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ac은 말레이시아의 지역문화 발전과 젊은 예술가 지원에 프로그래밍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극장 목적으로 설계하고, 제대로 설비를 갖추어 운영하는 공연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Klpac에 대한 예술계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외에 아카데미에서 9개의 스튜디오를 사용하고, 무대제작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1995년, 다토 파리다 메리칸(Dato’ Faridah Merican)과 조 핫삼(Joe Hasham)은 말레이시아가 유니온 잭 국기를 내리고 독립을 선언했던 메르데카 광장에 말레이시아 최초의 민간극장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문을 연 액터스스튜디오(The Actors Studio)는 말레이시아 현대공연예술의 새로운 창작거점이 되었지만, 2003년 쿠알라룸푸르를 덮친 큰 홍수로 액터스스튜디오 지하 공연장이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비극이 전화위복이 되어 쿠알라룸푸르퍼포밍아츠센터(Kuala Lumpur Performing Arts Centre, 이하 KLpac)가 탄생하게 되었다.


쿠알라룸푸르를 덮친 홍수, 전화위복이 되다

액터스스튜디오의 공연장이 물에 잠기자, 말레이시아 예술계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조경건축가인 응 섹산(Ng Seksan)이 고민하던 조와 파리다에게 YTL건설회사 소유의 버려진 열차 창고를 알려주었고 말레이시아 최초의 영부인, 고(故) 툰 엔든 마흐무드(Tun Endon Mahmood)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계획을 YTL에게 제안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YTL 책임자는 단번에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2005년 5월, 액터스스튜디오, YTL 건설회사, 영부인이 세운 자선단체가 함께 뜻을 모아 말레이시아 최초의 복합예술센터 KLpac을 탄생시켰다. KLpac의 디자인은 액터스스튜디오 팀이 맡고, 설계와 완공은 YTL건설회사가 책임졌다.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예술, 문화 아이콘이 된 KLpac는 건축 양식 면에도 재사용 디자인(re-use design)을 도입해 건축적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 건물 외부

KLpac은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떨어진 센툴 공원 안에 있다.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공원으로 들어오면, 싱그러운 녹음으로 둘러싸인 극장과 탁 트인 열린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극장은 본래 504석의 프로시니엄 극장과 주로 실험적인 작품을 올리는 200석의 블랙박스, 두 개의 공연장뿐이었으나 블랙박스극장에 대한 예술가들의 수요가 높아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을 작은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전환해 세 번째 공연장을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에는 극장 목적으로 설계되고, 제대로 설비를 갖추어 운영되는 공연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KLpac에 대한 예술계의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KLpac은 공연장 외에 아카데미로 사용하는 9개의 스튜디오와 무대제작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공동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다토 파리다 메리칸과 조 핫삼을 비롯해 총 마흔 명의 스태프들이 프로덕션, 행정, 기술, 관리, 아카데미, 창작 등 전 분야에 걸쳐 일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 건물 내부 스케치


젊은 예술가 지원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래밍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내 공연 현장 스케치KLpac은 말레이시아의 지역문화 발전과 젊은 예술가 지원에 프로그래밍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예술을 발전시키자는 공동의 목적 아래에서 어떤 정치적 담론이나 다른 이슈가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지속적으로 공연을 올리고, 예술가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여 개관부터 2008년까지 장편, 단편 연극, 무용 및 피지컬씨어터, 뮤지컬, 창작음악을 망라해 총 90개 초연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KLpac는 매 시즌을 오픈데이(Open Day)로 시작하는데 오픈 데이는 하루 종일 극장 가이드 투어, 공연, 워크숍, 공개 리허설, 영화 상영 등 극장에서 무료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한 행사이다. 첫 해인 2008년에 200명의 예술계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5천 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 오픈데이는 2011년까지 동일한 포맷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극장의 프로그램은 젊은 레지던스 연출가들이 주축이 된다. 레지던스 연출가들은 창작극에서 외국번안극을 오가며, 일 년에 서너 작품을 올리는데 현재 레지던스 연출가로는 후용공연예술센터의 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는 마크 뷰 드 실바(Mark Beau de Silva), 청소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퍼 링(Chritopher Ling),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문화동반자로 참여했던 키미 큐(Kimmy Kiew), 켈빈 웡(Kelvin Wong) 등이 각자 고유의 스타일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마크의 경우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를 통해 마음 짠한 감동과 유머를 보여줘 국내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선보이다. 마크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커뮤니티 글쓰기’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말레이시아의 교육 체계’처럼 그가 미리 정해놓은 주제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토론하고, 서로 공유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마크는 이 워크숍을 토대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극본을 쓴 뒤 연극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극장이 공원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풀밭 등 여러 공간을 무대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 올려진 <과거완료/미래>(Past Perfect / Future Tense)라는 공연도 1, 2부를 블랙박스와 풀밭 위 무대에서 나누어 진행했다.

