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컨템퍼러리아트의 표현이 대중적이거나 접근이 용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 컨템퍼러리아트는 종종 논쟁적이고 추상적이며 대중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을 우리 센터로 끌어들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기 위해 보다 열심히, 그리고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특히 YBCA는 포괄적이고 공격적으로 맥락화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르바 부에나 아트센터(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이하 YBCA)는 미국의 중요한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중 하나이다.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위치한 YBCA는 1993년 개관한 이래 현존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데 전념해왔다. YBCA는 시각예술, 공연예술, 영화 및 비디오, 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데, 이러한 방향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대중적인’ 작품을 다루고 있는 여타의 공연예술센터와 차별화된 프로그래밍, 운영, 지역 사회와의 연계 등 독창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명백한 예술적 비전‥‥포괄적이고 공격적 프로그래밍

다른 아트센터와 마찬가지로 YBCA의 핵심 역시 프로그램이다. YBCA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아트센터가 제시하는 ‘예술’에서 비롯한다. 예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YBCA는 현존하는 예술가의 작품, 미국과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 특히 컨텐츠뿐 아니라 형식의 경계를 넘어선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래밍 기준에 따라 관객이 YBCA에서 어떤 예술을 보고 싶어 하는가를 정의하는데, 이처럼 예술적 비전을 명백하게 정의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이다.

물론 지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컨템퍼러리아트의 표현이 대중적이거나 접근이 용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 컨템퍼러리아트는 종종 논쟁적이고 추상적이며 대중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을 해야 하거나 그들이 가진 세계관에 도전하는 비판적 성격을 가진 컨템퍼러리 아트보다는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사를 선호한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을 우리 센터로 끌어들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지역사회로 하여금 예술을 경험하도록 하는 미션을 가진 YBCA로서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기 위해 보다 열심히, 그리고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특히 YBCA는 포괄적이고 공격적으로 맥락화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연장 내부 모습과 최근 공연된 <Success of failure>

우선, 관객들이 예술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획 짓는다. 예컨대 &lsquo;예술과 사회운동의 만남&rsquo;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면 관객들은 이 주제 하에는 현 사회에 대해 비판적 성향의 프로그램이 배치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주제를 정하고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분류함으로써 관객들이 프로그램 간의 연관성을 보고, 같은 주제의 다른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양한 공동체와 예술의 협력관계 노력

YBCA 중앙 로비YBCA에는 다양한 공동체와 예술이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lsquo;지역사회 참여&rsquo; 부서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동체들은 다수의 소집단으로 구성되며 예술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lsquo;특정한 관심사&rsquo;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lsquo;반전&rsquo;이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은 동일한 관심사로 조직되어 있는 샌프란시스코 내 다수의 단체와 조직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예술단체나 그들의 문화에서 기인한 작품을 올릴 때 연계를 맺기도 한다. 이들과 접촉하는 방법은 단순히 편지를 통해 행사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 공연, 영화 혹은 일련의 행사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간과 품이 드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YBCA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온라인상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예술행사와 작품의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 상의 단체들을 연결하는 &lsquo;개별접촉&rsquo; 작업을 예로 들 수 있다. 흥미를 가지고 있는 개별 관객에게 우편물을 보내거나 매스미디어에 광고를 내는 방법도 여전히 활용하고 있지만, 관객과의 관계 맺기에 있어서는 이전에 비해 그 중요성이 훨씬 감소된 것이 사실이다. YBCA는 온라인이든 개별 접촉이든 &lsquo;영향력 있는 사람들&rsquo;과 만나고 그들의 네트워크와 연계되는 &lsquo;바이럴홍보마케팅 방법의 일환으로 &lsquo;전이되는&rsquo;(viral)이란 단어의 뜻처럼 입소문을 통해 전달되는 효과&rsquo; 접근 방식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다른 주류의 아트센터들이 하는 작업에 비해 훨씬 어렵고 힘들지만 관객개발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술이 이해하기 쉬운 문구로 축약되지 않기 위해

아트센터는 관객들이 센터를 찾았을 때 좋은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YBCA는 관객들이 예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인쇄물, 개별접촉 등 다양한 방법들을 제공한다. 갤러리에는 관객들이 관람하는 작품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고 설명해주는 &lsquo;갤러리 가이드&rsquo;가 있으며 공연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공연 전 예술감독 강연, 공연 후 토론 및 질의응답, 작품의도에 대한 예술가의 글을 싣는 프로그램 해설문, 추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웹사이트 링크 등을 제공하는 등 모든 프로그램에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은 이와 같은 밀도있는 정보를 검토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간략한 설명, 영상자료나 이해를 돕는 문구 등 &lsquo;쉬운 길&rsquo;을 원한다. 하지만 YBCA의 프로그램 대부분은 상당히 복잡하며 예술가들 역시 자신들의 작품을 &lsquo;이해하기 쉬운 문구&rsquo;로 축약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아트센터의 입장에서는 조정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을 전달하는 메시지를 정제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Approach to an old house> <Failure works 2001-2008> YBCA의 전시작품

