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정보의 흐름과 공유가 예술인과 문화 종사자들의 이동성에 지대한 기여를 하는 만큼 공연예술의 국제교류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은 날로 지대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관건은 플랫폼의 '미션'과 '사용자'와 '전략'이다.

웹2.0 시대에 탈중심화 된 관계망을 동시다발적으로 생성시키는 소셜 네트워킹과, 디지털 모바일 컨버전스가 날로 진화해 가는 오늘날의 온라인 기술환경 속에서 문화예술정보화의 바람직한 전략은 무엇인가? 유럽과 호주, 일본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화예술관련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사례와 국제적 네트워킹에 관한 최근 동향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컨퍼런스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지난 7월 8일(목)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관계자들에게 국내외 정보 취득 채널들을 소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국제교류 정보서비스‘더아프로’의 효과적인 운영과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열렸다.



호주예술위의 온라인 이니셔티브와 전략…전략적 계획과 철저한 평가

호주예술위원회 펜 고든어느 나라든 문화예술 지식정보화를 선도하는 부문은 정부기관과 공적 영역이다. 호주예술위원회 예술진흥사업부 시장개발 담당 펜 고든(Fenn Gordon)은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상용화가 의미하는 디지털 문화로의 진입에 있어 예술계가 당면한 구체적인 장벽들을 해결하기 위해 호주예술위원회가 추진해온 온라인 이니셔티브와 전략들을 소개했다. 1990년 말부터 호주예술위원회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미션과 목표를 염두에 두고 특정 예술형태에서의 특정한 관객/사용자 그룹을 겨냥한 포털사이트들을 개발, 구축, 운영해 왔다. 호주공연예술마켓 APAM의 웹사이트가 공연예술의 국제교류라는 목적을 위해 국제 프리젠터라는 타깃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꾸준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호주예술위원회는 사용자 및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평가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들이 당초 목표로 삼은 유효성(relevance)과 현재성(currency)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사이트를 버전 업 한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거나 유효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전시킨 후 신속하게 폐쇄한다. 예술 마케팅담당자들을 위한 포털사이트 퓨얼포아츠(Fuel 4 Arts)는 2006년까지 162개국의 29,600명에 달하는 예술관련 전문가 회원과 수천 개의 세계적 지식기반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 접어들자 회원수가 감소하면서 사이트의 유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웹2.0과 초고속 광대역망이 보급되면서 많은 수의 예술관련 전문 업체들이 온라인 사업으로 유입되었고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여 게시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와 네트워크가 상용화 되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게 된 웹사이트가 변화하는 소비자의 경향에 뒤떨어지게 된 것도 회원수 감소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호주예술위원회는 이와 같은 변화에 직면하여 현행 웹사이트의 효용성이 매년 30만 호주달러에 달하는 유지비용에 못 미친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존의 연구 콘텐츠를 호주예술위원회 연구 섹션으로 옮긴 후 사이트를 폐쇄시켰다. 호주예술위원회의 예술정보화 사업이 다른 예술정책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계획에 입각하여 목표 사용자와 수요조사, 효과분석을 거친 철저한 평가를 통해 일정하게 모니터링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좋은 예이다.


퍼포밍아츠네트워크재팬…양질의 유효하고 신뢰할 만한 콘텐츠의 생산

일본국제교류기금 가와노 아키코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운영하는 퍼포밍아츠네트워크재팬은 해외에 일본의 현대공연예술을 소개하고, 최근 해외 공연예술정보를 일본 내에 소개하는 양방향 정보교류를 통해 국내외 관계자들 간의 미래지향적 교류기반을 형성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포털이다. 이 사이트는 사용자 생산 콘텐츠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매월 콘텐츠를 자체 생산, 통합, 체계화 하여 정보검색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고, 뉴스레터를 발행하여 정기적으로 타깃 사용자의 방문을 유도함으로써 국내외 공연예술 교류활동을 돕는다는 미션에 봉사한다.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업데이트 되는 정보들이 데이터베이스화 되고 있다는 것으로, 일본국제교류기금 공연예술부의 가와노 아키코는 사이트를 통해 제공되었던 현대 일본작가들의 희곡 시놉시스가 2008년 영문가이드북 『THEATER IN JAPAN: An Overview of Performing Arts and Artists』로 기획 출판되어 웹사이트와 보완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전했다. 독립적인 출판물로 발간될 수 있을 정도로 양질의, 유효하고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생산,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U 이동성 증진을 위한 온라인 프로젝트…케자프로젝트와 모바일 랩

