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가 다양해지면서 홍보 방법 또한 다양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포스터는 가장 중요한 홍보물의 하나이다. 작품의도, 공연 · 전시의 성격, 날짜 시간과 같은 정보부터 주요한 관객층을 염두에 둔 이미지 전략과 카피까지 한 컷의 이미지에 담아야 할 내용은 너무나 많고,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지만, 항상 시간과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기획자, 작가, 디자이너, 언론인 등 공연 · 전시 관계자들에게 근래 발표된 포스터(프로그램) 중 최고의 작품 세 편을 추천받았다. 자, 여러분의 평점은 어떠신가!  ② 전시포스터

엽서 한 장에 전시 담기!

이대범 _ 독립큐레이터

포스터는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미술 전시는 이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특정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엽서를 선호한다. 아마도 많은 관객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한 누가 오느냐가 중요하다는 미술계 저변에 깔려있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작가, 기획자는 많은 사람이 보기 원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특정한’ 많은 사람이 관람하기를 원한다.

매일매일 우편함을 가득 채우는 전시홍보 관련 우편물을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엽서의 한 면에는 전시를 대표할 만한 작품 이미지가 차지한다. 작품의 비율에 따라 엽서의 비율과 크기도 변형된다. 그러나 이는 대표작을 보여준다는 이점은 있지만, 전시 자체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영화 혹은 TV 드라마 포스터가 전체 이야기를 담을 만한 한 장면을 찾아 이에 어울릴만한 카피와 함께 제작되는 것과 비교한다면 미술은 단조롭다.

공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득영 개인전《테헤란》(2009)
대표작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전시와 효과적으로 어울린 경우이다. 이 전시의 대표작은 직선으로 연결된 테헤란로의 전 모습을 항공사진으로 찍어 이어 붙인 약 9미터의 대형 작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홍보물은 책이지만 묶여있지 않아서 낱장으로 분리 가능한데, 종이 낱장을 하나씩 펼쳐 연결하면 긴 직선의 형태를 한 테헤란로가 된다.


박미나 개인전《Home Sweet Home》(2007)
Sasa[44] 개인전 《Auto Melancholia》(2008)

이 두 엽서는 작품을 전면에 배치하지 않으면서 전시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박미나는 이 전시에서 딩벳 문자를 활용한 회화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딩벳 문자와 함께 배열하여, 이 전시의 출발점과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하루 8명, 한 시간당 1명 관람이라는 규칙을 세우고 전시 공간에 마련된 제작된 자동차에서 1시간 동안 멜랑콜리한 대중가요를 듣게 했던 Sasa[44]의 이 전시 엽서 역시 노을 진 거리에 서 있는 자동차 이미지를 통해 전시 개념을 하나의 이미지로 포착해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대범

필자소개
이대범은 1974년 서울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를 졸업하고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되어 현재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포스트 민중미술’, 무엇에 대한 포스트인가?’ 등의 글을 썼으며, 대표전시로는《친숙해서 낯선 풍경》(아르코미술관, 2006),《소설 01: 이준호 ( )를 찾습니다》(테이크아웃드로잉, 2009), 《사-이에서》(원앤제이갤러리, 2010) 등이 있다. criticism74@gmail.com

그래픽의 지나친 강조, 포스터 기능 떨어뜨려

정준모 _ 미술비평, 국민대 초빙교수

익숙한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공중전화가 그렇고 음반가게가 그렇다.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도 그런 것 중 하나이다. 어차피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맥을 추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때로는 복고풍 또는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전시포스터의 운명은 좀 야릇하다.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존재가 확실한 것도 아니다.

요즘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의 경우 전시를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능을 상실한지도 오래다. 포스터의 쇠망사를 들여다보면 팔목에 자리한 손목시계와 같다. 포스터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도 따지고 보면 바뀐 환경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때문이다. 흡연인구가 줄어들면서 재떨이가 귀해진 것과 같이.

