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전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이하 한문연)이 개최하는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는 열악한 운영 조건 또는 취약점을 가진 문예회관들이 어떻게 운영의 묘를 살려 설립 목적에 부합하며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수권 신장에 기여하는 운영을 하고 있는지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격려하고자 2007년부터 진행되어 왔다.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그룹1)별로 나뉘어 본선에 진출하게 되고, 본선에서는 심사위원과 전국 문예회관 종사들을 청중으로 제한된 시간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장관상과 상금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하게 된다.

지난 7일에서 11일까지 열린 2010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마지막날 진행된 우수사례 발표대회 현장도 역시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느낀 치열함은 사실 경쟁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문예회관 운영자들의 열정과 그들이 다가서고자 하는 목표를 향한 열망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발표대회 전경
4회를 맞는 이번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는 전년도와 같이 그룹별로 지원과 심사가 이루어졌지만 운영규모가 큰 A그룹에 비해 B, C그룹들의 참여가 저조하여 본선에는 B, C그룹이 한 그룹으로 두 개의 문예회관이 올랐다. A그룹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네 개의 문예회관이 본선에서 발표를 하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본선에서 경합한 여섯 개 문예회관 중 네 개 문예회관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두 개 문예회관에는 한문연 회장상이 수여되었다. 장관상을 수상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모두 자신의 내외부 환경을 우선적으로 진단하고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하였으며, 그 결과 각각의 여건에 맞는 관객개발 프로그램, 마케팅 전략, 특성화 전략 등으로 우수한 운영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번 수상에는 공공 문예회관 사이에서 민간 극장인 LG아트센터가 포함되어 보다 전문적인 관객개발 마케팅 사례가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창조적 아이디어, 실제 성과로 이어져

을숙도문화회관 토요뮤직점프B, C그룹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을숙도문화회관은 기초단위 직영체제로, 적은 예산과 인력, 취약한 문화환경과 교통접근성, 우수한 공연에 대한 대관 수요 부족, 편의시설과 관람환경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쇼킹라이브, 레일위의 음악살롱, 철새나루예술제, 환경음악회, 토요뮤직점프 등 연간 80여 회의 기획공연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연간 기획공연 예산이 1억4천만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인데, 여기에는 지역 예술단체가 상주하면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노력한 것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였다. 주력 프로그램으로 소개한 ‘토요뮤직점프’는 청소년과 가족단위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미래의 관객개발뿐 아니라 지역 작곡가의 창작관현악곡을 발굴하는 기회의 장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반적인 기획 프로그램이 음악공연으로 편중되어 있긴 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하나하나 발돋움해 나가며 지역민의 문화향수 확대와 더불어 미래관객개발을 위한 차근차근한 노력이 지역 예술단체와 상생해가는 방향이어서 그 노력이 더욱 빛나는 사례였다.

문화홍보통신원 차량에 비치된 홍보물 하남문화예술회관
A그룹에서는 하남시문화예술회관, 고양문화재단, LG아트센터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하남시문화예술회관은 프리티켓(Free Ticket), 문화홍보통신원, 미사리콘서트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3 Up Project’를 소개했다. 그 요지는 우선 프리티켓을 통해 공익과 수익을 향상시키고, 두 번째 단계로 문화홍보통신원을 통해 홍보를 향상시키고, 세 번째로 미사리콘서트를 통해 인지도를 향상시켜 하남문화예술회관을 ';레벨업'; 시킨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문화홍보통신원으로, 택시운전기사들의 신청을 받아 차량 내부에 하남시문화예술회관의 프로그램 홍보물을 비치하고, 택시기사들의 입을 통해 공연을 홍보하는 것이다. 이것은 택시기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며, 공연 끝나기 30분 전에는 통신원들에게 SMS를 전송하여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취약한 하남시문화예술회관의 관객에게 귀가 문제를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통신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그야말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상설 고양아트마켓 고양문화재단 아람누리고양문화재단은 ‘특성화에서 출발한 고양문화재단의 새로운 운영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고양문화재단은 지역 문화기반시설로는 손에 꼽힐만큼 잘 갖춰진 시설이 두 곳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지역민의 많은 수가 서울이나 인근 수도권으로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어려운 현실에서, 양대 극장을 어떻게 특성화하고 상호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양대 극장 특성화를 위해 먼저 아람누리는 ‘세계적인 예술가를 만나는 곳’으로, 어울림누리는 ‘생활 속의 예술가가 되는 곳’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워 각각의 세부 사업들을 기획∙운영하였다. 예를 들면, 아람누리에서는 ‘고양예술人페스티벌’을 어울림누리에서는 ‘고양아마추어예술人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부족한 사업예산에 맞는 특성화 전략으로 극장 간 공동제작, 예술단체와 공동제작을 통해 예산 절감뿐 아니라 콘텐츠의 참신함을 끌어올리고 광역 홍보를 통한 시너지 효과, 극장의 기획과 제작 역량까지도 향상시키는 성과는 주목할 만했다.

LAMP 2기의 <페르귄트> 독해 모습 LG아트센터대회에 참여한
유일한 민간 전문극장으로 인지도가 높은 LG아트센터는 극장의 프로그램에 맞는 &lsquo;LAMP&rsquo;라는 관객 개발 프로그램과 극장 시스템을 통한 관객 개발 마케팅을 소개하였다. &lsquo;LAMP&rsquo;는 LG Arts Center Meets People를 줄인 말로, 극장과 예술가가 관객과 직접 만나 예술 창작과정을 공유함으로써 관객들의 이해와 관심을 증진하고, 관객들을 깊은 예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lsquo;등불&rsquo;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타 극장의 일반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차별화하여 극장의 제작공연과 연계하여 관객개발로 이어지도록 하였으며, 나아가 참가자들이 이후 극장 기획 프로그램의 패키지 관객, 열성관객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창출했다. 또한 극장 시스템(TMS: Theater Management System)을 활용한 관객 개발 마케팅 사례는 단순 매표시스템을 넘어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여 극장의 관객개발에 적용시키는 실례를 보여줌으로써 여타 극장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였다.


&ldquo;벤치마킹하거나 접목시켜 볼만한 구체적 방법 도출&rdquo;

2010 문예회관 우수사례 발표대회 수상자들

도준태 한문연 차장은 이번 대회 수상자들의 특징으로 &ldquo;각 문예회관별로 벤치마킹을 하거나 접목시켜 볼 만한 구체적인 방법 도출&rdquo;을 꼽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창조적인 관객 개발의 아이디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지역민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역 문예회관이 활성화되고 그 목적을 다하는 데 초석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또한 지역 극장이 취약한 조건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지역민과 지역의 예술단체들, 나아가 타 지역의 극장, 단체들과 협력하고 상생하는 전략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서로가 윈-윈하는 길이라는 것을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 것이 이번 우수사례 발표대회의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이며 문예회관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전히 공통으로 혹은 각 문예회관별로 산재해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과 그것을 공유하고 격려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확산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전주희

필자소개
전주희는 일민미술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 등을 거쳐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연예술 실태조사를 맡고 있다.「서울시 자치구 문화예술회관 운영현황조사」「대중음악공연장 구축을 위한 사전운영 연구」「부평문화예술회관 장단기 발전방안 연구」등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예술경영의 조직관리, 문화예술 HRD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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