 구체화시켰다. 이 코스는 장소와 연관되는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면서 도시 부흥과 도시 재생 과정 내에서 작용하는 예술의 역할을 탐구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본지 데아펠 큐레이터 프로그램 기사(48호) “현대예술에서 큐레이팅은 어떻게 확장되나" 참조)

이케다 오사무 디렉터는 뱅크아트1929가 위치한 요코하마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해, ‘창조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뱅크아트1929의 활동들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를 새롭게 육성하고자 관주도로 시작된 뱅크아트1929는 아트를 위한 아트를 하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뱅크아트1929와 요코하마시 사이에 추진위원회가 따로 있어 예술 사업에 있어서는 무한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대중성과 실험성이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오사무 디렉터의 의견 또한 흥미로웠다.

일본 뱅크아트 1929 스튜디오

마지막으로 김호동 과장은 아시아 문화허브를 자청하고 있는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목표, 즉 “아시아인의 자생적 관점으로 아시아의 문화와 가치를 연구하여 아시아 공동번영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피력하면서 “타 복합문화시설들이 도심재생을 중점으로 운영되었다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도심재생은 물론, 아시아문화 교류를 통해 아시아 예술인들이 함께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 아시아 문화의 공존과 공생을 이루고자 하는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술과 자본의 복잡한 관계 맺음

오후에는 ‘아트앤캐피탈’을 주제로 다국적 미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콘갤러리(IKON Gallery, 영국) 디렉터 조나단 왓킨스가 사회자로 나선 포럼에서는 2010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인 막시밀리아노 지오니, 영국에 근거지를 둔 파인드아트펀드(Find Art Fund)의 책임자 루스놀즈, 독립큐레이터 캐롤 루 잉화의 발제, 그리고 서진수 강남대학교 교수, 일본 모리미술관(Mori Art Museum) 가다오카 마미 책임큐레이터, 나투르모르테 갤러리(Gallery Nature Morte, 뉴욕) 창시자인 피터 너지, 테이트리버풀(Tate Liverpool) 이숙경 큐레이터의 토론이 이어졌다.

루스놀즈 파인드아트펀드 책임자
루스놀즈는 "예술품 투자가 절대 불안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앤디워홀의 <200 One Dollar Bills>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Walking ManⅠ〉낙찰가가 입증하고 있다는 것. 올 초에 거래된〈Walking ManⅠ〉은 약 1,200억이라는 낙찰가로 예술작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이다. 루스놀즈는 이와 같은 명작의 꾸준한 거래와 높은 낙찰가 등이 미술시장의 탄탄함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현재 파인드아트펀드의 연간수익률은 36%며, 내부수익률은 546%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루스놀즈는 ▲경험 많은 전문가의 대거 영입, ▲현금 지불 능력, ▲소더비 크리스티 등 미술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미술시장 개발 등을 파인드아트펀드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캐롤 루 잉화 큐레이터는 &ldquo;경제 발전으로 인해 중국이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중국 현대미술과 관련된 미술시장이 상승세를 탔고, 근 10여 년간 시장 광고의 힘으로 많은 제작(작품)이 가능해졌다.&rdquo;고 전하며 자본과 미술시장의 복잡한 관계 맺음에 주목했다. 또한 &ldquo;자본은 예술과 그 발전을 위해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rdquo;고 주장하면서 미술계의 이론적이고 지적인 공백에 대해 &ldquo;예술의 다양성과 예술의 가치, 혹은 예술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기&rdquo;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막시밀리아노 지오니 예술감독은 인터넷에서 찾은 작품이나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근래 미술경제의 붐, 옥션 기록들, 마켓의 폭발, 현대미술 등을 간략히 설명했다. 더불어 르네상스 이전의 작품과 동시대 작품을 비교하며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즉 그림의 내용이 훨씬 현실화된 부분을 상기시키며 그 안에서 예술과 자본의 관계를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아시아 미술시장 단기 수익 함몰, &ldquo;남는 것은 무엇인가&rdquo;

토론에서는 ';미술시장의 규제와 작품의 가치매김';이 주요 주제로 등장했는데, 규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서진수 교수는 미술시장에 있어 작품과 자본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면서 &ldquo;우리는 이 동전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rdquo;고 전했다. 더불어 시장의 자율성과 매커니즘을 믿고 있는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ldquo;규제는 필수적인 부분이 아님&rdquo;을 주장했다.