컬처360 주디스 스테인즈국가 간 이동성에 대한 선구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유럽은 예술인과 문화종사자들은 이동성을 촉진하고 정보의 흐름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가상공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국제 문화이동성 정보와 문화 네트워크 전문가이자 현재 아시아유럽재단(ASEF) 산하 문화포털 컬처360의 유럽부문 편집자로 있는 주디스 스테인즈(Judith Staines)는 EU문화프로그램(EU Culture Programme)에서 지난 몇 년간 주요 우선순위 사업이었던 이동성 관련 정책과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소개했다. 3개년 사업으로 2008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케자프로젝트는 북유럽과 발트해 지역 6개국 6개 도시(Vilnius, Copenhagen, Kuopia, Oslo, Umea Reykjavik)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현대무용 프로젝트로, 이 지역 내에서 현대무용에 대한 커넥션을 형성하고 보다 강화된 이동성 기회와 현대무용에 대한 지식공유를 위해 다양한 공연과 행사,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문호는 유럽 전역의 무용 및 타 예술가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2007~2008년 EU문화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연극과 소통을 위한 모바일 랩’(Mobile Lab for Theatre and Communication) 프로젝트는 2005년 유럽문화 네트워크 생성의 주체로서 국제연극제의 역할에 주목하여 8개국 연극축제들이 발족한 축제네트워크 ‘변화중인 축제’(Festivals in Transitions, FIT)에서 출발했다. 2005~2006년 8개국 축제들을 돌면서 네트워크 축제 관계자들은 -관련 예술가뿐만 아니라 정치가, 문화행정가, 후원사, 언론인, 과학자들이 포함된- 심포지엄과 강연회, 토론을 통해 지역 및 국가, 유럽 차원에서 축제의 문화적 기능, 예술가와 관객, 축제들 간의 협력방식,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에 대한 전략들을 나누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화된 프로젝트가 ‘연극과 소통을 위한 모바일 랩’이다. 2007-2008년 EU문화프로그램 지원을 받으면서 FIT의 협력기관은 2개 축제가 늘어나 10개의 연극축제 네트워크가 되었으며, 프로그램 전략이 현대예술을 통한 예술가, 축제 프로그래머, 관객들 간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맞추어졌다. 현대연극을 낯설고 어렵게 느끼는 일반관객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기 위해 젊은 연극비평가와 작가들이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과 토론, 미디어와의 협업,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2010년 시작하는 3차 FIT 프로그램은 유럽의 차세대 페스티벌 프로그래머와 프로듀서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워크숍, 레지던시로 진행된다. 20명을 선발하여 축제네트워크 전문가들이 튜터가 되어 교육과 워크숍을 수행하고, 최종 5명을 선발하여 네트워크 페스티벌에 1~6개월간의 레지던시를 제공하며 현장에서 직접 프로그래밍 하는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상에서 설명한 두 개 프로젝트의 웹사이트는 프로그램의 범위가 특정한 참여자로 한정되어 있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관심 있는 사용자들이 이용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과 최소 기능의 포털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예술정보 포탈…온라인 문화플랫폼으로의 진화

컬처몬도 알렉산드라 우즐라치자그레브에 위치한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으로, 문화예술정보 포탈사이트들 간의 국제네트워크인 컬처몬도의 국제조정위원인 알렉산드라 우즐라치(Aleksandra Uzelac)는 포털사이트의 향후 변화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존에 포털이 인터넷 상의 정보로 통하는 문(gateway)으로써 다른 웹 자원으로 연결시켜주던 기능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러한 기능은 현재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 훨씬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신하고 있다. 포털은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 통합, 체계화하고, 유효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정보과학 박사인 우즐라치는 향후 포털이 온라인 퍼블리셔(publishers)의 기능을 맡게 될 것이며, 콘텐츠의 발굴과 소통 및 상호작용을 위한 온라인 문화 플랫폼(cultural platforms)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미션, 사용자 그리고 전략

전체 패널 토론 모습

이날 컨퍼런스에 참가한 발제자들은 모두 문화예술정책에서 디지털화가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을 소통과정의 일부로 활용하여 문화예술 콘텐츠를 집적하고 문화 간 소통, 공유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향후 소셜 네트워크의 부상과 모바일 기술이 문화예술 지식정보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정보의 흐름과 공유가 예술인과 문화 종사자들의 이동성에 지대한 기여를 하는 만큼 공연예술의 국제교류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은 날로 지대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관건은 플랫폼의 ‘미션’과 ‘사용자’와 ‘전략’이다.

관련사이트

관련자료
「공연예술 국제교류 온라인 플랫폼 컨퍼런스 자료집」



필자소개
정순민은 이화여대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근무하던 중 삼성 멤피스트 장학생으로 뽑혀 예일대 드라마스쿨에서 극장경영을 전공했으며 2002~3년에는 예일 카바레 매니징 디렉터로 일했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 공연전시팀장, 인사미술공간 프로젝트 매니저, 아르코지원컨설팅센터 기획실장을 거쳐 현재는 프로젝트 그룹®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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