게다가 요즘의 포스터라는 것이 전시내용과 상관없이 멋만 부리려다 그래픽만 강조되어 그 기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NOW-WHAT 민주주의와 현대미술》전 포스터가 그런 예이다. 그런 점에서 이건용의 《신체의 사유》는 작가의 작품을 이미지로 사용, 포스터의 간결함과 단순함이 맞물리면서 작가를 한 눈에 보여준다. 이제는 사람들이 포스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포스터가 사람들을 봐야하는 세상이 된 듯해서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제작한 《근대를 보는 눈-유화》포스터를 새삼 떠올려본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변하는 세상을 두 눈 크게 뜨고도 뒤좇아가기란 역시 버거운 걸까.

정준모

필자소개
정준모는 동숭아트센터를 거쳐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로 10년 간 근무했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겸 전문위원, 대변인, 제1회 후쿠오카 아시아 트리엔날레의 커미셔너, 1996년부터 2006년 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과 학예연구실장 및 덕수궁미술관장,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을 역임하였다. 현재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이다.

감각을 통한 입체적 이해

이희정 _ 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디자이너

‘감성을 흔드는 디자인’이란 문구를 많이 들어봤음직한 요즈음이다. 심지어 직관에 의존하는 인터페이스 제품도 나오고 있다. 포스터도 감성에 호소한다면, 오감으로 그 의미가 전달되고, 그로 인해 한 번 더 시선을 끌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람의 마음을 끄는 포스터. 이미지에 담겨진 메시지가 보는 이의 상징적인 체계로 전달될 때, 디자인에 대한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되며, 포스터 존재감의 무게(?)도 생각하게 된다. 전시에 대한 포스터라 고 다를 바 없다. 전시에 대한 기대를 감각적으로 가늠하도록 관심을 유도하는 비주얼 방법론이, 전시포스터에 대한 기억의 잔여시간을 오래토록 연장시키는 열쇠이다.

‘601 아트북 프로젝트’(2006)
감성이 느껴지는 포스터다. 판화적 요소를 가미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오브제에 가려 가독성이 조금 낮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무척 궁금증을 자아낸다. 비주얼적 감성으로 먼저 시선이 닿도록 한 후, 타이포의 자유로움이 보이는, ‘감각을 통한 입체적 이해의 과정’을 거친다. 이제 비주얼에 대한 감성적 이해와 메시지에 대한 기억이 중첩된다. 오브제가 글을 가린 것이 아니라, 글 위에 살포시 오브제가 앉아 있다.

베니스 건축비엔날레(2006)
《Works made in Valencia》 (2007)

오랜 시선이 포스터에 머물며 이를 고민하면서 지내는 작업을 반복하자, 신선한 자극에 실험적인 방법을 찾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발견한 것이 이미지를 도형적 요소 등의 기본요소들로 재해석한 두 편의 비주얼적 포스터이다. 전시포스터는 유독 작품 이미지와 타이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도형적인 요소를 함축적 건축물로 내포하여 해석한 이 포스터들은 건축의 수치적 개념이 비주얼로 녹여져 궁금증을 자아내며, 보는 이가 잔잔한 재미도 갖게 되며(베니스건축비엔날레) 아울러, 도형적 개념이 패턴화 되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흐름을 표현한다.(Works made in Valencia)

이희정

필자소개
이희정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노마드적 성격을 이기지 못해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거리를 활보하던 그것들이 그립다

문승영 _ 디자인그룹 낮잠

최근 5년간(2005-2009) 시각예술분야에서 좋았던 포스터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추천하고 싶은 포스터는 그 5년 간을 벗어나 있다.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90년대 후반에 들어 전시를 홍보하는 여러 실험들이 있었는데 포스터의 매체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인터넷과 같은 보다 효율적인 매체의 등장, 또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구체적인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홍보 방식 거기에 시각예술계의 영세성으로 인한 제작비의 부담 등의 이유로 말이다.

작가·작가그룹·전시기획자들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던, 내용이 담지된 형식(그것은 또 그들 간의 삶의 방식이다) 하나가 드물게 보여 아쉽다. 벽보가 되어 거리를 돌아다니던 ‘삶의 방식’이 말이다. 마음속에 남은 포스터 두 점과 최근의 포스터 한 점을 소개한다.

