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연습모습 티켓 오픈 2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고, 공연이 올라가기 전 이미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연극이 있다. 연습 중에 생긴 상처로 밴드를 붙인 배우의 모습이 집중 조명되는 등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매스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연극, 바로 문근영이 출연한다는 <클로저>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이자 괜찮은 연기로 호평을 받는 배우이고 기부활동 등으로 선(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의 매력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니, 그것을 탐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간의 스타마케팅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처럼 다소 침체기에 있는 연극계에 스타의 등장으로 이슈를 만들며 간접 홍보를 한다는 사실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대학로에 올라가는 수많은 기획공연 중 상품성이 있는 연극 한 편이 올라갈 뿐이니,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잘 하면 그뿐이었다.

그 사이 몇 해 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의 출연 회차가 티켓 오픈 20분 만에 전석 매진되었던 상황이 오버랩 됐다. 한풀 꺾인 줄 알았던 스타마케팅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생각을 하던 무렵, &ldquo;문근영 떴다! 연극계가 발칵!&rdquo;이라는 기사 헤드라인을 본 후 심정은 복잡미묘해진다.

연극계 이슈를 찾지 못해 동동거리던 상황에서 기사거리가 생겼으니 십분 이해할 법도 하고, 자극적인 문구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자들의 숙명 역시 모르는 바 아니나, &lsquo;연극계가 발칵 뒤집어졌다&rsquo;는 문장이 &lsquo;감히&rsquo; 이렇게 쉽게 쓰이는 사실에는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연극계를 알지 못하는 어떤 기자의 기사를 꼬투리 삼고자 함이 아니다. 연극현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내세울 것 없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개를 드는 개인적인 상실감은 차치하더라도, 치열하게 연극무대를 이어온 연극인들이 잠시잠깐이라도 허탈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못내 씁쓸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연극은 배우예술임에 틀림없다. 어떤 연극을 하든 배우가 돋보여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것이 순리라는 생각 역시 변함 없다. 다만 그 속에 분명히 존재해야 할 것이 상쇄되어도 된다는 식의 수식은 어불성설이다.

그간 연극무대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출연했다. 한 때 붐이라 할 만큼, 어느 정도 자금력이 동원되는 제작사에서 봇물 터지듯 성행했던 시절에도, 연극은 오간데 없고 특정 배우만 남아버린 이와 같은 풍경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또한 문근영이 가진 힘이라면 할 말 없지만, 그것이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만 있다면 어떤 연극이든 상관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작금의 상황에는 우려스러움이 있다. 부디 이 우려가 기우로 끝나기를 기대해 볼 뿐이다.

한국공연예술센터 개원식이쯤에서 연극계 기획마케팅의 현주소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야말로 연극계가 발칵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은 최근 연이어 터졌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출범이 그랬고,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출범이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연극사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이 역사적 사건들은 연극계 내부적으로도 큰 잔향을 만들지 못했다. 연극 한편이 몰고 오는 파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너무나 익숙하듯 비일비재하게 재현되고 있는 현실은 연극계 스스로가 냉정하게 자문해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화제성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화제성을 넘어, 뿌리와 근간을 세우는 일이라면 더욱 더 사력을 다해 피력할 수 있어야 했다. 오랫동안 &lsquo;그러려니&rsquo; 포기해왔던 관행을 철저히 깨버려야 할 때라는 것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스타가 출연하는 연극 한편으로 연극계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者에게 감히 충고한다. 연극계 발칵? 아니, 발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런 소소함에 쉽게 부화뇌동하지도 않는다. 또한 오랜 세월 비바람 맞아가며 견뎌온 연극계의 공력을 상상해본 적도 없는 그대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재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이 연극이다.






최윤우

필자소개
최윤우는 월간 [한국연극]의 편집장으로 한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작업 과정들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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