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회째를 맞는 ‘중국국제갤러리박람회’(China International Gallery Exposition, 이하 CIGE)와 2006년 CIGE에서 분리되어 출범한 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아트 베이징’. 베이징에서 열리는 이 두 개의 아트 페어는 중국에서 가장 다양한 미술행사가 열리는 베이징 미술계의 대표적인 상업행사이면서 매년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아왔다. 논란이라 함은 먼저, 위축된 중국미술시장 분위기 속에 차별성 없는 ‘국제아트페어’가 베이징에서 굳이 두 개나 열려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행사의 당위성을 찾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분야의 대표 명사를 찾는 것을 좋아하는 현지의 특성상 "과연 베이징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는 어느 곳인가?" 라는 경쟁구도 식의 논란도 매년 식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엔 한 해 미술계의 중요 시즌인 봄과 가을, 각각의 시즌을 대표하며 나눠서 열렸던 이 두 개의 아트페어가 봄(4~5월)으로 그 개최시기를 같이 함으로써 참여하는 갤러리는 물론 컬렉터들에게 굳이 며칠 되지 않는 간격으로 아트페어가 두 번씩 열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원성을 듣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두 개의 아트페어가 시기적으로 겹쳐서 열리게 된 시점이 최대 호황을 이루던 중국미술시장이 급격히 곤두박질치고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재정비가 이뤄지던 2008년이었던 터라 아트페어의 존폐 여부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4월 말, 여전히 양보와 타협점을 찾지 못했는지 아트페어 개최 시기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작년과 동일하게 두 개의 아트페어가 또 다시 맞붙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수년의 시행착오와 특히 작년 참가 갤러리와 컬렉터들의 냉정한 평가와 외면을 겪고 난 탓인지, 올해는 그 동안의 차별성 없는 형태에서 벗어나 각자의 노선을 확실히 하는 행보를 밝혀 기대가 크다.

2009 CIGE 전시장 입구
먼저 4월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CIGE는 참가 갤러리의 최종 리스트 공개를 통해 대폭 축소된 참가 갤러리의 양적인 문제를 질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를 내보였다. (2007년 118개였던 참가 갤러리가 올해는 50여 곳으로 50% 감소했다.) 특히 2004년 제1회 CIGE를 시작으로 (첫 행사 당시는 대표적인 비영리공간인 국립박물관에서 미술시장 내 대표적인 상업행사인 아트페어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고 7회째를 맞이하는 ‘원조’ 국제 아트페어라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 위주의 페어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 ‘아시아 지도 그리기_아시아의 젊은 미술가 쇼’(Mapping Asia_Asia Young artist show)를 마련했다.

그리고 나흘 뒤 열리는 아트 베이징(4월29일~5월2일)은 형식적으로 보다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트 베이징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동멍양의 최근 인터뷰가 그 새로운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아트 베이징에 참가하는 갤러리 중 해외갤러리는 10곳에 불과하다. 지난 아트페어와 비교했을 때 올해 해외갤러리의 비중은 대폭 줄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10곳의 해외갤러리에게조차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 우선 전제는 현재 중국 미술시장은 ‘재조정’기로 상당히 위축되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트페어의 전체적인 그림을 위해서는 해외 갤러리가 다수 참여하는 것이 좋지만 정작 그들이 참여했을 때 우리가 현실적인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점을 인정해야 한다. (…) 차라리 국내에 집중하여 ‘현지화’ 하고, ‘글로벌화’가 되기보다는 ‘아시아화’ 하겠다.”

행사장 전경, 중국현대미술작가 리우시아오동, 공공미술 프로젝트 현장 아트 베이징 2009 행사 모습

상업적인 행사인 만큼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덩치만 큰 국제아트페어에서 현지화를 보여주는 국내아트페어로 변모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글로벌적인 면모를 채워줄 방안은 무엇일까? 올해부터 아트베이징은 《아트플랫폼》이라는 기획전시를 통해 해외 비영리공간을 초청해 기획전시를 선보임은 물론 작가와 국제기관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도모하고 상업적으로는, 아트페어 기간 동안 컬렉터들에게는 영향력 있는 해외비영리 공간들이 추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컬렉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덧붙여, 현지화에 강점을 두는 일환으로 《중국 영 아티스트 전시》를 통해 젊은 작가 프로모션을 통해 위축된 시장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실 중국 미술시장의 침체기와 재조정기를 겪으며 해외 갤러리스트는 물론 컬렉터들의 발길이 최근 홍콩으로 집중되었고, 홍콩은 그 발걸음을 글로벌한 옥션사의 홍콩세일과 홍콩아트페어로 집중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중국미술시장이 침체기와 재조정기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는 사이 베이징 내 대표적인 상업적인 미술행사라 할 수 있는 아트페어가 서로 갉아먹기 식으로 비슷한 성향과 규모로 개최되어왔던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그러나 2010년 봄, 두 아트페어의 남다른 행보를 시작으로 베이징 798 예술구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들, 그리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초여름까지 진행되는 메이저 경매들은 여전히 베이징이 중국미술시장의 중요 지표라는 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혜경

필자소개
한혜경은 21세기를 시작하며 중국 베이징에 불시착,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미술사 공부를 하고 건국 이래 미술시장이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는 시기에 미술시장에 입문했다. 798예술구에서 사다리 타고 못 박고 그림 거는 일부터 시작한 갤러리 일에 매료되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기획자로 아트컨설턴트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저서로 중국미술체험기인 『꿈꾸는 미술공장, 베이징 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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