풀밭을 무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 /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내 호수의 모습

커뮤니티 프로그램, 공간실험 등 다양한 작업들

KLpac에는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상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대학이나 음악을 가르치는 학교에만 있는 점에 주목하여 2006년, 극장에 자생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지금은 학생들은 물론, 전문 음악인들까지, 10살부터 50살까지, 연령에 구애받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음악을 시작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일년에 최소 3회 정도의 콘서트를 가지며, 밴드는 작년에 결성됐다.

KLpac의 활동은 말레이시아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공연예술계의 일원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문화단체나 기관들과 협업하며 그 과정에서 무용, 전자음악, 신체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장르에서 지역 예술가들의 공동작업을 이끌기도 한다.

또한, 극장은 젊은 예술가들의 성장 발판이 되는 교육사업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혜성처럼 등장하여 스타덤에 오르는 예술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예술가 개인의 발전과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 극장이 운영하고 있는 아카데미에는 2,500명의 학생들이 200개가 넘는 코스를 수강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과정은 어린이 연극 프로그램이지만, 연기, 연출, 극작, 무용, 보컬 트레이닝, 말레이시아 전통 악기인 가멜란 연주 등 다양한 배움의 요구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장 예술가들도 자주 이 아카데미에서 워크숍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극장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할 때, 가장 좋은 점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예술 강사들이 극장 전체의 설비와 장비를 이용해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기업, 지역 커뮤니티와의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운영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내 아동 참여 프로그램아카데미는 학교 측으로부터 별도의 워크숍과 프로그램 운영 제안을 받는 일도 종종 있으며(말레이시아에서 공연은 학교 교과 과정의 일부이다.) 예술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이끌고 공연장을 찾기도 한다. 아직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근 아카데미는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100명의 일반 교사들에게 기초 연극 워크숍을 진행했다. 물론, 예술의 효과는 학교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 기업에서 예술 관련 트레이닝을 진행하기도 한다.

극장이 아카데미와 별도로 운영하는 유청소년 연극 프로그램으로 T4YP(Theatre for Young People)가 있는데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훈련을 거쳐 극장 시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또,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싶은 공연예술 분야를 더 파고들 수 있도록 5만 링깃(한화 약 1,800만 원)을 지원하는 ';다틴 파두카 세리 엔든 마흐무드 어워드';를 YTL 건설회사의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KLpac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지역 또는 커뮤니티와 예술을 연결하는 지역사회봉사프로그램(Community OutReach programme, CORe)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이 우리 삶에서 멀지 않고, 개인의 발전에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심리적, 신체적 상처의 치유를 돕는 것에 목적이 있다.

지역사회봉사프로그램 중에는 일본의 장애인극단인 타이헨프로젝트(TAIHEN Project)와 일본국제교류기금 쿠알라룸푸르 사무소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로 타이헨소속의 소아마비 장애인이자 연극인인 킴 만리(Kim Manri)가 3년 동안 후탄 케난간(hutan Kenangan) 지역 주민들과 함께 퍼블릭 퍼포먼스를 만들어 선보인 프로젝트가 있었다. 장애로 불편한 몸으로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고, 지금은 본인의 신체표현과 움직임이 자랑스럽다는 한 참가자의 소감을 들었을 때 극장 스태프의 한사람으로 큰 자부심을 느낀 적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장애인 두 명은 2009년 호주의 숏앤스윗댄스페스티벌에 다른 예술가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려 모두를 놀라게 했고, 이는 예술의 수용과 인식에 대한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프로젝트인 YMCA KL은 11명의 청각장애인과 3명의 일반인이 6개월 간의 연극훈련을 받고, 공동으로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들이 함께 만든 <고요한 꿈의 소리>라는 작품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공적 지원 전무, 어렵지만 &ldquo;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이 있다&rdquo;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내 공연 현장 스케치2년 전의 경제위기는 극장에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 14개였던 후원기업이 지금은 세 곳으로 줄었고 개인후원도 76%나 감소했다. KLpac의 재정위기는 극장운영뿐 아니라, 극장의 지원에 의존하던 작품, 공연팀, 개별 예술가들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이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말레이시아는 예술 지원 정책이 투명하지 않다. KLpac은 현재 정부 보조금 지원 없이 기업에서 받는 최소한의 후원금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예술위원회와 같은 지원기관이 없기 때문에 문화예술기관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다.

KLpac은 말레이시아 예술계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지난 4년 간, 말레이시아와 해외 예술가들의 거점이자, 말레이시아 예술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왔다고 자부한다. 예술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키면서 말레이시아 예술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졌다. 그간 700개에 가까운 작품을 소개했고, 그 중 200개 이상의 작품이 극장의 제작지원을 받았다. 극장의 성공으로 인해 이 공간을 다른 상업적 목적과 결합시켜보지 않겠냐는 제안도 종종 있지만, 우리의 대답은 한결같다. KLpac에게는 여전히 할 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관련사이트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



유메이

필자소개
유메이(Yue May)는 2005년 쿠알라룸푸르 퍼포밍아츠센터의 오픈 직후 극장 스태프로 결합해 현재 KLpac과 The Actors Studio의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