창의적인 재원 조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

센터는 관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메일 발송, 프로모션 기회 제공, 특별행사 초청 등을 위한 관객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관객풀은 재원조성 전략에 활용된다. YBCA와 같은 활동을 하는 기관에서 재원을 모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우며 또한 독창적인 조성방법을 필요로 한다. 센터의 예산 중 티켓이나 입장료 수익은 5% 미만으로 극히 적다.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에 기꺼이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장료를 낮춘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YBCA는 관람객 모두가 무료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운영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방향은 &lsquo;컨템포러리아트를 지역의 삶 속에 자리잡게 한다&rsquo;는 YBCA의 미션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60명의 정규직원과 천만 달러 규모의 사업예산은 어떻게 조성되는가.

YBCA의 예산은 크게 세 가지 수입으로 이루어진다. 샌프란시스코 시의 지원금이 약 40%를 차지하고, 센터 자체의 수익이 25%를 차지한다. 입장 수익이 여기에 속하기는 하나 수익의 대부분은 지역단체나 회사의 행사에 극장을 대관해주고 받는 수입이다. 이처럼 대관료는 센터의 수익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센터를 대관하는 다수의 회사들은 &lsquo;실험적인 극장&rsquo;과 연계됨으로써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회사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한다.

수익 중 다른 한 축은 2년 전부터 시작한 하우스 래플House Raffle, 비영리기관들이 주택개발업체들의 협조를 받아 장당 150~200달러의 래플 티켓을 판매해 자선 운영기금을 마련하는 방법. 래플이 주택 당첨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매우 낮다로, 전체 수익의 15%를 차지한다. 하우스 래플 방식은 시행 상 준수해야 할 엄격한 주정부법률이 있기 때문에 방식 자체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YBCA가 &lsquo;창의적인 재원 조성&rsquo;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장 수익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감상하려는 관객만으로는 YBCA처럼 큰 규모의 아트센터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재원 조성 방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모든 아트센터나 지역사회 역시 이에 대한 각자의 해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센터 예산의 20%는 기부로 조성된다. 비록 재정적으로 독립하지는 못했지만 센터가 하고 있는 일이 지역사회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국가, 지방, 지역 재단들로부터 많은 기부를 받고 있다. 또한 직접 참여하거나 센터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센터의 활동이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개인과 회사 역시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공연은 물론 지역행사나 리셉션 등이 열리는 실내외 포럼 공간

효율성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로서의 독창성만큼이나 YBCA는 운영 역시 독창적이다. 아트센터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센터의 예산 대부분은 스태프와 인력 운용에 투입된다. 센터의 시설은 최대한 자동화 되어 있지만, 활동을 위해서는 기계가 아닌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며 예술 분야에서 &lsquo;효율성&rsquo;이라는 것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센터는 가능한 많은 재원을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개발, 관객개발에 투입하는데, 프로그램이 YBCA의 핵심이기 때문에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컨템퍼러리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흥미롭고 도전적인 작업으로,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센터 운영과 관객개발에 있어서 창의력과 독창성이 요구된다. 또한 재원을 조성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적절한 사용 또한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YBCA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예술을 선사하기 때문에 이 모든 활동이 가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미션이자 모든 도전을 넘어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예르바 부에나 아트센터 │ Yerba Bueba Center for the Arts-1993년 개관한 컨템퍼러리 아트센터로, 갤러리 &포룸 빌딩과  씨어터 빌딩으로 구성되어 있다. 씨어터 빌딩 내의 노벨러스 씨어터(Novellus Theater)는 757석의 프로시니엄 극장이며, 포럼(Forum)은 공연장, 연회장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블랙박스 형태이다. 다원예술에 기반한 라이브아트, 피지컬/비주얼씨어터, 실험예술 작품의 공연과 전시에 주력하고 있으며 2010년 1월, 애플사의 아이패드 시연회가 열리는 등 현대적인고 첨단적인 아트센터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켄 포스터

필자소개
켄 포스터(Ken Foster)는 미국의 주요 대학공연장인 밀리킨(Milikin) 대학, 펜 스테이트(Penn State) 대학, 아리조나(Arizona) 대학에서 20년 넘게 프로그래밍을 담당해 왔다. 2003년부터 예르바 부에나 아트센터의 선임 디렉터이자 APAP의 총괄이사이자 다양한 미국 내 예술 관련 서비스 기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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