수유마을시장축제 ‘넘실’(2010)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서울시 강북구가 주최하고 시장문화활력소가 주관하는 ‘수유마을시장프로젝트’는 시장상 인들과 작가들이 함께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며 ‘수유마을다움’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다. 이 포스터는 그 일 년의 여정을 서로 다독이려는 축제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물이 자주 넘어와서 ‘무넘이(수유)’ 마을이라 한다는데, 재래시장들이 처해진 요즈음의 현실이 마치 옛 이름에서 느껴지는 듯하여 마음이 무겁다. 축제 이름을 큰 글자 ‘넘~실’로 지었는데, 이들이 넘고자 하는 것이 넘실넘실 춤추며 사람과 살음을 전해주는 듯해 즐겁다 .

넘실 포스터의 미덕은 ‘나도 만들 수 있겠다’ 싶은 폼 잡지 않는 ‘만만함’에 있다. ‘넘실’ 글씨와 디자인은 이민영 씨, 그림은 고자연 씨 그리고 시장문화활력소에서 기획했다 한다. 넘실~넘실~

‘국가인권위원회-차별 없는 사회 캠페인’(2004)
나는 이 포스터를 ‘헌화가’로 기억하고 있다. 흘깃 보면 천국에라도 온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 모를 이 꽃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피눈물 나도록 버티고 있다. 이들의 삶의 애착과 용기에 작가는 눈물 쏙 빠지게 헌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여 말한다.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 함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 신체조건, 인종,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이라고.

이 포스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 사회에서 행해 지는 ‘차별’들을 없애고자 제작되었다. 이섭 씨가 이문동에 위치한 작은 시민단체인 ‘푸른시민연대’가 운영하는 어머니교실의 할머니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김치> 2000
만화가 이우일이 2000년 &lsquo;김대중-김정일 남북 두정상의 정상회담';을 다루고 있다. 작가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사회를 보고 기록, 기억해 줌으로 당시 우리 사회의 정황과 작가의 존재방식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내 기억 속엔 &lsquo;김치~&rsquo;하며 두정상이 웃으며 끌어안고 있다.

문승영

필자소개
문승영은 작가 점조직체 디자인그룹 &lsquo;낮잠&rsquo; 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욕망과 성찰의 배치와 조합

이부록 _ 미술작가

대다수의 포스터 작업들이 디자이너의 사회적 참여와 공공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거나 반응하면서 진행되고 못하고, 이미지 소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몇몇 디자이너의 과업과 발언에 의해 포스터는 동시대 문화와 사회상을 반영하는 사회적 소통 도구임에 틀림없다.

《CITY-RAY 도시의 속살》 展
개발과 보존, 경제논리와 문화논리 사이에서 &lsquo;인천&rsquo;이라는 도시 및 도시적 삶 이면의 다양한 층위를 엑스레이(X-Ray)를 투과하듯 살펴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3가지 주제인 투시, 진단, 치유를 상징하는 삼색 트래싱 재질의 반투명포스터는 다시 8등분으로 재단해 리플릿의 표지로도 쓰일 수 있게 효과적으로 만들어져, 총 24가지 각기 다른 리플릿으로 변환되었다. 여기에 낱장으로 비치는 작가들 작업의 배치와 조합에 따라 도시의 욕망과 작가들의 성찰이 대립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물성으로서 재현하고 있다. 역으로 리플릿이 포스터로 전환된다고 볼 때 반복적이고도 집요한 발언은 다양한 시선의 해석과 접근이 용이하도록 유도한다.

《Drama Exhibition Her Room-그녀의 방》
&lsquo;드라마를 전시한다!&rsquo; &lsquo;공연이 있는 전시, 전시가 있는 공연&rsquo; &lsquo;낮에는 전시, 밤에는 공연, 두 가지 체험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시간!&rsquo;을 표방했던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 어둡고 좁은 긴 통로를 걸어가면, 일자로 놓여진 무대가 나오고 3개의 방에서 춤, 설치미술, 드라마, 음악 등 각기 다른 예술 장르가 교감하면서도 과감한 소통을 통해 새로운 체험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회전의자에 앉아 원하는 방향을 선택해 방을 엿볼 수 있는데, 관객의 위치와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방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삶을 선택해야 하므로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게 된다.