또한 피터너지 나투루모르테 창시자는 &ldquo;시장과 상관없이 작가들은 스스로 건재하고 있다는 독립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예술이 거래의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부분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rdquo;고 역설하면서, 대중문화에 휩쓸려 재미로 변질되고 있는 예술에 우려를 보냈다. 가다오카 마미 큐레이터는 &ldquo;예술과 자본이 어디에서 만나는지에 대한 고찰을 늘 진행해야 함은 물론 달라지고 있는 환경 속에서 작품의 가치를 매기고 예술의 큰 틀을 짜고 있는 비평가들이나 미술관이 어떻게 움직이고 운용되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rdquo;고 전했다.

각국의 미술전문가들은 미술시장 규제가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했다.

이숙경 큐레이터는 아시아 미술시장이 장기적이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ldquo;튼튼한 시장과 작품에 가치를 상정할 수 있는 객관화된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정해진 수순을 밟듯 시장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rdquo;이라고 단언하며, &ldquo;과연 그 이후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rdquo;라는 질문을 던졌다.

미술시장 규제에 대해서 발제자들도 짧은 소견을 피력했는데, &ldquo;예술이 규제보다는 인간냄새를 더 풍겨야 한다.&rdquo;는 낭만적인 막시밀리아노의 의견도 있었고, &ldquo;미술시장에서 뛰고 있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모든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을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것&rdquo;이라는 루스놀즈의 의견도 있었다.


선정 작가 전시는 6월 6일까지

15일까지 이어지는 포럼은 ';오리엔탈 메타포';(Oriental Metaphor), ';아트앤테크놀로지';(Art and Technology), ';미디어아카이브네트워크';(Media Archive Network)를 주제로 각각 21세기 현대미술 안에서 아시아성에 대한 재정립과 방향성 모색,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사회, 문화 변화와 현대미술과의 영향관계, 세계 각국의 미디어아트 기관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시각이미지와 담론 제시 등 21세기 세계문화예술계의 새로운 담론의 흐름을 예측해 보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또 14일까지 이어진 렉처는 &lsquo;21세기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rsquo;이라는 주제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그간 국내에서 자주 접할 수 없었던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으며, A3 선정 작가를 포함해 후보에 올랐던 다섯 작가의 작품들은 오는 6월 6일까지 소마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마지막까지 선정 작가를 두고 각축을 벌인 다섯 작가는 다음과 같다. ';침&uarr;폼&lsquo;(일본 아티스트 그룹), 좀펫 쿠스비다난토(인도네시아), 시진송(중국), 아쇽 수쿠마란(인도), 양아치(한국).





1) 영국 현대미술의 대표 기관인 테이트 브리튼이 해마다 수여하는 터너상은 한 해 동안 가장 괄목할 만한 전시나 미술활동을 보여준 50세 미만의 영국 미술가(영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출신 미술가와 외국에서 활동하는 영국 국적의 미술가를 총괄하는 의미)에게 수여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상이다. 터너상은 1984년 말콤 몰리를 시작으로 길버트&조지, 토니 크래그, 리처드 롱, 안토니 곰리, 데미안 허스트 등 미술계의 슈퍼스타들을 낳으며 세계의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으로 자리 잡았다.


태윤미

필자소개
태윤미는 문화예술웹진 [컬처뉴스], 미술시장전문지 [아트레이드]에서 미술기자로 일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한 수개월의 여행 끝에 현재는 음악에 글을 입히는 작업 등 개인적인 글쓰기에 한창 열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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