전시(공연)는 마치 3차원의 렌티큘러Lenticular, 빛의 굴절과 양안시차를 이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보는 착시현상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으며, 2차원의 포스터는 직접 접어서 그것을 선택해 볼 수 있게 함으로서 다시 3차원으로 전환된다.

<데스노트>
&lsquo;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인간은 죽는다&rsquo; 그리고 스티커와 낙서 위에 또 다른 낙서들. 조지 부시, 고이즈미&hellip;, 데스노트, 일명 살생부. 사람의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은 죽는다는 노트로 가공의 사물을 다루는 영화포스터이다. 전시포스터는 아니지만, 포스터 자체로 단순한 단계의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과 유머러스한 현장미술을 실현하는 우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이부록

필자소개
이부록은 픽토그램, 스티커프로젝트, 부록다큐툰,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면서, 사회에 예술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을 탐구하고, 작업을 통해 사회에 끊임없는 말걸기를 시도하고 있다. www.boorok.com boorok.com@gmail.com

사라질 수 없는 아날로그의 매력

이준희 _ [월간미술] 수석기자

추천에 앞서 이번 &lsquo;포스터&rsquo; 기획에 대해 반가운 마음을 먼저 전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점령한 디지털 세상에서 추억의 단어를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불조심, 간첩신고, 쥐잡기, 혼분식, 6&middot;25 그리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한글 날, 국군의 날&hellip; 뭔 놈의 날이 그렇게 많았던지, 국민학교 시절(그땐 초등학교가 아니었다) 툭하면 포스터를 그렸던 기억이 새롭다. 오죽하면 &lsquo;포스터물감&rsquo;이란 게 따로 있었을 정도니, 우리나라 미술교육에서 포스터라는 장르가 차지하는 위상은 참 대단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인사동 골목엔 전시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길거리 포스터가 자취를 감췄다. 대신 하루에도 몇 통씩 전시소식이 이메일로 전달된다. 포스터라는 형식의 쇠퇴라기보다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소통방식의 틀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한때 여러 사람들이 우려했었다. 종이 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종이 책의 생명은 여전히 건강하다. 같은 맥락에서 포스터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제 아무리 새로운 홍보매체가 등장하더라도 포스터의 존재는 더욱 굳건해 질 것이다. 아날로그는 영원할 테니까.

《황금의 나라, 신라의 왕릉 황남대총》(2010)
무엇보다 관(官)의 냄새가 여전히 물씬 풍겨서 좋다. 정형화된 세로 포맷도 그렇지만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이 점잖다. 최고 수준의 유물사진과 튀지 않는 서체의 조합은 웬만해서 파격을 허락지 않는다. 그 속성이 다분히 공무원스럽다. 자칫 촌스럽다거나 경직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박병춘 개인전《채집된 산수》(2007)
동양화가 박병춘의 개인전 포스터다. 이 포스터에서 가장 주목할 요소는 손 글씨다. 작가가 직접 붓으로 쓴 전시회 제목 글씨는 이른바 칼리그래프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컴퓨터 서체보다 훨씬 정감이 간다. 붓을 다루는 작가의 능숙한 손놀림과 글씨의 표정이 감칠맛 난다. 성형미인처럼 인위적으로 멋 부린 디자이너의 칼리그래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2006)
미술전시 포스터는 아니지만 순수미술 작품을 응용한 좋은 사례다.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이나 기교적인 타이포그래피 없이도 포스터의 전달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작가(김정욱)의 작품을 이해하고 선택한 디자이너(고광철)의 안목이 돋보인다. 디자이너의 인위적인 편집이나 왜곡 없이 작품을 그대로 살려서 더욱 좋다.



관련기사 보기
① 공연 포스터&middot;프로그램 ② 전시 포스터 ③ 트렌드분석-전시 ③ 트렌드분석-공연

이준희

필자소개
이준희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원대 응용미술과와 동 대학원, 홍익대 미술대학원(예술기획 전공)을 졸업했다. 가인갤러리, 담갤러리, 사비나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했고, 2000년부터 미술전문지 [월간 미술]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성신여대 대학원, 홍익대 미술대학원, 덕성여대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